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29)
728. 히든 캐릭터
번성하고 번창하라.
21세기 한국에서 내가 이루지 못했던 꿈.
편의점 사장님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삶.
처음에는 유통마트의 점장 수준의 삶을 살려고 했으나, 인간의 꿈이란 끝을 모르는 법. 서부 개척과 함께 전 세계의 유통망을 주름잡는···. 폐기로 명란마요삼김이 나오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종횡무진 힘쓰고 있다.
뭐.
이 연인의 거리 또한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겠다.
출산율이 올라야 편의점에도 손님이 생기는 법 아니겠는가.
가만. 생각해보자.
편의점으로 인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품질의 식사를 공급받을 수 있고, 싼 값에 열차를 제공함으로서 오지에서도 조금만 나오면 병원에 다닐 수 있고···.
영유아 사망율이 줄어들고, 식생활이 개선되며, 철로가 깔려 운송이 편해진다면?
그런가.
나는 이미 이 세계의 구원자가 되어가고 있는가.
“뭐.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게 그리 쉬울리는 없다만.”
그래.
거기까지 가면 허세에 과대망상이다.
하지만.
편의점 덕분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거나.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 덕분에 밤새 복통에 시달리지 않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그 정도의 감사 인사를 듣는 것이 내 목표다.
이 연인의 거리도, 행복해진 연인들이 나중에 내게 아이가 잘 컸다며 엽서라도 한 장 보내준다면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나 자신을 고평가 할 생각은 없지만, 그 정도의 보람 정도라면···. 기대해 봐도 괜찮지 않은가.
그리 생각하고, 연인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다른 연인들의 의견도 받아 공원의 공용 화장실이나 노점상등을 설치. 꽤 호평을 얻고 있다.
물론 이제야 개발이 시작된 이 8학구에서 일하자고 하면 다들 꺼리겠지만, 그건 스피카의 골렘으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짐을 나르고, 길을 안내하고, 물건을 판매하고, 경비를 선다.
그 정도만 골렘으로 완전 자동화가 이루어지면···. 설령 사람들이 일하러 오지 않아도 8학부는 금방 커갈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이제 막 썸을 타기 시작한 이들을 위한 거리. 연인으로서 겨우 싹을 틔운 이들의 거리를 만들어서, 이 8학부 전체를 사랑이 넘쳐나는 곳으로 만든다.
평일에는 올 수 없어도, 주말 낮에 연인의 손을 잡고 놀러오기에는 아주 좋은 곳. 제프린 유일의 데이트 스폿.
원래.
놀이공원이나 연인의 거리 등. 관광지에서는 시세보다 조오금 더 물건을 비싸게 팔아도 지갑을 여는 법이다.
잘 생각해봐라 연인이 옆에 있는데 남자라면 폼 한번 잡고 싶지 않겠나.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한 번 지르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법이다.
“지금의 투자는, 언젠가 큰 수확으로 돌아온다.”
거리 하나를 새로 시공하는 일이다. 돈이 적게 들어갈리가 없다.
이것저것 발주하고, 업체를 모으는 것 만으로도 내가 편의점 사업으로, 이권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의 상당부분이 들어가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 거리는 내 영원한 수입이 될 것이다.
“어디. 그러면 한 번 더 거리를 돌아볼까.”
어젯밤에도 방황하는 연인 한 쌍을 격려했다.
이제 낮에는 민심을 돌아볼 시간이다.
“조금 늦긴 했으나, 완전히 늦지는 않았을 터다.”
낮도 밤도 아닌 오후 시간.
편의점을 나와 우선 세계수 앞을 거닐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학생이 보였다.
살랑거리는 금빛 머리는 로엔그린의 머리보다 더욱 밝게 빛난다.
귀가 뾰족한 것을 보면 인간은 아니다. 틀림없이 엘프다.
엘프 여학생은 그 뒷모습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예상이 갈 정도였다.
그만큼 완벽한 조형.
신이 빚은 뒷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곳에 홀로 기도를 올리러 온 학생이라. 드문 일이구나.”
그대로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일부러 말을 걸었다.
이내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소녀가 일어나 뒤로 돌아 이쪽을 바라봤다.
【하늘이 빚은 미형에 의한 강제 매료가 발동합니다】
【악의는 없습니다. 오토 카운터를 발동하지 않고 무효화합니다】
【황실 혈통에 의해 모든 정신적 간섭과 매료의 ‘완전 무효화’가 성공합니다】
“실례했습니다. 고향에서만 보던 세계수님을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잠시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런가.”
역시나.
이건 또 희귀한 캐릭터가 납셨군 그래.
