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46)
745. 대사부
이브 폰 로엔그린은 울프람이 어딘가 끌고가지 않는 한 보통 인도어 생활을 한다.
그녀의 성정 자체가 인도어파인 점도 있지만, 서류 업무가 대부분인 탓에 학생회장실을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매일 도장을 찍고, 서류를 읽고, 누군가에게 지시를 한다.
이브 본인도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운명에서 겨우 눈을 돌리고 있다.
분명. 살이 찔지도 모른다.
아직은 괜찮은 것 같지만, 단 것을 자주 먹고 데스크 워크를 하면 아무리 육체, 정신, 그리고 마력적으로 우월한 황실 혈통이라고는 하나 분명 살이 찔 것이다.
물론 이브는 아직은 괜찮아라며 눈을 돌리고 있지만, 체중계의 눈금이 점점 우상향 하는 것은 그녀조차 비틀 수 없는 진리다.
그렇게 바쁜 이브 폰 로엔그린은 그나마 학생회장실에서 맨손 운동이나 스트레칭 정도는 하려고 하지만, 좋은 운동을 하려면 정신또한 말끔해야 하는 법.
결과적으로 그날의 스트레칭도 맨손 운동도 모두 날아갔다.
그건 바로, 이브를 그나마 외부로 꺼내 굴리면서 운동을 시킴과 동시에 그녀의 모든 스트레스의 주범이기도 한 남자. 울프람 폰 로엔그린 때문이었다.
【동호회 하나를 구했다. 아류 검법 동호회. 구제할 길 없는 쓰레기들이었지만 부장은 괜찮은 편이고 부원들은 정신 무장 정도는 시켜놨다. 이번 정기 회의에서 폐부 예정이었으나, 네가 직접 보고 판단했으면 한다. 내일 오전까지 동부 숲으로 오도록】
이브는 웃으며 그 보고서를 다 읽고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딴 거 부탁한 적 없다고요!”
파스스.
보고서가 빛으로 물들어 그대로 입자로 흩어져 사라진다.
성광창을 중심으로 하는 투사계 마도사인 이브 폰 로엔그린이 극한의 분노로 깨달은 근접전용 빛 마법 광권.
울프람이 이 모습을 봤다면 경탄했겠지만, 순수한 분노에 물든 이브는 자신이 그런 기술을 썼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듯 어깨로 숨을 몰아쉬었다.
“바빠 죽겠는데···. 아 진짜아아!!”
그저, 평소처럼 강한 분노를 담아 학생회장실에서 포효할 뿐이었다.
***
나는 쓰레기들을 모아두고 마지막 연설을 시작했다.
녀석들의 눈이, 이제야 내가 게임하던 시절의 눈처럼 되었다.
물론 방향이 같을 뿐 그 레벨까지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음. 너희들은 구제할 길 없는 쓰레기들이었지만, 적어도 눈빛 정도는 반사람 몫이 되었구나, 구더기에서 반푼이나마 사람이 된 것을 축하하지.”
“대사부!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시험 반드시 좋은 결과로 마무리짓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사부!”
나를 대사부라 부르는 쓰레기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반푼이기에 최소 둘이서 힘을 합쳐서 싸운다고 생각해라.”
“네! 대사부!”
이 녀석들은 지난 일주일 간 하루 22시간을 싸웠다.
그러다 죽을 거 같은 녀석들은 얼굴에 포션을 뿌려 다시 깨운 뒤 다시 전장에 밀어넣었다.
정신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되지만, 정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그렇게 골렘의 자동전투를 걸어 둔 후 아침에 찾아가 내가 직접 다음 투로를 가르쳐주고 다시 철저하게, 지독할 정도로 실전 위주로 가르쳤다.
사람은 죽여달라는 말조차 못 나오게 만들면 그 다음에는 오히려 웃음이 나오는 법.
끝끝내 2인 1조로 오크 사냥에 성공하면서 그럭저럭 반푼이 정도는 될 수 있었다.
“그럼 내일 시험이 끝나고 이 제프린에서 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대사부!”
그런데.
내가 왜 대사부지.
아무튼, 그 다음은 도서관을 향했다.
제프린 기사학부 1학부 중앙 도서관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섬이에게 다가갔다.
흔들림 없이 책을 탐독하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섰다.
