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61)
760. 울프람 스파
식사를 마치고, 네프티는 티슈로 손을 닦고는 에헤헤 웃었다.
“배는 가득 찼나.”
“네! 잘 먹었습니다!”
머리가 길어져도, 키가 조금 커져도 네프티는 네프티구나.
그러고보니.
“머리는 계속해서 기를 생각인가?”
물어놓고도 내심 신경쓰였다. 이런 걸 묻는게 예의가 아닐수도 있지만 궁금하잖아.
“아, 선배님은 짧은게 좋으십니까?”
“머리 길이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구나.”
“그러면 계속 기르려고 합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서, 해보고 싶습니다!”
“그런가.”
“네. 머리가 길면 관리가 힘들어지고, 돈이 들어가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머리 관리할 정도의 돈은 있습니다!”
음. 그런가.
머리가 짧은 쪽이 자주 다듬어줘야해서 많이 들어가지 않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이 세계에 미용실이나 살롱이 그리 많을리도 없고, 알아서 정리했던거겠지.
“잘 해보도록.”
“네!”
녀석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식기를 정리한 후 편의점 안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네프티는 조용히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뭐지. 아직 할 일이 있나?
이내 네프티는 편의점 안의 한 층 더 안쪽. 내가 거주하는 사무실 안까지 들어왔다.
“오래간만에 들어옵니다. 선배님. 여전히 살풍경하네요.”
“살풍경이라니. 이것저것 많이 쌓아뒀다만.”
“쌓아 둔 것과 장식 한 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녀석이.
언제 이렇게 옳은 말 바른 말로 사람을 때릴 수 있게됐지.
“주군을 상대로 나쁜 말을 하는 입이로구나.”
“으그아으으븝.”
네프티의 볼을 잡아서 살짝 늘렸다. 말캉하고 잡힌 볼이 쭉 늘어난다. 녀석도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이내 볼이 잡힌 채로 히죽 웃었다.
말랑한 볼따구를 놔주고, 서로 눈을 마주한 뒤 웃었다.
네프티가 한참 웃고, 아마 내 얼굴도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을 거다.
그나저나.
“꾸민다라···. 꾸민다 해도 원체 좁은 곳이라서 말이다.”
“그것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뒤쪽에 건물 몇 채를 지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생각해보긴 했다만. 아무래도 여기가 편해서 말이다.”
“으, 으음···.”
오피스텔이라는 캠프를 만들기도 했고, 바로 앞에는 스피카가 세운 기숙사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내가 지금 글레스트헤임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받아 들여 주겠지.
하지만.
이 원룸과 고시원 사이의 어딘가 사이즈를 가진 이 방이 나한테 잘 맞는다.
울프람의 육신은 사치와 향락을 즐겼을텐데, 이영진이라는 영혼에 새겨진 가난함이 사치를 거부하는가. 이건 좀 생각해 볼 문제네.
“선배님은 왜 그렇게 금욕적이신가요?”
“금욕적이다. 내가? 허튼 소리. 나 만큼 욕망에 충실한 인간은 또 없다.”
“그야···. 선배님의 원대한 야망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스스로를 돌보지 않거나 조금의 사치나 유흥도 하지 않으시니까요.”
“······.”
그건 내 영혼이 무척이나 가난해서···. 아니 아니다.
조금의 사치라.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오래오래 살아가야 하는데 사치 정도는 조금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군.”
“네?”
아.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나.
“스스로를 위한 사치라···. 한다면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말이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놈의 삶은 사치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이영진의 솔직한 마음으로는, 정말 모르겠다. 무엇부터 해야하는거지?
“선배님께서 평소 가지고 싶으셨던게 있다면, 그것부터 구해보죠!”
“웬만한 건 직접 다 만들 수 있어 말이다.”
“아···.”
이번에는 네프티가 당황했다.
그야 그렇지. 의식주를 넘어서서 가지고 싶은 대부분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제작 장인이다.
당황하는 녀석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고, 몇 번 쓰다듬었다. 녀석이 고개를 갸웃했고 미소로 답했다.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게 하나 있긴 했다. 가지고 싶은 것이면서, 또 하고 싶었던 것이지. 사치라면 또 사치일지도 모르겠구나.”
“오오, 어떤 겁니까?”
“우선 파티원들을 모으겠다. 가장 필요한 건 아일라.샤르도 필요하겠구나 레지나도 부르도록 하지. 완성되면 소개해주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내 인생 최고의 사치를 어디 한 번 부려보자고.
