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12)
812. 다세대 주택
그 뒤로 업자가 안내한 집은 내가 봐도 꽤 괜찮은 곳이었다.
“이 근처는 신혼부부들을 위한 젊은 거리입니다. 해당 매물도 최근 완공되었는데 잔액을 납금하지 못해 결국 입주를 포기했습니다.”
“흠. 그렇군. 가격은?”
“여기 이 가격을 보시면···.”
그리 말하고 업자가 내미는 용지를 보니, 그리 싼 가격은 아니다.
실피아가 목표하는 집 가격이 대충 이정도였던가.
“실피아. 어떻지.”
“싼 가격은 아니지만, 이만한 매물은 또 없다. 나는 마음에 드는군.”
“흠. 그런가.”
슬쩍 업주를 보자 자신만만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제, 제가 소개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물건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은 얼굴이다.
저 정도 표정이면 사기는 아니겠지.
“실피아. 너는 마음에 드나?”
“외견만 봐도 마음에 들다마다. 후후. 안에 어떤 색 가구로 채울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컵부터 시작해서 전부 2인용으로 맞추고···. 아. 울프람은 어느 색을 좋아하지?”
“전체적으로 우드 톤을 좋아한다만···. 내 의견이 그리 중요한가?”
“그야 당연···.”
“당연?”
그게 당연한가? 내가 살 것도 아닌데?
“다, 당연히 울프람이 구매에 도움을 줬으니 가구나 가재도구에 의견을 반영시켜도 된다고 생각한 것 뿐이다!”
그러면 또 납득이 가네.
“저, 두 분께서는 어떤 관계신지.”
“그게 궁금한가?”
“아, 아닙니다. 제가 감히 주제 넘은 질문을 했습니다. 부디, 부디 목숨만은···.”
“두려워 할 것 없다. 이 녀석은 나와 가장 마음이 잘 맞는 녀석이다.”
“아, 아아. 전부 알았습니다. 네!”
업자는 그리 말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으, 으흠. 부끄럽군. 네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만···.”
“동의했으면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지 않나?”
내 말에 실피아는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인정하는것과 부끄러움은 다르다는 걸 좀 알아라.”
“음···. 그래. 그러도록 하지.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실피아는 좀 더 내부를 돌아보도록. 나는 이 업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도록 하마.”
“알겠다.”
그리 말하고 실피아는 안으로 쏙 하고 들어갔고, 풍채 좋은 아저씨는 당장이라도 정상인 체형이 될 정도로 몸을 떨면서 땀을 흘리고 있다.
“저, 저에게 무슨 용건이신지···.”
“그리 떨지 말도록. 흠. 보통 황손을 만난다고 이 정도로 떨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 아닙니다. 위대하신 분과 마주한 것 만으로도 존경과 경외를 담아 인사를 올리는 거, 것은 다, 당연하며···.”
“그런데 어째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지?”
“······.”
“나를 알고있구나.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 이 말이로군. 자. 네 입으로 말해봐라. 내 이름이 무엇이지.”
“우,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전하이십니다.”
역시 알고있네.
신기하다.
황실에서 형제들한테 개쳐맞고 찐따처럼 사는 줄 알았는데, 이런 업자도 알 정도로 악명이 널리 퍼진건가.
지금의 내가 슈퍼 큐티클 샤이닝 브릴리언트 인성을 가진 이영진이라고 해도 울프람으로서의 악명이 어디 가는 건 아니지.
좋아. 악명은 악명대로 이용 가치가 있다.
“두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네, 네!”
“첫째. 이 건물의 가격은 정말 저게 최대한 양보한 게 맞나?”
“맞···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이 이상 깎으면 이번 달에 두 배의 수익을 올려도 굶어 죽습니다! 바로 파산입니다!”
그래.
이 정도까지 말하는 것 보면 진짜 사기는 아니네.
그리고 두 번째.
“내 악명이라도 좋으니, 네가 알고 있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소문에 대해 전부 말해보도록.”
“네, 네? 아, 악명이라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나를 두려워했지? 자. 기탄없이 【말하라】”
“지닌 바 인성이 불같으시고, 스스로의 의견이 확고하시며, 마치 무장과도 같은 기세를 내뿜으신다 들었습니다.”
“요컨데 성격은 더럽고 고집도 강한데 주변을 가지고 쥐어짜려든다. 라는 건가.”
“저, 저는 한 마디도 그런 말은···.”
아니 뭐.
왜 그렇게 떨고 그래.
나도 울프람의 성질머리 자체는 똑같다 생각하거든.
아무튼.
그러면 마지막 질문이다.
이 녀석이 트리거가 될지 안 될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혹시 4문의 건물들도 취급하나?”
“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령이 나오는 4문의 집도 알고 있나?”