기사학부 제1학부 도서실에서 소음을 내면 귀찮은 도서관 사서가 찾아오니 이쯤 하고 돌아갈까. 녀석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보니, 그리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그렇게 도서관에서 나온 그 때.
졸졸졸.
내 뒤를 쫓아온 한 명의 학생이 있었다.
“실례합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전하 되시나요.”
회백발의 머리와 회백발의 눈. 그리고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 작고 음울한 기운을 내뿜는 여학생이다.
이 녀석이 제프린 기사학부 제1학부 도서관 사서장.
샤슈아 저거너트.
“그렇다. 무슨 일이지. 사서장.”
“자기 소개를···. 아. 저를 알고 계시나요.”
“그야 물론이다. 너 같은 유명인을 모를리가 있나.”
“그래도 다시금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샤슈아 이볼튼입니다.”
알고 있다.
장로 가문중 ‘책’의 삼녀.
그리고 인간 도서 검색 어플.
웬만하면 엮이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무슨 일이지.
“황자님의 소문을 익히 들어서,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어 말을 걸었습니다.”
무뚝뚝하고 작은 목소리지만, 아마 이 ‘톤’이면 불안감에 떨고 있는 목소리다.
샤슈아는 같은 대사를 여섯 개의 톤으로 녹음해서 불안할때 행복할때 슬플때 등등으로 나눠놨다.
그래서 샤슈아 호위무사들은 그걸 가지고 서로 맞추기 놀이를 하곤 그랬지.
아무튼.
“그리 불안해 할 필요 없다. 무슨 일이지.”
“제, 제가 불안해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은 내 몇 안되는 특기다. 그래서 부탁이 뭐지.”
머릿속에서 샤슈아 루트 돌입 패턴을 생각했다.
음.
불가능하다. 농담이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
애당초 샤슈아 루트가 열리는 것은 도서관에서 책 읽기를 10회 연속 한 다음 밤의 도서관에 책 반납을 하는게 조건이다. 그러니까 트리거 자체를 달성한 기억이 없다.
“그래서, 무슨 부탁이지.”
“저기···. 황자님께서는 본 적 없는 물건들을 잔뜩 만들어내시는 분이고, 동시에 그 어떤 신비한 물품이라도 그 용도를 알아내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구나. 본론만 빠르게 말해줄 수 있겠나.”
“그게···. 얼마 전 도서관에서 이상한 책을 한 권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저도 모르는 책입니다만···.”
그거 신기하네.
샤슈아의 별명은 인간 도서검색기다.
장로 가문의 ‘책’은 대대적으로 제프린의 도서관 사서를 맡는데,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책에 한정해서는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능력을 가져도 책과 친하지 않은 이들도 존재하나, 샤슈아만큼은 다르다.
이 녀석은 지옥에서 올라온 책귀신이다.
하루 수 십 권은 가볍게 독파하고 분류한다. 오직 책을 위해 살아간다.
기사학부 1학부 도서관의 책은 전부 섭렵했을거다.
그런데 이 녀석이 모르는 책이라.
잠깐.
설마.
“그 책을 보여줄 수 있겠나.”
“이 책입니다.”
“알겠다. 받아가도 되겠나.”
“네. 제 기억으로는 장서중에는 없는 책이었습니다. 외부 반입된 책이고, 나중에 무슨 책이었는지만 귀띔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나는 책을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
이브 폰 로엔그린의 참관 아래에 아류검법동호회의 전술 시험이 시작되었다.
녀석들도 썩 긴장한 모양새.
제일 앞에 있는 써니싸부가 대표로 나와 인사하고, 이내 시험 준비를 마쳤다.
오늘의 시험은 기사학부 연무장에서 풀어놓은 몬스터를 상대로 합격진을 펼치는 것.
몬스터는 그레이트 오크부터 시작해 홉 고블린과 고블린 부대. 트윈 헤드 트롤. 빅 울프 등.
티어만 따지자면 동부 숲의 네임드 몬스터와 잠든 산맥급의 강함이다.
즉.
누가 봐도 제프린 최전선에 서는 원정대와 같은 수준.
“울프람. 시험이 과한 거 아닌가요.”
“뭐. 지켜봐라.”
이브마저 그렇게 되물을 정도였지만, 나는 녀석들을 믿는다.
