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25)
724. 회장이 회장에게
아니 애당초 마력 패턴으로 사람을 사랑하거나 하는 게 가능해? 사람의 취향이 외모나 성격이 아니마 마력 패턴이라고?
이브 폰 로엔그린의 황당한 지적에 눈을 가늘게 떴지만, 이브는 꽤 진심으로 나를 변태로 몰아가는 듯 했다.
“어쩐지. 아예 비인 취향이었다면···. 필티아 언니와 라이아 님. 엘피라네 님. 거기에 그랑펠리시에 님은 인간에 더 가깝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좀 더 정령적인···. 자연적인···. 믿을 수 없어. 그런 취향이었단 말이에요?”
“이브 폰 로엔그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후우···. 됐어요. 애당초 당신의 취향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죠. 하지만 인간의 범주 내에서 살아주세요. 황실 전체의 수치가 될지도 모르니까.”
“농담은 그 정도로 해라.”
“어머. 들켰어요?”
이브는 눈을 감고 혀를 빼꼼 내밀었다.
“뭐 하는 짓이지.”
“후우. 뭐 하는 짓이냐뇨. 당신이야말로 뭐 하는 짓이에요? 졸업이 얼마나 남았다고 매일매일 돌아다니기나 하고, 이번에는 무려 이틀이나 썼잖아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반드시요? 제프린의 서부 끝까지 가서 미인 정령왕을 한 명 꼬셔오는게 반드시 필요한 일인가요?”
“음. 반드시 필요하다.”
“믿을 수 없어. 쓰레기. 진짜 마력 패턴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거야···?”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지. 그 이상 나를 모욕한다면 나에 대한 적의로 간주하겠다.”
“아, 그래요? 좋아요. 어디 한 번 붙어보죠. 따라나오세요!”
등 뒤의 성광창. 그리고 나는 언제든 캔슬무빙의 태세를 갖췄다.
직후.
우리는 동시에 마법과 태세를 거뒀다.
“손님 앞에서 뭐 하는 건지 참. 죄송해요. 대지의 정령왕 샤르 님이셨죠. 보여드리기에 부끄러움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뇨. 남매란 그런 것이지요. 저도 바람의 정령왕과는 자매사이지만, 무척이나 사이가 안 좋답니다. 후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망나니가 제대로 보고만 하고 다녔어도···.”
“이브. 오늘따라 불평이 많구나, 원인이 있다면 말해라. 빠르게 해결하고 입을 다물게 만들어줄테니.”
“아 그래요. 그러면 이거나 받아요.”
“음?”
이브 폰 로엔그린은 나에게 휙 하나를 던졌다.
그것은···.
“졸업생 답사. 대표자. 울프람 폰 로엔그린?”
“네. 그래요.”
“······.”
농담인가? 라고 묻기에는 이브 폰 로엔그린의 얼굴이 더할나위 없이 진지했다.
“이브. 지금 4학년 마법학부 수석은 아일라다. 내가 할 일은···.”
“당신이 해야 해요.”
“······.”
눈을 살짝 감았다.
이건 졸업생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이룬 학생이 해야 한다.
우리 깃수 졸업식 답사를 내가 한다.
그리고 송사는 당연히···.
“송사는 제가 해요. 이브 폰 로엔그린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안녕이라는 말을 건네고.”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감사의 말을 건넨다.”
나와 녀석은 서로 빤히 바라봤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졸업생 답사는 졸업 깃수 중. 제프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을 뽑아요. 보통은 학년 수석이겠죠.”
“······.”
“하지만 이브 폰 로엔그린이···. 그리고 학생회 임원들이, 그리고 학생들이 정한거에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졸업생 답사를 해도 된다고 말이죠.”
“그런가.”
많이 바꿨다라고 생각한다. 제프린의 의복, 소모품 납품부터, 학생회 원정이라는 새로운 시스템. 포션의 지급. 제프린의 식사 사정까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 번 학생회장의 자리에서 쫓겨난 내가, 제프린을 대표해서 졸업생 답사를 해도 되는가.
그 점은 아직 의문이 남는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만년 2위에서 노력하고 또 노력해 지금은 부동의 1위. 그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지만, 반대로 모든 조직이 원하는 인재. 그녀가 걸어온 길은 입버릇인 반역처럼 위대했고, 늑대처럼 고고했어요. ”
“그래. 그랬다.”
