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72)
772. 대륙제일냥
머릿속에서 하나 둘 퍼즐이 맞춰져간다.
예를들면 이스티티아를 그대로 탑재해서 출시된 D/Z SAGA의 평가는 어땠을까.
초반은 당연히 이스티티아의 하드 캐리였을 거다. 세상에 거의 필중의 기사학부 캐릭터라니 이런 미친 성능을 봤나. 초반에는 평타 하나의 데미지가 소중하기 때문에 아마 엄청 잘 썼겠지.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 조금 묘해진다.
‘데미지 보정이 이상한데.’ ‘계수가 좀 별로네’ ‘무기 특성은 뭐가 잘받지?’ ‘다 괜찮은데 영….’
이제 여기서 친 이스티티아 파는 녀석에게 ‘양손 둔기’ ‘양손 도끼’ 아무리 귀엽게 쳐도 ‘양손검’을 들려줄 것이다. 평타는 느리지만 캐릭터 자체의 명중보정이 워낙 높기 때문에 단타형 파워 파이터로 육성방향을 잡겠지.
그러면 이제 첫 번째로 붙는 캐릭터성이 바로 근육이다. ‘머슬티티아’ ‘파워티티아’ ‘뇌근녀’ ‘프로틴 학생회장’등 여러 멸칭으로 놀림받을 거다.
주로 최전열에서 양손무기로 가드브레이크를 일으키며 한 방 한 방이 세고 명중률이 높은 대신 이동속도를 포기한 전형적인 파워계 캐릭터.
그럼 이제 초월격까지 갈 경우 이스티티아의 육성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계속되는 파워파이터. 신화급 무기까지 양손 무기로 도배한다.
둘째로 완전적중의 초월능력을 활용해 ‘암살’계열로 키운다. 저주의 단검이나 지옥불 활. 극독의 단검 같은걸 쥐여주고 비열하게 암습을 할 거다.
즉. 두 번째 별명으로 ‘암습의 학생회장’ ‘비열 퀸’ ‘명중을 가장 지혜롭게 쓰는 법’ 등이 붙겠지.
캐릭터 운영 난이도는 올라가고, 이브와 다르게 끔찍할 정도로 호불호를 탈 것이다.
이런 애를 어떻게 패키지 메인 히로인으로 내보내냐고, 그게 될 리가 있냐고, 얘가 메인인 D/Z SAGA? 그거 그냥 완전히…. 그래 완전히….
“완전히 망하지 않았나.”
“그렇게 심한 말을?!”
이스티티아의 눈이 한없이 떨리며 새빨개진 얼굴로 이쪽을 본다.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너한테 하는 말이 아니고 이게….
“망한 건 망한 거다.”
“남매?!”
아.
어쩔 수 없다. 나도 여기까지 말하기 싫은데, 얘가 이브 대신 본편 메인히로인으로 나왔을 거라 생각하면 머리를 짚고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진짜 망했다.
잘 폐기했네.
***
나와의 대련이 후. 이스티티아는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은 채 한숨만 내쉬었다. 머리 위에 띠로리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느낌마저 든다.
뭐.
이스티티아가 완전히 망캐인건 그렇다 치고, 여기서 궁금한게 있는데 말이지.
“이스티티아.”
“네. 망한 이스티티아에요…. 망한 건 망한 이스티티아에요….”
“내가 말을 심하게 했다. 미안하구나.”
“아냐…. 나도 솔직히 고민 참 많이했어,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하고 말이야. 남매가 철저하게 현실을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 말하지만 여전히 눈이 죽어있다.
눈 앞에서 사탕 다섯개쯤 빼앗긴 이브의 눈이 이러할까.
하지만 겉으로는 나도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망한 건 망한거고 망캐는 망캐다. 이게 바뀌진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스티티아. 너는 재능도 출중한데 어쩌다가 스스로의 길을 ‘필중’으로 정했지?”
“죄송해요. 필중이라 죄송해요….”
“아니. 아니다. 이건 순수한 궁금함이다. 네 상처를 헤집는 말이었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응? 아, 그렇구나. 내가 ‘필중’에 진심이 된 이유라…. 이상하긴 하지?”
더 상처입을까봐 고개를 끄덕이진 못했지만, 내심 동의했다.
필중(HIT)은 당연하지만 물리 공격력(ATK)보다 그 급이 한참 떨어진다. 공격 성공은 결코 추가 데미지를 이길 수 없다.
아예 암살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하면 명중보다는 회피(Dodge)에 투자하는게 기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스승님 손에서 자랐거든, 스승님은 유랑민에 가까우셨는데 어려서부터 장작패기나 불피우기, 낚시나 야영지 만들기 등 자연 속에서 살았어. 저기 울프람 남매. 야생에서 가장 필요한게 뭐라고 생각해?”
