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75)
775. 법치주의의 몰락
이후.
지하 공동에서 엘피라네의 사자후가 울려퍼졌다.
“가라! 가서 내 술을 다 팔고 추가금을 얹어 올 때 까지 절대 돌아오지 마라!”
천지를 진동시키는 여왕의 포효에 양아치들이 거품을 물고 문을 벌컥 열고 도망쳤다.
읏! 소리를 내며 차마 피하지 못한 저 뚠뚠이브를 내 쪽으로 잡아끌었고, 결과적으로 양아치들에게 들키지 않은 채 정체를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안에 있는 요정 여왕에게는 걸린 모양이다.
마력이 주변을 감싼다, 그리고 우리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신화포식자를 들어 단박에 베어냈다. 이브 또한 몸에 마력을 둘려 해석을 방해했다.
“어머, 내 마력을 베어 내다니, 어디서 온 아이들이니? 요정 여왕을 배알할 수 있는 문은 열려있단다. 자 경의를 갖추고 들어오려···엄마야!”
“······.”
“······.”
허공에서 한쪽 다리를 꼰 상태로 거만하게 이쪽을 보던 엘피라네는 우리가 얼굴을 드러내자마자 깜짝 놀라 양 팔과 양 다리를 쭉 뻗었다.
플라잉 안아줘요 자세가 된 엘피라네.
자. 현장은 검거했고, 이제 범인과의 질의응답 시간이다.
***
우선 제일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건, 이 양조장이 대체 뭔가 라는 거다.
“울프람. 이브.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지금까지 좋았잖아요? 함께 웃고 울고 모험도 하고 밥도 먹고. 그렇지?”
그래.
그 말은또 반박하기 어렵다.
나와 엘피라네는 참 많은 모험을 했다.
용왕의 시체랑 싸우러 가서 술 먹고 꼬장부리는 걸 지켜보거나, 하르크의 유해를 찾으러 갔다가 나를 위해 보물을 바쳐라 소리를 듣거나.
아주 좋은···. 그런 추억의 좋은···.
“······.”
“매번 마력이 많다고 모든 마법전에서 이길 수 있으면 저는 하르크에게 도전도 안했어요. 라고 하시면서 때리고 혼내고 괴롭히고, 마력량만 많으면 그저 살찐 돼지일뿐이에요 라면서 혼내시고···. 좋은 추억···. 좋은 추억이라니···. 용서못해. 용서할 수 없어···.”
이브도 무언가 쌓인 게 많은지 중얼거리고 있다.
“좋다. 우리의 좋은 추억을 생각해 고문까지는 하지 않으마.”
“순순히 협조해주세요. 요정여왕님.”
“큭···. 내 업보가 그리도 깊었나···. 몇 번 더 정에 호소할 수 있을 줄 알았거늘···.”
엘피라네는 낭패라는 듯 우리를 올려봤다.
어느샌가 플라잉 안아줘요 자세를 푼 채, 주먹을 꾹 쥐었다.
녀석의 마력이 요동친다.
“울프람. 이브. 솔직히 말할게요.”
“어디 항변해보도록. 기회는 주마.”
“우선 이 양조장은 이브가 제 뒷조사를 한다는 걸 알고 도망쳐서 만든 거에요!”
“당당하군.”
“왕의 길은 언제나 당당한 법이니까요.”
진짜 때려주고 싶네.
“그렇게 도망치셔서, 이 블랙 마켓에 자리를 잡고 환각주를 파셨던건가요?”
“네. 맞아요. 이브.”
“환각은 나쁜 거에요.”
“하지만 중독성은 없답니다? 오히려 앞으로 전장에 서야할 이들이 환각에 내성 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아니 논리가 엉망진창이잖아. 블랙 마켓 녀석들에게 환각제 술을 먹이는 걸 그렇게 포장한다고? 포장의 신인가?
“그리고 저는 제 술이 넥타르가 될 때 까지 연구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자. 이번에 만든 술을 보시죠!”
그리 말하며 엘피라네가 손가락을 튕기자, 등 뒤의 배합통에서 한 방울 술이 올라왔다.
【중급 밀주】
【6T】
【마시는 이에게 행복한 꿈과 환각을 꾸게 해주는 술입니다. 초월격을 가진 중급 술도가가 빚었습니다.】
“성장, 하고 있긴 하군.”
“그렇죠?”
“하지만 제프린 내에서 밀주와 그 유통 판매는 금지다. 교칙에도 적혀있다.”
“교칙으로는 저를 억압할 수 없어요. 저는 제 신념과 제 목표에 솔직했을 뿐이에요.”
막 사는 녀석이 신념을 가지면 이렇게 되는가···!
“그렇다면 저는 개인의 야망보다 모두의 규칙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엘피라네님을 체포하겠습니다.”
이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브. 당신이 저를 막겠다고요?”
“네. 제 신념으로, 엘피라네 님의 신념을 막겠습니다.”