“거기에 제가 아는 아일라 트라이스타라면···. 웃으면서 ‘울프람이 하는게 당연하죠. 저는 괜찮아요.’ 라고 하겠죠. 그녀는 웃으면서 권리를 포기하겠지만, 저희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에요.”
“그것까지 아는 녀석이···.”
“그러니까. 당신이 보여주면 되는 거잖아요.”
그리 말하고 이브 폰 로엔그린은 하나의 서류를 내밀었다.
그리 두꺼운 서류는 아니었고, 이브가 읽으라고 손짓했기에 집어 들어 펼친 그 순간···.
【황실 혈통에 어울리지 않는···.】
황실 혈통이 내 몸을 강제로 멈춰 세울 정도로, 강한 충격이 나를 강타했다.
진심인가.
진심으로 이런 걸 제안하는 건가.
문서의 제목과 내용을 요약하자면···
【마법학 제8학부 거리 재개발 계획】
【담당자(예정) : 울프람 폰 로엔그린】
“이브. 이브 폰 로엔그린. 진심으로 나에게 이 일을 맡기겠다는 건가?”
“하기 싫어요?”
“좋다 싫다 이전에, 어째서 이런 생각과 결과를 도출했는지 궁금해서 그렇다.”
“꼭 말해야 되나요?”
“이 거대한 공사를 수주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나도 움직일 수 없다.”
내 말에 이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4학년 중에서 제프린을 가장 크게 바꾼건 바로 나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상징적인 결과물이 필요하니까요.”
“지금까지 한 업적으로는 부족한가?”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웃으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당신 자신이 가슴을 펴고 말하기에는 부족하잖아요.”
“······.”
정곡을 찔렸다.
“그래. 나 스스로 가슴을 펴기 위해선 8학부 거리 전체를 부흥시키는 정도의 성과는 있어야겠지.”
“그러면 수락하는 건가요?”
“한 가지. 딱 한 가지 더 묻도록 하지.”
“뭐죠.”
“어째서 그렇게 답사를 시키려고 하는 것이지? 그렇게 생각한 심리적 근간을 모르겠다.”
“그걸 말해야 하나요?”
“말하지 않으면.”
“후우. 잠깐만 기다려요. 생각 좀 정리하고요.”
“······.”
기다려 줄 수 있지.
내가 잠시 침묵하고 있자. 이브는 새빨개진 얼굴로 허나 결코 거짓을 담지 않은 진실을 입에 담았다.
“저는 이브 폰 로엔그린. 학생회장이에요. 학생회장의 의무는 뭐라고 생각하죠?”
“제프린의 안녕과 밝은 미래. 그리고 다음 세대로 이어질 희망의 연쇄 작용. 그 분기점이자 하나의 마디다.”
“맞아요. 그리고 제프린의 안녕과 밝은 미래. 그리고 희망은 언제나 단 하나에요. 이 제프린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이죠. 입학부터 졸업까지. 희망찬 미래를 가슴에 품고 성장해 나가는 학생들. 그들이 대륙 전역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드는게 인공섬이자 교육기관 제프린을 만든 이유이자, 변하지 않는 전통이죠.”
“그렇다.”
“그리고 학생회장은 제프린의 모든 학생의 행복을 위해 제일 먼저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말이 길구나. 대체 무슨 이야기를···.”
“그러니까.”
이브는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쉬고. 떨리는 어깨를 진정시키고 나를 또렷히 바라보며 말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당신도 이 제프린의 학생이라는 이야기에요.”
“······.”
“그리고, 저는 학생회장으로서 당신의 행복을 응원해야 하는 입장이고요.”
“그러니까···.”
“원래라면 작년의 송사는 제가 아니라 당신이 했어야 했죠. 그러니까 적어도, 올해의 답사라도 당신이 하라는 이야기에요. 잔뜩 잘난척 하면서 제일 먼저 졸업장을 받으세요.”
두근.
크게 가슴이 뛰었다.
【황실 혈통에···.】
【황실 혈통에···.】
【황실 혈통에···.】
몇 번이고 황실 혈통이 가슴을 강제로 억누른다.
하.
그러니까 뭐야.
이브 폰 로엔그린이 지금.
내 행복을 위해 답사를 맡겼다. 라는 건가?
“학생회장령이에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전 학생회장은 제 8 마법학부를 개발.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업적을 이뤄내 오명을 씻고, 당당하게 이 제프린의 졸업생으로서, 제일 처음 그 졸업장을 품에 안으세요.”
학생회장령.
