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1)
묘한 대화 끝에 아일라는 기뻐하면서도 가끔 화를 내면서 브로치를 가지고 돌아갔다.
아무튼 잘 받아서 돌아갔다. ‘마법 옵션 세 개의 아이템 ···자칫 잘못하면 전쟁의 불씨에요.’ 라고 하면서도 결국 가슴에 달 때에는 ‘에헤’ 하고 웃으면서 달았다.
그렇게 아일라가 돌아간 뒤. 나는 다시 한 번 파티 시스템을 켰다.
【무슨 항목을 확인하시겠습니까?】
【파티 특전을 선택하셨습니다.】
【파티 특전을 받으시겠습니까?】
이건, 2막에서 파티를 처음 짰을 때 주는 특전이다.
즉 앞으로 파티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이 게임은 켈터스 뿐 만이 아니라 파티 전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같은 느낌으로 던져주는 보상.
특전 자체는 한 번만 받을 수 있지만, 파티 레벨이 올라가면 다른 것들도 선택할 수 있다.
거기에 파티 특성에 따른 파티 숙련도가 올라가면 또 주는 특성이나 스킬도 있다. 그러니까 D/Z SAGA를 클리어 하기 위해서는 이 파티 시스템의 숙련과, 파티 스킬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보통 2막에서 세팅하는 특전은 ‘파티 티어에 따른 스테이터스 추가 상향’이나 ‘특전 스킬 내 몸을 방패로!’ 같은 것들이었다.
전자는 이브 폰 로엔그린이랑 이졸데를 파티에 넣어서 스테이터스 뻥튀기. 속칭 스탯뻥을 시키려는 계산이었고, 후자는 켈터스로 면역템 둘둘 감아서 던지는 탱킹. 즉 켈던탱을 하기 위해 쓰는 스킬이었다.
근데 지금은 둘 다 못쓴다. 스탯뻥은 못 받고, 울던탱 하면 2초만에 슬라임에게 처 맞고 죽을 자신 있다.
그러니까, 완전히 제조나 제작. 혹은 버프로 도는 것이 현명하다.
아일라의 강화를 위해서도, 그리고 울프람 폰 로엔그린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스킬은 바로.
【오늘은 내가 셰프】
이거 그럭저럭 유용하다.
괜찮고 쓸 만해.
【파티 스킬 오늘은 내가 셰프를 선택하셨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흠. 흐음. 큭. 호오···!”
【파티 스킬. 오늘은 내가 셰프를 습득하셨습니다.】
【파티 스킬. 소재를 보는 눈(최하급)을 습득하셨습니다.】
【파티 특전. 파티 재주에 따른 요리 성공율 증가를 습득하셨습니다.】
아 맞다.
이거 습득캔슬 먹힌다.
쓸 수 있으면 쓰고, 얻을 수 있으면 얻어야지.
내가 안 쓸 이유가 어디 있지?
아무튼
세 개 감사합니다.
땡큐.
***
중간고사에서.
과목 하나라고는 하나 학년 수석의 자리를 얻은 이상.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성적에 대한 처우는 상당히 관대해진다.
네프티가 수석을 따 놓고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러 가는 것을 교수들이 터치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가비지 트래시처럼 고깝게 보는 애도 있긴 한데. 뭐 그런 시선은 어쩔 수 없다. 단체 행동에서 혼자 튀면 눈치를 주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D/Z SAGA가 한국산 게임이라 그런가 그런게 월드의 기저에 깔려있다.
그래서 내가 이 말을 왜 하냐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주변의 눈치를 받을지언정 웬만해서는 수업에 참석 안 해도 학점 이수에 별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마법학부나 기사학부나 인맥을 쌓기 위해 수업은 꼬박꼬박 듣고, 다른 귀족들의 눈에 한 번이라도 들기 위해 목숨을 걸지만, 울프람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도 큰 이득이다.
그렇게 나는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새로 습득한 스킬을 활용하기 위해 얇은 프라이팬을 들었다.
원래라면 무게감 있는 웍을 들어야 하지만 그랬다간 울프람이 무게감 없게 픽 하고 죽어버릴 수도 있다.
뭐 아무튼.
‘오늘은 내가 셰프 발동.’
