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0)
마력 회복을 기다리고 브로치에 확인을 바르자, 주르륵 하고 시스템 메세지가 올라왔다.
【푸른 달빛이 담긴 브로치】
【7T】
【1. 착용자의 마력 순환을 돕습니다. 마법 발현 속도가 소량 증가합니다.】
【2. 저녁6시부터 오전6시까지 작용자의 마력 회복 속도가 미량 증가합니다.】
【3. 마법 공격력이 미량 증가합니다.】
【제작에 명확한 의도가 들어갔습니다.】
【아래 파티원이 착용 할 경우 특별 옵션이 붙습니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2번 옵션이 ‘미량’에서 ‘소량’으로 증가합니다.】
【*3번 옵션이 ‘미량’에서 ‘소량’으로 증가합니다.】
“···와.”
황실 혈통으로도 차마 막을 수 없을 정도의 탄식이 나왔다.
탄성이 아니다. 탄식이다.
진짜, 진짜 머리가 아플 정도의 물건이다. 이거.
어쩜 이런 옵션이 나왔을까.
마속증. 마회증. 마공증?
정말 말도 안 되는군 와 진짜.
존나 아깝다 진짜.
“···후우.”
아. 7티어인데 에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이게 D/Z SAGA의 아이템 옵션 측정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건 7티어에 준하는 게 맞다!
우선 뉴비세트인 장갑 한 쌍을 보면 명약관화한데.
균형의 장갑은 스테이터스 10미만일 때 +3 딱 하나 붙어 있지만,
질서의 장갑은 경험치 10퍼와 모든 저항이라는 두 개의 옵션이 붙어 있다.
즉 원작 기준으로 최고로 치는 옵션은 바로 순수 스테이터스다.
같은 티어 아이템에서 스탯이 붙으면 숫자가 적어진다. 이걸 싱글 스탯옵이라고 한다.
심지어 그것도 ‘아무런 제한 없는 마력 수치 증가 장비’는 +1만 올려준다고 해도 1티어 말석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각종 버프나 잡옵션이다. 이건 같은 티어라도 스탯옵에 비해 두 개, 세 개가 붙는 경우가 있다.
이러 저러한 잡설을 늘어놨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이건 ‘무난한 옵션으로 3개를 악세서리 하나에 밀어 넣은, 결과적으로는 잡 악세’ 정도로 칠 수 있다.
진짜 쩌는 7티어 악세는 다음과 같다.
근력이나 재주 한정으로 조건 걸고 +1이 붙거나 스킬이 붙는다.
스킬도 딱 7티어 상위권으로 걸려 나온다. 예를 들면 【마법 최강화】 【횟수 5회】 【1시간당 횟수 자동회복】 같은 거 걸려 나오면,
그냥 마법 쏠 때 소절 하나 개이득 보는 거고 말이야.
음. 안되겠다.
다른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보고 생각하자.
【브로치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신비한 브로치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그 뒤로, 은은한 브로치는 단 한 번도 안 나왔다.
망겜.
실화냐.
“진짜, 기적이라도 일어났나보군.”
아마도 추측해보자면, 진짜로 0.00075%확률을 뚫고, 거기에 아일라의 5%까지 더해진 듯하다. 미쳤네.
“아무튼 지금 내 제조 실력은 여기가 한계라는 이야기.”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뽑기랑 대성공이 겹치면 7티어가 되니, 스킬 레벨을 5만 찍어도 6티어를 노려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마나포션을 너무 마셔서 배가 부르다 못해 아파 올 지경이다.
나는 작업을 중지하고, 수 없이 많이 나온 쓰레기들을 바라봤다.
그 숫자는 약 삼십 개 남짓.
감정 해 본 결과 대부분 마부 악세의 최하급 옵션이라고 할 수 있는 ‘저항’ 계열 옵션만 몇개 붙어 있고 말았다.
“이제 물건의 주인을 불러볼까.”
그리고 다음날 아일라가 찾아왔고, 나는 브로치를 넘겨줬다.
“에? 서, 선물이요? 그, 그것도 악세서리네요?”
“음.”
“와, 와아. 브로치네요? 디자인도 괜찮구요. 호, 혹시 뭔가 특별한 의미가 이, 있나요?”
“음. 네 장비를 듣고 부실하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그렇군요. 깔끔하게 옵션만 설명해 주시겠어요?”
뭐지 왜 화가 난 거 같지.
뭐 아무튼, 바라는 대로 깔끔하게 설명했다.
삼대 옵션이 어떻게 붙어있는지만 깔끔하게.
“마법 전용 트리플 옵션이다. 영창 가속. 마력 회복. 마법 공격력 강화. 세개가 붙어 있지.”
