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37)
736. Irony
그레이트 코볼트 두 마리를 처치한 이후, 레지나는 내 옆에 딱 달라붙었다.
뒤로 물러나라고 해도 듣지 않고, 바로 옆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며 걷는다.
그러다가.
“아!”
“조심하도록”
발을 헛디뎌 넘어지려고 하는 녀석의 손을 잡아 세웠다. 걸을 때는 핸드폰 화면 안 보고, 앞만 보고 걷고 횡단보도에서는 손들고 지나가라고 배웠어 안배웠어.
“가, 감사합니다.”
동굴 안이라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녀석의 얼굴이 빨개진 느낌이 들었다.
뭐, 옆을 보고 걷다가 넘어질 뻔 했으면 부끄러울만도 하지.
그것보다.
“피가 나지 않나. 이 상태로 계속 걸었나.”
“네? 아···. 그, 그렇네요.”
“아프지 않았나.”
“아팠답니다.”
“어째서 말하지 않았지.”
“아픈것보다 여기를 빠져나가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답니다.”
“······.”
구두의 굽이 뜯어져나가 덜렁거리고, 그 상태로 계속 걸어 발목에도 부담이 왔다. 발목쪽이 쓸려 흰색 양말 위로 피가 번져나온다.
어둠속에서도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선홍색.
다른 파티원중 누가 더 합류할지, 누가 봉인 상태일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눈 앞의 파티원을 신경써야 할 때다.
어쩔 수 없지.
퀵 크리에이트로 의자를 만들고, 그 위에 실크를 깔았다.
“앉아라.”
“네? 네.”
레지나를 앉혀놓고 발등에 포션을 부었다. 가벼운 찰과상이라 다행이다.
“아픈가.”
“아뇨. 많이 편해졌답니다.”
“그 신발로는 못 걷겠군. 조금만 기다리도록”
“네? 아, 안돼요. 황자님. 아직 그런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르다. 뭐가 말이지?”
“구, 구두가 망가진 레이디를 업는 기사님 이야기처럼 저를 업으실 생각이시죠? 제 시녀도 아가씨가 그런 걸 읽기는 조금 일러요. 하고 책을 압수했답니다. 그러니까···.”
“너와 나의 키는 거의 같다. 내가 너를 업으면 거의 질질 끌릴 거라 생각한다.”
“네?”
“지금부터 걷기 편한 구두를 만들테니 기다리라는 이야기다.”
레지나의 망가진 구두를 손에 쥐고, 방어구 제작을 돌렸다.
스킬 티어는 그대로라 다행이다. 이내 구두가 변형되고, 굽이 낮으며 실용적으로 걷기 편한 단화가 만들어졌다.
【4T】 【스태미너 소모 감소】 【이동속도 증가】 【자연치유 중】 깨알같은 옵션이 붙었군.
그리고 레지나에게 신발을 신겨줬다.
“혼자서도 신을 수 있습니다.”
“장하구나.”
그러고보면 이 나이대 어린애들 신발도 참 많이 신겨줬지. 영진이 형 신발 신겨조! 하면서···. 그립네.
희망의집 시절 동생들에 비교하면 레지나는 착하고 귀여운 편이다.
“배는 안 고픈가?”
“괜찮답니다.”
그리 말하는 레지나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식사도 해야겠군. 조금 기다려라.”
“네, 네···.”
***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결 걷기 편해져서 그런지 녀석의 발걸음이 가볍다.
“황자님께서는 제작계 마도구를 가지고 계신건가요?”
“아니. 순수한 능력이다. 너에게 늪의 마력이 있듯 나에게는 제작이 있다.”
“대단하세요. 역시 소문은 믿을게 못 되는군요.”
“소문?”
“황자님께서는 그러니까···. 황실에서 나쁜 소문이 돌아서 그러니까···.”
“어리광쟁이에 나쁜 짓만 일삼는 황자라고 알려져 있었나.”
레지나는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아니 뭐.
설정상 이 시기의 울프람은 안하무인 잼민이 그 자체지.
하지만 본인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기에는 천사 레지나의 양심이 콕콕 찔렸을거다.
아니 지금 내가 뭐라고 했지? 천사? 레지나 시엘라를 상대로?
“파혼 이야기도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나.”
“하,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아버님한테 말씀드릴게요. 저는 파혼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쉿. 앞에 몬스터가 있다.”
레지나를 가로막듯 앞에 섰다.
저 어둠 너머에서 살기 어린 낮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동시에 코 끝을 간질이는 혈향.
이 던전의 몬스터는 보스가 어디선가 불러온 녀석이다. 공통점은 동굴의 주인에게 충성하는 놈들이라는 것.
그러니 서로 싸워 피를 흘릴 일이 없다.
그러니 놈의 혈향이 누구의 것인지 생각하면···.
“쯧.”
