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58)
757. 암행
물빵.
아니 아니지. 내가 만들려는 마법의 빵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맛은 당연하고 무려 스킬이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마법적 효과도 노려봐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고 너무 품질이 높은 빵을 만들어내면 양산화 하기 힘드니, 크게 잡아 세 가지만 노리기로 했다.
첫째. 공복 삭제 시간 증가.
즉 하나를 먹어도 오랜시간 배부른 상태로 있을 수 있을 것.
둘째. 빵마다 하나씩 고정적 버프 부여.
파티에 따라서 물리 공격력이 필요하거나 마법 방어력이 필요하거나···. 필요한 버프가 제각기 다를 수 있다.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보존기간.
빵마다 적어도 세 달은 상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보존식으로 효과가 있지 않겠나.
이 세가지를 놓고 빵을 만들어 맛과 잘 조화가 되었는지 파티원들에게 실험을 부탁했다. 그리고.
【다 맛있었는데 파티마다 버프가 하나가 필요한게 아닐 수 있으니 중첩 버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밀푀유의 대답을 필두로, 【좀 더 매콤한 빵이 있었으면 좋겠다.】 【전투 도중에 크림빵을 먹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크림 묻은 손으로 검을 쥘 수 있겠냐고요! 그 유분을 어떻게 닦아낼건데요! 멍청한 울프람!】 등등 여러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판단하자면···. 맛은 충분. 의도도 나쁘지 않았지만 전투 도중에 긴급 회복 아이템으로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건가. 버프의 중첩도 신경쓰이는군”
즉 빵에서 포션 효과가 났으면 좋겠다. 라는 거다.
회복 아이템이라는 대범주에서 보면 불가능하진 않다.
녀석들의 의견서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었다.
이제 파티원들은 내가 물건을 내놓으면 ‘우오옷 울프람 대단해요!’ 가 아니라 저마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녀석들의 시선이 올라왔다는 이야기고, 내가 없어도 이녀석들만으로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주 좋다.
이게 파티 아니겠나. 내가 캐리하는것도 즐겁지만 서로 대등한 것도 재미있다.
의견서를 다시 읽어보며 미소지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의견이 눈에 밟힌다.
“이브.”
나중에 두고보자.
감히 맞는 말을 하다니···.
나중에 입에 질릴정도로 슈크림을 쑤셔넣고 네놈의 뱃살이 정비례로 증가하는 것을 지켜봐주마.
***
철저한 복수를 약속한 후. 편의점을 나섰다.
오늘 향할 곳은 제프린의 야시장.
기사학부 제 4학부. 블랙 마켓과 닿아있는 곳에서 열리는 야시장이라 치안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서인지 야시장 규모로는 제일 크다.
망토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채 야시장을 향한다. 파티원들에게도 비밀로 했다. 따라오는 이 하나 없이 조용한 밤이 될 것 같다.
불야성에 가까운 기사학부의 야시장에 들어서자 펼쳐지는 호객행위
“거기 형씨! 오늘 저녁은 스튜 어때! 고기 많이 올려줄게!”
“가볍게 마실 수 있는 과일음료 팝니다! 맛있어요!”
“부드럽게 구워내서 크림 올린 흑빵 팝니다! 개당 3,000린!”
먹거리에 있어서는 꽤나 활성화된 모습이 보인다. 특히 고기 스튜는 그릇당 8,000린인데 슬쩍 그릇 안쪽을 보니 정말로 고기가 많이 올라가있다. 이 단가가 맞나?
궁금해서 주인장에게 물었다.
“점장. 하나 묻겠다만, 이거 무슨 고기지?”
“무슨 고기냐니! 그야 돼지고기지!”
“그렇군.”
“한 그릇 안하나? 진짜 많이 올려준다니까!”
“좀 더 둘러보고 오지.”
그리 말하고 노점을 떴다.
돼지고기. 돼지고기라···. 아무리 생각해도 돼지고기의 수율이 저 단가를 맞출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까 저 돼지고기는···.
“동부 숲에서 잡은 오크를 손질한건가.”
생각해보면 오크도 돼지긴 하다. 몬스터 고기를 먹는게 흔한 문화는 아니지만, 못 먹는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특히 동부 숲 오크는 독이 없다.
그러니까 저 스튜는 돼지고기 스튜가 맞긴 한데.
“아무래도 먹고 싶진 않군.”
뭐 원정중에 먹으라면 먹겠는데, 굳이 야시장에서 찾아 먹을 이유는 없다.
자. 그러면 야시장에서 뭘 파는지, 이곳의 빵 평균 품질은 어떤지 좀 더 알아보러 갈까.
***
야시장은 불야성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젊음과 낭만으로 넘친다고 해야 할까.
중앙 광장에서는 음악학부 녀석들이 연주를 하기도 했고, 요리학부 녀석들이 시식회를 열기도 했다. 춤과 노래가 멈추지 않았다.
