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99)
799. 이브의 첫 휴가
말이 심했나.
이브 폰 로엔그린은 지나칠 정도로 쉬지 못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았을때는 모르겠지만, 황실에 올라오고나서는 정말 한 순간도 쉴 틈이 없었겠지.
황실의 모략을 재능으로만 버텨내야 했으며, 정치와 친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지만 정치는 이브에게 참으로 많은 관심이 있었다.
재능을 보여주기 전에는 정략결혼으로 팔려갈 뻔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혈육도 믿을 수 없고, 스스로의 재능 외에 의지할 곳이 아무것도 없는 인간의 삶.
솔직히 비뚤어지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그런 이브 폰 로엔그린의 인생사 첫 ‘휴가’ 라고 말 할 수 있는 이 페어리 가든.
아무리 나라고 한들 이브에게서 이 휴가를 빼앗는 건 조금 마음이 걸린다.
한달은 너무 길다. 엘피라네가 얼마나 귀찮은 장난을 칠지 모른다.
그러니까.
아무리 내가 냉혹 잔인한 악귀고,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영 정이 안 간다고 해도, 그 어린 시절부터 노동 현장에 내던져져 제대로 쉬지도 못한 어린애를 핍박하고 싶지는 않다.
“최대한 길게 잡아···. 일주일은 괜찮다.”
“네?”
이브가 깜짝 놀라 상체를 들어 이쪽을 바라봤다.
“일주일이면···. 시간으로 잡아봐야 6시간 남짓. 그 시간동안은 놀아도 좋다.”
“급하게 나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 너를 배려해서 하는말이 아니라 시간이 그렇게 된다. 이쪽도 나가려면 그 정도 시간은 전부 준비에 할애해야 한다.”
“아, 그···. 그렇군요. 일주일. 일주일의 휴가인가···.”
이브는 몇 번 입을 오물거리다가, 한숨을 내쉬고, 이내 고개를 푹 숙인 다음. 주먹을 꽉 쥐더니 결심 가득 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마워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갑작스럽구나.”
“저도 감사해야 할 때는 하거든요?! 매번 제가 인사하려고 할때는 기분나쁘다면서 막았잖아요!”
그랬나?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그렇게 얼버무린걸 알면서도 제대로 인사를 하다니. 이것 참. 받는 쪽 기분도 생각해봐라. 네 인사는 불편할 뿐이다.”
“사람이 감사 인사를 하는게 불편하고 불쾌한 사람이 세상 어디 있냐고요!”
여기 있잖아 뭘 그걸 묻고 그래.
“아무튼. 정말 제대로 감사인사를 하다니···.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줄이야.”
“알고 있거든요?! 그래도···. 그래도 이번 건은 해야 한다고 생각 했을 뿐이에요!”
“흠. 그 정도인가?”
그정돈가?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브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어나갔다.
“예. 제 인생 최초로···.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장기휴가니까요. 제가 일주일이나 제프린을 비우면 얼마나 큰 사고가 날지 모르는걸요. 매일 다음 황제가 되면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건지, 다른 형제들이 또 어떤 음습하고 기분나쁜 짓을 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이 벌어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일주일이잖아요?”
“······.”
“고마워요. 이번에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그래. 감사 인사는 받았다. 앞으로 일주일 편히 쉬도록.”
“네. 그러도록 하죠.”
이브는 기지개를 쭉 펴고는 다시 흔들의자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봤다.
녀석의 컵에 따듯한 밀크티를 한 잔 더 따라주고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이 만들어진 낙원에는 몬스터는 커녕 모기도 없다. 풀벌레 우는 소리는 그저 BGM으로 깔릴 뿐 작은 벌레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숲의 푸르름은 그대로고, 숨을 쉬면 폐부 깊숙히 청량한 공기가 들어온다.
생명력 가득 찬 숲의 향. 공해 하나 없이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별빛. 그 중심에서 지상을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빛.
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오르지만 옷에 구멍이 날 염려도 없고, 그저 따듯하게 몸을 데워준다.
말 그대로 만들어진 낙원이다.
원래라면 내가 혐오하고 증오할만한 공간이다.
나는 언제나 삶은 투쟁이라 믿고 있으며, 스스로의 손으로 쟁취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각하는 부류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너무나 열심히 살아왔던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낙원에서의 일주일간의 휴가는 내가 감히 뭐라 할 수 없었다.