***
샤르. 그리고 아일라, 거기에 레지나까지.
솔직히 말해서 사기중의 사기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무력이라면 루디카나 이브가 더 세겠지만, 그런거 말고.
공사라는 점에 있어서, 이 셋이 합쳐지면 정말 신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만들 건 뭔가요!”
“욕탕이다.”
“욕탕! 좋네요! 어느 건물에 부속으로 들어가나요? 스피카가 지은 기숙사인가요?”
“아니. 욕탕 전용 건물이다.”
“와아. 공중목욕탕이군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욕탕으로 만들겠다는 그 포부! 멋져요!”
아일라는 흠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설계를 말해주마.”
그렇게 설명을 덧붙이자, 녀석들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이렇게나 재미있는 걸···.”
“황자님. 나중에 이 안건으로 사업 이야기를 잠시···.”
-나의 정령사.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겁니까?
아일라. 레지나. 그리고 샤르까지 동의했다.
자. 그럼. 어디 실험적으로 지어볼까.
***
내가 만들려고 한 것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찜질방’이다.
남탕 여탕이 나뉘어있고, 편한 옷을 입고 휴게실로 들어가면 그 안에서 음식도 팔고 하는, 목욕 스페이스와 찜질 스페이스가 나뉘어 있는 곳 말이다.
물론 내가 태초의 사파이어와 루비를 이용해 온수를 얼마든지 끌어 올 수 있고, 파티 건축공사 3인방이 있다 해도 단 하루만에 초대형 건물을 짓는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내가 바란것은 딱 하나.
‘대형 욕탕이군요. 남 여탕에 우선 하나씩.’
‘음. 그렇다. 우선 그것만 있으면 된다.’
‘이거라면 어떻게든 될 거 같아요. 아. 배수 파이프나 배수로까지 들어가면 시간이 오래 걸릴거같아요.’
‘괜찮다. 우선 오늘은 실험해보고, 다음번에 좀 더 크게 짓도록 하지. 내가 필요한 건 혼자 몸을 뉘일 수 있는 욕조다.’
‘그거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리 말하고 땅을 다진 후 외부의 시야를 원천 차단하는 흑수정을 컨테이너 식으로 깔고, 탈의실을 비롯 남 여탕을 나누고, 목욕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으면 중간의 휴게소에서 모일 수 있는 간이 찜질방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후우···.”
실로 오래간만에 욕조에 몸을 뉘이자, 긴장이 풀리며 한숨이 나왔다.
서늘한 늦가을 날씨에 몸 안으로 파고드는 열기.
-울프람. 있나요?
-음? 아아. 있다.
띠링. 하고 올라오는 메세지 창.
-그쪽은 어때요? 잘 만들어졌나요?
-음. 잘 만들어졌다.
거대한 욕조.
당연하지만 방음처리도 완벽하다. 아무리 떠들어도 이쪽 목소리가 저쪽으로 넘어갈리가 없다. 허나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이 혈통이 방해한다.
허나, 21세기 찜질방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기능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파티 메세지였다.
-울프람! 그쪽은 잘 만들어졌나요?
-무척이나 편안하고 좋구나. 잘 만들어졌다.
-다행이네요! 이쪽도 따듯하고 좋아요! 제대로 된 사업으로 키워봐도 되겠어요!
-음.
목욕하는 도중에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다니, 신기하기 그지 없군 그래.
-황자님저도좋은것같습니다.
-레지나. 메세지가 이상하지 않나.
-긴장해서그렇습니다그리신경안쓰셔도괜찮습니다.
뭘 그리 긴장할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벽하나넘어서황자님이계시다고생각하면긴장할수밖에없습니다.
-볼 수도 없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말인가?
-네그렇습니다.
그래 뭐.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긴장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힘내라
-힘내서벽을부수라는말씀이신가요?
벽?
무슨 소리일까 진짜.
이내 벽 너머에서 쿵!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소리는 뭐지?
-미안해요. 울프람. 조금 시끄러웠죠? 레지나가 갑자기 일어나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대로 넘어져서, 테두리의 돌 부분에 머리를 박는 바람에···.
-괜찮나?
-네. 괜찮을거에요. 안 괜찮아도 어쩔 수 없죠.
그 뒤로 아일라의 메세지가 끊겼다.
저쪽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뭐. 됐다.