그리고, 제일 처음으로 나온 홉 고블린과 고블린 부대 열 다섯.
놈들의 손에는 마비독이 묻은 단검이 들려 있어서, 작은 체구라 한들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써니 싸부는 홉고블린을 마주보며, 자신의 대검을 치켜들었다.
“두려운가?”
“두렵지 않다! 날뛰게 해줘! 대장!”
“자. 가자. 울프람 황자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끼얏얏얏앗호오이!”
그렇게,
약 열 명의 아류검술동호회 회원과, 고블린 부대가 격돌.
직후.
꽈득. 꽈드득. 으드득. 촤아아아악!
선봉을 달리던 써니의 일검돌파로 홉고블린의 머리를 그대로 찍어누르고, 촤아아악! 하고 녹색 피가 대지를 적신다.
“대장이 적 선봉의 목을 쳤다! 달려라! 모두 죽여라! 그 시체를 짓이기고 이 연무장을 놈들의 피 색으로 물들여라!”
“끼얏얏얏앗호오이!”
그 뒤.
반푼이들도 함께 돌격해, 전장에 피냄새와 들끓는 열기가 퍼져나간다.
피를 보는데 주저하지 않고, 머리를 으깨는데 망설임이 없다. 여기저기서 피가 튀고 또 튄다.
그 모습에 옆 우리에 있던 그레이트 오크마저 덜덜 떨 정도.
“죽여라! 전부 다! 모조리!”
“끼얏얏얏앗호오이!”
이브는 그 모습을 보며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울프람. 보고서에서는 검법 동아리를 구했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광전사 동호회를 잘못 적었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네 집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광전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제 치세가 개판이면, 그냥 내려놓고 물러날게요.”
“음···.”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되니.
***
그렇게 아류 검법 동호회는 무사히 생존했다.
얘네를 생존시켜도 될까 이브는 한참 고민했지만, 동호회 존속의 도장을 찍었다.
섬이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수련에 매진했고, 결과적으로 버러지들과 나만 남았다.
녀석들은 전신에 몬스터의 피칠갑을 하고,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사부! 내년부터는 저희 동호회 이름을 바꾸려고 합니다!”
“호오. 어떤 식으로 말이지?”
“가르침을 본받아 천하패도랑부술연구회라 이름붙이고 힘을 숭상하고 모든 몬스터의 절멸을 목표하려 합니다!”
“이름에 랑(狼)이 들어가는 것이, 나 울프람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인가. 너희들이 감히 나의 가르침을 이었다 자부하겠다고?”
“오직 허락만을 바라겠습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불허한다.”
“윽···.”
녀석들이 고개를 푹 떨어트린다.
“대신 천패회. 오직 힘을 숭상하며 몬스터의 머리를 부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호회로 거듭나도록 신입도 잔뜩 받아 힘을 계승해라. 알겠나.”
“받들겠습니다! 대사부! 모든 몬스터의 골통을 으스러트려 세상에 존중받고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겠습니다!”
녀석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그래. 그래.
이게 진짜 청춘의 마무리지. 말 그대로 청춘 드라마의 한장면 아니겠나.
물론
“내가 저걸 존속시켰다고···? 내가? 내 손으로···?”
청춘이라고는 모르는 메마른 이브 폰 로엔그린만큼은 납득하지 못했다.
***
아무튼.
동호회 하나를 되살렸다는 성취감과 함께 편의점으로 복귀했다.
품 안에는 샤슈아 저거너트가 준 책.
슬쩍 그것을 들어 제목을 읽었다.
【종언의 소환서】
제국어가 아니라 저주로 쓰여진 책.
이건 일회용 마계의 문이다.
일시적으로 열어서 안에 있는 마족을 꺼내오는 책이다.
원작 기준으로는 시에스타의 비장의 필살기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도서관에 있던거지? 샤슈아가 모르겠다 하고 버려서 블랙 마켓으로 흘러갔나. 아니면 인간 도서 검색기인 샤슈아가 모르는 책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서, 시에스타의 흥미가 동했나?
“그게 내 손에 들어왔다는 건 운명의 장난인가.”
괜찮네.
이거. 잘만 하면 마왕 클래스를 소환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니까. 반대로 말하면···.
날로 마왕급의 보상을 먹을 수 있는 책 되시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