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50)
749. 우리 작업 하나 하자
밀푀유 폰 사브레는 스스로를 무척이나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진바 재능이 없고, 운이 좋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노력해야만 주변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전형적인 범재.
허나 이건 그녀의 자기 평가가 지나치게 낮은 것일 뿐, 주변의 웬만한 수재들은 밀푀유 폰 사브레를 천재라 평가하고 있다.
그녀가 속한 파티의 리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자신에게 평균치 13의 스테이터스를 주면 이 게임에 들어오고나서 딱 한 달 만에 엔딩을 볼 자신이 있는 남자였다. 이브나 아일라 혹은 루디카같은 특화된 1티어 스테이터스라면 일주일이 채 안 걸린다.
그런 그가 직접 고르고 골라 결말까지 보기로 한 인물들.
그게 바로 지금의 울프람의 파티이며, 그 속에 평범한 인간이 있을리가 없다.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노력만으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밀푀유의, 수치로 검증할 수 없는 천재적인 특성중 하나는 바로 지식. 그리고 지혜. 마지막으로 시야와 철저한 계산이다.
판을 넓게 보고 그 안에서 지시를 내리는 타입으로, 울프람이 자신과 같은 시야를 가질지도 모르고, 십 년 후에는 자신과 가장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며 행동할거라 생각할 정도의 재능.
그 덕분에 이번 아일랜드 레이싱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으며, 울프람과 함께 대관람차를 단 둘이서 탔다.
과연.
아일라 선배님이 자랑할 정도로 좋은 야경이었다.
단 둘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을의 밤은 춥다. 그것도 이런 상공은 더욱 추운 법. 괜찮나 밀푀유’
‘괘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떨고 있군. 그렇다고 여기서 태초의 루비를 꺼내면 마법으로 작동하는 이 관람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듣지 못했다. 음. 어쩔 수 없지.’
‘서, 선배님? 왜 이쪽으로···. 아.’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바로 옆에 앉아 인벤토리에서 큰 모포를 꺼내 밀푀유의 어깨를 덮은 것.
‘미안하지만, 지금 인벤토리에 방한 재료는 이게 전부다. 장비를 만드는데 꽤 소모해서 말이다. 조금만 참아다오.’
‘아. 아뇨. 선배님은 춥지 않으신가요?’
‘괜찮다만···.’
‘제가 안 괜찮아요.’
‘음?’
밀푀유는 인생 최고의 용기를 내서, 모포를 넓게 펼쳐, 울프람과 어깨를 맞대고 덮었다.
하나의 모포 안에 두 사람.
하늘 위에서 보는 가을의 제프린 전경.
생에 다시 없을 추억이었다.
“에헤.”
바닐라와 요거트가 묘하게 바라볼 정도로 얼빠진 웃음을 지은 밀푀유.
울프람 선배님은 곧 졸업하지만, 그 온기만큼은 몇 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선배님 만나고 싶다.”
다행히 내일은 그리 바쁘지 않은 날.
몰래 편의점에 찾아가서 이야기나 하고 싶다. 그리 생각하며 밀푀유는 방긋 웃었다.
***
이거 참 곤란하군.
보통 우리 파티의 일정을 생각해보면, 낮에는 강의를 듣거나 하는 녀석들 때문에 모이는 일은 거의 없고, 오후 이후에 모이는 편이다.
그 외에는 휴일을 잡고 한 번에 원정을 떠나는 편.
최근 대 군단장 모의전도 전원이 시간이 날 때 한다.
하지만 나는 교수들을 포섭해 졸업은 확정 난 상태고, 딱히 어디 취직하지도 않을테니 시간적으로 여유롭다.
그래서 제프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편이다. 재료 수집도 있고, 얼마전 대관람차에서 후배에게 배려하게 만든 것도 좀 걸린다.
그래서 오늘도 파밍을 나섰는데···.
“이것 참 곤란하군.”
가볍게 초원계 필드로 나가서 필드 보스를 물리치고, 파밍할게 있나 찾아보던 도중. 그것과 마주했다.