이브의 마력이 전개된다. 22의 마력이 지하 양조장에서 퍼지고 공간을 움켜쥔다.
브라이트 레인의 다음 단계. 샤인 포스 필드.
이 안에서 이브 폰 로엔그린은 마력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다.
샤인 포스 필드 내부에서는 모든 마법은 이브의 허락을 거쳐야만 발동할 수 있다.
허나 이 샤인 포스 필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마력 사용 숙련도가 요구된다. 넓게 그물을 펼치는 게 아니라, 그물 하나하나를 회로로 만들어서 술식을 새겨 공간을 지배한다고 해야 할까.
멸마의 땅에 이 녀석을 처박아 둔 효과를 이제야 보기 시작한 것이다.
“멋진 마법이네요.”
비웃는 엘피라네.
공간을 지배하는 이브 폰 로엔그린의 샤인 포스 필드라고 한들 이미 초월격에 다다른지 수백 년이 된 요정 여왕이 보기에는 아이들 장난과도 같다.
“윽···.”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는 것만으로도 샤인 포스 필드가 물러난다. 공간 안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물 위에 기름 한 방울을 튕기는 것처럼, 엘피라네는 더욱 더 정밀하게 압축해 몸 주위에 마력을 둘렀다.
“공간 지배는 이브 수준의 마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그걸 뚫는데 과연 같은 마력 22가 필요할까요? 아니죠. 제 마력 총량이 부족하다 한들, 몸 주위에 두르는 것 수준으로 범위를 낮추고 압축하면 이브. 당신의 공간은 이렇게나 가볍게 밀려난답니다?”
엘피라네의 말이 맞다.
이브는 엘피라네를 가두기 위해 마력 22의 포위섬멸진을 펼쳤지만, 엘피라네는 몸 주위에 마력을 압축해 가볍게 찢어발긴 것이다.
이대로 가면 이브의 패배.
하지만.
“어딜.”
“읏?!”
신화포식자로 가볍게 녀석의 마력을 베어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브가 다시 엘피라네를 압박했다.
흠.
생각해보면 엘피라네가 몸에 마력을 둘러야 할 정도로 그 압박이 거세다는 이야기가 되네.
이브도 나름대로 성장했나. 자란 건 뱃살만이 아니군.
“자. 그러면 엘피라네. 자수하고 규칙대로 가도록 하지.”
“하. 울프람. 그리고 이브. 하르크의 후손이 당신들이 이렇게나 강하게 자랐다는 것에서 저는 동 시대를 살았던 요정으로서 자부심을 느껴요.”
“갑작스레 추억 이야기를 하지 말도록. 그렇다 한들 나도 넘어가줄 생각은 없다.”
“아뇨. 추억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그저···. 그 시절 모두가 했던 말을 당신들에게 선물하도록 하죠.”
“뭐지?”
“들키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랍니다! 피지컬 풀 스로틀!”
아니 이미 들켰잖아.
그렇게 뭐라 하기 전, 엘피라네의 피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콰득. 콰득. 콰드드드득.
‘허공이 깨진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기에 의심할 수 없었다.
녀석은 지금 공간을 후려쳐서, 공간축에 파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저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기교인가.
그걸 자기가 밀주를 만들어서 내다 판 수치를 감추기 위해서 쓴다고···? 어떻게 저렇게 오래 살아놓고 추할 수 있지?
“내버려 둘 것 같나.”
“윽···. 모든 걸 먹어 치우는 망할 검···!”
사람의 애병에 말 한 번 심하게 하네.
아무튼 균열을 신화포식자로 다시 그어냈다.
툭. 하고 공간을 쪼개서 도망치려던 요정 여왕이 그제야 무너져 내렸다.
“크윽···. 어째서 제 꿈을 내버려 두지 않는 건가요.”
“학생들에게 팔지 말라는 거에요.”
“블랙 마켓의 학생들은 제프린의 학생 취급도 안했잖아요!”
“······.”
그건 또 팩트긴 한데, 진짜 논리가 지리멸렬이다.
저딴게···여왕? 모든 요정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마력이 장악당하고 공간파괴도 막힌 엘피라네 앞에 쪼그려 앉아 녀석을 바라봤다.
“계속해서 도망칠 생각인가.”
“저는, 꿈을 배신할 수 없어요. 오직 그것뿐입니다.”
“처벌이 기다린다 해도 말인가?”
“맞아요. 처벌이 기다린다고 해도 말이죠···!”
요정의 낙원에 다시 처박아 둘까 했지만, 엘피라네는 거기서도 주조를 할 거 같다.
이 정도까지 신념이 확실한 녀석은 밉지 않다.
“흠. 그렇다면 기회를 주도록 할까.”
“울프람?!”
이브가 경악했지만, 손을 들어 녀석을 제지했다.
