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77)
777. 이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주세요
이브 폰 로엔그린은 꿈을 꿨다.
평소에도 꿈을 잘 꾸는 편이지만, 오늘의 꿈은 더더욱 독특했다.
제프린 학생회장실이었다.
독특한 점이라면, 문이 활짝 열려있고 자기 주위에 여러명이 서 있는 풍경이었다.
이브가 중앙에 앉아있고, 다른 이들이 바로 옆에 서 있다.
아일라. 네프티. 루디카. 밀푀유. 레지나. 실피아. 그 외에도 스피카. 앨리스. 롯테. 에스테니아. 이졸데 크루엘. 그림자 속에는 시에스타와 에르헬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요정여왕 엘피라네와 블루 드래곤 필티아. 불, 얼음, 대지의 정령왕.
학생회실 건물 밖을 보면, 수 만의 군세가 도열하여 이쪽을 올려보고 있다. 제프린 최강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위대하신 초대 황제께서 직접 만드신 골렘 군단들도 있다.
서부 사막. 필티아가 부리는 몬스터들과 최상급 정령을 필두로 정령 부대. 요정여왕의 이름 아래에 모인 전투요정들까지.
말 그대로 일군. 세상을 뒤엎을 수 있는 부대.
그리고 그녀의 가장 가까이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얼핏 말라보이지만 단련된 육체. 그리고 날카롭게 뜬 눈. 밝은 금발과 푸르고 투명한 눈동자.
언제 어디서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인간의 형태로 빚은 남자는 양 손을 아래로 펼쳤다.
“이브. 무엇을 두려워하나. 어찌 망설이고 있지.”
“······.”
무슨 말을 했더라, 아마 긍정적인 말은 아닐 것이다.
남자는 그런 이브의 반항···. 아니 작은 투정을 코웃음으로 날려버렸다.
“두려워 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다. 보아라. 이 모든 군세가 네가 바라는대로 움직일 것이다. 간단하다. 아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 보다 쉽다. 이대로 관리소로 쳐들어가 그대로 황실 중앙에 파고들면 된다.”
“······.”
“맞다. 이건 반역이자 혁명이다. 하지만 이 썩어버리고 멈춰버린 대륙에 가하는 철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동시에 정의이며 반드시 완수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
이브는 남자에게 몇 번이고 말했다. 아마 좋은 말은 아니었다.
“걱정 마라. 서부가 네 뒤에 있을 것이다. 검과 지팡이. 단검이 네 곁에 있다. 대륙 최강의 기사도 우리 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드래곤. 요정. 정령왕도 이곳에 있다. 마계8문을 모두 공략해 해방된 초월의 군세가 함께 할 것이다. 네가 결심하는 순간 우리는 그대로 수도 엠펠리움을 정복한 후. 이브 폰 로엔그린을 옥좌에 앉힐 것이다. 천년의 번영과 만년의 안녕이 함께 할 대륙의 황제로서 네가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
꿈 속의 자신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허나.
바로 옆에 있던 남자는 그런 이브를 어쩔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이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바로 내가 누구보다 가까이 있다. 그럼에도 불안한가?”
그리 말하는 남자의 눈.
꿈 속의 이브는 그 눈을 마주하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
살면서 처음 해보는 욕설을 입에 머금으며, 이브는 잠시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떨었다.
***
발키리 교회의 모임.
아니 그 전에 대체 발키리 교회란 무엇일까.
두근두근 시나리오 뉴 챕터 대모험.
극초기 설정이었던 이스티티아도 있으니, 분명 천계 스토리도 숨겨놨겠지. 그리 생각하면 앞뒤가 대충 맞는다.
“그래서, 오늘 이 곳이 바로 너희들의 모임이 열리는 곳인가.”
“네. 그렇답니다. 자 들어오세요.”
세례명 라즈그리즈. 라즈가 안내한 곳은, 마법 8학부와 외부 출입구의 경계에 있는 폐건물이었다.
아니 이런 곳이 있었어? 라는 생각과 이런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지?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 정도로 낡았다.
“이 곳은 대체 무슨 건물이지?”
“아, 전에 듣기로는 기숙사를 지을 예정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곳에 기숙사를 지어서 채산성이 맞을리가 없지. 결국 폐기된 건물인가.”
“그런 것도 있는데, 결국 건물주가 공사 대금을 미지급해서 인부들이 건물주를 살해하는 바람에 붕 떠버린 건물이 되었다고 하네요.”
꺄아아악!
“그렇군, 결국 인부들은 쫓겨나고 건물주도 사라지고 채산성은 없어서 공사를 이어갈 이도, 철거비용을 지불할 사람도 안 나타나는 바람에···.”
“네, 정확하세요. 그래서 지금은 저희들이 가끔 모임용으로 쓰고 있답니다.”
