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08)
808. 두 달의 관록
시에스타 윗치 크래프트는 전율에 몸을 떨었다.
이것이 진리다.
이것이 정답이다!
어째서 자신은 이렇게나 단순한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자신의 목줄이 넘어간 후. 그녀의 삶은 무료하고 따분했다.
그야 이브는 언제나 정의를 외치면서, 악행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래간만에 만난 울플마···. 자신보다 더 악독한 남자에게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었다.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지.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겠지.
하지만, 그는 경매장에 와서도 하나도 입찰하지 않고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디멘션 페어리라는 최고급 요정이 나왔음에도 조금의 흥미만 보일 뿐 경매에 참여하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시시해졌다. 이런 남자였던가?
이 지하 경매장에서 피 끓는 경쟁 속에 쟁취한다는 그 즐거움을 포기할 정도로 멍청했나?
허나 틀린것은 자신이었다.
시시한 것도 자신이었다.
이 남자는 주변을 제압하는 능력을 사용해 1층으로 낙하. 직후 모두를 무릎꿇린 후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쓰레기 같은 돈도, 너희들이 악행을 통해 모아온 물건도 전부 내놔라!
나는 정의로우니 너희들의 물건을 모두 가져가도 된다!
저질러버렸다.
이 남자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태연하게 저지른 것이다.
폭거도 이런 폭거가 없다.
최고이자 최악인 것은, 이 남자는 자신이 ‘빛’과 ‘정의’ 속에 있다고 확신한다는 거다.
악행을 저질렀다고는 하나, 엄연히 소유권이 있는 물건을 강탈하면서도 자신을 정의로 포장한 것이다.
건물 밖에 불을 지르고, 조금이라도 도망치려는 이를 전부 태워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면서, 모두를 억누르고···. 시시하게 입찰따위 하지 않은 채 돈과 물건을 전부 가져간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돈을 받고 물건도 받는 저 압도적인 발상.
지금 보따리를 들고 물건과 돈을 하나하나 다 챙기는 저 남자는 시에스타 윗치 크래프트만 위압에서 풀어줬다.
어째서일까.
틀림없이 보고 배우라는 의미겠지.
“정의 속에 있으면, 악을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약탈해도 당당할 수 있다. 즉. 세상은 명분이라는 거군요. 최고에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당신은···. 당신의 사고는 정말 아름다워.”
그러면, 언젠가 개화할 때를 기다리며, 지금은 정의 속에서 몸을 감추고 있도록 하죠.
시에스타 윗치 크래프트의 눈에 생애 처음 사랑이 깃들었다.
***
음.
모두 털었···. 아니 정의를 증명했다.
아무래도 경매장에 올만한 녀석들이라 그런지 모두 지갑이 두둑하구만 그래. 감사하게···아니 이런 더러운 돈을 용납할 수는 없지. 분명 나쁜 물건을 잔뜩 팔아서 번 돈일거다.
물건들도 제대로 된 물건이 하나도 없다. 이 쓰레기같은 녀석들, 전부 압수. 압송이다.
“이, 이러고서···. 네 놈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나? 흐, 흐흐. 이미 검은깃발의 간부들이 움직이고 있다···. 네놈이 여기서 나가는순간 추적이 붙을 거다···. 네 놈에게 나갈 길은 없어!”
그건 무척이나 무섭군 그래.
“어쩔 수 없군. 그러면 이 경매장을 불태운 후 자멸하겠다.”
“미, 미친···. 잠시만요. 기다려주십시오. 그만둬! 하지마!”
“농담이다.”
“하, 하하···.”
“너희들을 전부 압송한 후. 이 경매장 자체는 불태워 무너트릴 생각이긴 하다.”
“잠깐만요···.”
밖이 소란스럽다.
학생회 임원들과 기사학부 학생들이 달려오는 소리.
이 쓰레기들을 체포해 끌고가는 사이. 나는 이세계로 몸을 감췄다.
시에스타는 뭐···. 알아서 잘 도망쳤겠지.
잡혔어도 이브가 한심하게 바라보고 풀어주겠지 뭐.
아니면 말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세계로 들어와 새장 안에 있는 디멘션 페어리를 바라봤다.
다행히 이브는 없는 상황. 이러면 대화가 한결 쉬워진다. 설명 할 이유도 줄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생각이지.”
“······.”
녀석은 입을 꾹 닫았다.
웨이브 진 긴 흑장발. 붉은 눈. 틀림없이 그 외형은 디멘션 페어리다.
“그 마력을 내가 눈치 못 챌거라고 생각했나?”
“아, 역시 눈치 챘군요?”
그리 말하고 녀석은 히죽 웃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새장 속에서 드러낸 그 모습은 익히 알고 있는 요정 여왕. 엘피라네 오웬.