“네. 기도를 올렸으니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녀석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내 곁을 스쳐지나갔다.
어쩔까.
잡을까 말까.
잡으면 재밌지만 귀찮고,
안 잡으면···.
아마 높은 확률로 저 녀석은 불행해진다.
안 그래도 최근에는 바쁜데, 귀찮은 일을 하나 더 늘리기도 그렇고 말이야.
응 잡지 말자.
그냥 내버려두자. 그냥 버리는거야. 녀석 하나 불행해지면 어때. 내가 편한게 최고 아닐까.
“홀리우드가문의 여식 에스텔 홀리우드. 맞나?”
“네. 맞습니다.”
에메랄드를 깎아 만든 녹색 눈동자. 살랑거리는 긴 금발. 하늘이 빚어낸 육신
그래.
오직 아름다움만큼은 이 제프린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공식 설정’에 맞게,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물론 지금 그 얼굴은 폭군 황자를 경계하느라 살짝 경직되어있지만 말이야.
“음. 그리 경계할 필요 없다. 너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너의 그 능력은 나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
“능력···.”
“세상 모든 것에 사랑받는 저주 말이다. 크게 걱정하지 말도록.”
녀석이 움찔. 몸을 떤다.
“에스텔 홀리우드. 강의도 거의 나오지 않고 제프린 명부에 이름만 올린 엘프의 왕족. 허나 그 피도 눈물도 없는 교수들마저도 너의 결석은 전부 이해해주고 있지. 그 이유는 단 하나. 에스텔 홀리우드는 ‘타 학생의 면학을 해친다.’”
“누구···시죠? 저를 아시나요?”
“음. 너를 아는 듯 떠벌여놓고 자기 소개가 늦었군. 울프람.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다. 이 제국의 황자를 하고 있으며, 전 깃수 학생회장. 그리고 지금은 이 세계수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로엔그린···. 황족 분이셨군요. 홀리우드 가문의 에스텔. 인사 올립니다. 그런데···. 세계수의 보호자라니, 황족이시면 인간 아니신가요?”
“그렇다. 인연이 닿아서 말이다. 이렇게···.”
내가 세계수에 손을 내밀자, 세계수 또한 내게 가지를 내밀었다. 마치 내 손을 잡듯.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가지 끝에 금빛 작은 열매가 열리며, 내 손 위에 툭 하고 올려놨다는 것.
이게 바로 세계수의 작은 열매.
3T이하의 모든 상태이상을 치유하고, 체력과 마력을 절반 회복시켜주는 능력을 가진 보물.
“세, 세계수님께서 열매를···.”
“세계수가 가지를 뻗어주거나, 열매를 내어주는 것. 어느쪽도 자신의 보호자가 아니면 하지 않는 일이지. 의심은 풀렸나?”
“아, 네···. 일족의 의무를 대신 짊어져 주신 것에 일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 올립니다.”
“감사 인사만으로는 조금 모자라구나.”
“네, 네?”
“무얼. 그리 대단한 것을 바라는게 아니다. 보통 엘프의 기도는 해가 차오르는 새벽이나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올리는 법. 이런 어중간한 시간에 하이엘프가 세계수를 찾아 기도를 올린다···. 흥미롭지 않은가.”
“······.”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말이다. 어떤 기도를 올렸는지 들려주지 않겠나.”
내 말에 에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창백하게 질리고, 몸을 살짝 떠는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금발을 하고 있고 나쁜 사람처럼 보여도,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란다.
자. 편의점에서 마실것이라도 들면서 나에게 전부 이야기 해주지 않으련?
***
에스텔을 편의점에 안내하고, 세계수의 잎으로 끓인 차를 내왔다.
보통 엘프라는 종족은 어째서 발이 뿌리처럼 박혀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를 좋아한다.
특히 세계수의 잎차는 엘프의 왕녀인 그녀도 몇 번 마시기 힘든 일품일 터.
“이렇게나 귀한 차를 내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아. 혹여 제 능력 때문에 무리하신거라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아니다. 말하지 않았나. 나에게는 너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
“제 능력을···. 아시나요?”
알다마다.
얘는 리아 롯테와는 다른 느낌의 토템이다.
별명은 토템 에스텔. 혹은 트로피 에스텔. 뒤쪽은 조금 멸칭이지만 말이야.
【하늘이 빚은 미형】
【1T】
【세상 모든 것에 사랑받게끔 조형된 육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성에게서 사랑을 받기 쉬운 체질입니다. 모든 상처는 강제적으로 흉터를 남기지 않고, 무엇을 먹든 체형이 고정됩니다. 하늘이 내린 수명을 다 할 때 까지 그 아름다움이 퇴색될 일이 없습니다. 보스를 제외한 모든 몬스터를 비선공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호감도를 올리기 쉽습니다.】
“하늘이 빚은 미형. 너무나도 끔찍한 저주받은 능력이지.”
