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21)
720. 궁극기
단언컨데 나는 파티원들과 참으로 많은 의사소통을 했다.
그들의 감정을 피부로 느끼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우리는 최고의 파티라고 자신할 수 있다.
마음 속 깊은 곳 까지 서로 공유하며, 숨기는 마음 따위는 하나도 없는 가장 완벽한 조직. 그게 바로 지금 내 파티다.
그렇기에 나는 파티원들에게 참으로 많은 지식을 공유했다.
지금은 제프린 학생회 원정조에서도 쓰는 ‘티어’ 즉. ‘신화’ ‘전설’같은 분류 방법 탱커 딜러 서포터. 같은 각종 포지셔닝 개념까지.
그 처음은 파티원들과 공유했으며, 파티원들은 울프람이 정한 개념은 편리하네요. 라며 편하게 받아 들여줬다.
여기서 의심이라도 하면 무척이나 곤란할 뻔 했지만, 울프람은 항상 그런 사고를 하는군요. 라고 아일라가 단정지었고, 다른 애들도 그러려니 한 느낌이 강하다.
그도 아니면, 이것도 하르크 폰 로엔그린의 위대한 계시로 퉁 친걸지도 모르겠다.
뭐. 어때.
신뢰와 신의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뭐.
아무튼 그것 말고도 게임에서 개념을 따온 것으로 이야기를 꽃피울때가 종종 늘었다.
그리고 오늘은 파티원 중에서 아일라와 루디카. 그리고 네프티가 모인 날.
원정의 이야기가 나오고 그리고 아일라가 내건 화두는 우리를 열띈 토의의 장으로 이끌었다.
“그러고 보니 골렘도 그렇고, 저희가 만난 여섯 문의 수장들도 그렇고, 무척이나 강하잖아요?”
“음. 그렇구나, 약하다고 하면 말이 안 되겠지. 적어도 전원 필티아 누나 급으로는 강하다.”
필티아가 들으면 뭐라고 한 소리 할지도 모르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란그리스가 필티아보다 약할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면 저희들도 충분히 강해져야겠네요. 초월종보다 강해진다···. 강해진다.”
“너무 서두를 것 없다. 내가 고른 파티원이다. 전원이 초월에 들어갈 수 있음은 당연한 거다.”
“고마워요. 울프람. 항상 그런 말이 의지가 돼요. 하지만 오늘. 이 순간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하려는 말은 조금 다른거였답니다.”
“호오. 뭐지?”
“그렇다면 저희들도 일격필살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압도적인 상대라고 해도, 맞출 수 있다면 쓰러트릴 수 있는 반역의 기술! 최강의 반역! 반역기!”
나는 잠시 입을 닫았다.
“오오···. 반역기입니까. 반역기···. 반역기? 차라리 격쇄기 어떻습니까? 격쇄기?”
“네프티. 격쇄기보다는···. 즉사기가 어떤가? 음···. 즉사기?”
네프티와 루디카는
자신이 이름 붙이고는 고개를 갸웃했고, 아일라는 반역기!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반역이라는 단어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봐라.
“궁극기 말인가.”
“궁극기!”
내 말에 세 사람이 눈을 빛냈다.
뭐 명칭은 여러가지 있다.
필살기도 그 중 하나다.
물론 반역기나 격쇄기는 없고 즉사기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아무튼.
“궁극기를 가지고 싶다. 라는건가?”
“네!”
생각해보면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궁극기는 뭘까?
우리 파티 내에서 궁극기가 명확하게 밝혀진건 이브랑 네프티 뿐이다.
사실 궁극기라는게 스토리랑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종의 각성기다보니, 둘의 궁극기가 어떤식으로 발현될지 잘 모르겠다.
예를 들면 본편 기준 이브의 궁극기는 본인 루트의 켈터스와 함께 단 둘만 쓸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유이한 스킬인 ‘신화의 재림’이다.
【신화의 재림】
【EX Tier】
【이 세상의 근간을 파고들어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수정하는 초월자의 궁극기입니다. 사용자 이브 폰 로엔그린은 ‘빛’을 매개로 다음과 같은 능력중 하나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1. 마신 하르크 폰 로엔그린의 마법을 1회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뭐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은 뱃살마신 폼포코 폰 로엔그린이 되어서 배북을 치면 자신의 물리 공격 랭크가 최대로 올라갑니다. 로 변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야.
지금 이 세상은 게임과는 다르게, 자신의 선택이 성장에 영향을 끼치고, 이브와 네프티도 내가 알던 캐릭터 그대로 가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네프티는 뭐···. 네프티 다운 기술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너희들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지?”
