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54)
753. Spread the wing
밀푀유의 여섯가지 맛 골라먹는 신화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파티원 전체에게 돌리자, 녀석들의 반응은 대부분 축하한다는 말이었다.
우리 파티 전체에 무기를 돌릴 수도 있었을텐데 밀푀유에게 밀어주기로 한게 아쉽지 않은건가, 정말 좋은 녀석들이야.
그리고 이튿날, 아일라가 편의점을 찾아왔다.
“삐약이의 세븐 체인저를 보고 싶어요!”
“미안하지만, 밀푀유는 오늘 없다.”
“그렇군요.”
반짝이는 눈으로, 저 기대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듯 콧김을 내뿜는 녀석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리고 밀푀유가 모든 무구를 다룰 수 있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그렇군요.”
밀푀유는 오늘부터 대 군단장전 훈련이 없을 때는 홀로 사냥하러 다니기로 했다. 위험할때는 파티 메세지를 보내라고 했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울프람···. 이제 우리 파티 최고 전력은 삐약이가 되는 건가요?”
아일라가 살짝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불안한 건가?
“그건 아니다.”
“그런가요?”
밀푀유가 웨폰마스터가 되어서 신화급 무기를 든다고 해도, 한 번에 다섯 개를 전부 드는 건 무리다. 나만 해도 지금 두개가 한계인데, 아마 처음에는 한 개로 시작해야겠지.
거기에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밀푀유의 밸런스가 어긋나있는것도 한몫 한다.
우선 타고난 육체와 마력의 재능이 부족하다.
이 게임은 결국 스킬분배. 장비. 그리고 자신의 스펙이라는 3요소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밀푀유는 체력도, 근력도 마력도 부족하다.
아무리 신화급 무기를 쥐여줘도 반드시 한계가 찾아온다.
“물론 밀푀유의 재능은 현명함에 있기 때문에, 벽을 만나도 현명하게 대처할거라 생각한다만···. 밀푀유가 무작정 최강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밀푀유는 템빨 계열 멀티 툴(Tool)을 맡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팔방미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필요할 때 마다 신화급 무기를 스왑하며, 부족한 스테이터스를 보완하고 자신의 천적을 만나도 아이템과 전략으로 뚫고 나간다.
피지컬보단 오더와 두뇌플레이. 퍼즐 게임을 즐기는 타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부족함 없이 우리 파티의 일원이라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아하.”
“그리고···”
나는 아일라를 빤히 봤다. 녀석은 동그란 눈으로 나를 마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 어깨를 으쓱했다.
“울프람?”
“아니. 너도 똑같구나. 멀티 툴. 모든게 가능한 꽉 찬 육각형.”
베이스는 중거리 배틀 메이지. 근력보단 민첩 중심. 훌륭한 지능.
원거리에서 포격도 가능하며 초근거리에서 난타전도 가능하다.
대지. 화염. 물리의 트리플속성이라 웬만큼 면역이 있는 상대도 돌파 가능하다.
“그건 칭찬인가요?”
“물론 칭찬이다.”
“그런 칭찬은 알기 어려운걸요. 조금 더 알기 쉬운 칭찬을 해주세요.”
그리 말하고 방글방글 웃는 녀석.
장난스러운 그 말에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없으면, 우리 파티는 망하겠구나.”
“좀 더 칭찬해주세요.”
“파티가 문제가 아니다. 내가 망할지도 모르겠다. 아일라.”
“후후. 네. 그 정도 칭찬이면 만족했어요.”
그제야 내게서 물러나 웃는 녀석.
“이렇게 묻는것도 예의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혹여 불안했나?”
“솔직히, 네. 조금요.”
“불안할 것도 많구나. 내가 너를 내칠리도, 네가 쓸모 없다고 생각할리도 없는데 말이다.”
“어쩔 수 없는걸요? 저도 불안할 때가 있답니다. 그리고···. 질투 할 때도 있고요.”
“질투라.”
아일라와 조금 연관이 없어 보이는 말이지만, 이 상황에서 질투라 하면 역시 밀푀유가 최고의 반역을 해냈다는 것을 질투하는 것일까.
“그러면 아일라, 네 전용 신화무구도 만들어야겠구나.”
“네?”
“무엇이 가지고 싶은지 말해보도록. 네 가장 솔직한 욕망을 말한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주마.”
“······.”
그래.
우리 파티원들도 슬슬 엔드장비를 갖출때가 되긴 했다.
