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48)
747. 달콤한 이야기
이브의 다이어트 선언.
이 충격적인 전개에 우리 파티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실패할거라 생각했지만, 이브는 꽤나 진심이었다.
“울프람! 다이어트 할 수 있는 기구를 내놔요!”
“그런 것은 없다.”
“정말 없나요? 정말? 진짜로?”
“······.”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상태이상중에는 ‘살찜주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양호실을 간다고 낫는건 아니고 효과는 민첩성 저하. 체력 저하. 매력 저하. 3종류다.
그리고 이걸 가장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은 약을 먹는게 아니라 필드에서 굴리는거다.
그리고 필드에서 굴리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당연하지만 오래 굴릴것. 이건 날짜를 무지하게 잡아먹는다. 일정관리가 빡센 본편에서는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둘째 장비 중량을 일정 이상 오버시킨다. 이동속도는 느려지지만 그만큼 쉽게 살찜주의가 사라진다. 대신 부상 위험이 꽤 크다. 부상을 심하게 당하면 체력의 절대치가 깎인다.
셋째로 후반에만 쓸 수 있는 팁이긴 한데 초월격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반드시 효과를 보는 방법이다.
그게 바로
“내부 시간 가속이라는 능력이다.”
“내부···뭐요?”
“내부 시간 가속.”
간단하다.
술자의 육체를 마법진 삼아 내부의 시간을 가속하거나 감속하는거다. 두 배 가속하면 하루 운동한것으로 이틀어치 효과를 보는거다. 마법진이 외부로 도는게 아니라 내부로 도는거라 그렇게 많은 마력도 필요하지 않다.
문제라면 성장. 육체가 급속도로 성장하거나 심지어 노화할 가능성이 있다. 세 배 속도로 열흘만 운동해도 한 달 어치 운동이다. 일 년을 하면 삼 년이 지난다. 이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어떻게 써요! 대체···. 그게 가능했으면 삼 백년 전의 전쟁에서 사망자는 한 명도 안 나왔어요!”
오.
똑똑한데. 이브 주제에···.
“아니. 중요한 건 체력이 아니다. 마력의 재능이지.”
“마력의 재능?”
“그래. 내부에 시간역행의 마법을 쓰고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육체를 제어할 수 있는건 육체의 재능이 아니라···. 마력의 재능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정신이 침윤당하지 않는것과 같다.
만전 상태의 이브 폰 로엔그린은, 그 어떤 마력적 행사에도 견딜 수 있는 소질이 있다.
내가 초대 황제의 정신을 타고 났다고 친다면, 이브 폰 로엔그린은 그의 마력을 이어받았으니까.
내가 그리 말하자, 이브는
“울프람.”
“뭐지.”
“저, 지난번의 타이탄에서도 맥없이 당하지 않았나요.”
“······.”
“버틸 수 있는거 맞나요?”
“음.”
날카로운걸.
이브 주제에···.
***
내가 잠시 대답을 망설이자, 답은 옆에서 돌아왔다. 정확히는 내 어깨 위의 정령이 말했다.
-가능합니다. 나의 정령사의 혈육. 이브 폰 로엔그린.
“가능하다고?”
-예. 저는 지금 태초의 토파즈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초월을 제가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지는 이 세상 최초로 태어난 힘이며, 즉 이 세계의 역사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쌓여있는 지층만큼의 역사가 있죠. 그 어떤 초월자라 한들, 대지 위에서 죽었다면 그 또한 지층이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어느정도 지층과 시간을 다룰 수 있는 제 입장에서 보기에, 이브 폰 로엔그린. 당신의 내부로 한정하면 당신은 시간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솔직히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마력만 놓고 봤을 때. 당신의 재능은 제 전우 하르크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입니다.
“······.”
이브가 입을 꾹 닫았다.
무려 그 대지의 정령왕의 보증이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그 초월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것 까지 말이다.
“정말, 제가 할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마법식을 보여 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이브와 샤르는 그렇게 의기 투합해 마법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이런 마법을 어떻게 제 몸을 가지고 발동하냐고요! 조금만 잘못해도 스물 두 세살이, 아니면 아홉 살이 될지도 모른다고요!’ 라며 화를 냈지만 이내 아슬아슬하게, 한계까지 마력조절을 하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끝내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알겠다니요?
“까짓거···. 해 보죠!”
이브는 결심을 담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네 운동 루틴을 짜야겠군. 내일 아침부터 편의점 앞으로 찾아와라.”
“내일 아침부터···? 잠깐만요. 중앙 기숙사에서 편의점 앞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있어요?!”
“편의점 앞 기숙사에서 자면 되는 것 아닌가.”
“아.”
아, 는 무슨.
역시 이 녀석은 멍청하다.
***
이브는 다음 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편의점 앞에 찾아왔다. 평소 곱게 묶던 머리는 포니테일이라고 하나, 그렇게 질끈 묶었고, 가을이라 그런지 흰색 베이스의 긴팔 긴바지 체육복을 입었다.