“생존능력?”
“맞아. 그리고 그 생존 능력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내가 봤을 때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안전의 확보. 즉 얼마나 야영지를 잘 만들고 강적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내가 소모한 열량보다 많은 열량을 얻을 수 있는가. 야.”
이스티티아는 특히 두 번째를 힘주어 말했고, 그제야 조금 감이 잡혔다.
“즉. 언제나 식사를 확보하려면, 사용하는 힘보다 더 많은 식량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필중을 꿈꿔 왔던건가.”
“응. 낚시를 하면 무조건 대어를 낚는 능력. 단검을 던지면 무조건 짐승의 심장에 맞는 능력 등. 어릴때부터 꿈꿔왔던 건 언제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생활’이었어. 그렇게 꿈에 다가가다보니 어느새….”
“필중의 힘이 개화했고, 검 한 자루와 낚싯대 하나면 세상 어디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다. 라는 건가.”
“그렇게 된 거지.”
“그럼 대륙 최강의 기사는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그야, 대륙 최강의 기사라는 직함을 정하는데 살인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수백 명을 대련으로 꺾는다거나, 스승님을 쓰러트린다는 건 결국….”
“필중의 능력 하나면 충분하다.”
내 말에 이스티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이게 이렇게 전부 맞아 떨어지네.
맞다. 최강의 ‘기사’가 생사결에서 무적일 필요는 없다.
기사라는 것은 결국 체면과 실력이 함께 양립되어야 하는데, 남을 함부로 장애인으로 만들거나 목숨을 취하는 망나니가 대륙 최강의 기사가 될 수는 없지.
그렇기에 이스티티아는 상대의 검과 자신의 검을 맞부딪치는 힘겨루기, 그리고 상대의 목 바로 앞에서 검을 멈추는 힘조절 등. 모든 면에서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어리면서 동시에 황손이기까지 하다.
이 녀석의 명예를 칭송하는 소리는 결코 적지 않았으리라.
“하…. 이것 참.”
“실망했어? 대륙 최강의 기사의 정체가 이런 녀석이라?”
“아니 무척이나 흥미롭군.”
“어, 응…?”
“아무리 기묘한 선택이라 해도 하나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다.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지.”
이스티티아는 내 손을 꽉 붙잡았다.
봐라, 이것만 해도 다른 녀석이라면 내가 가볍게 패링으로 쳐냈겠지만, 이스티티아는 그 틈까지 밀고 들어온다.
단적으로 말해 암살무기를 들고 적으로 돌아서면 엄청 까다로운 상대다.
“흑….으윽….”
“그렇게 울 것 까진 없지 않나.”
“망했다고 했으면서…. 남매가 울려놓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녀석.
아니, 그게 그렇긴 한데….
***
이스티티아의 오열을 BGM삼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녀석에게 장비를 밀어준다…. 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나쁜 녀석은 아니고 며칠 친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이 녀석은 결국 ‘이넬디아의 부탁’을 받아 여기로 온거다.
뭐 이넬디아편을 드는 건 아닌 거 같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의 ‘적’의 부탁을 받아 움직였다는 점에서 당연히 꺼릴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 나와 이브가 걸어야 하는 길은 적, 아니면 아군밖에 없는 길.
놀랍게도 이스티티아가 적과 아군 사이의 어딘가를 차지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아군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그렇기에.
이 녀석에게 최고급 장비, 혹은 신화급 무기를 맞춰주는 것은 나도 꺼려진다.
하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고…. 울고는 있고, 내가 욕해서 운거기도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정답을 깨달았다.
그렇군.
‘강하진 하지만 너무 강하지 않으며’ 동시에 ‘막 쓰기에는 조금 그런’ 무기를 하나 챙겨줄까.
물론 그냥 주는 건 그렇다.
“이스티티아. 일어서라.”
“응? 응….”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지금 너는 약하다.”
볼을 부풀리면서 이쪽을 보는 이스티티아.
아니 뭐, 내가 약하다는데 네가 어쩔 거야.
“남매에…. 나도 진짜 무기를 들면 강하다구?”
“호오. 그렇다면 그 진짜 무기를 보여줄 수 있겠나?”
“좋아. 보여줄게!”
그리 말하며 이스티티아는 손가락을 모아 손칼을 만들어 허공을 찔렀다.
위를 향했던 손바닥을 반으로 빙 돌리면서, 허공을 잡아 쥐었다.
그리고 주욱. 뽑아냈을 때.
“호오.”
“이게 바로 나의 검! 무슨 검인지 알겠어?”
“아흔 아홉개의 마검 중 열다섯 번째. 파공월단. 그렇군. 위대하신 선조님의 진전을 이었나.”
“어떻게 알았어?!”
그야 뭐.