네프티의 검은 단검도 강화해야 하고, 밀푀유는 이미 가지고 있다. 네프티도 용비늘 장비를 가지고 있으니 지금 장비가 특히나 부족한건 아일라. 레지나. 이브.
“아예 재료부터 함께 찾으러 다닐까. 오늘 시간 있나?”
“있어요!”
“그렇···.”
“많아요!”
그래.
항상 활기차게 대답해서 보기 좋네.
***
아일라의 신화 장비라.
솔직히 말해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중거리 배틀 메이지라고 하면 배틀 스태프 계열이나 스태프 기능을 할 수 있는 매직 너클. 아니면 근거리 전투에 집중하고 마법을 대신 계산해주는 서포트 오브(Orb) 정도.
그런데 그게 전부 아일라에게 필요할까? 라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얘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너무 유능해서 뭘 줘야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이브와 레지나의 경우 근거리 완전방어가 달린 방어구나 공간이동이 달린 아티펙트. 아니면 지팡이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네프티는 방패나 양손둔기. 루디카도 단검이나 상태이상 무효의 방어구···.
그런데 아일라는?
원래 장비란 강점을 강화하거나 약점을 보완하는데서 출발하지만 아일라의 강점은 너무 많고 약점은 한없이 적다.
“그래서 가지고 싶은 건 정했나?”
“그, 그게요···.”
아일라도 아직 못 정한건가.
“천천히 찾아보도록. 네가 뭘 가지고 싶은지 무엇을 바라는지. 함께 찾을 시간은 충분하다.”
“네!”
***
그렇게 신화급 장비의 기본 재료를 찾아 둘이서 모험을 나섰다.
신화급 무기에는 도면이 필요하고, 그 도면은 재질부터 특수하니까 최상급 몬스터의 가죽이나 그것을 제단할 가위. 그 위에 스며들 수 있는 먹을 만들기 위한 향료등을 모아야 한다.
그 뒤에 어떤 것을 만들겠다 마음먹고 그리기 시작하면 된다.
다만 이렇게 나오는 장비는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최고의 장비가 아니라 조금 급이 떨어지는 무구일지도 모른다. 괜찮겠나.”
“네. 울프람이 만들어주는거라면 뭐든 괜찮답니다.”
태생부터 신화급으로 존재하던 스톰 테이커등과 다르게, 내가 직접 설계도를 그린 신화급 무구들은 아무래도 그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동티어라도 조금 급이 나뉜다고 해야 하나.
아일라는 상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우리가 향한 곳은 북부 끝.
포영의 설원 말고 다른쪽 루트로 넘어와 대치한 것은, 우리의 키를 까마득하게 넘어서는 해골 기사였다.
건물로 치면 학생회 본관 수준의 크기인가, 보는 것 만으로도 목이 아프다.
전신에 묵빛 갑주를 두르고, 등 뒤에는 피처럼 붉은 망토가 바람에 흔들린다.
“와아. 크네요.”
“그렇구나. 크구나.”
해골 기사는 언덕을 의자삼아 앉아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저걸 성불시키는 건가요?”
“음. 망토 자락이 필요하다. 그 위에 설계도를 그려야 하니 말이다.”
두 걸음 더 다가가자 녀석의 눈이 붉게 빛났다.
끼이이이익. 녹슨 금속제 갑옷이 맞물리며 불쾌한 소리를 내고, 놈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는 휙. 등 뒤에 있는 거검을 빼어들고 우리에게 겨눴다.
“저 해골은 강한가요?”
“음···.”
나는 녀석을 빤히 바라봤다.
강약을 누구 기준으로 잡아야 하지? 나? 아일라?
“역시 듣지 않을래요. 싸워보고 생각하죠!”
“좋은 판단이다.”
아일라와 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나는 왼쪽. 아일라는 오른쪽.
“울프라아아암! 우선 저 혼자서 싸워볼게요오오!!”
저 멀리서, 설원을 헤치고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세지로 하면 되는데 기운도 좋아.
“설원에, 아일라. 그리고 상대는 거대한 적. 그렇군.”
강아지나 어린아이가 눈만 만나면 신나하는데, 그 위에 강적까지 있다.
아일라가 웃으면서 뛰어노는것도 이해가 된다.
***
아일라의 싸움을 한참 지켜봤다.
자신보다 수십 배는 큰 난적. 아일라와 상성이 좋진 않다.
아무리 흑수정을 거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들, 저만큼 크면 거대 흑수정 한 방을 꽂아 넣어서 연타를 박아봐야 큰 상처를 입힐 수 없다.
“결국 중거리 배틀메이지의 한계가 나오는가.”