이디다스 체육복을 흰색 베이스에 금색 실을 깔면 딱 이런 느낌이겠군 싶은 운동복. 물론 이것도 학생회장 전용 운동복이겠지.
-나의 정령사의 혈육. 이브 폰 로엔그린. 준비는 됐습니까.
“준비 됐어요. 언제든지 발동하시죠.”
샤르는 내게서 떨어져 이브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이후 거대한 마력이 이브 몸 속에서 요동치며, 녀석은 윽! 소리를 내고 한쪽 무릎을 꺾었다.
“괜찮나.”
“괜찮아요그것보다마법의발동은요.”
“잘 된 것 같군.”
“그거다행이네요역시저의재능은진짜였나봐요그런데당신이그걸어떻게알죠.”
음.
그야. 지금 네 목소리가 두 배 속도로 튀어나오고 있거든.
듣기만 해도 웃겨서 녹음하고 싶지만 일단은 운동이 우선이다.
“달리도록 하지.”
“알겠어요.”
이브와 나는 합을 맞춰서 달리기로 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이브 녀석의 이동속도까지 두 배가 되진 않는다. 체내 시계를 두 배로 돌리는것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할까, 신묘한 적용판정이다.
운동의 영향을 두 배로 받으며, 섭취하는 영양도 두 배로 받는다. 즉. 이브 폰 로엔그린의 행동이 육체에 미치는 결과값이 두 배로 나온다. 육체 내부의 시계를 가속하는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건···.
“어엄청지치는데요.”
당연하지만, 무지막지한 피로를 몰고온다.
“포기할건가.”
“누가요빨리달리기나해요.”
두배 빠른 이브는 찌릿 이쪽을 보면서 달리기를 재촉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이브가 퍼졌다.
“후우···. 하···. 더, 더는 못 달려요.”
그렇게 주저앉은 녀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시간동안, 녀석은 정말 성실하게 운동했다.
“잘 했다. 이걸로 네 시간 운동한 효과를 얻었다.”
“네 시간···?”
“그야 두 시간 운동에 두 배니, 네 시간 아니겠나.”
“조금 더 쳐줘서···. 한 마흔 시간 아닐까요? 이렇게나 힘든데···? 화끈하게 덤 좀 넣어줄 수 있는거 아닐까요?”
그건 너무 가지 않았니?
***
그 뒤로 편의점에 왔을 때.
이브는 내가 만들어놓은 스포츠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병을 빤히 봤다.
“왜 그러지.”
“아뇨. 음료에서 조금 단 맛이 나서···. 이것도 살찌는 건 아니겠죠?”
그리 말하며 이쪽을 찌릿 노려본다.
아니. 그거가지고 살찐다고 뭐라 할 거면 평소에 사탕을 그렇게 쳐먹지를 말아야···. 라고 말 할 뻔.
“설탕은 들어 있다.”
“제가 운동하는 걸 알면서도···!”
“그 물 한 병에 들어있는 설탕의 양은, 네가 먹는 사탕 반 알 정도다.”
“아. 그러면 괜찮네요.”
그리 말하고 이브는 또 한 병 음료를 따서 마셨다.
그거 두 병이면 사탕이 한 알인데···. 아니 아니다.
“음. 하지만···. 역시 운동도 중요하지만, 식단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요컨데 제가 살이 찐 건 당신의 그 더러운 마수에 걸려들었기 때문이잖아요?”
“······.”
“당신이 편의점을 차리고 사탕을 만들기 전까지는 체중 걱정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것만 봐도 말이죠. 결국 먹는게 가장 중요하다는거죠.”
아니
누가 먹으라고 등 뒤에서 신화포식자라도 들고 협박했니. 이게 내 탓이 된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먹을것도 관리해야겠어요.”
“그렇군. 그러면 황실에서 요리사라도 초청해서 식단을 짜달라고 해라.”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눈 앞에 더 확실한 인간이 있잖아요?”
“······.”
누구요.
저요?
“당신의 수치론을 기반했을 때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체력 수치는 작년 초와 지금, 약 다섯 배 이상의 차이가 있죠?”
“그야 그렇다만.”
“즉. 당신은 체력을 증진시키는 법을 알고 있을거고, 거기에는 분명 식단이 관여하고 있을 거에요. 쓰레기도 쓸모가 있다더니,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신은 이런 점 한정으로는 쓸모 있는 쓰레기였어요.”
와.
무척이나 화가난다. 내가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
“내가 식단을 짜줘야 한다고. 어째서지.”
“당신이 사탕을 팔았으니까요.”
“이브 폰 로엔그린···.”
그 억지에는 나도 조금 화가 나려고 했다.
살짝 언성을 높이자, 이브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진짜 아주 조금 억지라고 생각하긴 해요. 그러니까···. 당신이 더러운 마수를 뻗었지만 결국 사탕을 먹은 것은 강철과도 같은 정신을 끝끝내 지키지 못하고 사탕에 손을 대버린 제 잘못도 아주 조금은 있으니까요.”