순간 머리가 찌이잉. 하고 울린다. 마력 2를 한번에 까먹는 이 스킬은 반드시 현기증을 동반한다. 직후 머릿속에 레시피가 입력되기 시작한다. 바로 요리를 시작해볼까.
생각보다 어려운 요리지만, 지금은 반드시 해낼 자신이 있다.
이거, 꽤 재밌을 거 같은 요리기도 하다.
빵. 양상추. 피클. 양파. 튀김옷을 입힌 생선. 빈즈로 만든 소스.
그리고 재료에 손을 탁 하고 뻗는 순간, 편의점 문이 휙 하고 열렸다.
“서, 선배님 도와주세요!”
“···저, 저도 도움을 요청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기 도움을 조금 받을 수 있을까요?”
“······.”
수업이 끝난 컬러 병아리들이 편의점에 들이닥쳤다.
쯧.
어쩔 수 없지.
“우선 앉아라. 고민이라면 들어주지.”
쓴 마력 2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후배의 상담을 들어주는 것도 선배의 소양이다.
바닐라와 요거트는 내 손에 쥐어진 프라이팬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배님. 요리중이셨어요? 그럼 요리 다 하시고 도와주셔도 돼요!”
“···저도 동의합니다. 선배님의 요리는 저희도 믿을 수 있어요.”
이 자식들아 사람이 기껏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아니 그 전에 먹을 기세로 가득하네?
“아, 아하하. 죄송해요. 선배님. ···그런데, 그 요리 다 끝나고 도와주셔도 돼요.”
······?
밀푀유 너마저?
***
만든 요리는 간단하며 동시에 세심한 작업을 요구했다.
우선 매지컬 스위츠로 식빵을 만든 후 귀퉁이를 자르고, 살만 발라낸 생선은 세심하게 가시를 제거해 계란물과 튀김옷을 입혀 튀긴다.
그 사이 찬물에 양파를 담근 뒤 매운 맛을 좀 빼두었으면 더욱 좋다.
그 뒤에 식빵 위에 마요네즈를 바른 후 양파와 양상추를 올리고, 빈즈 조합으로 만든 타르타르소스와 생선 커틀릿. 내가 쓰는 말로는 생선까스를 올린 뒤 머스터드를 뿌리고 위에 빵을 덮어 마무리 하면 된다.
【생선 커틀릿 샌드위치 완성!】
【8T】
【생선 커틀릿 샌드위치입니다. 오늘은 내가 셰프 스킬에 의해 강화되었습니다. 재주 11의 보정이 붙습니다. 파티원이 섭취할 경우 물 저항과 상쾌함이 소량 상승합니다.】
음. 괜찮게 나왔다.
이게 바로 파티 스킬인 오늘은 내가 셰프.
발동시킨 뒤 요리를 만들면 음식에 마법부여가 가능하다.
원래라면 ‘매지컬 파티셰’의 상호 호환인 ‘매지컬 셰프’를 올려야 가능하지만 파티에서 요리 기능은 엄청난 꿀이라서 특별히 넣어준 것이다.
아무튼, 내가 스스로 만든 물건에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옆에서 복작거리기 시작했다.
“우오···.”
“와아······.”
녹색 병아리랑 노랑 병아리는 입에 침을 뚝뚝 흘리면서 옆에서 내 작업을 빤히 바라본다.
“얘, 얘들아 선배님이 힘들어 하시잖아. 응?”
분홍 병아리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만든 샌드위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음. 이럴 때 가장 하기 좋은 말이라.
“···먹겠나?”
“네!”
“네!”
“·········네에.”
***
“와, 이거 고기는 아닌데 진짜 맛있어! ···나, 나 이것만 먹고 살아도 좋아!”
“···응. 이거 고기가 아니라서 숲 출신 엘프 입맛에 맞을 거 같아. 나도 동감해. 이것만 먹고 살아도 돼.”
녹색이랑 노랑은 울먹이면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기가 아니라서 입맛에 맞는다?
엘프들이 채식주의자였던가? 이런 자잘한 설정은 설정집에 없어서 흥미가 생겼다.
“요거트, 숲 출신 엘프들은 채식만 하나?”
