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85)
785. 자본주의의 낙원
뭐 아무리 지성을 가지게 되고, 마법적 개조를 받았다 한들 짐승은 짐승이다.
쮸르 하나에 눈돌아가고, 참치캔 하나에 침을 멈출 수 없다.
물론 인간이라 해도 다를 것 없다. 새벽 3시에 피시방에서 짜파로니 하나 조지면서 ‘알바가 참 잘 끓이네’ 라고 소리쳐주면 무수히 쏟아지는 주문에 새벽 알바가 오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그 누구도 먹고사니즘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즉.
이 마을의 수장이라는 고양이와 협상테이블에 앉아, 쮸르 하나를 살짝 뜯어준 것만으로도 나는 어마어마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거다.
-우, 우선 저희가 잘못된 정보를 판 것에 대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음.”
-그, 그리고 거래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엇을 바라시는지요?
내가 슬쩍 쮸르를 흔들자 눈이 사정없이 떨린다.
“흠. 애석하군.”
-무,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좀 더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래서야 상명하복의 주종관계 아닌가.”
-상명하복의 주종관계를 바라고 오신 게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보이나?”
어떻게 알았지?
나 참 이래서 눈치 빠른 고양이는···.
-그게 아니시라면, 정말 거래를 하러 오셨나보군요. 환영합니다.
“환영에 감사하지. 우선 이건 선물이다. 하나 정도밖에 못 주지만 맛이나 보도록.”
-손님 앞에서 식사를 들 수는···.
“나도 한 잔 하도록 하지. 편한 대화는 식사가 함께하는 게 맞지 않겠나?”
-그렇다면 실례를 무릅쓰고···.
고양이는 내 말에 양 손으로 쮸르를 잡고 핥기 시작했다. 나도 인벤토리에서 차를 한 잔.
챱챱챱챱. 쉬지 않고 먹는 그 모습.
손은 고정되고 도 쮸르에 완전 집중 상태. 이래서는 말도 못 걸겠다.
그리고 약 십 분 후.
전부 먹어치운 고양이는 야옹···. 하는 애석한 울음만 남긴 채 쮸르를 겨우 옆으로 치웠다.
“내 식사는 마음에 들었나?”
-예? 예에···. 대, 대단한 음식이군요.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습니다.
그리 말하며 녀석은 머뭇거리고 있다.
“그거 다행이군. 몇 개 더 있다만?”
-허어, 음. 흠···. 무척이나 훌륭한 맛입니다만, 이 이상 먹으면 중독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사양하겠나?”
-그, 그것이···.
테이블 위에 쮸르 몇 개를 올려놓자 녀석의 눈이 덜덜 떨린다.
입에서는 침을 줄줄 흘리면서도, 차마 내밀지 못하는 손.
허나 녀석은 결국 이쪽을 바라보고 결사적인 저항을 했다.
-이, 이건 너무나 잔혹하군요. 제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다니 너무나 무서운 식사입니다. 대체 무엇을 바라십니까?
“그저 우호 관계···. 라고 하면 믿겠나?”
-어렵습니다.
흠.
그렇게 멍청하진 않네.
내가 쮸르를 내미는 것도, 그리고 교섭에서 우위를 가져갔다는 것도 다 이해하고 있다.
욕망에 흔들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거 재밌는 고양이구만 그래.
그러면 이쪽도 완전히 무해하다고 우기기보단, 적당히 속내를 드러내는 쪽이 이야기하기 쉽지.
“맞다. 나는 이 쮸르를 통해 너를 흔들고, 교섭에서 우위를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역시나···. 그렇다면 받을 수 없습니다.
“정말 그런가?”
-네, 네?
“내가 보기에 너는 이 마을의 촌장이면서, 가장 이성적인 존재. 그런 너도 흔들리는 이 식량을···. 마을의 다른 유지에게 뿌리고, 그들을 회유하면 촌장이 바뀔 수 있지 않겠나.”
-그, 그건 너무나 잔혹한 처사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극단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고양이가 덜덜 떤다.
그래.
마치 마약을 살포하듯, 다른 동물들에게 쮸르. 참치캔. 습식사료. 꿀맛도토리. 황금당근등을 풀어버리고, 아주 살짝 정보만 흘린다.
‘촌장이 이 식량들은 지배를 위해 정복자가 살포하는 거라며 배급을 막고 있습니다.’라고 정보를 흘리면, 동물 마을 친구들의 여론은 바로 악화. 촌장을 질타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악랄한 짓이다. 애당초 마약꽃밭에 불을 지른 내가 그런 더러운 일을 할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 여기서는 조금 더 대화로 풀어가 보자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도록. 이런 식량을 거래 조건으로 내거는 게 과연 나쁜 일인가?”