“······.”
“며칠 전. 제가 제일 처음 무너졌어요.”
며칠 전이라고 하면···.
아. 색이 다른 군단장을 쓰러트릴 때 이야기인가.
그래. 그랬다.
이브 폰 로엔그린이 제일 처음 무너졌지.
애당초 알카인은 민첩과 방어에 치중한 근접 캐릭터. 이브와는 상성이 최악이다.
그러니 그 이브를 지키기 위해 네프티가 움직였고, 결국 모든 밸런스가 무너졌다.
“지금까지 제 앞에서 가장 빠른 이는 루디카 핫산 샤도우였어요. 그리고 그녀와 싸운다면 저는 반반의 승리를 점칠 자신이 있었어요.”
맞는 말이다.
기습에 성공하거나, 이브가 광역으로 공간을 제어하거나. 둘 중 하나.
“하지만 그 적은 달랐어요. 마법을 무효화하고 달려드는 민첩한 전사에게, 저는 무척이나 약해요.”
“······.”
“만약 그 상황에서, 제가 한 번이라도 반격에 성공했다면 파티 전체에 한 번의 기회가 돌아갔을거에요. 무너지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울프람 폰 로엔그린.”
이브는 이내 내게 머리를 숙이려고 했고 나는 툭. 그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꾸욱 뒤로 밀어서 고개를 원상태로 돌려놨다.
“기분 나쁘다. 고개를 숙이지 마라.”
“누, 누가 숙이려고 했다는거에요? 그냥 음료를 마셨더니 땀이 나서, 땀을 닦으려고 한 건데.”
“그래서 내 손에 네 땀이 가득 묻지 않았나. 더욱 기분이 나쁘군.”
“당신 진짜···.”
그 증오 맺힌 눈이 나를 향한다.
그래. 나를 증오하고 노려보고 시비걸고, 때로는 뱃살만큼이나 뻔뻔한게 이브 폰 로엔그린이다.
“알겠다. 너를 위한 식단을 준비하도록 하지.”
“정말인가요?”
“물론이다. 걱정하지 말고 앉아있어라. 곧 가져오도록 할테니.”
그리 말하고 조리실로 들어가 이브를 위한 식단을 만들어 가지고 나왔다.
형형색색. 아름답기 그지 없는 식단.
신화급 조리 스킬을 가진 요리사가 만들어낸 색과 맛의 향연.
“······.”
이브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노려봤다.
“왜 그러지. 네가 좋아하는 요리를 중심으로 만들었다만.”
“그야 그렇긴 한데···. 당신 진짜···.”
몽블랑. 숏 케이크. 글레이즈드 도넛. 사탕. 아이스크림. 에클레어. 부쉬 드 노엘···. 말 그대로 달콤한 요리의 향연이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았나. 먹어라.”
“이런 걸 먹으면 운동 한 의미가 없잖아요!”
그리 말하면서도 눈이 떨린다. 입에 침이 고이는 듯 입을 합, 하고 막았다. 나에게 화를 내고 있지만 요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멍청한 녀석. 그걸 걱정할거면 그 초월 마법은 대체 왜 쓴거지.”
“네?”
“체내 시계를 두 배로 가속할 수 있다면, 절반 느리게 움직일수도 있다. 그러니 즉 지금 먹으면···.”
“열량이 절반···.”
이브는 나와 요리를 번갈아보고, 큰 깨달음을 얻어 눈을 크게 뜬 후, 탄성을 내질렀다.
“그렇다.”
“말 도 안돼. 그런 배덕과 금단이 존재했다는 거에요? 이거에 넘어가도 되는걸까? 아냐. 이론상 거짓은 없어. 나중에 속도를 원상태로 되돌려도, 한 번 소화시킨 상태에서 되돌리면 절대로 가속하지 않아. 맞아. 소화만 시키면 아무리 먹어도 절반···!”
“대답은?”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뭘 말이지?”
“지금의 당신은···. 황실 그 어떤 요리인보다 뛰어나요. 나중에 열차 사업이 망하면 요리인으로 들어오시죠.”
“······.”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건가.
“그럼 잘 먹을게요. 이번 만큼은 좋은 일을 했네요.”
이브는 눈을 빛내며, 숏 케이크를 한 입 잘라 입에 넣고, 행복하게 씹고, 삼켰다.
그렇게 케이크. 도넛. 몽블랑을 절반 처리한 후. 조용히 포크를 내려놓고 나를 바라봤다.
두 배 느린 목소리로 말이다.
“울프···람. 이건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뭐지.”
“맛있는데···. 입에 단···맛이 너무 길게 남아요···.”
“음.”
“그리···고 소화가···. 안돼요···. 우으···으···.”
이후. 녀석은 느글거린다는 듯 테이블에 얼굴을 쳐박았다.
그 뒤통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런 단점이 있을 줄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