“아뇨? 저희는 그냥 태생적으로 고기를 소화시키기 힘들어요. 속에서 안 받는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숲에 자리 잡은 것도 콩이나 나무 열매를 얻기 쉬워서···. 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유전적 요인이었냐.
거기에 숲에 사는 것도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아. 도시 출신 엘프들 중에서는 고기를 거리낌 없이 먹는 엘프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군.”
레지나 시엘라가 맨날 사교회에 초대되고, 식사를 하면서 메뉴를 따로 주문하지 않은 건 이미 고기를 먹어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장이 튼튼하게 태어났다는 거구나. 또 하나 작은 의문이 풀렸다.
“대답 고맙군. 한 개씩 더 먹도록.”
“와! 저는 대답도 안 했는데요! 잘 먹겠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바닐라, 그거 절반 내놔.”
그렇게 두 마리 병아리가 적극적으로 먹고 있는 와중, 밀푀유는 하나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렇게 잘 하신다고? 서, 선배님보다 요리를 잘 할 수 있을까? 아니 알고 있잖아. 힘든 길이야. 힘내자. 따라 잡기로 했잖아. 힘내는 거야.”
저건 또 무슨 소리지.
뭐 아무튼,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그제야 본제로 들어갔다.
“그래서, 도와달라니 무슨 말이지?”
내 말에 바닐라가 생각이 났다는 듯 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 그게요. 그러니까요. 그게 말이죠. 진짜 큰일인데요. 아니 정말 큰일났거 든요?”
“···바닐라, 너는 입 다물고 있어. 듣는 사람 복장 터지니까.”
“뭐! 너무 심하잖아! 진짜 큰일이라니까요 선배! 그리고 밀푀유도 내가 설명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
“왜 눈을 돌리는데! 앗 시선을 마주하지 마! 그런 미지근하고 따듯한 눈! 마을 장로님들이 ‘우리 바닐라는 하면 되는 아이란다.’ 라고 보는 거 같잖아!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마!”
“···쯧. 퍼스널 사일런스.”
“읍!”
요거트가 손가락을 튕겨서, 바닐라의 입을 강제적으로 막았다. 입이 강제적으로 막힌 드워프를 무시하고, 엘프 병아리는 안경을 고쳐 쓰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1학년 공용학부에서, 큰 일이 벌어졌어요.”
“큰 일? 무슨 일이지. 설명 해 보도록.”
“네. 그건 바로 그제 있었던 일이에요. 요새 날씨도 따듯하고 그래서 점심시간은 다들 교내 식당에서 떼우는 경우가 많거든요. 빠르게 먹고 낮잠을 자려고요.”
“음. 그런 것 또한 즐겁지.”
“그런데 전혀 즐겁지 않은 결과가 나왔어요. 1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어제 복통을 호소하면서 그 자리에서 탈진하는 상황이 벌어졌거든요.”
“설마.”
“네. 그 설마에요. 분석 결과 탈진의 원인은 식중독. 날이 따듯해졌는데 식재 관리에 실수가 생겼던 거겠죠.”
요거트의 설명은 잠시 더 이어졌다.
날이 따듯해졌고, 식중독에 걸린 애들이 나왔다.
일단 상할 거 같은 식재는 전량 폐기하고 재발주를 해야 한다.
당연히 식당도 소독을 해야 한다.
각 교사마다 식재는 똑같이 배분되므로 이 또한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
클린즈 마법을 쓸 수 있는 학부생들이 모여서 식당을 소독하는데 약 일주일.
그리고 재 발주한 식재가 들어오기까지 일주일.
“그러니 즉, 일주일간 교내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는 거죠.”
“그것 참 큰일이군.”
“네. 하필 저희 셋도 교내 식당을 애용하는 편이라, 이건 엄청나게 큰일이에요. 이대로라면 점심을 굶고 말아요.”
“근처에 다른 식당이 있지 않나? ···아, 엄청나게 사람이 몰리겠군.”
“······네. 제가 알기로 약 2만명의 학생이 각자 교사에 달려 있는 공용 식당을 쓰는데, 근처 시장에 갑자기 2만명이 풀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밥을 먹기는커녕 나가지도 못 할 거예요. 특히 오늘은 진짜 지옥이었어요. 결국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읍읍! 읍! 으읍!”