“어떻게, 그, 그 건물을 알고 계신 겁니까?”
내 말에 업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빙고.
이 녀석. 알고 있었구만 그래.
“그 건물에 안내해 줬으면 한다.”
“지, 지금까지 사람이 열 명은 죽어나간 건물입니다!”
“알고 있다. 그저 흥미가 갈 뿐이다.”
“서, 설마 저를 그 안에 가두시려고···. 모, 목숨만은···. 목숨만은 제발···.”
“내 소문을 알고 있는데도 꽤 입을 잘 놀리는구나.”
“죄, 죄송합니다!”
아니 협박하려는건 아니었는데.
됐다. 어차피 여기서 이미지 갱신은 무리다.
“묻겠는데, 그 건물의 현 소유주는 죽은걸로 안다만.”
“네 마, 맞습니다. 4문에서 3문으로 가는 대로변에 있어서 입지도 최상이고 해서 몇 번이고 구매자가 나왔습니다만, 나올 때 마다 기괴한 사고에 말려들어서···.”
“그랬군. 그래서 내가 구매하면 얼마에 줄 수 있지?”
“네, 네···?”
“어서 말하도록. 나는 당장 그 건물이 가지고 싶다.”
“저, 그게···. 그러니까···. 으 음···. 이 정도 가격은 어떠실까요.”
가격은 실피아의 연봉으로도 아슬아슬하게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알겠다. 바로 내가 구매하도록 하지.”
“저, 정말이십니까?”
그럼.
나도 내 소유 부동산 하나쯤은 있어야 체면이 살지 않겠어?
***
업자에게 안내 받아 도착한 4문의 건물은, 유령의 집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철문은 다 녹슬어있고, 정원 안쪽에는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건물은 관리가 얼마나 안 됐는지 나무 문에 벌레 먹은 자국들이 나 있고, 담쟁이 덩굴은 돌벽을 타고 오르다 못해 거의 덮고 있다.
“여, 여기입니다···.”
“흠. 지금부터 나는 이 곳을 정화할 생각인데 괜찮겠나?”
“네, 네? 저, 정화라니···. 지금까지 여러 대마법사님들께서 오셨지만, 그 분들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하지만 황손이 찾아온 건 내가 처음 아닌가?”
“그, 그렇습니다만···. 정말 가능하십니까?”
“가능한 건 내가 확인할 일이다. 내가 묻고 싶은 건···.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이 건물은 법적으로 내 건물이며, 정화하고 말끔하게 고친다고 해서 삿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 이미 황자님 건물인데 제가 어찌···.”
“그 말을 들었으면 됐다. 자. 돌아가라.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서 움직이겠다. 실피아에게 가서 내가 어디 갔냐고 묻거든 ‘파티의 일이 있으니 먼저 움직이겠다.’ 라고 말하면 된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업주가 물러갔다.
다시 건물을 보니, 허공에서 레이스가 날아다니고 밴시나 고스트를 포함한 언데드들이 아주 확연히 잘 보였다.
자.
고스트 버스터즈 한 번 해보자고.
***
-꺄하하하하!
-인간! 인간이다! 살아있는 인간이 왔어!
-인간을 죽여! 죽여버리자! 우리의 친구로 만들자!
철창을 넘자마자 바로 유령들의 인사가 이어진다.
재주에 의한 감각이 좋지 않으면 눈치도 못 챌 소리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냥 바람소리로 들렸을 거다.
하지만, 지나치게 좋은 내 재주는 저 유령들의 목소리를 전부 알아들었다.
그리고, 저 유령들은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거다.
“거기 밴시. 하나 묻도록 하지. 너희들이 여기에 인간을 꾀어내 죽였나?”
-인간? 인간이 말을 걸었어?
-인간 우리가 보여? 죽지 않았는데 우리가 보여?
“질문은 내가 했다. 제대로 대답해라.”
-아하하! 인간의 질문에 우리가 대답해 줄 거라고 생각했나봐!
-죽어! 죽어서 우리 친구가 되면 대답해 줄게!
“대화는 결렬인가. 그러면 어쩔 수 없구나.”
-칼! 인간이 칼을 빼들었다!
-아하하! 우리한테 칼! 안듣는데! 인간의 몸 조종해서 그 칼로 죽여···어어윽그으그
-아?
-아?
신화 포식자를 들어 제일 나대는 밴시 하나를 그대로 그어버렸다.
녀석은 신화 포식자가 아주 잘 먹었고, 다른 유령들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자. 다른 녀석들은 대답할 준비가 되었나?”
그 말에 유령 둘이 동시에 도망치려고 했고, 나는 다른 손을 내밀어 한 유령의 목 부분을 잡았다.
-키···키익. 이, 인간이 어떻게 잡을 수··· 나를···.