“편히 쉬도록.”
언젠가 꿈에서 깨어났을 때.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말이야.
***
다음 날은 이브가 아침부터 일어나 있었다.
심지어 자기 방과 주방 사이에 서서 이쪽을 힐끔 바라보고 있다. 내가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 그 위치선정에 녀석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배가 고팠나?”
“아니거든요?!”
“음. 그렇군. 알겠다. 뭐든 해주도록 하지. 먹고 싶은게 있다면 말 하도록.”
“그러니까 배가 고픈게···. 아니 고픈게 맞지만요. 그게 아니라!”
“사람 번거롭게 하지 말도록. 제대로 말 해라.”
“저, 저도 요리가 해보고 싶다···. 이 말이에요!”
“갑작스럽군.”
정말 갑작스럽네.
요리? 갑자기 왜? 나한테 맡기고 너는 테이블에 앉아 배를 손바닥으로 짝짝 때리면서 배북을 치는게 무언의 항의와 함께 나도 비트감이 있어 좋지 않겠니?
“어제 낚시를 했잖아요?”
“그랬지.”
“그리고 울프람 당신과 다르게 어마어마하게 낚았잖아요? 황제 안하면 낚시꾼이라도 할까 생각 할 정도로요.”
호.
그렇게 나를 긁으시겠다.
계곡으로 따라나와라 이브 폰 로엔그린. 내가 아이템 피싱 W23를 만들어 네놈을 완전히 끝장내 주도록 하지.
“그래서?”
“솔직히 낚시는 무슨 낚시냐 싶었지만···. 해보니까 무척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이것 저것 취미를 만들어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흠.”
장기 휴가 중에 취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것들을 해본다. 라···.
어린아이의 여름방학 목표로서는 무척이나 훌륭하지 않나.
“알겠다. 따라오도록. 하지만 요리는 위험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조금 엄하게 가르칠테니 잘 따라와라.”
“흥. 낚시도 잘 했으니 분명 요리도 잘 할걸요? 어디 제대로 가르쳐 보기나 하세요!”
***
그리고 약 삼십 분 후.
“이브. 몇 번이고 말하지만 요리는 결국 마법과 같다. 정량의 재료와 올바른 조리법. 그것을 각각 마력량과 마법식으로 생각해라.”
“으, 으으···. 알고 있다고요!”
“또 손은 고양이 모양으로 만들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다가 손가락이라도 베면 어쩔 생각이지.”
“베이면 바로 성광창으로 치료하면 되잖아요.”
“네 피가 덕지덕지 묻은 요리를 지금 먹으라는 건가? 그런 끔찍한 요리를 테이블에 올릴 생각인가.”
“아···. 으, 으으!”
이 녀석. 전에는 제대로 요리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가르쳐보니 엉망이다.
무엇보다 행동이 좀 조급하다.
“급하게 할 거 없다. 천천히 하도록.”
“천천히 하면 일주일이 금방 가버리잖아요.”
“······.”
그렇군.
이 휴가기간동안 최대한 많은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나.
여기서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라. 라고 하는건 이 녀석 일생의 첫 휴가를 두고 하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말이다.
“제대로 따라와라, 우선 파스타부터 만들어보도록 하지. 소스는 내쪽에서 만들어 줄 테니 불조절만 제대로 하면 된다.”
“아, 알았어요.”
그렇게 그 날. 이브는 살짝 눌어붙은 파스타 두 그릇을 만들어냈다.
생각보다는 먹을만 했다.
***
그 다음날에는 내가 만드는 악세서리 제작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태생이 재주가 필요한 능력인데···. 아무리 그래도 순수한 마법사인 네가 하기에는 부담이 있지 않겠나?”
“어차피 취미인데 문제 없지 않겠어요?”
“그 또한 그런가.”
프라모델 조립도 그렇지만, 무언가를 집중해 하나를 만들어낸다는 건, 어린 아이에게 목표의식과 집중력. 그리고 성공 했을 때의 자존감 상승을 가져다 주는 법···. 이라고 배웠다.
“그럼 이 도면 그대로, 내가 보석과 끈을 놓고 갈 테니 팔찌를 만들어봐라. 생각보다 쉬운 물건들이다.”
