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19)
718. 뽑기의상 삼대장
봉투를 까고 까고 또 깐다.
하여간 호감고닉들을 전부 까서 그들의 목을 동구 밖 과수원길에 일렬로 매달듯 매달아버렸다. 사람 꽃이 이렇게 피었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더러운 친목 종자들의 목을 베었으니, 이제부터 카페는 나의 것이다.
아니 이게 아니지.
아무튼 토끼가 드랍한 가죽봉투를 계속 연타해 보상을 얻는다.
【꽝】【꽝】【마차닐 로브에 당첨되셨습니다】【꽝】【꽝】【꽝】【꽝】【토끼의 하급 타이틀 상자】【꽝】【알쏭달쏭 제작키트에 당첨 되셨습니다】
당연히 좋은 물건만 드랍하는 건 아니고, 오히려 대부분 쓰레기다.
순식간에 내 옆에 약초나 하급 광석, 그 외의 쓰레기들이 쌓여간다.
하지만 그 안에, 분명 쓸만한···. 아니 무척이나 좋은 아이템도 있다.
드물지 않게 내가 노리는 물건들이 바닥에 드랍된다.
“후. 나오긴 하는군.”
“으우아···.”
“왜 그러지. 루디카.”
“아니. 아니야···. 울프람이 하는 일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해야 할까···. 무서워서···.”
“무섭다. 네가 무섭다고 느끼나?”
“응···. 뭔가, 그러니까···. 마치, 세상을 멋대로 주물럭거리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 말이야. 아니 기분탓이겠지.”
루디카는 기분 탓이라고 말하면서도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흠. 저 녀석의 날카로운 감각으로 무언가를 느꼈다면 결코 예사 것이 아닐 텐데···.
아니. 루디카가 무심코 던진 떡밥은 나중에 풀도록 하자. 지금은 가죽봉투를 전부 까서 내부 아이템을 확인할 때다.
연타 버그를 최대한 이용해 봉투를 계속해 깠다.
솔직히 솜씨를 22, 아니 23까지 끌어올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리스크가 워낙 커야지.
그리고 전부 까고 그 숫자를 계산한 결과
【알쏭달쏭 제작 키트】가 총 일곱 개.
“됐다. 모두 모였구나.”
“그게 중요한 거야?”
“음. 무척이나 중요하지. 어디 내가 개봉하는 것도 그렇고, 가볍게 놀이를 해볼까.”
“놀이?”
“일단 귀환하다. 내일 파티원 전원이 모인 곳에서 설명하도록 하지.”
“응. 알겠어.”
정말.
내일이 기대된다.
***
만월의 토끼사냥 보상은 뭐라고 해야 할까, 이 게임의 방향성이 정말 모바일 쪽이었구나 라며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물건이다.
특히 이 【알쏭달쏭 제작 키트】가 그렇다.
말이 좋아 제작 키트.
어딜 어떻게 봐도 제작보다는 뽑기라는 단어가 알맞다.
검은색 정육면체의 상자 가운데에 물음표가 양각되어 있고, 테두리에는 번쩍거리는 미스릴 문양.
【10+1 영웅 변신 뽑기 상자】라고 이름을 바꿔치기하면 어머나 세상에 익숙하고 또 익숙한 맛이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게임에 키트 혹은 뽑기 시스템을 그냥 넣기는 그랬는지, 이 녀석들도 나름대로 수정과 보완을 거쳤다.
그것이 바로.
“이 상자는, 소유주의 제작 능력에 따라, 안에서 나오는 물건의 최저치가 결정된다. 즉 파티장인 내가 최고의 제작자니 당연히 이 안의 물건도 최저 전설이라 이름 붙을만한 녀석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내 말에 파티원들은 헤, 하고 입을 벌렸다.
어젯밤. 루디카와 둘이 사냥을 갔다 온 이후. 녀석들에게 소집을 걸고 이 아이템에 관해 설명을 했다.
원리는 잘 모르지만, 울프람이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하며 이쪽을 보는 모습. 아주 좋은 반응이야.
“알겠나. 이 상자의 내용물은 개봉한 사람에게 귀속된다.”
“그렇다면 모두 울프람 귀속이라는 이야기인가요?”