“반역적인.”
“수호할 수 있는.”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기술! 이라고 합창한다.
이 녀석들이 진짜···.
“그렇게 편리한 기술은 없다. 무엇을 배우던 깨달음이 필요하며, 아무리 재능 넘치는 너희들이라 한들 궁극기는 말 그대로 궁극이다. 너희의 길이 극에 달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손에 넣겠나.”
“그러면 울프람은 가지고 있나요?”
“흠.”
아일라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내 궁극기라.
글쎄. 굳이 따지자면···.
“공수 일체의 흐름. 그 어떤 적도 나를 공격할 수 없으며, 나의 공격은 모든것이 적중하는 이 전술 자체가 궁극기라 할 수 있다.”
“선배님. 그러면 정확한 기술은 없는거네요?”
“······.”
네프티의 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아니 그러니까.
“있다. 말했잖나. 공수일체의 흐름···.”
“그러면 내 움직임도 궁극이다만···. 울프람.”
“······.”
루디카의 폭행에 다른 쪽 주먹도 꽉 쥐었다.
이 녀석들이 진짜.
내가 한 번 둘러보자 녀석들이 헤실헤실 웃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속내를 파악했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궁극이라 이름붙은 기술을 손에 넣고 싶고, 그 길을 나와 함께 연마하고 싶어 나를 떠본건가?”
“네!”
대표로 아일라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알겠다. 따라와라. 철저하게 너희를 연마시켜주도록 하지.”
***
우선.
나는 이 녀석들을 이끌고 제프린 서부 산맥을 향했다.
황량한 돌 밖에 없는 산맥이지만 그래도 엄연한 산이었도, 우리 파티원은 별 군말 없이 나의 산행에 따라왔다.
“우선. 이 곳은 너희 셋의 수련에 최적화된 장소다. 지금부터 너희의 궁극기 수련은 이곳에서 시작해, 이곳에서 끝난다.”
“제 고향의 미니 사이즈 같네요! 그렇군요. 저에게 가장 마음이 편한 장소라 그런거죠? 마음에서 모든게 시작된다! 그런 깨달음! 전 좋아해요!”
“무슨 소리인가. 실전적인 이유다.”
내 말에 아일라가 굳었다.
이렇게 말하고 내버려두면 저 녀석이 상처를 입을 듯 하니, 짧게 설명하도록 하자.
“우선. 말해두지만 너희들이 궁극에 이를거라는 확신은 있지만, 그게 오늘 내일 상간에 이루어질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만약 오늘 이 도전이 힘들다면 포기하고 언제든 다시 해도 좋다.”
“울프람···. 우리를 그렇게 못 믿는건가?”
“선배님···.”
이런.
내가 오래간만에 엄하게 나가자 녀석들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상처를 주거나 꼰대처럼 굴려는게 아니라···. 진짜 궁극기는 진각성을 넘어서야 얻는거다.
이브의 신화의 재림은 최종각성을 이루어 낸 후에 노가다를 통해서 겨우 얻는거라니까.
그런데 너희들이 그렇게 쉽게 얻어버리면, 내 노력. 내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하지만···. 이런 걸 주절주절 설명하고 있으면 내가 왜 이브의 궁극기를 알고 있는지부터 캐물을거다.
그러니 보여 줄 수 밖에 없다.
힘으로 증명할 수 밖에 없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전법은 단순하다. 빠르고 치명적이지. 이는 루디카 핫산 샤도우의 전투 방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상대의 모든 공격을 흘리고, 이쪽의 모든 공격을 적중시킨다. 하지만 루디카 핫산 샤도우. 우리에게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마법이나 상태이상. 광역 공격에 대한 취약함.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압도적인 방어력을 가진 상대를 공략할 수단의 부재.”
루디카는 쓴웃음을 지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나와 루디카 핫산 샤도우가 가지는 고질병이다.
“하지만, 거기서 머무르고, 거기서 만족한다고 해서 불단불쇄석으로 만든 골렘이 혹시 기다려 준다고 하나?”
“그럴리가 없지. 그러니 우리는 도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나의 검은 단검. 울프람의 신화포식자. 그런것들 말이지.”
루디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답이다.
“하지만, 그런 도구를 사용할 수 없을 때. 우리들은 두 가지 판단을 한다. 첫째로는 도망친다. 둘째로는 틈을 봐서 도망친다. 뚫고 나간다는 선택을 할 수 없다.”
“······.”
