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17)
817. 살신보은
휙.
하고 무언가가 내 볼 옆을 스쳐지나가는것을 느꼈다.
루디카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내던진 단검이다. 오른손을 들어 단검의 손잡이를 낚아챘고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보면 가벼운 캐치볼에 지나지 않지만, 문제는 내 앞에 있는 탱커···. 그러니까 네프티가 아무런 반응을 못했다는 점이다.
“어, 어라?”
네프티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에 다시 단검을 루디카에게 돌려줬다.
“이렇게 던지는 공격도 할거다. 라는 건가.”
“응.”
“알겠다.”
방은 그리 넓지 않다. 폭으로 치면 나란히 사람 네 명? 다섯 명 정도 설 공간밖에 없다. 길이는 꽤 길지만 말이야. 높이도 그리 높지 않다.
숙식 노가다 할 때 잠시 살았던 컨테이너 박스보다 조금 큰 규모. 그 정도다.
하지만 이 곳에 루디카와 단 둘이 있다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루디카의 공격 면적이 하나 늘어난다.
맞다. 지상. 벽. 그리고 천장. 나를 감싸는 모든 공간에서 루디카의 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
솔직히 이런 곳에 갇혀있다면 일단 건물을 무너트리고 그 상태에서 어떻게든 넓은 대로로 빠져나갈거다.
이길 수 있을까. 라고 물으면 나도 글쎄? 라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극한의 상황인 셈.
거기에 저 녀석 상대로 진심으로 때려눕힐 자신도 없다. 파티원을 때리느니 그냥 몇 대 맞고말지.
아무튼. 우리 탱커가 잘 해주길 바라야 하는데···.
“으, 응···? 뭔가 날아다녔는데···.”
아무래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군.
“괜찮다. 울프람은 내 몇 배는 강하니까. 네프티가 막아내지 못해도 울프람은 알아서 살아나갈 수 있을 거다.”
“······.”
그리 말하며 히죽 웃는 녀석.
“내 반격은 허용 되나?”
“응? 설마···. 나보다 몇 배는 강한 울프람이 반격까지 하겠다고? 그러면 연약한 나는 그대로 맞고 날아갈 수밖에 없는데?”
“···.”
아 그래.
진심으로 삐졌다 이건가.
***
루디카가 어째서 이 방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게 왜 극한의 수련인지 지긋지긋하게 알 수 있었다.
우선. 양초를 껐다 켜는 것은 전부 루디카의 마음대로다. 마법으로 만든 양초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어둠. 익숙해지지 못한 눈.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싶으면 갑자기 다시 켜지는 불이 시야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둘째로,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발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지상을 박차고 천장에서 던지는 투척검. 그 일련의 동작에 그 어떤 선행 모션도, 소리도 없다. 즉 소리로 유추할 수 없다.
셋째로, 점차 산소가 부족해진다. 지하실. 거기에 양초.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그대로 몸이 갈기갈기 찢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공포감. 두려움.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한계.
“아으···. 아으으···.”
네프티는 이미 기절하기 직전이지만
【황실 혈통이 모든 정신적 피로를 무효화합니다】
“음.”
“울프람은 정말···. 지치지도 놀라지도 않는구나.”
“뭐. 내 특성은 잘 알고 있지 않나.”
“황실혈통에 의한 강제적인 정신 제어···. 였던가? 그랬지?”
“음.”
파티원들은 어느정도 내 특성이나 스킬 세팅. 그리고 방향성에 대해 알고 있다.
‘어디서 그런 개념을 만들어냈나요?’ 같이 묻지도 않고 내가 하는 말을 믿고 따라와 주는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솔직히 하르크의 안배 약빨도 슬슬 떨어질때가 됐는데 말이지.
일부러 지적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진짜 하르크의 이름빨이 미친듯이 큰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네프티는 기절했는데···. 울프람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루디카는 콕콕. 손가락으로 기절한 네프티의 볼을 찔렀다.
“뭐. 지켜봐라. 네프티는 여기서 쓰러질 녀석이 아니다.”
“응? 무슨 소리야? 이미 쓰러졌는데?”
“음. 그건 1차 네프티다. 지금부터 보여주려는 것이 바로 2차 네프티지.”
“네프티는 변신할 수 있는 거였어?”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루디카.
뭐. 비슷하긴 하다.