중거리 배틀메이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한다.
그건 모든 부분에서 1인분을 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상대가 저런 거체일 경우, 1인분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아예 기를 모아서 후려갈기는 대 마법사쪽이 차라리 낫다.
이브가 이름값처럼 2인분을 하는 쪽이 더 낫다는 이야기.
레지나도 늪으로 묶으면서 쥐어짜 뼈를 으스러뜨리는 방식으로 싸울 수 있다.
즉.
저런 거체를 상대로 우리 파티에서 재미를 볼 수 있는건 아무래도 대마법사 두 명.
아일라는 시종일관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 돌아다녔다.
미티어도 썼고, 흑수정도 썼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 거체는 멀쩡하다.
놈의 공격패턴은 단순한 편이라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보는 이쪽이 불안해졌다.
지금이라도 신화 포식자를 들고 나설까.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아일라가 소리쳤다.
“울프라아아암!”
【말 하도록】
“이 녀석의 갑옷이나 뼈도 쓰나요오?! 그러니까! 부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나요?”
【없다. 망토 자락만 남겨놓으면 된다】
“알겠어요! 대충 다 알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요오!”
황실 혈통으로 녀석의 귀에 쏙 들어가게 대답한 뒤, 다시 전장을 바라봤다.
대충 다 알았다. 라···.
어떤 식으로 공략할지 궁금한데.
그리고 직후. 녀석의 전투 방식을 보고, 하. 하고 웃어버렸다.
하늘에서, 거대한 흑수정이 떨어진다. 단발이 아니다. 연발이다.
궤도폭격을 연상시키듯 해골기사의 거체와 맞먹는 크기의 흑수정이 바닥에 내리 꽂힌다.
쿵! 쿵! 쿵! 한 발 한 발이 작은 지진을 만들어낸다.
허나.
해골기사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거검으로 흑수정을 쳐내거나, 가볍게 피한다.
특수한 능력은 없지만, 거대하고, 단단하며, 민첩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방금 전까지의 전투의 반복이었겠으나, 내 눈에는 보였다.
저 폭격 사이로, 아일라가 내달리고 있었다.
궤도 폭격 속을 꿰뚫는다. 하늘 위로 떠올라 그대로 내려앉는 흙과 눈 사이로 뛰어든다.
아일라가 만들어낸 포격이지만 전부 피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해골 기사가 쳐낸 흑수정에 맞기라도 하면 치명상이다.
그럼에도 상관 없다는 듯.
자색 섬광이 되어 내달린 아일라는, 이내 녀석 앞에 당도했다.
움찔.
해골기사의 등 뒤에도 흑수정의 폭격이 깔려 그 움직임이 봉해졌다.
그리고.
“이야아아아아아아!”
오른 주먹을 최대한 뒤로 뺀 다음, 발목부터 시작해 허리, 끝내 손목까지 회전을 받아 그대로 놈의 발목을 후려갈겼다.
두우우우웅!
주먹으로 저 거체의 갑옷을 때렸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주먹에 있는대로 마력과 흑수정을 감아 쳤으니 당연하다.
기우뚱.
해골 기사의 몸이 비틀거린다. 이내 한 번 더. 다시 한 번 더.
아일라의 주먹이 녀석의 발목을 끝없이 후려갈긴다. 그리고 그 끝에.
빠드드득.
발목을 감싸는 갑옷이 으스러지고, 회백빛 뼈가 드러났다.
지금 내 눈에는 아일라의 등 밖에 보이지 않지만, 녀석의 표정이 눈에 잡히듯 훤하다.
웃고 있겠군. 그것도 아주 즐겁게.
“과연.”
조금 규모가 거대해졌을 뿐 이건 평시의 전법이다.
흑수정을 보조로, 근접을 주력으로 쓰는 초 근접전술.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변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살기 때문에 바꾼다면 결국 차선이 될 뿐이다.
자신이 믿는 길을 우직하게 걸어간다.
그리 외치는 듯 한 투로. 훌륭한 전투.
“그렇구나.”
녀석이 믿는 길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자.
그리 생각하자 자연스레 녀석에게 필요한 것이 떠올랐다.
“날개.”
자연스레 그려진다.
그러고보니 이전에도 흑수정 날개를 썼던가.
기왕 이렇게 된거 아주 제대로 만들어보자.
녀석만을 위한 날개를 말이다.
“울프라아아암! 이겼어요!”
“고생했다.”
해골 기사의 잔해 위에서 브이를 그리는 아일라를 보며 마주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