“엘피라네의 행동은 과격한 면이 있지만, 말에는 핵심을 찌르는 부분이 몇몇 있었지, 앞으로 많은 상태이상을 겪어야 할 전사들이 환각 상태이상을 맛봐야 한다는 부분이나···. 블랙 마켓의 거주자들을 학생 취급도 안 하면서 이제서 준법을 논하지 말라는 부분도 말이다.”
“읏···.”
반짝반짝 이쪽을 올려보는 엘피라네와 정 반대로, 이브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그야, 다른 건 몰라도 블랙 마켓의 거주자들을 갱생시킬 생각조차 안 한건 사실이거든.
“그리고 엘피라네가 블랙마켓을 장악해주면, 결과적으로 우리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블랙 마켓을 거머쥐는 셈 아닌가?”
“블랙마켓이 24시간 술에 찌들어 있으면, 그 근처에 있는 기사학부는 멀쩡할 것 같아요!?”
그것도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엘피라네가 이미 맛을 보여준 이상 다른 녀석들도 밀주를 계획할게 뻔하다. 아예 우리가 음지에서 관리하는 건 어떻지?”
이브는 나를 한참 노려보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생각을 좀 할게요.”
“그래. 그러도록. 얼마든지 고민하고 생각해서 결론을 내려라.”
“뭐에요. 화 안내요?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던가 하는 치졸한 이유로 화낼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럴리가 있나. 이 제프린의 유일한 결정권자는 너다. 존중하마.”
“뭐···라고요? 저를 조, 존중?”
뭐야.
내가 존중한다니까 이상한가.
아니 근데 뭐.
내가 제프린 회장 해먹을 것도 아닌데 말이야.
“고, 고마워요. 울프람. 저 정말 착하게, 신념에 입각해서 살게요. 정말로···. 이 자비는 잊지 않을게요. 풀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엘피라네는 울먹이며 내 앞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
“무슨 소리지? 나는 너를 풀어준다고 한 적 없다.”
“네···?”
“진실을 제시하고, 판단은 이브에게 맡겼다. 너는 이브의 판결만을 기다려라. 흠. 좋은 판결을 받고 싶다면 지금부터 성의를 보이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서, 성의···. 하 하지만 저는 가진 돈이 없는데요.”
“돈 말고, 행동으로도 보일 수 있지 않나. 네 쓸모를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
그 날.
약 네 시간에 걸쳐 엘피라네는 자신의 판매 루트의 양아치들, 시시탐탐 노리고 있던 상대 조직들을 일망타진했다.
전성기 피주먹이 어째서 피주먹이었는지, 모두가 어째서 그리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호쾌한 무력.
그 일대를 피와 술과 폭력을 아낌없이 사용해 수 십 명의 블랙마켓 양아치들이 어딘가 한 군데 금가거나 부러지거나 쳐맞아서 부은 상태로 충성을 맹세했다.
“자, 모든 게 제 통제 아래에 들어왔답니다. 저는 블랙 마켓. 적어도 밀주 영역은 완벽하게 지배하고 통제할 자신이 있어요. 자. 이제 저와 협업할 생각이 들었나요?”
가슴을 펴고 선언하는 엘피라네.
이브는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요. 단 몇 시간만에 지역 하나를 지배하시다니, 역시 엘피라네 님이시네요.”
“그, 그렇죠? 제가 전부 지배하고 제어할 수 있답니다.”
이브는 웃으며 엘피라네에게 따봉을 올렸고, 이내···.
휙.
180도 손가락을 꺾어 판결을 내렸다.
흠.
이브 재판장은 판결 : 유죄로 내렸나.
어쩔 수 없지.
“저는 쓸모가 있을 거에요! 저를 내치지 마세요! 이브! 이브으!?”
마력족쇄를 채운 후, 내 어깨에 들쳐메인 채, 오열하는 엘피라네.
이브는 녀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엘피라네 님께서 꿈을 포기하실 수 없듯, 저도 규칙을 버릴 수 없어요. 죗값을 치르고 나오시면 그때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죠. 물론 교칙을 개정할 수도 있으니까, 그때 제대로 대화를 나눠요.”
그리 말하며 쓰게 웃는 이브.
그래. 뭐.
저게 빛의 학생회장이지.
***
그리고 다음 날.
유치장에 들어가 있던 엘피라네는 허공을 붕붕 날아 내 앞으로 다가왔다.
“울프람. 잘 지냈나요?”
“유치장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나왔지? 혹시 탈옥했나.”
“아니랍니다. 규칙을 지켜서 나왔답니다. 후후.”
아니 대체 어떻게?“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엘피라네가 진실을 입에 담았다.
“제 권력과 보석금으로 풀려났어요. 이것도 규칙에 입거해 나온 결론이니 이브도 뭐라고 안 하겠죠?”
“······.”
“그럼 저는 이브와 블랙 마켓 상담 건이 있어서 가볼게요. 나중에 좋은 주조법 있으면 연락주세요. 울프람. 후후.”
그리 말하고 엘피라네는 휘적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제프린.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거 맞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