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67)
767. 정훈 교육
이후 이브를 비롯 우리 파티원 전원에게 골렘 시험기 테스트를 받았다.
결과야 뭐, 모두들 호평했다. 저마다 어떤 무기를 추가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고 그 결과 시범 무기 라인업도 충실해졌다.
“기동은 어떻게 생각하지? 아일라나 스피카야 재주가 높으니 다루기 쉽다 해도, 제프린 평균 학생들의 재주를 생각하면 너무 어려운 기동은 힘들지 않겠나.”
“우선 사지관절과 허리만 움직이는 걸로도 충분할거에요. 손과 발은 고정으로 두죠. 무기의 활용은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부터 활용하는 식으로, 가동 관절을 최대한 압축하는 식으로 말이죠. 상위 골렘은 관절 가동 부위를 올리면 되는 것 아닐까요?”
“훌륭하군. 역시 밀푀유다.”
밀푀유의 아이디어로 로우 그레이드부터 하이퍼 그레이드까지 급수를 나누고, 최상위 기종은 정말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관절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받았다. 외곽에 깔 함정을 만들던 샤르까지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튼튼하지만 서로 부딪치면 부서지기 좋은 금속을 만들었고, 조금만 노력하면 대량 양산 체제에 들어갈 수 있게끔 조합했다.
끝으로 이브에게 판매 허가를 구했다.
몰래 팔아도 되지만, 이 녀석이 제프린의 실권자니까.
“음···. 으음. 판매라···. 판매 말이죠.”
“왜 그러지? 또 어깃장을 놓을 게 있나?”
“사람을 뭐만 하면 시비 거는 인간으로 몰지 마세요. 저도 이게 교육 취지로는 더할나위 없는 일품이라고 인정하니까요. 골렘으로 펼치는 모의전으로 치울 수 있으면 얼마나 싸게 먹힐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더 부탁하고 싶을 정도인걸요.”
“더 부탁하고 싶다?”
“예를 들면 몬스터형 골렘이에요. 기사학부 30명이 직접 조종하는 골렘과, 몬스터의 행동을 학습한 골렘이 서로 겨루는 모의전. 이거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물자 소모가 줄어들고, 얼마나 많은 희생이 줄어들 거 같아요?”
“······.”
뭐지.
내가 알던 이브 폰 로엔그린이 맞나. 이 녀석이 이렇게나 똑똑했다고?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 골렘을 PvP용 장난감으로 생각했지만, 이브는 좀 더 나아가서 PvE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것이다.
“훌륭하구나. 좋은 생각이다. 바로 만들어봐야겠군.”
“네, 네?”
손 위에 샤르가 만들어준 금속을 가지고 이리저리 주물러댄 결과, 누가 봐도 그레이트 오크로 보이는 미니 골렘 한 체가 완성되었다.
“그레이트 오크네요. 그러고 보니 재주 하나는 높았죠.”
이브는 흐으으음 소리를 다시 내며 찬찬히 오크를 살펴봤다.
“이 녀석에게 거검을 들려주고 학생들이 모의전을 펼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않나?”
“그렇겠죠. 하지만 그레이트 오크 정도는 지금 원정조에서도 충분히 사냥하고 있잖아요? 이미 공략방법이 다 나온 몬스터를 모의전으로 상대해봐야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군. 그렇다면 이건 어떻지?”
다시 한 번 손을 움직여 다른 점토로 한 기의 몬스터를 빚어냈고, 이브는 녀석을 보고 이번에는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마족?”
“레서 데몬이다. 비행. 저주. 급강하. 인지강탈···. 더러운 능력을 쓰는 쓰레기다. 일곱번째 문에서 제일 처음 만날 수 있는 몬스터지.”
“그렇군요. 이런 녀석과 싸워야 한다. 음. 이거라면 될지도.”
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되다니, 그건 또 무슨 이야기야?
“자세히 설명하도록, 무슨 소리지?”
“음. 아뇨. 이건 저도 확신은 없네요. 허언이니 잊어버리세요.”
이브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대체 뭔데?
***
이후.
양산된 골렘을 가지고 모의전을 해볼 학부생들의 지원을 받았다.
정확히는 강의에 들어가던 필티아에게 드래곤 폼 기체 하나를 공물로 건네고, 지원자를 좀 모아줄 수 있냐고 물었고, 놀랍게도 당일 30명의 지원자가 전원 모였다.
그들은 필티아가 강의 중에 꺼내놓고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한 드래곤 폼 골렘에 눈이 완전히 돌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서른 명의 이른바 클로즈 베타 테스터 학생들은 골렘을 받아들고는 살짝 실망한 기색이었으나, 이내 내 설명이 이어지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선 설명하겠지만, 너희에게 드래곤 골렘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그게 필티아 교수님 고유 개체인것과 동시에, 인간이 가장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인간 폼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기동 방법을 설명할테니 뒤에서 하나씩 자기 손에 맞는 무기를 쥐고 일렬로 서라.”