한 가지 특수한 점은, 노래하는 이들 중에는 베일을 쓴 녀석들이 한 명씩 보인다는 거다.
“저것도 내가 만들어낸 것들 중 하나겠지.”
복면가인 에스텔은 현재 제프린 내에서도 그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파헤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들키지는 않았고. 신비는 우상이 되고, 우상은 모방을 낳는다. 뭐 그런 거겠지.
그렇게 중앙을 지나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갔다.
이 앞으로는 블랙 마켓과의 경계선. 어둠이 조금씩 퍼져 나오는 시작점.
대단한 걸 알아보려는게 아니고, 블랙 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보다 이제 내 스스로 채집할 수 있는 재료가 더 낫지만 이것도 시장조사다.
자. 어디 뭘 파는지 볼까.
그리 생각하고 블랙 마켓 부근의 야시장에 들어가려는 그 순간.
“멈추세요. 그 앞은 일반인이 가서는 안 됩니다.”
살짝 낮은 톤의 여성의 목소리가 내 귀에 울렸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작은 체구의 여자애가 얼굴까지 가리는 로브를 입고 이쪽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무시하고 들어가려고 하자 녀석이 한 번 더 소리쳤다.
“멈추세요. 그 앞은···.”
“······.”
쯧. 일단 돌아서서 다른곳을 보다가 다시 오도록 할까. 그리 생각하고 돌아섰을 때.
나를 붙잡으려고 했는지 내 뒤로 달려온 녀석과 부딪쳤다.
“꺄···!”
“······.”
짧은 비명과 함께 녀석이 무게중심을 잃고 넘어지려고 할 때, 그 허리를 붙잡았다. 그 체중 전체를 한 팔로 지지하자 녀석이 잠시 버둥거렸다. 그리 무겁진 않네. 내 근력이 높아진건지 참.
“자, 잠깐만요. 어딜 잡···.”
“됐고, 일어서라. 이런 곳에서 잘못 넘어지면 팔뼈, 혹은 머리를 다칠 수 있다.”
“윽···.”
그리고 녀석이 일어선 그 때.
훅, 하고 얼굴을 가리던 로브가 벗겨졌다.
그리고 보인 것은···.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머리에, 찬란한 금빛 눈동자를 한 얼굴.
그러니까. 게임으로 치면 2P컬러를 하고 있는···.
“이브?”
“윽, 어떻게···. 아니. 잠깐만요. 이 목소리 설마···.”
내게 허리를 잡힌 채로, 이브는 양 팔을 들어 올려서 내 로브를 뒤로 넘겼다.
자연스레 내 얼굴이 드러나고, 녀석의 얼굴이 한 없이 일그러졌다.
“울프람···.”
“이것 참. 이런 곳에서 머리 색. 눈 색. 거기에 목소리까지 바꾸고 암행 중이었나?”
“당신은요? 이 한 밤중에 블랙 마켓에 들어가시겠다? 하, 또 무슨 속셈이죠?”
“······.”
“······.”
우리는 서로를 잠시 째려봤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어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 것은 나였다.
“우선 일어서라. 팔이 빠질 거 같다. 네 무게를 내가 얼마나 지탱해야 하지?”
“닥쳐요!”
***
야시장의 벽에 서로 기대고 섰다. 내가 내민 음료 한 잔을 받아들고 이브는 내용물을 빤히 노려봤다.
“평소 마시던 과일주스다.”
“알고 있어요. 혹시나 해서요.”
“혹시나?”
뭐가 혹시나지.
내가 과일주스에 뭐라도 섞었을까봐?
흠.
그렇군, 나중에 근육 증가용 프로틴을 섞어서 이브를 오열하게 만들어볼까.
“쯧. 최근에 꽤 골치 아픈 일이 생겼거든요.”
“골치 아픈 일이라. 이 야시장에서 말인가?”
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기고, 야시장에 암행을 나왔다. 그리고 내 음료를 노려봤다.
즉 그러니까···. 그건가.
“돌면 안 되는 음료가 돌고 있다는 건가.”
“네.”
이브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에서도 그렇게 어둡고 더러운 음료수들이 돌고 있을 줄이야.
안 되겠다. 이 건은 내가 나서서 처리를···.
“술이 돌고 있어요.”
“그렇군.”
뭐야. 술이었나.
다행이네, 이 제프린은 그리 썩지 않았구나, 아니 내가 너무 나쁜 뇌를 가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브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제프린에서 밀주라니···.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하는건지 진짜. 우선 누가 술을 유통하는지, 그걸 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렇게 블랙 마켓에 나온거에요.”
“그렇군. 소득은 있었나?”
“가장 의심되는 황자가 블랙 마켓에 들어가는 걸 본 것 빼고는 소득이 없네요.”