아. 제프린의 어둠이 이렇게나 깊구나!
폐건물 안, 그 안에서도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실 문 앞에서 라즈는 축복을 손잡이에 흘려넣었고, 이내 문이 열렸다.
끼이이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러고보니 집 근처에 있는 폐건물. 그리고 그 지하. 특수한 힘을 넣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문. 곰곰히 생각하니 이거 완전히 비밀결사 아닌가.
나를 꺼리는 녀석도 있는가 하면, 라즈를 배신자로 모는 녀석도 나오겠지.
생각만해도 두근거린다. 그 안에서 내가 유즈나엘의 날개를 딱 끼고서 ‘흠. 이래도 나를 무시할 건가?’ 하면서 의자에 걸처앉아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올려놓는 것이다.
축복의 힘을 눈 앞에서 목격한 발키리 교회 놈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나는 이 발키리 교회마저 내 수하로 삼는거다.
생각만해도 두근거리는 시나리오 아닌가. 몸에서 전율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지하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협소하기 그지 없는 방에는 흙으로 만든 중앙 테이블 하나와 그리고 그 옆에 다시 흙으로 만들어 낡은 천 하나를 올려 둔 의자 두개가 보였다.
“아! 라즈! 오래간만이에요! 잘 지냈나요? 린즈(Rindr)는 잘 지냈답니다!”
“라즈···.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에요.”
라즈그리즈와 마찬가지로 베이지색 머리에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한 소녀들 두 명이 웃음으로 맞이했다.
라즈그리즈가 장발로 조용하고 다정한 분위기라면, 스스로를 린즈라고 소개한 녀석은 작은 체구에 삐삐머리에 가까운 양갈래로 무척이나 활발해 보였고, 다른 한 쪽의 조용한 녀석은 조금 큰 키와 세갈래로 땋아 오른쪽 어깨로 내린 장발과 차분함이 인상적이었다.
“후후. 오래간만이에요. 린즈. 스케골트(Skeggjöld).”
“안녕! 라즈!”
“안녕···.”
세 사람은 서로 손을 마주하고 꺄아꺄아 웃으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린즈라고 자신을 소개한 꼬맹이가 이쪽을 빤히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린즈입니다! 라즈! 손님을 모셨군요?”
“아, 안녕하세요. 라즈···. 이 분은 누구신가요?”
“이 분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님이세요. 이쪽은 린즈에요. 저쪽은 스케골트라고 합니다.”
“와아. 안녕하세요. 황자님.”
“바,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
뭐라고 해야하지.
라즈가 분명 나를 황자라고 소개했는데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다.
“나를 의심하지 않는가?”
“네? 의심이라뇨?”
“의심해야 할 일이···. 있나요?”
린즈가 되묻고 스케골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라즈의 소개로 왔다고 해도, 나는 황자···. 즉 너희가 경계해야 할 대상 아닌가?”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으음. 하지만 안 할게요.”
“네. 저도 의심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을게요.”
깔끔하게 대답하는 린즈와 스케골트. 내가 더 말해보라는 듯 턱짓하자 스케골트가 말했다.
“라즈의 손님을 의심하면, 라즈를 의심하는 거니까요. 발키리 복음서에는 자매끼리는 의심하지 않고, 자매의 구원을 받은 이도 의심하지 말라고 적혀 있어요···.”
“네! 그러니까 밖에서는 황자님이셔도, 이 곳에서는 라즈의 손님이세요. 자. 손님. 편히 앉으세요!”
그리 말하고 흙 의자 하나를 내어주는 녀석.
흙이 묻지 말라고 낡은 천 하나를 깔아놓은 의자···. 정확히는 흙덩이에 앉았다.
“황자님께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셨으니···. 오늘은 저희가 무엇을 하는지 행동으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펴,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알았죠?”
라즈의 그 말에 다른 두 명의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오늘은 발키리 복음서 3장 15절부터 스케골트가 소리 내서 읽어주세요.”
“네, 네! 하여, 힐드 님께서 말씀하시길 우리의 수장된 당신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렇게 한참을 스케골트가 복음서라 불리는 책을 읽었다.
그렇게 30분 후.
“후, 후우···. 잘 읽었나요?”
“네. 오늘은 정말 큰 목소리로 잘 읽었답니다.”
“다행이에요···.”
“그럼 다음은 린즈. 차분하게 또박또박 읽어주세요.”
“네, 네! 미스트시여. 당신의 친구 된 란드그리스가 묻습니다···.”
세 명의 발키리가 손에 든 복음서는 표지가 낡고 헤져서 말 그대로 헌 책이었다.
그런데 그것 빼고는, 여자애들 세 명이서 하는 독서 동아리와 별반 다를것이 없다.
아니 그냥 독서 동아리인데?