“허나, 나는 그런 단정이 무척이나 싫구나. 무척 고깝다. 이 내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어째서 그저 단단하고 무거울 뿐인 적 앞에서 가로막혀야 하지? 태산이 나를 가로막은다 한들, 어째서 내가 비켜야 하냐는 말이다. 이 내가 걷겠다 한다면, 천하가 길을 비켜야 하는것이 도리다. 그것이 나의 패도다.”
그래.
막아서는 모든 것을 상대로, 나는 한 번도 도망 친 적 없다.
그저 싸우고, 또 싸웠다.
체력이 2일때도, 1일때도, 10이 된 지금도, 나는 적 앞에서 등을 보인 적 없다.
그러니까.
아마도 이게 울프람 폰 로엔그린.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이영진이 내놓은 답이다.
신화포식자를 집어던지고, 평범한 철검을 꼬나쥔 채.
절대로 돌파할 수 없는, 내 몸의 수 십배가 넘는 바위 앞에 섰다.
그리고, 한 번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검은 바위에 밀려 튕겨났다.
“······.”
뒤의 녀석들이 빤히 나를 바라본다.
나 참. 뭘 그렇게 빤히 보는지.
“이렇게 한 번 휘둘렀다고 바위가 무너지거나 으스러질리가 없지 않나.”
“아하하···.”
네프티의 마른 웃음이 울려 퍼진다.
그래.
한 번으로 안 된다. 한 번으로는 벨 수 없다.
그러면 한 번이 아니면 된다.
검으로 바위를 내려쳤을 때. 판정은 삼 단으로 나뉜다.
첫째. 검이 바위에 적중했다는 명중 판정.
둘째. 그 결과 바위와 검의 상호 데미지 양.
셋째. 데미지 계산 후의 판정.
검은 바위에 명중했고,
검과 바위는 서로 데미지를 입었으며.
바위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고 검은 튕겨난다.
자. 나는 게이머다.
당연히 기믹. 세분화. 판정. 캔슬. 그 모든걸 다 활용해보자.
예를 들면, 캔슬 타이밍의 조정.
“그렇다면 두 번이면 어떻지. 천 번이면? 만 번이면? 백 만 번을 넘어서면?”
한 번 더 가볍게 휘둘렀다.
검은 당연히 명중하고 바위와 검이 서로 충돌한다.
허나.
서로 데미지를 입은 그 순간 미세하게 손을 빼냈다.
그래. 이 부분이 캔슬 지점이다.
콤마 영 점 몇초. 아니 그 그보다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는 회수.
그 결과 서로 데미지는 입으나 판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검이 튕겨나간다는 결과값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때려넣는다. 그리고 다시 회수한다.
그것을 수 십 번, 수 백 번.
평타 캔슬이라 불리는 이 귀찮기 그지없는 행위를, 마이크로 컨트롤을 곁들여서 반복한다.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캔슬 지점을 헷갈리면 당연히 바위는 멀쩡하고, 내가 튕겨져 나간다.
허나.
서로간의 내구를 극한까지 갉아먹는다면, 그런 공격 타이밍을 얻을 수 있다면.
검을 휘두르고, 콤마 몇 초 사이에 회수한다. 다시 검을 밀어넣는 작업을 그저 반복한다.
그저 기계처럼 이행한다.
수 만, 아니 수 십 만 시간 같은 게임의 같은 플레이를 반복한다?
그건 반복 작업에 희열을 느끼는 정신이상자다.
그런 플레이어의 정점은 바로 나다.
쩌적.
까드드드득.
검이 우그러진다. 당연하다. 이 검은 옛저녁에 끝났다. 그 판정을 공세의 끝으로 미뤘을 뿐이다.
자 그럼.
바위는 어떨까.
그 끝을 모르고 검 한자루로 내려친 바위는?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귀를 찢으며, 먼지의 안개를 하늘 높이 피워 올리며 바위 또한 반으로 갈라진다.
종신완장. 친목척결자. 크리스마스에도 게임하는 남자. 구정에 용돈 대신 제프린을 플레이하는게 제일 기쁜 인간. 추석대신 추석이벤트를 기다리는 남자. 끝끝내 유령 카페가 되었음에도 홀로 남아 공략글을 갱신하는 D/Z SAGA의 광인.
기계처럼 이 게임을 반복하던 나만이 얻을 수 있는 극한.
카페에서 이름 붙이기 공모전을 했을 때 지어졌으나, 끝내 나밖에 쓸 수 없었던 기술.
“무신영진파(武神英進破)”
음.
역시.
완전 멋있는 이름이잖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