아마 저 녀석이 보호 대상으로 지정한게 바로 나라면 【살신보은】도 나에게 걸려 있을 거고, 그렇다면···.
“루디카. 힘들고 괴로운 부탁을 하나 하마. 해줄 수 있겠나.”
“응. 뭐든 괜찮은데. 뭐야?”
“네 단검으로 나에게 상처를 내라. 자.”
그리 말하고 오른손을 내밀자, 루디카의 눈이 한없이 떨렸다.
“그, 그럴수는···. 하지만, 어, 어째서?”
“해보면 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상처를 내도록. 원래 깊은 상처일수록 좋지만 가벼운 상처라도 좋다.”
“······.”
루디카는 단검을 들고 머뭇거렸다.
“세계 최강의 암살자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볼 줄이야.”
“대상에 따라 다르지! 암살 대상을 죽이는거랑 가족을 다치게 하는건 완전 다르잖아!”
“가족?”
“아,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고, 파, 파티는 가족 비슷한 것 아닌가···. 해서.”
“흠.”
그렇게 받아들여주니 고마운걸.
어쩔 수 없다.
나는 단검을 쥔 루디카의 손 위에 내 손을 포갠 후. 그대로 다른 쪽 손으로 끌어들였다.
이러면 내 손에 끌려온 루디카의 단검이 내 다른 손을 상처내는 모양새.
푸욱. 소리가 나며 피가 흐른다. 얕게 찔리지는 않았다.
“울프람!?”
“괜찮다. 신경도 근육도 피했다. 설령 둘 다 상처입었다 한들 치료할 수단은 많다. 걱정 말도록. 그보다 봐라. 네프티가 일어나고 있지 않나.”
“아···.”
네프테리안.
이 게임 최고의 탱커라 부를 수 있는 저 녀석이 아직까지 기본적인 각성조차 하지 못한 이유.
그건 지켜야 할 대상이 바로 나라는 점에 있다.
우선 다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탱커로서 성장할 기회가 너무 없다.
하지만 네프티는 나, 나아가서 우리 파티 전체의 탱킹을 담당해줘야한다.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일깨워서 각성시킨다.
“일어나라 네프티. 네 주인이 크게 다쳐서 죽을지도 모른다.”
차갑게 식은 눈. 감정이 없는 골렘을 보는 듯 한 표정.
그 표정에 위화감을 느낀 그 순간, 네프티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사이에 방패를 등에 메고, 나를 끌어안듯 감싼다.
탱커인 자신이 죽어서는 안 된다. 보호대상인 나는 지켜야 한다. 그러니 방패를 등에 메고 나를 끌어안는다. 확실히 ‘합리적’인 탱킹이다.
내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네프티는 방패를 다시 돌려들고 내 앞에 섰다.
루디카와 대치하듯 선 자세에 빈틈은 없다.
“네프티···? 어떻게 된 거야? 네프티?”
“그리 놀랄 거 없다. 이게 ‘로열가드’의 살신보은이다.”
로열 가드는 ‘죽어서도 주군을 지킨다.’ 라는 신념 아래에 살아가는 직업이다.
하지만 정작 그 주군이 다칠 일이 없으니 지금까지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것 뿐.
진짜 로열가드는, 의식을 잃거나 정신이 조종당하는 가운데에도, 오직 주군만큼은 상처입게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일어나는 불사의 전사다.
겪어본 적은 없지만 상태이상 ‘죽음’이 들어가도 ‘불굴의 의지’로 일정 시간동안은 살아있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이지를 상실하거나 지금은 기절한 상태임에도, 오직 나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일어선거다.”
“와아···.”
이건 주군과 로열가드의 친밀도가 올라갈수록 빠르게 대응하는데, 지금의 네프티는 내가 기억하기론 최상의 속도다.
즉.
이 녀석은 정말로 나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 루디카. 방금 전보다 훨씬 날카롭게 반응할거다. 공격해보도록.”
“으, 응? 알았어.”
그리 말하고 가볍게 투척한 단검.
방금 전 까지는 대응조차 못했던 단검을 가볍게 대방패로 튕겨낸다.
그리고는 무표정.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와 나를 감싸고 선다.
“와아···. 이걸 반응해?”
“더 빠르게 던져봐라.”
“응. 이번에는 세 개.”