다 신경끄고 욕조에 길게 발을 뻗고 몸을 뉘였다.
아일라와 레지나 둘인데 나는 혼자서 이 욕조를 독점하고 있다.
이 무슨 사치란 말인가.
“좋구나.”
정말 좋다.
***
그렇게 욕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공용 휴게소로 향했다.
대단한것은 없어도 내가 만든 시원한 포션 몇 개와 간식이 놓여잇는 테이블이 있었다.
“울프람! 여기에요!”
이쪽을 향해 손을 젓는 아일라.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보이는데 왜 저렇게 신났을까.
당연히 찜질복은 없었기에 제프린 지급 체육복을 입고,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였다.
“음. 이렇게 목욕이 끝나고 다과회를 즐길 수 있다는게 또 신선하네요.”
“그렇군. 그러고보니 레지나는?”
“아···. 너무 오래 욕탕에 들어가있어서 머리에 열이 올랐나봐요. 탈의실에 벤치를 만들고 눕혀놨어요.”
아일라는 퐁. 하고 음료 뚜껑을 따고서는 한 모금 마시고 웃었다.
“좋네요. 울프람이 가지고 싶었던 게 이런 욕탕이었나요?”
“정확히는 홀로 쓰는 욕탕과, 그 안에서 발을 길게 뻗고 쉬고 싶었다.”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나요?”
불안함을 표하는 녀석의 눈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너희가 방해된다는 건 아니다.”
그래.
파티원이 방해된다기 보단. 그냥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마치 평일 오후 1시라는 미묘한 시간.
독점한 목욕탕.
아무도 없는 남탕에서 발을 뻗고 그 열기를 즐기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헌데.
아일라가 아직 불안한 듯 이쪽을 보고 있다.
“뭐기 그리 걱정이지?”
“평소에 가지고 싶은게 없는 울프람이 처음 가지고 싶다고 한게 혼자 쓰는 욕실이니까요. 저희가 너무 귀찮게 한 거 아닐까 해서···.”
“그럴리가 있나. 혼자 있고 싶다면 1인용 욕조를 만들면 그만이다.”
“그건 그렇지만···.”
“아일라. 분명 혼자 사색할 시간도 필요하고, 그를 위해 대형 욕조를 만든 것도 사실이다만···. 그 끝에는 이렇게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휴게실도 만들지 않았나.”
퐁.
나도 음료를 따고 입을 가져다대 한 모금 넘겼다.
바나나향 우유에 설탕을 잔뜩 넣어서, 어떻게든 21세기의 바나나 우유와 비슷한 맛이 났다.
“요컨데, 더 즐겁게 나아가기 위해. 잠시 휴식할 장소가 필요했던 거다.”
“후후. 네. 그렇다니 다행이에요.”
이내 아일라도 다리를 모으고는 방석에 머리를 베고는 살짝 웅크렸다.
마치 세상 편한 고양이 같은 느낌이네.
“좋네요. 서부에도 도입하고 싶어요. 대형 욕탕과 휴게실···. 역마다 하나씩 짓고, 특색 있는 간식이라도 만들어서 팔까요.”
“그것도 나쁘지 않구나.”
“그리고 욕탕도 잔뜩 만들죠. 하나만으로는 조금 아쉬웠어요. 샤워 시설도 있으면 좋겠고···. 증기로 몸을 데우는것도 좋겠네요. 그거 말고도···. 음. 서부는 먼지가 많으니까 청량한 음료수도 넣고···.”
마치 꿈을 꾸듯. 아일라는 살짝 웅크린 상태에서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놨다.
“다 좋구나. 하나씩 해나가면 되겠어.”
“네. 그러면 배관···하고, 물의 정화마법하고, 그거 말고도 신경써야 할게···.”
아일라의 목소리가 천천히 느려지고, 이내 녀석의 눈이 살짝씩 감긴다.
시계를 보니 평소 잠드는 시간은 아닌데, 이것도 목욕탕 매직인가.
보는 이가 없기에 다리를 쭉 뻗고 양 팔로 상체를 지지한 후 그대로 천장을 올려봤다.
따듯하고, 평온하다.
“그렇구나. 하나로는 부족한가. 둘 다 모여있어야 했군 그래.”
새근새근 잠든 녀석의 얼굴을 바라봤다.
목욕을 마치고 찜질방에서 먼저 기다려줄 사람.
아무렇지 않은 대화를 서로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사람.
가지고 싶었던 것은 욕탕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