이후. 아일라와 스피카의 모의 대련을 보여주니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순간 터져나갈 것 같은 흥분이 테스터들 사이에서 감돌기 시작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모의전을 실행한다. 전원 자리에 서서 준비를 갖추도록.”
그렇게 펼쳐진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정말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거기냐!”
“완전히 부숴주지! 죽어라아아아!”
음.
무척이나 격렬한 대화가 오가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보통 어린 아이들이라고 하면, 햇빛 받으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플라스틱 칼 한자루만 쥐여줘도 세계 최강의 검객마냥 휘두르고 다니는데, 무선 조종이 가능한 로봇을 쥐어준거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부숴도 책임없음, 무기도 자유라고 한다.
사탕을 받은 어린아이마냥 입에 꼭 물고 있고 원장님이 밥먹으라고 해도 도리질 치는 것과 같다. 그 순간 아이에게는 사탕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진수성찬이 되는 법이다.
그렇게 약 한 시간.
마지막으로 서있는 개체를 가진 학생은 단 한 자루의 검으로 다른 모든 골렘의 수신기를 부숴버린 학생이었다.
은발에 청안. 세상 모두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한 외모를 가진 소녀.
현 1학년. 차기 기사학부 수석이 확실화되는 녀석의 이름.
앨리스 마이스터.
“훌륭하군. 앨리스. 감상은?”
“재밌었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황자님.”
그리 말하고 환하게 웃는 앨리스.
평정심이라는 감정이 사라졌다고 하나, 앨리스는 긍정적인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는 녀석이 아니다.
녀석의 이 환한 미소야말로 이 골렘이 아이들의 최고의 장난감이 될 수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다행이군. 승자에게는 포상이 있어야겠지. 우선 너에게는 이 최초의 양산형 기체를 주도록 하마. 그리고.”
손으로 금속을 조합해, 골렘용 검 두 자루를 만들었다.
하나는 앨리스의 검과 똑같이. 다른 하나는 내 신화 포식자와 똑같다.
“이건 황자님의 검 아닌가요?”
“내가 인정하는 첫 대회의 우승자다. 내가 만든 골렘을, 네가 가장 잘 다뤘으니 두 개 모두 가지기에 합당하다.”
“감사합니다. 영광이에요.”
앨리스는 골렘을 한 손에 들고서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이제 제대로 양산해서 팔아먹어 보실까.
***
세상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그래서 재미있는 거 아니겠니?
어린시절 TV에서 봤던 만화영화에 나오던 악당들의 대사.
어릴 때는, 그리고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 까지는 그것이 옳은 말이라 생각했다. 악당 주제에 좋은 말도 하는군.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제프린에 들어오고나서 깨달았다. 진정 재밌는 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스릴’이 아니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찢고 잡아 비틀어 마음대로 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 니드 모어 파워.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며칠 전 이브가 찾아와서 내게 하나의 서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가 보안 기술 위반 사태 고발장】
“이건 뭐지?”
“당신 이름이 적힌 고발장이에요. 제 권한으로 막고 있긴 한데, 아마 어떤 루트든 황실에 올라가겠죠.”
“흠.”
서류를 받아 읽어보니, 역시나.
제프린에 재학 중인 황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발명품이 제국의 기밀과 안보에 큰 위해를 끼치고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즉.
“내가 만든 골렘이 국가 안보 기술이고, 그걸 세상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황실의 기밀 유출이며 안보의 위협이 된다. 라는 건가.”
“정확하게 잘 봤네요.”
이브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너도 이 웃기지도 않는 일에 동의하나?”
“그랬다면 이걸 여기에 들고 왔겠어요? 황실로 바로 넘겼지. 이게 얼마나 효율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야 그렇군. 어디 누가 고발했는가 보도록 할까.”
아래 고발장에 적힌 이름을 보니 교수 세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흠. 역시나 그런가.”
“아는 교수에요?”
“아니. 모르는 교수다. 다만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하지. 첫째. 어떻게 일개 교수 따위가 황자를 고발할 수 있을까. 그 부분부터 걸리지 않나?”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교수들 주제에 감히? 그들 월급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본인들도 알텐데요.”
“평생 실패해 본 적 없는 교수들의 뇌가 오염되어서 나 정도는 찍어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한 거라면, 내가 직접 가서 철퇴로 내리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제프린에 그런 교수가 있을 거라 보나?”
“없겠죠. 당신은 필티아 언니도, 엘피라네 님도 지지하고 나서는 악당 황자인건 교수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한 소리 더 하네. 그냥 좀 내가 잘났다고 인정을 하던가.
아니 취소. 얘한테 그런 인정을 받으면 역겨울 것 같다.
아무튼.
“즉 이 교수들은 그냥 불씨에 지나지 않는다. 고발장을 올리면 위에서 받아줄 황실측 인물이 있다는 거겠지.”
“흑막은 따로 있다···. 그렇군요. 그 연결점을 찾으면 되겠네요.”