【수수께끼 풀】
【?T】
【수수께끼 풀입니다】
정말 곤란한 물건을 파밍했다.
보스의 사체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루팅하고, 수수께끼 풀을 인벤토리에 넣고 편의점으로 돌아왔다.
수수께끼 풀.
고인물들 사이에서는 꿀잼풀로 불리던 녀석.
이 풀로 만든 포션은 그 제조 효과가 완전한 랜덤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키운 방향성도, 제작 스킬도 무시하고 완전 랜덤으로 뽑히는데 문제는 꽝과 스페셜 당첨또한 있다는 것이다.
즉.
그 어떤 상황에서도 조합할 수 없는 포션들까지 제작 결과 리스트에 올라가 있어서, 실패하면 만들자마자 죽어버리는 포션이 있는가 하면, 성공하면 말도 안되는 효과의 포션도 나온다.
파티원 전원 부활 포션 같은것도 라인업에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만드는게 맞나 아닌가를 따지면.
“그야 만들어야지.”
지금 죽는게 대수인가, 이런 꿀잼 재료를 발견했으면 일단 조합식 한 번은 돌려보는게 인지상정. 고인물을 얕보지 마라.
바로 포션 제조 키트를 꺼내서, 안에 수수께끼 풀을 넣고 다른 재료를 넣었다.
“뭘 넣어도 결과물이 같기 때문에 많은 재료를 넣을 필요가 없는건 또 편하군.”
자.
수수께끼 풀이여. 나에게 무엇을 안겨다 줄 것이지?
【포션 제조에 성공합니다】
수수께끼 풀이 들어간 비커가 처음에는 은색으로 빛난다. 여기서 완성되면 7T 이하.
우웅. 소리를 내며 금색으로 빛난다. 4T. 여기까진 나쁘지 않다. 직후 보랏빛으로 빛났다. 2T 좋아.
허나, 녀석이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것을 본 그 순간, 손이 떨렸다.
“음”
확정 1T 포션 고정.
말 그대로 즉사포션부터 파티원 전원 부활 포션까지. 스페셜과 꽝이 함께 들어있는 테이블이 돌아간다.
내 기억으로 즉사포션의 당첨확률은 3.57%. 다른 포션들도 그렇다.
다행히다. 샤르에게도 위험하니 타이탄으로 가 있으라고 하길 잘했다. 녀석이 다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거든.
자. 뭐가 나올까.
기적의 파티원 전원 부활 포션?
아니면 나는 부활 버프를 1회 소모하만 하고 끝?
기대감과 두려움. 그리고 흥분 끝. 포션이 완성된 그 순간.
-선배님. 사무실에 계세요?
등 뒤에서 애지중지 아끼는 후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돼.
자동폭발형 포션이나 죽음형 포션이면, 문 밖 밀푀유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설명문구가 뜨기도 전, 나는 포션을 그대로 들어서 뚜껑을 입으로 막은 후, 그대로 위장에 쏟아냈다.
죽더라도, 한 번은 부활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한 보관법은 윗속에 쑤셔넣기다!
“후우···.”
전부 마셔버린 후.
“선배님.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와라.”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실례하겠습니다. 어라? 선배님? 이상하다. 목소리는 들렸는데···.”
“나는 여기에 있다만?”
“아, 목소리는 들리는데···. 선배님? 여기가 어딘가요?”
밀푀유는 고개를 갸웃하고 내 주위를 슥 돌아다니다가.
“아!”
“음. 괜찮나. 조심해라.”
“아, 아? 네···. 어라···.”
나와 부딪친 후, 그대로 넘어질 뻔 했다.
녀석의 손을 잡아 끌어당겨 다시 세웠다.
“선배님의 손이 맞는데···. 어라? 선배님. 거기 계신가요?”
“······.”
아무래도 이상하다.
분명 같은 공간에 있는데, 밀푀유는 나를 전혀 못 보고 있다.
슬쩍. 버프창을 주시하니.