“······네? 에?”
“쯧. 이보다 괜찮은 건 안 나오더군. 별 수 없지만, 당장은 차고 다녀라.”
“·········어, 어디서 이런 걸 구했어요?”
뭘 어디서 구해.
“편의점은 이상한 발주를 넣는 곳이 아니다. 내가 직접 만들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일라의 안색이 파래졌다.
“우, 울프람? 이걸 직접 만들었다고 했죠?”
“음.”
“어, 음.”
아일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머리를 풀 회전 시키는지 ‘···으음. 역시 이건’ ‘아니 그래도 아니야’ ‘그건 나쁜 거야’ 같은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결론이 나왔는지 큰 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레지나 시엘라를 엄청 싫어하거든요?”
“안다. 나도 싫어한다.”
갑자기 그건 왜?
“······그래도 시엘라 가문을 멸문 시키는 건, 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지 않을까요···?”
?
그 이야기가 왜 나와?
피폐물 히로인을 피폐하게 만드는 복선이 있었나?
“무슨 이야기지?”
“어 ···그러니까요.”
***
아일라가 돌아간 뒤, 나는 브로치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으음···. 그러니까 말이죠.’
그 뒤로 아일라가 했던 말은 나름 충격으로 다가왔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악세서리가 시엘라 가문을 찌를 수 있는 비수로 작용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길게 말하자면, 나름 길어진다.
시엘라 가문은 태생부터 로엔그린 황족의 편이었다.
정확히는 엘프족에서 재빠르게 황제쪽으로 편을 갈아탄 시류를 읽을 줄 아는 엘프 명가다.
초대 황제가 제국 수립을 선언하며 정복 전쟁에 나설 때.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엘프들 거기서 제일 먼저 기념비적 런을 성공한 가문이 바로 시엘라라고 한다.
이후 엘프의 배신자 소리도 들었지만 결국 대륙 정복은 성공, 시엘라 가문은 개국공신이 되었다. 엘프들도 결국 제국의 따까리가 되었으니 정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자금을 유동하고, 초대 황제을 곁에서 보필했다는 어드밴티지를 얻어, 수 많은 귀족들 사이를 잇는 중계인이 되었고, 초대 시엘라 가문의 가주는 거기서 사업을 구상했다.
사교장의 제공과 보석의 판매.
들어오는 자금을 이용한 금융업. 온갖 경매를 주도하는 돈 그 자체를 움직이는 괴물.
역사와 전통이 가져다주는 무게감은 제국 귀족들 사이에 깊게 작용했고, 그 결과 부동의 정점 상계의 괴물이 되었다.
그럼 레지나 시엘라는 대체 어디가 아쉬워서 맛이 가버렸는가 하면···.
여기가 어디인가 로엔그린이다. 황실이 한 마디 하면 모두가 그 자리에서 그랜절을 박고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는 곳이다.
즉. 황명은 지엄하고, 황실은 위대하며, 그 권위는 절대로 범접 불가능하다. 몇몇 미친 놈들을 제외하면 로엔그린의 적은 없다.
레지나 시엘라는 그 때문에 세계 최고의 부자 가문의 후계자면서도 자신의 목숨이 언젠가 황실의 한 마디에 사그라든다는 이중성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게 어떻게 구르다보니 자신을 죽여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미친 피폐···. 아니. 아무튼 레지나 시엘라 이야기는 거르자.
“레지나단은 대체 뭐가 그리 좋다고. 뭐 아무튼 간에 나름 일리 있는 이야기군.”
그러니까 내가 직접 나서서 악세서리를 만들고, 귀족가에 이 악세서리를 뿌리면 시엘라 가문에 심대한 타격이 올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황자가 만들었으니 감히 시엘라 가문에서 간섭 할 수 없다.
거기에 실제 성능도 좋다.
그냥 차고 다니는 악세서리가 아니라, ‘귀족 가문이 운용하는 마법사들을 위한 무력 수단’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마법사들은 고위 직업이고, 고위 귀족 아래에 모여 있으니까 이것은 무구면서 악세서리, 거기에 권위의 증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도구를 많이 가지고 있는 귀족 가문 아래에 마법사들이 모이는 경향이 짙다.
덧붙여 광석을 공급해 주는 것이 상계 양대 산맥인 트라이스타 가문이니까. 재료 자체의 네임밸류도 그리 떨어지진 않는다.
“물론 레지나 시엘라의 가문을 파멸시킬 생각은 없다만.”
귀찮고 짜증난다고 했지, 걔를 꼭 개 박살 낼 이유는 없다.