“굳이 찾을 필요가 있을까. 이오는 우리가 기르는 개. 이시스는 이쪽을 견제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 세력이 한 풀 꺾였겠지. 거기에 철저한 안보라거나 군사쪽으로 파고들 녀석은 아니다. 즉 안보에 민감하고, 고발장을 바로 수리할 능력이 되는 건.”
“이넬디아.”
“맞다.”
이브는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넬디아라면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이넬디아라면 상대가 좀 크네요.”
“반대로 생각해라. ‘우리’의 세력이 제 2황녀님도 신경쓰일 정도로 커졌다는 이야기다.”
내 말에 이브는 나를 한참 보다가 풋. 하고 웃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그럼 ‘우리’도 반격을 준비해야겠죠.”
“아니. 그리 대단한 걸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이넬디아와 단 둘이서 독대할 자리를 만들어다오. 그거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지.”
“음. 알겠어요. 쉽지 않지만 만들어보도록 하죠. 대신 어떻게 이넬디아를 찍어눌렀는지 저에게 말해줄 수 있죠?”
“내가 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하나?”
이브는 정말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고작 이넬디아에게 질 사람이 대륙 전체를 잇는 사업을 할 수 있겠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 참.
이넬디아를 언니라고 부르지도 않고, ‘우리’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정말 황실 상대로는 이브 폰 로엔그린과 합이 맞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니까.
***
이브 폰 로엔그린이 이넬디아를 제프린으로 호출 한 건,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이브가 나를 부른다고 해서 왔더니···. 울프람. 너였나. 오늘은 필티아 님과 함께 하지 않는가보군.”
“그럼. 이넬디아. 아이들 싸움에 어른을 끼워넣으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잖나.”
“즉 너와 나는 대등한 어린아이다? 필티아님이 안 계셔도 나는 이길 수 있다?”
“이기고 지고가 문제가 아니라 상호간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대화를 하자는 거다.”
그 말에 이넬디아는 하. 하고 웃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네가 국가 안보 위반과 군사 기밀 유출을 했다는 건이로구나. 그걸 무마하고자 나를 협상 테이블에 불렀다?”
“흠.”
“역시나. 그래. 이 누이가 특별히 너의 죄를 사해주도록 하마. 대신 너는 무엇을 바칠거지?”
그런가.
이 녀석은 딱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안보.
안보 좋지.
그런데 네가 나한테 안보 싸움을 건다고?
마. 내가 배운 안보 교육은 40살 먹은 솔개가 심장을 니트로엔진으로 바꾸고 발톱과 부리를 초합금으로 장착해 다시 한 번 날아오르는 슈퍼개쩌는메탈솔개가 되는 세계선이라고.
“비밀로 하려 했건만···. 쯧.”
그리 말하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툭 무언가를 꺼내 집어 던졌다.
반듯하게 잘린 하나의 뿔. 잘린면과는 대조되게 구불구불 꺾여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불길했다.
“이건 몬스터···. 잠깐···?!”
“마족의 뿔이다. 얼마 전 내가 잘라낸 놈이지.”
“뭐···. 뭐라고? 아니 그럴리가 없다. 이게 마족···. 아니 마족의···.”
“너도 황손이라면 느껴지지 않나.”
“······.”
이넬디아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래. 그래. 황손이 마족의 잔해를 못 알아보면 안 되는거야.
“네가 아무것도 모른채로 황실에서 기사들로 병정놀이를 하고, 황실 내부를 지배했다고 자만하며 공주님 놀이를 하는 건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라이언의 등을 보고 자란 네 낮은 자존감이 그걸로 채워진다면 상관 없다.”
“뭐라···. 너 감히···!”
“내가 말하고 있지 않나.”
“······.”
“이 제프린에서 마족과 싸우는 내 입장에서는 그 같잖은 놀이에 어울려줄 시간이 없다. 골렘을 써서 모의전을 펼치든, 국가 기밀을 유출하든 우선은 병력을 확충하고 그 질을 올려서 곧 다가올 싸움이 대비해야 한다.”
“대체,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네가 알 필요는 없다.”
“설명, 설명해다오. 울프람.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그저 봐라. 그리고 가슴에 새겨라. 네가 모르는 곳에서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라.”
이넬디아가 부르르 몸을 떤다.
“이 곳은 정말로 피가 흐르는 전장이 될거고, 많은 피를 골렘들의 흙으로 된 살점이 대체해 줄 것이다. 국가 안보? 기밀 유출? 주적을 상대로 군을 단련하는게 언제부터 죄악이 된 것이지?”
“나, 나는···.”
갑작스레 스케일이 커지자, 이넬디아의 눈이 한없이 떨린다.
그래 그래.
여기서 그래도 골렘 기술은 국가 보안법 어쩌고 해봐라, 너는 그날부터 매국노 황손 확정이야.
“공주님 놀이는 안전한 황실에서 하도록. 제프린은 이미 대 마족 전쟁의 최전선이다.”
“아···.아.”
“너도 황족이라면 이 이상의 죄를 저지르지 마라. 공주님은 방 안에, 전사들은 전장에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내 장사를 방해한다면 황녀라 한들 매국노 되는 거 순식간이란다.
잘 알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