“빛은 삿된 것들을 부정하지.”
-뭐, 뭐어···?
하르크 폰 로엔그린 이전에 과연 빛 속성 마법사가 없었을까.
당연히 있었다.
그리고 빛 속성은 신화의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치유, 그리고 부정의 정화등을 업으로 삼았다.
예를 들어 이브 폰 로엔그린이 아직도 미약하게나마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건, 치유는 오직 빛에게만 허락된 기적이기 때문이다.
나도 아주 조금이지만 빛 마력을 가지고 있고, 그걸 손에 둘러서 유령의 목을 집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이, 인간···. 놔, 놔라···. 주, 죽인다···. 죽여버린다···.
“음. 그 이상 한 마디라도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방금 무저갱으로 여행을 떠난 네 친구처럼 만들어주지.”
-······.
“좋다. 너희들이 인간을 죽여서 그 혼을 이곳에 모아뒀나?”
-그, 그래···. 마, 맞아.
“너희들은 고작 밖을 청소하는 걸 보니 그리 급이 높지 않은 유령이군. 안으로 갈 수록 더 강한 유령이 있겠지.”
-그, 그것도 맞···아. 아, 안에는 네가 감히 상상도 못 할 분이···계시다. 어서 나, 나를 놔주고 나가라···.
밴시는 그리 말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는 걸로 응수했다.
DLC 2호의 이브 루트 엔딩 이후 엑스트라 시나리오.
【4번가의 유령저택】
이브의 수호기사 로열 나이츠가 된 켈터스가 제국에서 살 집을 구하는데, 이브의 손은 빌리기 싫고, 부동산 업자를 찾아갔더니 싼 값에 유령 저택을 소개 받았다는 이야기다.
황손이 얼마나 수도의 치안에 관심이 없는지 아주 잘 알 수 있는 에피소드이면서 동시에, 제국 중앙에 유령들의 성채 ‘팬텀 시타델’이 만들어지는 이야기.
그 안에는 원래 이 건물을 정화하겠다던 자신만만한 대마법사의 유령도 있고···. 뭐 아무튼 엑스트라 시나리오라 그런지 난이도는 꽤 된다.
다만.
-이, 인간. 지금이라도 나를 놔 줘라. 그리고 여기서 나가면···.
“놔 주는건 어렵지 않다. 질문 몇 개에 더 대답해라.”
-대, 대답하겠다.
“저 안에는 대마법사의 원혼이 있다고 알고 있다.”
-대 마법사? 아···. 이, 있었다. 멍청한 마법사가 있었다. 마력은 대단했지만 우리에게는 먹히지 않는 마법이었기에 죽여버렸다.
“흠. 역시 그랬나.”
-너, 너 그렇구나. 그 마법사와 아는 사이였구나. 그래서, 그래서 복수하러 온 건가?
“다음 질문이다. 이 안에는 유령들이 몇이나 있지?”
-저, 적어도 오백은 넘는다. 아무리 네가 우리를 지울 수 있는 검이 있다고 해도···.
원작이랑 같네.
오백 정도면 뭐.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뭐, 뭐든 말 하겠다.
“그 대마법사는 자신의 마도서. 보석. 보물. 금화. 마법 무구와 시약을 전부 반입해 들여온 걸로 알고 있다. 맞나?”
-아? 그, 그러니까···. 너 그 마법사의 복수를 하러 온 게 아니었나?
“물음에 대답해라.”
-마, 맞다. 제일 안쪽의 방에서 봤다! 맞으니까 이제 풀어다오! 어서!
“알겠다. 풀어주도록 하지.”
내가 그렇게 손을 놓자마자 유령은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갔고, 이내 허공을 자유로이 날며 나를 비웃었다.
-히, 이히히히! 너, 너는 내가 죽일거다. 죽여버리고 말 거다! 저 안에서 날뛰는 사이, 몰래 등 뒤에서 숨어서 죽여버릴 거다! 그 몸을 차지······이?
거기까지 말 한 후.
유령의 몸이, 천천히 증기처럼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흠. 아까 말하지 않았나.”
-뭐, 뭐어···, 뭘 말했다는···.
“빛은 모든 삿된 것을 부정한다. 네가 나를 죽이겠다고 말하지만 않았어도 살 기회가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너, 너 나를 속였···.
사그라진 유령의 잔해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자.
저 유령의 정보에 의하면 저 안에는 대마법사의 유령이 있고, 보아하니 팬텀 시타델도 완성 직전이며, 남은 유령의 수는 약 500이다.
“두렵기 그지 없군.”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대마법사의 보물도 있고, 잘만 줘패면 24시간 무급으로 일할 수 있는 노예가 500명이나 있다는 이야기인가.
마구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