거기에 레지나 시엘라는 파멸 시켜 봐라.
‘아아. 당신이 제 죽음이군요.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자, 저를 죽여주세요.’
같은 말을 하면서 달라 붙을 걸? ···완전 돌았어 그거.
나는 아일라가 받지 않은 팬던트를 손에 쥐고는 생각에 잠겼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그래서 아일라는 내 팬던트를 정중히 사양했다.
‘이 팬던트를 안 받겠다고?’
‘네. 울프람의 선물은 너무나 고맙지만 죄송해요.’
‘어째서지? 반역은 은밀하고, 화려한 것 아닌가? 이 악세서리는 은밀하지만 그 성능은 실로 화려하다.’
‘맞아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요. 레지나 시엘라에게 제가 하는건 반역이 아니에요.’
‘자세히 말 해 줄 수 있겠나?’
‘대단한 이유는 아니에요. 이젠 제가 학년 수석이고, 레지나 시엘라가 차석이니까요. 지금부터 제가 그런 걸 가지고 멋내고 그러면 그건 그냥 수석이 차석을 괴롭히는 것뿐이에요.’
‘······.’
‘울프람 덕분에 수석이 되었으니까요. 이제 약한 애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요.’
‘그렇군. 너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아일라 트라이스타구나’
‘예에. 그러니까 이것보다는 조금 흔한 걸로 해 주세요. 그게 더 기쁠 거 같아요.’
원작에서는, 레지나 시엘라가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학원 생활을 끝낸다.
허나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레지나 시엘라의 파멸을 바라지 않는다.
“음.”
이것 참.
아일라 트라이스타.
3막의 보스라고만 생각했지만 ···역시 꽤 괜찮은 녀석이다.
***
다음날.
아일라가 찾아왔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팬던트를 건냈다.
아일라는 눈을 빛내며 팬던트를 받아 들었다.
“이건 좀 더 평범한 건가요?”
“아니. 어제와 같은 거다.”
“···네? 울프람. 하지만.”
“우선 들어라.”
내 말에 아일라는 자세를 바로잡고 이야기를 경청했다.
착하네.
말 잘 듣네.
“나는 앞으로도 악세서리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것과 같은 것 그리고 이보다 더 좋은 것들도 만들어 내겠지. 그러니, 받는 사람을 한정 지을 것이다.”
“······?”
아일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프린의, 아니 로엔그린 제국 전체의 유통이 쓰레기라는 사실은 잘 알았다.
매지컬 스위츠를 처음 만들어서 풀었을 때 이브가 충고했지.
이런 걸 막 풀었다간 칼침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이야.
“즉. 진짜 중요한 아이템은, 내가 지정한 사람에게만 특별히 풀 것이다. 그러니 받도록.”
“···어, 그. 그러니까 제가 첫 지정이라는 건가요?”
아일라는 팬던트를 받아 들고 눈을 동글동글 떴다.
“그렇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네가 첫 지정 대상이고, 그건 네 전용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첫 파티원이고, 어째서인지 전용으로 쓸 경우 추옵이 붙으니까 아일라에게 제일 잘 맞는 팬던트 맞지.
“······그렇군요. 제가 처음. 누구보다 울프람에게 가까이 있는 사람. 알겠어요. 이 팬던트, 제가 받겠습니다. 그리고 소중하게 쓸게요.”
“음.”
아일라의 반응이 묘하게 진지하고, 얼굴이 엄청나게 붉다. 호흡도 묘하게 거칠다.
왜 그러지.
부정맥인가.
“울프람이 만든 단 하나의 팬던트.”
“응?”
“네?”
“아니 하나라고는 안 했다만.”
“······?”
나는 뒤에 대충 놓여 있는 마대자루를 가리켰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 만든 똑같은 디자인의 브로치가 잔뜩 쳐박혀 있었다.
정말, 잔뜩. 엄청나게 쳐박혀 있었다.
“···하, 하나가 아냐···? 아, 아니 저렇게 잔뜩 있다고요?”
“네게 준 것 보다 급이 떨어지는 것들은 네프티나 루디카. 그리고 밀푀유에게 건네 줄 생각이다.”
“···울프람은 좀 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공부가 필요할지도 몰라요.”
왜 그러지?
아.
귀속인줄 알았는데 상점표라 화난건가?
“허나 확실한 것은 말이다.”
“또, 뭔가요···?”
“수 백 개 안에서 가장 잘 만든, 네 특제 브로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읏. 진짜 하나만 해요! 울프람!”
실로 오래간만에 아일라가 나한테 화를 냈다.
좋은 선물에 좋은 의도에 좋은 말만 하지 않았나?
대체 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