-네, 네···?
“너희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보수로 받겠다고 했는데, 그 안에는 물론 식량도 있겠지?”
-그 말씀 그대로입니다.
“그러면 이 이상의 식량이 있나? 나 외에 이것을 제공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왜냐하면, 이건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니까. 즉, 오직 나만이 너희에게 최고의 보수를 제공할 수 있다.”
-······.
“너희 고양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너희 마을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식량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까 떠올렸던 식량들을 하나 둘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습식 사료부터 황금 당근, 과즙이 흘러넘치는 사과까지!
-······.
“나를 침략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최고의 거래 상대로 볼 것인지는 네가 정할 일이다. 자. 나는 어떻게 보이지?”
-귀신과 귀인은 한 끗 차이죠. 제가 고를 수 있다면 귀신이 될 분 보다는 귀인이 되실 분이 낫겠죠.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점.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이것 참.
이 눈치빠른 고양이 녀석.
“자. 그럼 거래를 해보도록 하지.”
-네.
***
그 뒤. 이 마을의 촌장인 고양이와 길고 긴 대화를 나눴다.
첫째로는 이 마을의 모든 정보는 내가 통제한다. 내가 처음으로 받아보고 시장에 풀어도 될 정보와 나만 알아도 될 정보를 정한다. 즉 앞으로 제프린에 풀리는 애니멀 페스타 아일랜드의 서브 퀘스트는 내가 정한다. 대신 좋은 정보일수록 가치를 산정해 합리적으로 식량을 공급한다.
둘째로는 항상 나와 이브 옆에 애니멀 페스타 아일랜드 출신의 동물이 상주한다. 그들에게는 특사로서 특별한 식량을 공급한다.
-저희에게 무척이나 좋은 거래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말하지 않았나. 나는 침략과 지배가 아니라 합리적인 거래와 대화를 하러 왔다고 말이다.”
-감사하신 말씀···.
그 외에 몇 개의 조건을 더 걸었다.
대표적으로는 이 애니멀 페스타 아일랜드의 동물들은 향후 내 사조직 겸 정보조직으로서 기능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정보도 수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헤···. 에헤헤헤···. 와아···.”
동물들의 천국에서 완전히 얼굴이 녹아버린 이브.
‘문 밖의 저 여자가 보이나.’
‘네 보입니다.’
‘너희들이 상시로 저 녀석에게 찾아가서 애교를 좀 부려줘야겠구나.’
‘그건 정보조직으로서의 거래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말이다. 대신 괜찮은 식량을 보장하도록 하지.’
‘음···. 의도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인간들은 동물들을 귀여워하면서 지친 마음을 치유한다. 평소에는 동물을 봐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녀석이 저렇게 녹아버린 걸 보면, 어지간히도 힘든가보군.’
‘알겠습니다. 즉 귀인의 소중한 분을 위해 저희가 노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소중하다.
소중한가? 음. 글쎄. 모르겠다.
‘아무튼 부탁하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이 세계의 모든 작은 동물들은 저희 아일랜드와 줄이 닿아있습니다. 얼마든지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음···.’
촌장은 그 자리에서 지시를 내렸으며, 멀리서 이브를 바라보던 녀석들이 점차 녀석에게 다가가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
“울프람···. 보세요. 동물들이 이렇게나 많네요. 후후. 동물은 좋은 사람을 따른다고 하는데, 제가 평소에 인덕을 좀 쌓았나보군요.”
손바닥 위에 다람쥐를 올리고, 무릎 위에 고양이를 올린 채 완전히 녹아버린 이브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좋은 사람에게는 동물들이 따른다. 나도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쮸르와 식량으로 이루어진 극히 자본주의적인 애정이라는 진실을 이브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뭐. 이것도 비밀로 해두자.
“이브. 녀석들에게 먹을 것을 주도록 해라.”
“먹을것···? 음···.”
“말해두지만 이 녀석들은 사탕을 먹지 않는다. 네 먹이가 빼앗길 걱정은 하지 말도록.”
“누가 그런 걱정을 한다고! 해요···? 안 해요.”
이브가 크게 소리치가, 손바닥 위의 다람쥐가 깜짝 놀라 이브를 바라봤고, 그걸 눈치챈 녀석은 바로 목소리를 죽였다.