새장의 벽에 느긋하게 기댄 녀석을 보고 나도 의자에 마주 앉아 한숨을 흘렸다.
“요새 정말 상상도 못 할 일로 자주 만나는군 그래.”
“그러게요. 이번에도 울프람과 만나서, 당신이 제 계획을 확실하게 때려 부술줄은 몰랐어요.”
“계획? 요정 여왕의 장난이 아니고?”
내 말에 엘피라네는 이마를 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 이런 장난을 즐기긴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이번 사건에는 큰 이유가 있단 말이에요.”
“좋아. 변명은 들어주도록 하지.”
“잘 들으세요 울프람. 저는 디멘션 페어리로 위장해서 다크 실피를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 말에 자세를 고쳐앉았다.
“다크 실피가 나타났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 블랙 마켓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곳의 간부중 하나가, 경매에서 요정들을 모으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 안에 다크 실피가 있다고 하는군요.”
엘피라네의 주먹이 붉게 물들었다. 피주먹을 착용한게 아니라, 꽉 쥔 손아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다크 실피.
꽤 짜증나는 몬스터 종이면서, 스토리 후반부에 등장하는 적 중 하나다.
예뻐보이는 외견과는 다르게 전부 죽이는게 맞는 몬스터.
작은 체구에 사랑스러운 외형을 가졌지만 저주와 절망을 몰고 다니며, 죄다 싸이코패스라서 사람을 공격하는데 거침이 없다.
진짜 마족편에 붙어, 엘피라네의 동포들을 팔아넘긴 후 몰살시킨 대죄인.
현 로엔그린 제국에서도 1급 악적으로 취급하며, 사살허가가 나 있다.
“그렇군.”
“아무튼, 이렇게 팔려나가는 건 제 취미생활이 아니라, 복수를 위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울프람.”
“알겠다. 완전히 이해했다. 나도 돕도록 하지.”
“네?”
“내가 돕기 위해서 녀석들의 특징을 말해줬으면 좋겠군.”
“······.”
물론 다크 실피의 특성은 어느정도 알고 있다.
피리부는 사나이마냥 몬스터를 대동하고 다니면서 주변을 황폐화 시킨다는 특징이라거나···.
“녀석들은 몬스터를 감염시켜서 대동하고 다녀요. 특징이 있다면 녀석들의 저주로 감염된 몬스터들은 대부분 검은색을 띄죠.”
“음.”
여기까진 알고 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순간.
“그리고 녀석들은 특히 이성이 없는 몬스터를 특히 잘 꾀어낸답니다.”
“호오. 그건 처음 듣는군.”
“다크 실피들은 마족과의 거래 탓에 지성이 퇴화해서 똑똑한 몬스터를 지배할 수 없어요. 대신 슬라임같은 몬스터들은 잘 지배하고, 잘 분열시키죠.”
이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렇군. 다크 실피는 슬라임을 잘 지배한다. 그러고보니 녀석들의 쫄따구중에 특히 슬라임이 많았던 느낌이 든다.
“흠. 그래서?”
“그런 슬라임들은 전부 검은색으로 변하고 지면이나 벽으로 위장해 한번에 확! 하고 덤벼드는 전술을 쓴답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었다.
그러니까···.
“광산 슬라임?”
“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광물로 위장한다. 한 번에 덤벼든다.
트라이스타 광산에 있었던 광산 슬라임이 사실 다크 실피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건가?
“한가지 궁금한게 있다. 그 검은 슬라임은 항상 다크 실피 곁에 붙어있거나 해야 하나?”
“그러면 세상을 저주로 물들이는 쓰레기 소리를 들을리가 없죠. 여기저기에 슬라임을 심어놓은 후, 알아서 증식시키게 명령해두고 그 땅을 떠난답니다.”
“······.”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군.
요컨데 트라이스타 가문의 위기를 초래한 건 그 다크 실피일 확률이 높다 이건가.
“정보는 잘 들었다. 나도 무언가 알아내면 바로 공유하도록 하마.”
“잘 부탁할게요. 울프람.”
엘피라네는 콰드득. 새장을 양 손으로 잡아 뜯고는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이 세계에서는 그런데 어떻게 나가나요?”
“나가는 문은 저쪽이다.”
***
이후.
나도 편의점쪽으로 나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하지도 못한 파편이 알아서 맞춰졌다.
광산 슬라임이라고 불리는 건 사실 다크 실피들이 만들어낸 전염병 같은 거고, 그 때문에 서부 광산이 위기에 처했으며, 내가 구제하지 않았다면 그 슬라임들이 폭주. 서부를 잡아먹었을 것이다.
그 결과 아일라가 비뚤어져서 반역의 마녀가 된다.