“아니다. 아일라. 만약 네가 연다면 너에게 귀속되는 물건이, 너의 맞춤형 장비가 나온다.”
“하지만, 울프람의 말에 따르면 제작 능력이 낮으면 안 좋은게 나오잖아요?”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파티원 내에 제작 스킬이 높은 이가 있으면, 누가 상자를 개봉하든 똑같다.”
“······.”
아일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뭐 요컨대.
파티 내에 제작 스킬을 찍은 파티원이 있다면, 다른 파티원이 까도 스킬 보정은 받는다는 이야기.
즉. 이 상자는 요컨대.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돌림판이 될 수 있다.”
“아하. 반역적이군요.”
아일라는 그제야 끄덕이고 웃었다.
반역적이라···. 음.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거겠지. 내가 고개를 그덕이자 녀석은 더욱 짙게 웃었다.
“그러니 어디. 어떤 물건들이 나올지, 한 번 서로 시험해 보지 않겠나.”
나의 말에 녀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아일라. 네프티. 루디카. 밀푀유. 레지나. 이브 순서로 개봉하기로 하고, 당연히 첫 타자는 나였다.
어디.
【알쏭달쏭 제작키트를 개봉합니다】
【제작 키트가 선명하게 금빛으로 빛납니다!】
“와아···. 아름다운 금빛.”
아일라의 감상 그대로 아름답긴 하지만, 여기서 더 올라가야 한다.
금빛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제작 키트의 금빛이 한 단계 더 진화합니다】
【제작 키트가 무지개색으로 빛납니다!】
“와, 와아···.”
“선배님! 어마어마하게 튀어나옵니다!”
“음.”
무지개색.
나쁘지 않은 성과다.
나쁘지는 않겠지만···.
【축하합니다!】
【천공의 법의를 얻었습니다】
【천공의 법의】
【2T】
【300년 전 디자인으로 제작된 고풍스러운 법의입니다. 여기서 법이란 종교가 아니라 황실을 뜻하며, 이 법의를 착용한 캐릭터가 황실 혈통 스킬을 보유했을 경우, 추가로 카리스마와 매력 스테이터스를 끌어 올려 줍니다.】
【전설급 방어구로서, 착용자의 모든 저항을 크게 올려주며, 절대로 때가 타지 않습니다. 물리 방어력이 낮은 것이 흠입니다만 마법. 저주. 축복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가지며 모든 범위 공격의 데미지를 경감시켜 줍니다.】
흠.
나쁘지 않다.
아니 꽤 괜찮다.
물론 이게 완전 당첨이냐고 물으면 조금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광역딜과 장판 저항을 가진 옷이라는 점 아니겠나.
“나는 성공했다. 자. 다음은 아일라.”
“네. 울프람. 자. 빛나세요. 나의 반역의 별!”
그리 말하고 아일라가 상자를 쿡 누르자, 상자가 처음에는 금빛으로 빛났다.
이윽고, 뒤이은 무지갯빛.
아일라 또한 당첨을 뽑았다···!
“울프람! 이게 나왔어요!”
“음···. 음.”
“옷이죠? 한 벌이 아니네요. 구두. 음. 머리띠. 그리고 이건 장갑. 어라···. 어라? 이거 다 합치면···.”
아일라는 뽑은 물건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짙은 갈색의 롱 스커트. 그 앞의 치마와 프릴.
무척이나 익숙한 옷이면서 동시에, 아일라가 평생 입어 볼 일 없는 옷이다.
그 이름도 찬란한 메이드복.
내가 이 게임이 원래는 모바일 게임이었을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지금 아일라가 뽑은 옷에서 기인한다.
【노블레스 메이드복】
【1T】
【메이드복의 정점입니다. 메이드란 청결을 업으로 삼는 자. 보유 스킬중에 ‘현모양처’ 혹은 ‘청결’ ‘단정’이 있으면 옷의 성능이 전체적으로 오릅니다. 착용자의 모든 스테이터스를 강화하고 고정적으로 재주를 1 올립니다. (올릴 수 있는 재주의 상한은 20입니다.)】
【그 외에도 스킬 ‘청소의 시간입니다. 주인님’ ‘세탁의 시간입니다. 주인님’을 쓸 수 있습니다.】
음.