“그러니까 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걸 어떻게 믿어요?”
“내가 양조해 빚은 술을 팔 거면 고급주로 만들어서 교수들에게 팔았겠지. 그쪽이 훨씬 더 돈이 되니까 말이다.”
“그것도 일리 있네요.”
보통이라면 여기서 이브가 한숨을 내쉬고 긍정했겠지만, 오늘은 한 발 더 깊게 들어왔다.
“하지만, 당신이 만든 포션이 시중에 돌고 있죠? 그 안에 ‘광폭화’나 ‘컨센트레이트’ 상태의 포션만 따로 빼돌려서 돌고 있다면요?”
“······.”
그건···. 그렇게 되면···. 그러니까.
용서 못 해.
이브 주제에 옳은 말이나 하다니.
나중에 살찌는 주스를 만들어주도록 하지.
“의심할 사람이 딱히 없다는 것도 알아두세요.”
“알겠다.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나서야겠군.”
“어떻게요?”
그야 어떻게라니.
밀주범을 잡으면 그만이잖아.
***
그렇게 나와 이브는 서로 나란히 서서 로브를 둘러쓰곤 음료 전문 매장을 돌아다녔다.
그레이 존.
이 제프린의 회색 지대를 걷는다.
“하여간, 언젠가 여기를 빛의 성화로 전부 지워버릴 거에요.”
“그래도 꽤 안정되어 있잖나.”
“그야 당신이 간부들 목줄을 잡아서 제게 넘겼으니까, 관리는 해야죠.”
야시장을 넘어선 암시장을 이브와 떠벌이면서 걸었다.
“헤이! 형씨! 누님! 혹시 숙소 찾···.”
“【꺼져라】”
“죄···죄송···그,그윽······극···.”
물론 우리를 보고 이상한 호객을 하려는 녀석들은 전부 황실 혈통으로 내쫓았다.
“뭐에요? 뭐 팔려고 했나요?”
“별 같지도 않은 것이었다. 신경 끄고 걸어라.”
“명령하지 마세요.”
이브는 황실 혈통 면역이라 눈치 못채고 있지만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잡겠다는거에요?”
“간단하다. 일단 음료를 전부 시켜본다.”
“······.”
어허. 성광창 꺼내는거 아니다.
“마시는 게 아니라 감정을 돌려서, 그 안에 술이라고 판명된 물건이 있으면 그대로 주인에게 물어본다.”
“주인이 제대로 대답해 줄 리가 없잖아요?”
“우리도 제대로 질문 할 리가 없잖나.”
“아하.”
그제야 이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암시장을 뱅글뱅글 돌아 음료를 시키던 도중. 하나 발견했다.
【요정 여왕의 밀주】
【7T】
【이제야 술도가로서 자립하게 된 요정여왕이 직접 빚은 밀주입니다. 품질은 조악하지만 확실하게 술입니다.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복용에 주의해주세요.】
“······.”
“······.”
내가 설명문을 읽어주자, 이브는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음.
그런가.
그 녀석.
드디어 선을 넘었는가···.
“체포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역사적 정통성을 생각하면 술 좀 빚어서 팔 수도 있지. 정도로 넘어갈지 모른다.”
“그 양조장을 제 손으로 부숴버리면 그만이에요.”
강해졌구나, 이브 폰 로엔그린.
“아무튼, 이로서 내 혐의는 전부 벗겨졌군.”
“네. 그렇네요. 나중에 직접 모셔서 담화를 나눠보면 되겠죠.”
암시장에서 다시 빛이 가득한 야시장으로 나왔다.
“그럼 오늘은 이쯤 할까요.”
“이쯤이라. 네 용건만 해결하고 끝나는 건가?”
“뭐에요. 더 할 거 있어요?”
“아니. 나는 억울하지 않나. 오늘은 야시장의 탐방을 나온건데 의심당하고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요?”
뭘 그래서야.
“야시장이 폐장할 때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나. 너 때문에 두 시간을 썼으니 이번에는 네가 도와라.”
“쯧···. 어떻게요?”
“나와 같이 야시장을 돌면서 노점상에서 괜찮아 보이는 요리를 먹고, 그 평가를 내리면 된다. 서로 다른 메뉴를 먹는 것도, 같은 메뉴를 먹고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것도 괜찮아.”
“지금이 몇 시인 줄 알고 그러는 거에요? 지금 먹으면···.”
이브는 빤히 이쪽을 본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할까.
“한 입씩만 먹고 버려도 된다. 내가 사도록 하지.”
“으, 흐음. 한 입씩만이라···. 뭐, 직접 사주기까지 한다면 못 먹어줄 것도 없겠네요.”
그리 말하고 녀석은 흥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남은 두 시간, 이브와 야시장을 돌았다.
물론.
녀석이 한 입만 먹고 끝낸 메뉴는 하나도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