“무척이나 불쾌하군.”
지금 당장이라도 녀석들의 본거지로 찾아가 싸그리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불쾌하다.
그런 쓰레기들의 장난질에 아일라가 웃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하면, 가슴 속에서 증오가 차오른다.
마족에 대한 증오. 다크 실피에 대한 증오. 당장이라도 신화 포식자를 들고 녀석들의 근거지를 찾아가 전부 베어버리고 싶다.
지금 다크 실피의 본거지를 쳐들어가 전부 죽여놓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까.
“다 죽여놓고 나오기까지 1,500초면 충분하겠군.”
오른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증오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데 마족에 대한 증오는 황실 혈통이 제어하지 않았다.
더 불타오르라는 듯 그저 방관하는 녀석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 놀아나지 뭐.
칼춤 한 번 출까.
그리 생각을 마치고 검을 들고 나서려는 그 순간, 딸랑. 편의점 문이 열렸다.
“울프람! 들었나요? 어제 블랙 마켓쪽에서 큰 불이 일었다고 해요! 대체 누가 블랙 마켓에 시비를 건 걸까요! 그 반역의 주인공이 누군지 엄청 궁금해요!”
“아일라.”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일라를 보고 잠시 말이 막혔다.
“울프람. 왜 그래요? 안색이 창백해요.”
“아니. 괜찮다. 잠깐 다녀올 곳이 있어서 그런데 이야기는 나중에 했으면 한다.”
“음···. 흐음. 흠흠.”
“뭘 하는거지?”
아일라는 내 바로 앞에 다가와 내 얼굴을 보고, 슬쩍 돌아 내 옆 얼굴을 보고, 다시 내 바로 앞으로 와서는 방긋 웃고는 말했다.
“안 돼요. 못 보내줘요.”
“어째서지?”
“그야. 안색이 안 좋은걸요.”
“아프진 않다.”
“알아요. 저도 아프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반대로 평소의 울프람이었다면 아프더라도 보내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안 돼요. 붙잡고 말려야 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
이 녀석은 그런것도 눈치 채는 건가.
“그건 어떤 얼굴이지?”
“음···.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데, 작년에 제가 많이 힘들었을 때 거울 앞에서 봤던 제 얼굴이랑 닮았어요.”
이상하죠? 하고 후후 웃는 아일라.
하지만, 너무나도 정확한 그 표현에 잠시 말을 잊었다.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내가, 지금 내 앞에서 다정하게 팔을 벌리고 막아서고 있는 이 녀석을 밀치고 나간다면, 이 녀석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까.
결국 신화포식자를 퀵 크리에이트 인벤토리에 수납하고, 어깨로 큰 숨을 내쉬었다.
“작년 초의 아일라의 얼굴이라···. 기억에 선하구나. 무척이나 공격적이고 위험했지.”
“그, 그렇긴 한데 본인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면목이 없는데요···.”
“큭큭. 내 반역을 시험하겠다면서 월세도 꼬박꼬박 받아가고, 실적을 증명하라고 하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구나.”
“아, 아아아! 아아아아! 안들려요!”
양 손으로 귀를 막은 채 눈을 감고 소리치는 녀석.
나도 모르게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때는 많이 힘들었나?”
내 말에 아일라는 내 눈을 슬쩍 보더니 시선을 피하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울프람은 무력하게 쫓겨났다고 하지, 광산에서는 몬스터가 나온다고 하지, 레지나는 이길 수 없지···.”
“······.”
“하지만 울프람은 더 큰 계획을 준비했고, 광산의 몬스터도 해결해줬고, 레지나와 싸우는 건 제가 우세하니까요. 다 괜찮아졌어요.”
녀석이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화 낼 이유도 명분도 없다.
명분. 명분이라.
“아일라. 만약 그 광산 슬라임을 푼 진범이 있다면, 그래서 내가 녀석들을 전부 죽여버린다고 한다면?”
“네? 그런 나쁜 녀석들이 있다고요? 으음. 그야 용서 못 하죠.”
“그럼.”
“하지만, 그런 녀석들 때문에 울프람이 화나고, 상처입는건 안 돼요. 이미 울프람이 잘 해결해 준 문제잖아요. 다시 꺼내들어서 자신을 상처주지 말아요.”
너무나도 온화하고 태평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래서야 완전히 동생을 타이르는 누나 같지 않나.”
“어머. 몰랐나요? 제가 울프람보다 두 달 일찍 태어났답니다.”
“하하. 그랬나.
허리에 양 손을 대고 잰 체 하며 흥 하고 콧김을 내뿜는 녀석을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황실 혈통이···.】
감정이 억눌러져 메마른 웃음이 될 지언정.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