뭐 모바일 게임의 정석이라고 할까 맛이나 멋이라고 할까.
‘수영복’ ‘웨딩드레스’ ‘메이드복’ ‘군복’등 특정 코스튬은 빠지질 않는 법이잖나.
아일라가 지금 뽑은 것이 바로 여성 캐릭터용 ‘메이드복’.
그것도 드랍율이 무척이나 낮은 옷이다.
“울프람. 이거 보세요. 으흠. 으흠.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아일라는 까르륵 웃으며 머리띠만 쓴 채 스커트 양 끝을 잡고 무릎을 살짝 굽히며 인사했다.
나 참.
저렇게 마음에 들까.
영문은 잘 모르겠지만, 아일라는 메이드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듯 싶었고 옷을 끌어안고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그 사이 다음 타자로 네프티가 나섰다.
“다음은 저입니다!”
“음. 어디 해 보도록.”
“네! 개봉!”
네프티가 상자를 쿡 누르자. 안에서 황금빛이 폭사했다.
자.
이제 무지개로 넘어가면 된다. 넘어가기만 하면···.
허나
네프티의 상자는 무지개로 넘어가지 않았고, 황금색이었다.
“으, 음···”
“괜찮다. 금색에서도 분명 쓸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내 위로에 네프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만능 슈즈】
【3T】
【강철 그리브. 가죽 부츠. 운동화. 슬리퍼 등 3T 이하의 모든 신발이 될 수 있는 슈즈입니다. 하루 3회까지 교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동 속도 증가 기능과 자동 세탁 기능 그리고 수복 기능이 있습니다.】
“오, 오오. 우와아···.”
내 설명을 듣던 네프티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눈을 빛내며, 신발을 꼭 끌어안았다. 너도 끌어 안는거냐.
“그리도 기쁜가.”
“네. 네···. 생각보다 신발은 엄청나게 비싼 물건이니까요. 이렇게 언제든 맞춤형으로 새로 신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나게···.”
엄청나게?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고로 기쁜 선물이에요!”
음.
그렇구나.
네프티 녀석은 ,아직도 돈의 망령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나···.
“다음은 루디카.”
“응. 자. 나는 무엇이 나올지 정말 궁금해지는구나!”
그리 말하고 루디카도 상자를 툭 건드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금색 상자에서 무지개 상자로 변했다.
그리고 나온 것은···.
【이터널 퓨어 웨딩 드레스】
【2T】
【순수와 순백을 상징하는 웨딩드레스와 면사포 세트입니다. 연모하는 이가 있는 여성 캐릭터가 착용 시 절대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
“웨 웨딩···.”
“음. 당첨이구나.”
“당첨?!”
루디카는 웨딩드레스와 나를 번갈아 보고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음. 완전무결한 청결에 그에 따른 상태이상 저항이 있다. 저항값만으로 치면 신의 법의에 준하는 수준이다.”
“아. 아아··· 그렇구나. 실 성능이 좋다는 거네. 하지만···. 이걸 입고 싸우는 거야?”
“음···.”
그 망설임은 내가 해소해 줄 수 없다.
미안하구나.
“부럽다···. 저도 같은게 나올 수 있을까요.”
“마, 마치 황자님께 선물 받은 듯 한 웨딩드레스···. 크윽···. 이건 장로가문 협정 위반이에요···”
밀푀유와 레지나마저도 루디카의 뽑기에 부러움을 느끼고 있다.
음.
저 녀석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전장에 나가도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그럼 제가 뽑겠습니다! 나와라! 웨딩!”
그리 말하고 다음 타자인 밀푀유가 상자를 흔들자. 이번에도 금빛이···. 이어서 무지개빛이 폭사했다.
그리고 나온 것은. 한 벌의 갑옷.
“갑옷···이 나왔네요?”
“음. 갑옷이구나.”
“······.”
밀푀유는 묘한 표정으로 갑옷을 집어들었고,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몸통 부분이 없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어깨부분과 건틀릿, 그리브는 있는데요. 으, 음···? 이건 드레스? 아니. 갑옷인데?”
“······.”
아 그거구나.