파티원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자마자 몸이 튕겨져 나갔다.
신화포식자를 쥐었다. 놈이 울부짖는다. 감히 무슨 권한으로 나를 쥐냐고, 손이 타오른다. 괜찮다. 아프지만 괜찮다.
“나갔을 때 용광로에 집어던지기 전에 내 말을 듣도록.”
그 말에, 신화 포식자의 반항이 조금 줄어들었다.
뽑아들고 몬스터의 배 아래로 낮게 달려 검을 치켜들고 미끄러졌다. 사족보행의 몬스터. 이름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놈의 배 아래를 훑어 그대로 잡아 찢었다. 피와 함께 기분 나쁜것들이 쏟아져나온다. 몸이 피칠갑이 된다. 중요하지 않다.
바로 자세를 일으켜 주변을 훑었다.
가장 중요한 파티원을 찾았다.
없다.
피투성이가 된 파티원도, 그 흔적도 없다.
아니. 자세히 보면 핏자국은 저 멀리서부터 시작해 이쪽으로 이어졌다.
즉.
이 녀석은···.
무언가를 피해 도망쳐 왔다?
“아!! 내 사냥감!”
그리고 저 너머에서, 앳되지만 실로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흰색과 보라색의 투피스. 허리 아래까지 오는 장발, 그리고 자수정의 눈.
생기가 가득하고 얼굴에는 흙검댕이 묻었지만 그 눈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이쪽을 보면서 척하니 삿대질을 하는 손 끝에는 흑수정 하나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딱 봐도 알 수 있다.
아일라.
아일라 트라이스타.
그런데 뭐라고 했지?
“사냥감?”
“맞아! 내가 사냥하고 있었는데!”
그리 말하며 녀석은 살짝 볼을 부풀렸다.
그 모습이 귀엽기 그지 없지만···.
내가 말 그대로 갈아버린 녀석을 사냥감이라고?
대체, 이 녀석도 어떤 유년기를 보낸거야?
“사냥감을 빼앗아서 미안하군. 그래서 네 이름은 뭐지?”
내 물음에 어린 아일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내 이름을 몰라? 모를리가 없는데?”
“······.”
아일라 녀석. 혹시 기억이···.
아니 그럴리 없다. 그런 편의주의적인 전개가···.
“이 트라이스타 영지에서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줄은 몰랐어. 내가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줄이야.”
우리 아일라는 어릴때 자의식이 참 높았구나.
“미안하지만 여기는 트라이스타 영지가 아니다.”
“응? 무슨 소리야. 여기는 광산이고 우리는 조난된거잖아? 괜찮아. 나는 조난도 익숙해. 금방 내가 출구를 찾아줄게! 너희같은 어린애가 왜 여기서 조난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일라 트라이스타. 마력을 퍼트려서 주변을 확인해봐라.”
“응!”
그리 말하고 아일라는 손을 뻗었다.
실처럼 가는 마력이 퍼져나가 주변을 탐지한다. 어릴때부터 이 정도의 재능이 있었는가.
그리고 한참을 탐지하던 아일라는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어디야?”
“······.”
“······.”
나와 레지나는 동시에 침묵했다.
그렇군.
어린 아일라는 이런 성격이었나.
***
우리 셋은 잠시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제국 황자다.”
“그 분의 피앙세 되는 레지나 시엘라. 시엘라 가문의 장녀랍니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트라이스타 가문의 장녀고 차기 가주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레지나가 스스로를 울프람의 약혼녀라고 밝히고, 아일라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아 복잡하기 그지없는 울프람의 어린시절이여.
“시엘라···.”
“트라이스타···.”
서로가 서로를 빤히 바라본다.
뭐지.
울프람의 약혼자가 레지나일때도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고, 그런 설정은 들어본 적 없는데.
“서로 아는 사이였나?”
“모르는 사이지만 아버님께서···.”
“시엘라 가문과는 친해지지 말라고 했어.”
서로 머뭇거리며 시선을 피한다.
그런가
두 사람은 서로에게 별 다른 감정은 없지만 어른들에게서 그렇게 배운건가.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어른들이 신이다.
스스로 판단하기 전에 어른의 판단을 우선해서 믿는다.
“서로 보기에,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아뇨. 그건 아닌데···.”
“응. 그건 아니야···.”
두 사람은 다시 머뭇거린다.
음.
어떻게 보면 레지나와 아일라는 태생부터 상극일지도 모르겠다.
“움직이도록 하지.”
“네, 네. 황자님.”
“응.”
뭐, 어차피 사그라들 하룻밤의 꿈이다.
너무 크게 이입하지 말도록 하자.
***
그렇게 우리 파티는 셋이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어른일때라면 일렬로 걸었겠지만, 어리니까 또 나란히 걸을 수 있네.