【완전 투명화 상태】
【1T】
【남은 버프 지속시간 6일 23시간 59분】
아하.
나온 포션이 인비지블 포션이었나.
***
완전 투명화.
퍼펙트 인비지블리티라고 불리는 버프로서, 사용자를 투명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투명화가 그리 어려운 버프는 아니다.
4티어만 돼도 로우 퀄리티 인비지블리티가 있다.
물론 그건 시야만 가린다. 마력 감지만 돌려도 나온다.
그러면 퍼펙트는 어떨까.
이건 말 그대로 완전하다.
세계의 눈을 속이고 모든것을 지운다.
시각적 투명화가 아니라 시작해 향. 소리. 기척. 마력. 기운. 입고있는 옷까지 말 그대로 모든걸 지워버린다.
목소리도 내가 원해야만 들리는 수준으로, 아무리 인연을 깊게 나눈 파티원이라 해도 나를 찾아낼 수 없다.
그래.
이렇게 말이다.
“울프람이···. 있는거 맞죠? 울프람이 안 느껴져요. 신기하네요.”
“와. 루디카도 전혀 안 느껴진다. 감각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다.”
“서, 선배님. 투명화가 되었어도 옷은 보여야 하는데 옷도 안 보인다는 것은···. 앗. 혹시 지금 옷을···.”
“황자님. 네프티의 말이 진실인가요? 저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내서 확인하게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쓰레기. 나가 죽어.”
전원이 당황하고, 내 설명을 들었음에도 눈으로 나를 찾으려고 한다. 백날 찾아도 안 찾아질텐데.
일단 오해부터 풀어야지.
“아니. 옷은 입고 있다. 이상한 걱정을 하지 마라. 그리고 이브. 사람을 쓰레기로 몰지 말도록. 그저 투명해졌을 뿐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않나.”
“다행입니다!”
“으으. 다행이네요···.”
“그래도 죽어요. 쓰레기. 어차피 범죄를 저지를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포션을 만든 거 아닌가요?”
“쯧. 다시 설명하마.”
어째서 이런 포션이 나왔는지, 왜 마실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했다. 밀푀유의 안색이 창백해졌으나 그 부분도 ‘너희에게 설명하지 않고 포션을 만든 내 폭주다’ 라고 말하고 넘어갔다.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일주일은 울프람의 얼굴을 못 보는 거네요. 아쉬워요.”
“음. 그렇게 됐구나.”
아일라는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매일 봤는데도 잠깐 못본다고 시무룩해질 이유가 있나.
“앞으로 일주일간 제프린에서 일어나는 모든 파렴치한 범죄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범인이다. 라고 적으면 되는거죠?”
“그러니까, 내가 그런 일을 할리가 없지 않나.”
“하지만 그 정도의 투명화라면 어디든 침투할 수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
“아. 그럼 선배님! 지금 혼자 마계의 문에 들어가서 군단장만 사살하고 나오는 건 가능한가요?”
“좋은 착안점이다만,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마법진을 밟거나’ ‘보스에게 인식되어야만’ 보스가 스폰되는 방식이라 아마 들어가도 별 재미는 없을거다. 보스 자체가 없을 확률이 높거나, 보스방으로 가는 길이 끊겨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투명화의 이점을 살려서 유용하게 쓸 방법이 있긴 하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요. 이 범죄자. 소, 속옷을 훔치고 목욕탕에 자, 잠입하려는 범죄죠?”
“이브, 네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주 잘 알겠구나.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생각만 머리에 넣고 살 수 있지? 그 저열하고 저렴한 생각은 그만두고 혈통에 걸맞게 행동해라.”
“으윽?!”
내 말에 이브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여간. 요새 애들은 이상한것만 배워서 말이야.
“밀푀유. 하지만 나쁜 생각은 아니구나.”
“네?”
역시.
가장 똑똑한 아이라니까.
***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것은 꼼수다.
몰래 던전에 들어가서 아이템을 파밍하고 나오는 꼼수.