“흥. 조금 더 어려운 걸 줘도 상관 없지만···. 어디 가나요?”
“오늘로 벌써 여기에 온지 사흘 째다. 슬슬 여기서 나갈 준비를 시작해야지.”
“아···. 그, 그렇네요.”
내 말을 듣고 이브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집중해 팔찌를 만들어 나갔다.
툭. 타각.
실에 구멍 뚫린 구슬을 꿰고, 끝으로 보석을 단 다음 마법처리 한 유약을 바르면 되는 간단한 팔찌.
이브는 처음에는 곧잘 만들더니, 내 말이 끝난 이후로는 몇 번이고 구슬을 꿰는데 실패했다.
그런 녀석을 뒤로 하고, 나는 제작실로 쓰던 이브의 방을 나왔다.
여기서 그래도 많이 남았다는 위로의 말도, 그래도 일정을 늦출 수 없다는 현실을 지적하는 냉정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잔혹한 배려도, 냉정한 지적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
자.
이브 녀석이 뚠뚠한 손으로 팔찌를 만드는데 다 실패해서 밑재료 10세트를 깨먹던 말던, 내가 할 일을 해야지.
“음. 역시. 가능하군.”
이브가 취미시간을 가지는 동안 나도 내 나름대로의 취미를 가졌다.
“아주 좋군.”
내 몸만한 통을 툭툭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통은 내용물이 가득 차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내용물이란 바로 이거였다.
【거짓된 넥타르】
【1T】
【25%】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신화급 술도가가 만든 넥타르입니다. 주변 모든것을 오직 향만으로 취하게 만들 수 있으며, 먹은 이는 세상에 다시 없을 환상적인 맛과 향에 취합니다. 몸에 깃든 모든 저주와 축복을 씻어냄과 동시에 낙원에 이르는 착각이 듭니다. 술 하나만으로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는 ‘신화’의 술입니다.】
【누군가의 세계에서 만들어진 넥타르이기 때문에 온전히 그 능력을 구축할 수 없었습니다. 세계에 반발합니다.】
우웅···.
술이 숙성되며 통 안에 차마 다 가둘 수 없었던 그 안에서 아주 조금 향이 새어나왔다.
그 순간.
치직. 소리를 내며 내 앞의 숲이 조금 흔들렸다.
“엘피라네. 그렇게 술을 끊고 싶다고 했었나.”
하늘을 올려봤다.
엘피라네는 이 세계를 만든 이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페어리 가든은 엘피라네의 초월과 이어져있다.
페어리 가든에 들어가는 마력이 얼만데, 아무리 그 위계가 초월에 이르렀다 한들 이건 지속적인 마법진이다.
즉.
역으로 이 세계에서부터 엘피라네를 침범해 나아가면 녀석에게도 큰 부하를 준다는 이야기가 된다.
“넥타르가 완성되는 그 날이 기다려지는구나.”
신화포식자를 빼앗긴 상황에서 이 곳을 나가는 것은 지난한 일이지만, 그렇다면 이쪽에서 나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저쪽에서, 우리를 꺼내고 싶어서 미치게 만들면 된다.
신화 포식자가 없더라도 나에게는 신화급 제작이라는 능력이 있다.
요리. 양조. 악세서리 제작. 무기 제작 등.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빚어낸 넥타르는 천천히 녀석의 마력에 침투해, 녀석을 미치게 만들 거다.
어디 한 번 마력에서 술 냄새가 나도 버티는지 보자.
매일 매일 주류박람회 한 가운데인 간경화 말기 알콜중독자의 기분을 충분히 맛보게 해주마.
들숨에 와인 날숨에 위스키. 한 걸음에 사과향 두 걸음에 포도향. 아주 미쳐버릴걸?
“뭐 미치기 직전에는 찾아오지 않겠나.”
아니면 아예 미쳐버리던가.
【넥타르가 조금 더 숙성됩니다.】
【숙성치 28%】
“맛있게 익고 있구나, 여왕을 끌어낼 거짓된 신의 술이.”
넌 이제 죽었다.
“아니 죽여주마. 엘피라네 오웬.”
검을 빼앗아간 도둑을 봐줄 정도로 이영진의 마음씨는 곱지 않아요.
네놈의 간을 끝장내는것으로 시작해주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