“그러니까. 조난 당했을때는 제일 우선 세 가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밥을 가지고 있자! 울지 말자! 이것만 있으면 되는거야!”
“그렇군요. 울지 말자는 왜 껴있나요?”
“울면 더 힘드니까. 그리고 울면 많이 슬퍼지잖아? 그러면 못 걷게 돼. 슬프거든.”
“그렇군요···. 조난 당했을 때는 울지 말자···.”
“맞아!”
이후.
나를 가운데에 끼고 아일라와 레지나는 서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배가 고플 수 있으니 먹을걸 항상 들고다니고, 울지 말고, 그리고 할 것만 하자···. 이건 뭔가요?”
“예를 들면 저 멀리서 빛이 보이는데, 그 사이에 몬스터가 잔뜩 있으면 그 몬스터와 싸울 생각을 하지 말 것!”
“그런가요? 몬스터를 물리치면 나갈 수 있는데?”
“응. 몬스터에게 한 대라도 맞으면 위험해 질 수 있으니까···. 나도 많이 사냥해 본 건 아니지만···. 아무튼! 확실하게 이건 할 수 있어. 저건 할수 없어를 정해놓고 할 수 있는것만 해야돼.”
“그렇군요···. 자신의 한계를 확실하게 알아라···. 이것도 귀중한 정보네요.”
뭐지.
이 녀석들 왜 이렇게 죽이 잘맞지.
아니 아니다.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두 사람. 일단 조용히 하도록. 눈 앞에 몬스터가 있다.”
“네. 황자님.”
“앗, 진짜 몬스터다.”
레지나가 내 바로 뒤에 숨는것과 반대로 아일라는 내 옆에 섰다.
“아일라. 잘 싸울 수 있겠나.”
“동굴의 몬스터랑은 몇번 싸워봤어. 황자님은?”
“저 정도 몬스터라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두 마리의 그레이트 코볼트를 바라보며, 나와 아일라는 자세를 잡았다.
어린 아일라가 얼마나 잘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까도 한 마리를 처리했으니 이번에도 큰 문제 없겠지.
“내가 오른쪽. 황자님이 왼쪽.”
“알겠다.”
나와 아일라는 동시에 땅을 박차고 코볼트에게 달려들었다.
촤악.
정확하게 다섯 번 휘둘렀다. 놈의 발톱을 막아내는데 한 번, 반대쪽 손으로 단검을 들어 겨드랑이 아래쪽을 쑤시는데 한 번, 물러서려는 놈에게 달려들어 가슴팍을 한 번, 그 상태로 엉망진창으로 베려는 녀석의 팔꿈치 아래 쪽부터 길게 한번. 마지막으로 포효하는 녀석의 목 아래를 한 번.
그 결과 코볼트는 피를 쏟아내며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아일라는 어떻지.
“【흑수정】 【흑수정】 【흑수정】”
음.
제대로 싸우는 모습은 아니다.
애당초 메인 스펠 이후 보조 스펠을 추가하는쪽이 마력 효율이나 영창 속도면에서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지금 아일라는 흑수정 외에는 쓸 수 없는 모양.
메인 스펠만 계속해서 쓸 경우, 당연히 영창 속도에 차이가 있어 상대에게 필연적으로 틈을 내준다.
코볼트의 눈이 빛난다. 틈을 봐서 아일라를 공격할 생각이다.
“윽, 【흑수정】!”
근거리에서 몬스터와 조우해서 그런지 평정심을 잃었다. 이건 내가 도와야···.
그리 생각하고 달려나가려는 그 순간.
“【늪: 제어 : 속박】”
나보다 빠르게 레지나의 영창이, 코볼트를 묶었다.
그리고.
아일라의 흑수정이, 코볼트의 가슴께를 뚫으며, 코볼트의 시체가 멀리 날아가 벽에 꽂혔다.
그레이트 코볼트를 처리한 두 사람은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짜악! 소리가 날 정도로 손뼉을 치고는, 바라보고 웃었다.
아일라는 레지나의 어깨를 잡고는 방긋방긋 웃었다.
“너! 대단한데! 내 부하가 되는게 어때? 잘 해줄게! 무려 부하 1호야!”
“싫어요. 부하는 되고 싶지 않아요.”
“그, 그렇구나.”
“대신. 친구라면 되어드릴 수 있어요?”
“친구?”
“네. 후후. 어떠신가요?”
“그게 더 좋아! 부하 1호보다 친구 1호가 더 좋아!”
“네. 저도 첫 친구에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일라”
“응. 레지나!”
그렇게.
부모가 강제로 선을 그었던 두 아이는, 서로를 마주보고 첫 친구가 되었다.
“······.”
이 두 사람이 친구.
그것도 첫 친구라고?
이런 미래가 있을 수 있었단 말이냐···?
그러면 대체 지금은 뭐가 어떻게 꼬여서 이렇게 된 거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