“다람쥐에게는 이 포도알을, 네 무릎 위에 있는 고양이에게는 반건조 생선포를 주도록. 다들 기쁘게 먹을 것이다.”
“알았어요.”
이브에게 먹이 몇 개를 던져주자, 이브는 다람쥐에게 포도를 한 알 건네줬다. 갉작갉작 집어먹는 그 모습에 이브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와아···. 받아먹는 것 보세요.”
“그래. 잘 먹는구나.”
다른 동물들에게도 하나 둘씩 먹이를 건네줬고 그 모습에 다른 동물들도 이끌려 다가왔다.
토끼. 여우. 강아지. 작은 새와 래서팬더나 너구리. 패럿까지.
“어머나. 다들 줄을 서세요. 후후. 자. 먹을 것은 많답니다?”
“흠.”
이브 폰 로엔그린과 작은 동물들의 천국으로 봐야 합당한데···.
왤까.
내 눈에는 자본주의의 쁘락치와 배급을 받기 위해 모인 노동자들로 보인다.
“아하. 아하하. 간지러워요.”
흠.
제목을 붙이자면 배급 나와요. 동물들의 숲. 정도로 할까.
***
그 날 밤.
동물 친구들을 옆에 두고 은은한 태초의 루비 불빛 아래에 잠이 든 이브는 행복하게 꿈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나는 이 마을의 촌장인 터키쉬 앙고라와 함께. 각 동물들의 수장이라 불리는 녀석들과 회동을 가졌다.
낮이 노동자들에게 배급을 나눠주는 시간이었다면 밤은 권력자들의 시간.
저마다 내가 만들어낸 청정수를 마시면서, 최고급 사료들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호오. 이 발톱긁개는 무척이나 고급지군요. 제 발과 맞습니다.
-챗바퀴. 허어. 실내에서도 얼마든지 달릴 수 있지 않는가. 무척 좋아.
-음? 음. 이 녀석 흔들리는군. 이 녀석! 이 녀석!
-이 동그란 공? 흠. 이빨로 물어도 전혀 아프지 않군. 재밌어. 아주 재밌어!
발톱 긁개나 챗바퀴. 흔들리는 털실 장난감 등을 선물하니 분위기가 한없이 풀어진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하나의 마을을 통째로 먹으려고 재물을 살포하는건데, 그 재물의 내용이 청정수나 쮸르나 반려동물용 장난감이다보니 기분이 참 묘하다.
“그 선물들은 전부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귀인의 선물은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딱 저희 취향에 맞으니, 이 이상 마음이 동하는 물건도 또 없군요. 식사 뿐만이 아니라 이런 유희마저···. 정말 저희 마을의 큰 손님이십니다.
“그거 고맙군. 대신 너희들에게 나도 한 가지 받고 싶은 것이 있다.”
-뭐든 말씀하시지요. 저희가 드릴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정보다.”
-정보. 저희의 전문 분야지요!
그래. 정보.
애니멀 페스타 아일랜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서브퀘스트들은 대부분 신기하거나 난이도가 높다.
대신 그만큼 보수도 장난 아니지.
그리고 내가 지금 얻고자 하는 정보는 단 하나다.
“이 문양을 아는가?”
노트를 뜯어 하나의 문양을 그렸다.
얼핏 보면 황실의 문양 같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300년 전 ‘중간계 지휘부의 문양’이다.
즉 여기서 발전해서 황실 문양이 된 거고 이건 프로토 타입.
지금까지 ‘하르크의 유산’이나 ‘황실 관련 신화시절 던전’은 찾았지만, 지금 찾으려고 하는 것은 그것조차 넘어선 것들.
이 D/Z SAGA의 원점을 이루는 문양이다.
이 이상.
초기 데이터라는 이유로 내가 휘둘릴 생각은 없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파고 들어가주마.
그리 생각하고 던진 내 물음에 녀석들이 침묵했다.
한 마리도 몰라? 정말?
아직은 타이밍이 아닌가.
애니멀 페스타 아일랜드의 서브 퀘스트는 오픈되는 순번이 랜덤이다.
아직 내가 원하는 퀘스트가 안 열렸다는 건가.
아무래도 의 문양이다. 쉽게 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리 생각하고 다음에 다시 찾아오려고 한 그 순간.
-저···. 한 가지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앞발을 들었다.
후.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만약 유효하다면 네 녀석은 오늘 밤 습식 사료와 쪄낸 달콤 꿀 고구마로 배가 터질때까지 식사를 주도록 하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