이는 본디 황실 혈통이거나, 그를 대리하는 인물이 다른 학생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대 명령권이다.
즉. 같은 혈통끼리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겠다. 이브 폰 로엔그린의 학생회장령. 전 학생회장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확실하게 명 받았다. 졸업 전까지 제8마법학부는 전에 없을 정도의 번성한 모습이 될 것이며, 나는 그 사실을 긍지 삼고 이 제프린을 떠날 것이다.”
“그럼 됐어요. 후우···. 이거 한 번 전해주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린 건지. 아무튼 나가서 일 보세요. 앞으로 몇 달 남지도 않았는데 느긋하게 있을 틈이 없잖아요?”
“그렇군. 알겠다.”
평소처럼 학생회실을 나서기 직전.
문득 떠오른게 있어 나는 뒤로 돌았다.
“뭐에요. 할 말이···.”
말로 하지 않았다.
그저.
저 아둔하고 멍청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무거운 의무를 양 어깨에 지고 빛나며, 올곧은 학생회장에게.
까딱.
아주 작게 목례했다.
“?!”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의에 이브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
편의점으로 돌아가는 길.
내 옆을 미끄러지던 샤르가 말을 걸었다.
-남매간의 사이가 좋군요.
“허튼 소리. 남매란 본디 사이가 안 좋은 법이다. 너도 바람의 정령왕과 사이가 안 좋다 하지 않았나.”
-후후. 그야 그랬죠. 하지만, 지층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쌓일 만큼 살아보니 그렇게 서로 말싸움을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것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공감대의 형성이군요. 저는 오늘 인간을 하나 알게 된 기분이 들어요.
“쯧.”
-뭔가 엄청난 임무를 받았다. 라는 건 알겠는데, 저와의 약속도 잊으시면 안돼요?
“알고 있다. 태초의 토파즈를 얻고 싶다는 것이었지.”
-네. 그게 있다면···. 저희의 갈증도 상당량 해결되겠지요. 마력돌을 집어넣는 것 만으로도 대지의 마력돌이 되어 나오는 물건이니까요.
뭐.
무색의 마력을 정령력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내가 그 정보를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나는 보수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보수 이야기를 제대로 안 했네요. 무엇을 가지고 싶으신가요?
내가 가지고 싶은 거라.
지금 제프린에 제일 필요한 것은 역시 무력이다.
“절명진(絶命陣)을 짤 것이다.”
-절명진?
“몬스터들이 들어오자마자 수 없이 많은 함정에 쳐박혀 죽어버리게 되는 진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함정을 깔거나, 양 옆에서 대지가 솟아나 절벽이 되고 몬스터들을 감싸 짓이겨버리거나, 갑자기 눈앞에 낭떠러지가 생기는 등···. 말이다.”
-아아···. 대지를 이용해 군세를 묻어달라는 이야기군요. 피와 뼈의 지층을 늘려달라는 거죠?
“음. 그렇다.”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저희는 대지의 정령. 그리고 저는 그 정령들의 수장. 지층에 피의 마력이 느껴지는 건 조금 지저분하지만···. 예. 태초의 토파즈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안하도록 하죠.
“그거 좋군.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전투가 있을 것이다. 그 때 까지 토파즈를 얻고···. 동시에 전투의 참여를 부탁하도록 하지. 한 달이면 끝날 전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태초의 토파즈는 어마어마한 보물인데···. 고작 몇 번의 전투로 받기에는 제 마력의 순도가 조금 걸리는걸요.
마력의 순도.
양심 이야기인가.
아무튼 저쪽에서 더 내준다는데 내가 뺄 필요는 없지.
애당초 태초의 보석이 모든 속성 다 필요한 건 아니다. 나는 루비 하나만 있어도 괜찮다.
“그렇다면 샤르. 너의 힘을 계속해서 빌리고 싶다. 8구역의 토지 개간도 그렇고···. 이 제프린 밖으로 나갔을 때도 그렇다. 약 백 년 정도 힘을 빌려다오.”
내 말에 샤르는 잠시 말풍선을 껐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되물었다.
-인간의 수명은, 당신들 셈법으로 백 년 정도였죠?
“그렇다.”
-그렇다는 건 저보고 평생 곁에 있어달라는 이야기인가요?
“기간으로 치면 그렇게 된다.”
-울프람. 울프람 폰 로엔그린.
“음?”
-인간과 정령 사이에는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아니.
이 녀석들이 진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