어둠에서 암약하는 천족의 발키리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알력 다툼. 뉴 페이스인 울프람. 천족의 날개로 증명하는 새로운 힘. 숭앙의 대상이 바뀌고 극심한 변화가 불러온 질투와 협잡속에서 신을 대신할 남자가 되는 내 에피소드는 어디로 간 거지?
“후우···. 다 읽었어요. 라즈!”
“좋아요. 오늘의 낭송 시간은 여기까지 하죠. 다음은 밖으로 나가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평소의 두 배는 해야 해요. 알았죠?”
“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황자님께서도, 저희가 노력하는 모습을 잘 봐주세요.”
“음. 그러도록 하지.”
그래.
여기서는 그저 책만 읽는 것 뿐.
역사는 필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인가.
알겠다. 너희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봐주지.
***
그렇게 발키리 교회3 인방과 밖으로 나서서 우리가 향한 곳은, 8학부 경계지의 밖이었다.
몬스터가 나올지도 모르는 곳이지만, 그만큼 자연이 풍부한 곳.
녀석들은 저마다 장갑을 끼고, 나무줄기로 만든 바구니를 하나씩 들쳐메고는 수풀을 거닐었다.
이 근처의 몬스터도 결국 잡몹들이기 때문에 위험할 일은 없지만, 저마다 긴장하며 돌아다닌다.
“라즈···. 저 앞에 강력한 몬스터가 있어요.”
“일단 피합시다.”
“저, 저도 동의해요!”
슬쩍, 세 사람이 주시하는 전방을 보니 그 앞에 식용 슬라임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
저게 지금 강하고 두려운 몬스터라는 건가.
그야 뭐···. 작년의 나도 저 녀석과 싸우라고 하면 5:5의 승률을 점쳐야 했지만, 얘네들은 그때의 나보다 튼튼하지 않나?
아무튼 슬라임을 피해 무엇을 하는지 계속 지켜봤다.
“이, 이건 들맞이 초에요.”
“훌륭해요. 린즈.”
“여, 여기는 소연화가 있어요.”
“그것도 채집하죠. 아, 이 버섯 황영작혼버섯이에요. 식용으로 쓸 수 있어요.”
“와아···.”
“오늘은 약초에, 나물에, 그리고 버섯까지···!”
그래.
약초에 나물에 버섯에 꽃에, 아주 신나게 채집하고 있구나.
“평소 이상의 수확이에요. 다들 대단해요!”
“그야 손님이 오셨는데 멋진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네, 네···. 그게 발키리 교회의 인식을 바꾸는 길이니까요.”
세 사람은 다시 서로 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왜 너희들끼리 말하고 너희들끼리 감동하는데, 나도 좀 같이 알면 안 될까?
***
그 뒤로, 나물과 버섯을 넣고 끓인 전골을 먹었다.
“이, 이런걸 받아도 될까요?”
“괜찮다. 나도 얻어먹는 입장에, 조금이라도 돕고 싶구나.”
“가,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황자님!”
린즈와 스케골트는 울먹이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라즈는 다정한 미소로 감사를 전했다.
“황송할 정도로 감사한 배려입니다. 감사합니다.”
“음···. 대단한 건 아니다.”
“겸손하시네요.”
아니, 그러니까.
진짜 대단한게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내가 신화급 요리 스킬을 발동해서 5T짜리 요리를 내놓으면서 ‘나에겐 대단한게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한게 아니다. 그거면 이정도로 당황하진 않지.
그저.
그저 나는 인벤토리에 있는 ‘소금’과 ‘후추’를 꺼내들어, 물만 넣고 끓인 나물버섯전골에 넣어줬을 뿐이다.
“맛있어요. 이게 천상의 맛일지도 몰라요. 스케골트!”
“응, 응···. 맞아요. 린즈. 다 황자님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호사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라즈그리즈를 바라봤다.
“대체 평소에는 뭘 먹고 사는거지?”
“천계의 인도를 받은 저희 발키리들은 자신보다 타인을 우선해 자비와 자애로 베풀어야 하는 숙명때문에 아사(餓死)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육신을 버리진 못해 배고픔은 느끼죠.”
“굶어 죽지는 않되, 굶는것은 괴롭다는 건가.”
“예에···. 원래라면 이 나물 버섯 스튜도 다른 분들께 대접해야 하는 요리입니다만, 황자님께서 오셨기에 이렇게 함께 따듯한 식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귀중한 향신료까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황자님.”
“······.”
이게···. 이 대륙의 종교 비밀결사?
사회 안전망 밖 우리시대 참상.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아니고···?
“많이 들도록.”
“후후. 네. 황자님도 드세요.”
아냐.
아저씨는 너희들 먹는것만 봐도 배불러.
너희들 많이 먹으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