“아. 저, 저주라니.”
“음. 아닌가? 모르는 이들에게서 매일같이 사랑 고백을 듣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었나. 보고서에 있던 것과 다르군.”
“보고서?”
“이래봬도 전 학생회장이라서 말이다. 주요 인물의 정보는 모두 머릿속에 넣고 있다.”
검지로 머리를 가리켰고, 그제야 에스텔은 경계를 풀었다.
음. 좋아요.
학생회장 명분 만만세다. 대단한 녀석은 ‘너는 대단하니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단다.’ 대단하지 않은 녀석은 ‘지금은 대단하지 않지만 특이한 것을 느꼈단다.’ 라고 퉁치면 내가 그 녀석들을 만나기도 전에 왜 알고 있었는지 전부 해명이 된다.
“아무튼. 황실 혈통이 고작 하늘이 빚은 미형 따위에 흔들릴리 없지 않나. 위대하신 선조님은 삼백 년 전 삼계를 정벌하시고 중간계의 독립을 해내셨던 분이다. 고작 하늘 따위가 인간의 정순한 피를 넘어설 수 있겠나.”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네, 그러면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에스텔은 코 끝으로 잎차의 향을 즐기고, 입술로 첫 감촉을 즐기고, 입에 머금고, 세 번 나눠 삼켰다.
엘프들의 예법인가. 정중한 거봐라.
우리들 중에서 엘프는···.
눈이 맛탱이가 가서 꽃밭에서 사람 찌르려고 하는 파티원 마법사 하나랑···. 이미 도시에 나가서 원룸 구해서 일끝나고 술 한잔 하는 게 낙인 파티원 기사 한 명···.
진짜 우리 파티 엘프 풀이 박살났네.
“차를 즐기는 와중에 미안하다만, 그래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나? 무엇 떄문에 이런 묘한 시간에 세계수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지?”
“그것이, 세계수님께서 이 제프린에 뿌리를 내렸다고 하셔서 급하게 찾아왔을 뿐입니다. 예법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뵙고 싶었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아니 괜찮다. 엘프의 왕녀가 예법을 잊을 정도라면 그만큼 큰 고민이 있겠지. 들을 수 있겠나?”
“그것이 다른 분께 밝히기 어려운 개인적인 고민이라”
“네 그 저주받은 체질과 연관 된 것인가?”
에스텔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최대한 숨기려고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단 말이지.
이 에스텔이라는 캐릭터는 서브 히로인이었으니까.
아마 루트 진입 조건이 켈터스가 정신계 상태이상 무효 아이템을 들고 있을 것. 이었다.
이 녀석은 천형(天刑) 즉. 자신의 특질을 저주한다.
그야 말 몇 마디 나눈 남자가 전부 고백하고 사랑한다고 달려드는데 보통 미칠 지경이겠나.
그래서 루트 진입 조건이 켈터스가 이 녀석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는 것. 넘어가는 순간 루트는 강제로 폐기.
기억난다.
루트 진입시 대사가 그러니까···.
-켈터스 기사님. 당신은 제가 알던 사람들과 조금 다른 것 같군요. 당신이라면 믿고 이야기 할 수 있겠어요.
였지.
“그렇군. 저주받은 체질이라 들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고백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남자들이 가득하다던가.”
“잘, 알고계시네요.”
“하지만 나는 아직도 너에게 연심을 느끼거나, 그 무엇도 맹세하지 않았다만.”
“아···.”
“뭐. 이야기하기 싫다면, 차만 마시고 돌아가도 된다. 오후의 세계수 앞은 네 전용으로 비워두는 것도 가능하다. 기도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성이 풀릴 때 까지 기도하도록.”
“······.”
에스텔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이쪽을 보고, 살며시 웃었다.
“울프람 황자님. 당신은 제가 알던 사람들과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황자님이라면···. 믿고 전부 털어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음. 그런가.”
경계심이 좀 풀렸다.
이 에스텔은 내가 모르는 어떤 설정을 풀어줄까. 나도 기대된다.
그런데.
지금 뭐라고 했지?
“우선···. 저를 둘러싼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아니 지금 뭐라고···.”
내가 되물었지만, 마치 내가 들어주길 바란다는 듯, 에스텔은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방금 이상한 말 하지 않았니.
마치.
루트 돌입시에나 할 법한 말 하지 않았냐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