“···응. 많이 힘들었지.”
요거트의 말에 바닐라도 고개를 끄덕였고 밀푀유도 동조했다.
참을성 강한 밀푀유도 그리 말 할 정도면 진짜 힘들긴 한가보다.
“그래서. 요청은?”
“선배님이 만드신 요리를 일주일간 도시락으로 구매할 수 있을까요? 큰 돈은 아니지만, 가격도 제대로 지불하겠습니다.”
“읍! 으읍!”
“···염치없지만 부탁드릴게요. 선배님.”
요거트는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고, 바닐라도 읍읍거리며 인사했고, 밀푀유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내 요리를 도시락으로 쓴다라.
“···흠.”
“어려우실까요? ···죄송합니다. 감히 황족 분께 이런 부탁을.”
“아니.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네?”
“대신 메뉴는 내가 정하도록 하마. 오늘 샌드위치 정도의 수준이다만, 괜찮겠나?”
“감사합니다!”
“읍읍읍읍읍!”
“···저, 정말로 감사합니다. 선배님!”
무얼.
원래 편의점은 도시락도 팔고 삼김도 팔고 샌드위치도 팔고 그러는거야.
“당장 내일 점심부터 만들어야겠군. 잠시 기다리도록.”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읍읍읍읍읍!!”
“멋있어···. 역시···. 응.”
***
근처 시장에 2만명이 풀린 뒤. 공용학부는 제1동부터 10동까지 점심시간만 되면 누가 뭐라 말 할 것도 없이 인산인해였다.
배가 고픈 1학년. 밥 먹고 쉬고 싶은 1학년. 그 뒤에 공이라도 한 번 더 차고 싶은 1학년이 야수가 되어 근처 식당으로 질주하는 것은, 실로 끔찍하기 그지 없는 풍경이다.
허나 그 안에서, 현명한 이들은 도시락을 싸와 벤치에 앉아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비교적 느긋한 런치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현재 1학년의 셀럽. 【철권】 밀푀유 폰 사브레에 이어, 나름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남은 두 명.
1학년 사이에서 일컫길 【울프람 크루】의 【트리니티 루키】라고 불리며, 어엿하게 1학년의 관심의 중심. 셀럽에 들어간 이 셋 또한 현명한 방식을 택했다.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던 다른 1학년들은 흥미 반, 호기심 반으로 그들이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식사 장면을 보고 싶은게 아니라 ‘대체 어떤 도시락을 싸 온 걸까’에 대한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셀럽이란, 생각하는 것부터 행동거지. 먹는 것 까지 전부 특별해야 하는 법!
진정한 셀럽이라면 언제나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음···. 응. 맛있어!”
“응. 대단하네 선배님.”
“어떤 재료를 쓴 걸까?”
그들이 먹는 것은 분명 샌드위치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샌드위치는 그냥 흑 빵 사이에 고기 하나를 끼워 넣어 먹는 간편 식량.
허나 저 샌드위치 안에는 스테이크가 들어가 있다. 그 뿐인가, 계란을 잔뜩 넣은 계란 샌드위치에, 생선살같은 것이 얼핏 보이는 생선 샌드위치.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샌드위치라니.
간편 식량을 식사로 승화시키고, 거기에 멋과 맛을 더했다.
“아, 바닐라, 오렌지. 스무디 마실래?”
거기에 병 세개에 형형색색한, 은은하게 달콤한 향 까지 풍기는 음료까지!?
그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스스로의 빈약한 도시락을 바라봤다. 빈약하기 그지 없다. 영양도, 열량도!
“아, 진짜···. 진짜 와···.”
그 말을 기점으로
주변에서 침 고이는 소리가 울렸다.
꿀꺽. 하아. 우와···.
“···저게, 저게 황자님 크루의 식사···?”
“장난 아니다. 진짜···.”
“나, 나도 들어가고 싶다. 저것만 봐도오···.”
“아, 진짜 근처 매점에서 흑빵만 먹는 우린 뭐냐···?”
“말 하지 마. 비참해지니까.”
그렇게, 오늘도 울프람 크루는 소소한 전설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 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