본편에서도 그럭저럭 잘 쓰던 검이니까. 스펠디아라비나 여월천조의 검도 그렇지만 파공월단도 충분히 좋은 검이다.
【파공월단】
【1T】
【하르크 폰 로엔그린이 쓰건 아흔 아홉자루의 마검 중 열다섯 번째에 위치한 마검입니다. 공간을 베어내 거리에 상관 없이 타격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너와 상성이 잘 맞는 검이군.”
“그렇지?! 그러니까 남매라도 내가 망했다는 망언은….”
“하지만 공격력은 여전히 낮구나.”
“…….”
이스티티아가 다시 시무룩해졌다.
하늘에 달이 얼마나 멀리 있든, 그 거리까지 베어내어 달에 닿겠다. 라는 의미를 가진 파공월단은 잘 쓰면 진짜 훌륭…. 까진 아니고 유쾌한 무기긴 하다.
근접 캐릭터가 무기 보정을 최대치로 받으면서 원거리로 쏠 수 있다….
그러니까 뭐냐면, 이론상 ‘검풍’ 혹은 ‘검기 날리기’ 놀이가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자주 했던 놀이는….
“이스티티아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만.”
“응? 응응. 이 파공월단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파공월단으로 멀리 있는 적을 벤 다음, 뒤로 돌아서서 납검하고 훗. 하고 웃어본 적이 있나?”
뚝.
이스티티아의 몸이 또 굳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그런가. 했는가.”
“아니 어떻게 알았냐고 남매….”
글쎄.
어떻게 알았을까.
너도 했구나, 그렇지?
***
생각할수록 예능빌드 그 자체다.
이런 컨셉으로 노리고 키워도 힘들 거 같다.
문제는 여기가 게임이 아니라는 거고, 현실에서 이스티티아는 그 웃기지도 않는 컨셉으로 커왔다는 거다.
필중과 거리무시.
그로 인해서 나오는 검격의 연쇄.
하지만 딜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
거기에 덧붙이자면….
“파공월단에 의한 공격 일변도의 검은 방어가 너무나 취약하지 않나?”
“상대의 모든 공격에 적중시켜서 서로 튕겨내면 되는 거 아닐까?”
“흠.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만, 세상에는 이런 무구도 있다.”
슬쩍 신화 포식자를 꺼내 들었다.
“뭐야 그 검은…?”
“네게 파공월단이 있다면 내게는 이 신화포식자가 있다…. 라는 것이지. 주 속성은 포식. 그리고 강화다.”
“으, 응?”
이스티티아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인벤토리에서 기암괴철을 하나 꺼내들었다. 이스티티아도 이게 얼마나 묵직한 철인지 알고 있는지 눈을 빛냈고, 괴철을 신화 포식자로 그어내자….
으드득 으득 끄드드득 끄극.
검이 훑고 지나간 자리 그대로, 톱니로 갈아낸 것처럼 흉측하게 파먹혔다.
“이런 무기도 있다. 앞으로 조심….”
“조심하겠습니다….”
이스티티아는 파공월단을 끌어안고 부들부들 떨었다.
“결국 이스티티아. 너에게는 결정력과 방어력. 둘 중 하나가 처참하게 부족하다는 이야기로군.”
“맞아. 이런 내가 대륙 최강의 기사라니…. 웃기는 이야기지.”
“그렇다면 그걸 보충하면 그만이다.”
“어, 어떻게?”
“일단은 도구에 의존해보도록 하지. 이걸 받아라.”
“응?”
이제는 루디카가 쓰지 않는 초심자 지원 장갑이 하나 있었지 아마.
그걸 대충 강화해서…. 됐다.
【중첩 강화된 다크 캣츠 글러브】
【4T】
【고양이 손을 본뜬 장갑입니다. 몽실몽실한 촉감과 손을 넣기만해도 따스함이 느껴지나,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어 물건을 쥐는게 불편함이 없는 일품입니다.】
【손바닥과 손가락 부분에는 분홍색으로 고양이의 발바닥의 육구를 묘사했습니다.】
【착용자의 공격이 더욱 정밀해집니다. 공격시 타격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공격 위력이 증가합니다. 명중시 체력을 극소량 회복합니다. 고양이의 힘을 빌려 동작이 더더욱 은밀해집니다.】
【절대로 때가 타지 않으며 자동으로 수복되고 청결화 기능도 있습니다.】
【강화 효과로 인해 공격 성공시 ‘야옹’ 소리가 납니다.】
“이 장갑을 끼고 전투에 나서면, 어느 정도 공격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 손…. 인형 장갑…. 이걸…. 착용. 내가?”
누가요. 제가요?
그렇게 이쪽을 보는 이스티티아.
네. 너가요.
눈빛으로 답하자, 녀석의 눈빛이 다시금 생기를 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