음. 뭐 이것도 정석이긴 하지
【폭렬전투희의 드레스아머】
【2T】
【전투를 업으로 삼는 공주기사들이 입는 드레스 아머입니다. 노출도가 높아보이나 그 어떤 장비보다도 물리 방어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정면 가운데는 마치 원피스형 수영복 같으면서, 옆구리부터 뒤쪽은 하늘하늘한 드레스. 입은건지 벗은건지 헷갈리는 드레스 아머.
“서, 선배님. 저, 저 지금 이 갑옷을 입는 법을···. 떠올렸는데요. 서, 설마 제 예상. 예상대로 그렇게나 파렴. 파렴치한 옷···.“
“그건 넣어두도록 하자. 밀푀유.”
“네, 네헤···.”
현명한 밀푀유는 이 갑옷이 어떤 디자인인지. 입은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얼굴을 붉혔다.
미안.
상자는 남으니까, 나중에 하나 더 까보자.
다음은 레지나였다.
“어머나.”
“음.”
레지나는 네프티와 똑같이 금색 상자로 끝났고, 그 안에서 나온 것도 지금까지 나온 장비들 중에서 가장 사이즈가 작았다.
그도 그럴것이, 반지였으니까.
“물론 완전물리면역의 주문이 새겨져있는 반지지만···. 한 번 막아내면 반드시 깨지는게 문제구나.”
“아쉽네요. 하지만 아쉽지 않을 방법이 있답니다. 황자님께서 직접 제게 끼워주시면 어떨까요?”
그리 말하는 레지나.
뭐, 그렇게 해서 속이 풀린다면야.
망설이는 녀석의 손목을 낚아채, 오른 손에 끼워줬다.
“후후. 일단은 이걸로 만족하도록 할까요.”
어깨를 으쓱한 레지나는 반지를 낀 손을 꼭 끌어안고 물러났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이브 폰 로엔그린.
녀석은 양 손을 허리춤에 대고 흥. 하고 소리치며 앞으로 나섰다.
“저는 최고에요. 그러니. 당연히 제가 얻는 것도 최고겠죠! 자. 지켜보세요!”
“시끄럽고 개봉이나 하도록.”
“흥!”
그리 말하고 이브는 상자를 열었다.
금빛.
여기서 끝날 거라 생각했다만. 상자는 한 번 더 몸을 떨면서 무지개빛으로 빛났다.
허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
“어라?”
이윽고 빛나는 상자의 색은 보라색.
이 세상 다시 없을 찬란한 보라색이었다.
설마. 뽑았다는 거냐.
드랍율 0.003%의 아이템을 건졌다는 거냐.
그것도 한 방에 뽑았다고?
“보세요. 이 엄청난 마력. 이거에요. 된다고 했죠? 제가?”
윽. 으윽. 저 기만자 녀석, 녀석의 목을 동구 밖에···.
내가 주먹을 꽉 쥐자. 이브는 이내 진동을 멈춘 상자를 세상 다시없을 오만한 자세로 개봉했다.
그리고.
“······.”
“······.”
우리들 모두가 침묵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너무나도. 그 천 면적이 너무나도 적은 수영복.
말 그대로 마이크로 비키니.
아니. 좀 더 나아가서···. 슬링 샷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흰 색 수영복.
그야.
그야 그렇겠지.
메이드복. 웨딩드레스가 나왔으면, 그 끝에는 수영복이 나오는게 맞긴 하다.
“어, 어으. 으. 으···? 처, 천 쪼가리? 이, 이거. 이게···. 으, 으으···?”
“입을 건가?”
“안 입어욧!”
이브는 철썩 하고 수영복을 내던졌다.
그래. 아무래도 입을 일은 없어 보인다.
“아쉽군. 오늘 얻은 것 들 중 유일하게 신화의 격이라 부를 수 있는 방어구인데 말이다.”
“윽?! 시, 신화···.”
“최고급 물리 마법 저항은 물론,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으며, 바다 속을 지상보다 빠르게 걸어다닐 수 있다. 자동 수복 기능과 청결 유지 기능은 말 할 것도 없고, 마력 증폭 기능과 체력과 매력 강화. 마지막으로 자동 체형 보정도 있다.”
“체, 체형 보정···.”
그것 밖에 안 들렸냐.
“안 입을건가?”
“안 입는다니까요?!”
아깝네.
진짜 괜찮은 방어구인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