누군가는 버그나 쓰고 비겁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버그가 아니라 스킬이거든요.
눈 앞에는 수 십 미터의 거체.
필드 보스중 최강의 난이도라 불리는 철왕장 아이언메이스.
녀석의 등을 툭 차고 지나 그 뒤에 있는 상자를 툭. 하고 열었다.
칠왕장을 죽일것까진 없다. 이건 나중에 내 손으로 직접 싸워야 제맛이니까 내버려둔다.
하지만, 보스방 보상은 타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걸로 스물 여섯번 째 보상···. 다음은 남서부 화산지대인가.”
후우, 하고 어깨로 숨을 몰아쉬었다.
샤르가 있었다면 바로 움직였겠지만 녀석이 내 어깨에 올라타니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습니다.’ 하고 내려왔다.
지금 여기가 북동부니까 결국 중앙을 뚫고 남서부로 향해야 한다.
중앙구 근처에 다다랐을 때. 결국 야영 준비를 마치고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가을은 춥다. 스튜를 끓이고 텐트를 치고 생각에 잠겼을 때.
“세상에! 길거리에 따듯한 스튜가 끓고 텐트가 쳐져있는데 반경 300m 근처에 인기척이 없다니! 이건 마법의 요정이 제게 스튜와 야영자리를 선물해 준 것임이 틀림 없네요! 이 화이트 스튜는 제가 아껴놓은 와인과 무척이나 어울릴 것 같군요! 잘 먹겠습니다! 고마워요 마법의 요정!”
저 멀리서, 내 체구 반만한 녀석이 순식간에 날아왔다.
마법의 요정이라니,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네 권속이잖나.
“······.”
그래. 뭐 어디까지 하나 보자. 스튜에 입이라도 대는 순간 그 볼따구를 쫙 잡아서 늘려주마.
녀석.
요정 여왕 엘피라네는 둥실 날아 스튜 앞에 섰고. 스푼을 들고 스튜를 푹 찍기 직전.
“그래서. 이건 또 무슨 참신한 장난인가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어떻게 눈치 챘지? 투명화는 완벽했을텐데.”
“그야 완벽하죠. 완벽하게 지우고 있었죠. 하지만···. 지워졌다. 라는 사실을 눈치채는 건, 저 정도 되는 초월자라면 할 수 있다고요? 당신이 서 있는 부분만 제 마력이 너무 깨끗하게 흐르는걸요.”
“그런 방식으로 찾아냈단 말인가?”
미쳤군.
‘마력이 너무 투명하게 흘렀다.’ 라는 이유로 찾아낼 수 있다고? 공간을 항상 지배하고 자기 주위의 마력을 끝없이 계산하는 괴물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삼백년 전의 투사는 과연 다르다.
미친 술고래가 아니었단 말이지?
내가 투명화에 대해 설명하자, 엘피라네는 눈을 빛냈다.
“그거, 무척이나 재밌어보이는군요. 울프람! 좋아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 비열한 사용법도 아주 제 취향이에요! 투명화가 되었으면 도적이 되는것이 정답이죠!”
“······.”
지금 엘피라네에게 비열이라는 소리를 들은건가.
이거 좀 죽고 싶어지는데.
그래. 그만두자. 이런 비열한 짓은 좋지 않아. 저 엘피라네에게 비열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쁜 짓이니까.
“울프람. 도적이 된 김에, 한 번 더 전직할 생각 없나요?”
“아니 손을 씻고 자수할 생각이다.”
“농담이 재밌네요. 음. 그러니까 제 말은 이거랍니다. 도굴꾼이 될 생각이 없냐는거죠.”
왜 그래.
나는 손 씻는다니까.
내가 고개를 저으려는 그 순간 엘피라네가 말을 이어나갔다.
“하르크 폰 로엔그린의 무덤을 도굴하는건, 꽤 재밌어보이지않아요?”
“자세히 들려다오.”
미안.
한 건만.
딱 한 건만 더 하고 손 씻을게.
아니 이걸 어떻게 참냐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