탕. 탕. 휙.
이번에도 네프티는 두 개의 단검을 튕겨내고, 나머지 단검을 건틀릿으로 후려쳤다.
“와아···. 이건 우리 일족에서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게 내가 네프티를 파티의 탱커로 고용한 이유다.”
네프테리안은, 내 기억으로 이 게임 최상의 탱커다.
그 올바른 눈. 곧은 신념.
거기에서 나오는 최상급의 초월.
초월에 닿기에는 조금 멀지만, 지금 이 모습을 보면 멀지 않았다.
“그럼 이번에는 좀 더 제대로 해볼까.”
“응? 멈춰라. 네가 손대중을 안 하면 네프티가 진짜 다친다.”
“응? 아냐. 다치는 건 내가 아니라 울프람···. 으흠. 아니야.”
“······”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좁히자 루디카는 히죽 웃었다.
허락의 표시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자, 이내 녀석은 단검을 고쳐쥐었다.
“진심으로 갈게.”
과연.
이제야 감을 잡은 루디카의 초월을 쓸 생각이다.
무형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감각이 닿는 거리에 자신이 원하는 참격을 만들어내는 차원 왜곡의 능력.
그렇게 루디카는 정면으로 내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의 단검은 네프티의 방패를 향해.
그리고 다른 하나의 단검은 내 어깨를 향해.
네프티는 당연하게도 정면의 단검을 향해 방패를 치켜들었다.
그러면 2격째는 당연히 내가 맞을 수 밖에 없지만···.
캉! 터엉!
막아내는 소리가 두 번 울린다.
“어···?”
그 루디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믿을 수 없는 방어.
“방금 네 공격은 완벽히 동시에 두 번 가해졌다. 허나 네프티는 동시에 이루어진 공격을 다 막아냈다. 맞나?”
“으, 응. 그렇지···. 어떻게···? 어떻게 했지?”
루디카의 당황에 나는 미소로 응수했다.
그게 바로 네프티다.
신념의 기사가 가진 초월.
그건 바로 공간을 초월해 수호하는 능력이다.
탱커의 시스템.
피격시 일어나는 모든 경직을 무시하고 수호하는 능력.
“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겨우 한 번 쓴 것 뿐. 거기에 봐라. 기력이 다 한 듯 무너지지 않나.”
다치지 않게 손으로 녀석의 허리를 받치고 제대로 눕혔다.
“대단하네···. 의식을 잃어도, 울프람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초월까지 막아낸거잖아?”
“그렇지. 때문에 이렇게 기절해서 의식조차 없지 않나. 진짜 탈진한거다.”
나는 빤히, 기절한 녀석의 얼굴을 바라봤다.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해주자, 휙. 하고 네프티가 내 손을 낚아챘다.
깨있나? 아니다. 호흡은 느리고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심장이 뛰는 소리도 일정하다.
그저 네프티는 조용히.
방금 전 상처입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손을 양손으로 꼭 잡았다.
부드럽고 다정하게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 양 손으로 지키겠다는 듯.
루디카는 내 바로 옆에 와서 그 모습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기절하고, 의식이 없어도, 설령 탈진했어도 지키겠다는데?”
“······.”
“후배가 이렇게 지극 정성으로 지켜주겠다는데, 일부러 다치거나 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겠지. 그렇지?”
“그렇군.”
“거기에 파티원을 공격하게 된 내 마음도 많이 아프겠지. 그렇지?”
“그것도, 그렇구나. 미안하다. 방금 전에는 실수를 했다.”
“맞아. 실수를 했으니. 자.”
그리 말하고 양 손을 내미는 루디카.
뭘 달라는 거지?
내가 잠시 멀뚱히 바라보자 녀석이 내 다른쪽 손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꼬물거리다가 이내 양손으로 꽉 쥐었다.
“루디카. 내 손은 너희들의 장난감이 아니다.”
“이번만큼은 울프람이 큰 잘못을 했으니 지금은 장난감이야.”
“······.”
그렇게 말하는 루디카는 내 손을 놓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녀석의 장난은 잠시 내버려두고, 네프티를 바라봤다.
로열가드의 살신보은 까지는 예측할 수 있었다.
지정 대상과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설령 기절했다 한들 의식을 잃었다 한들 다시 일어나 방어를 시작한다.
죽음마저 넘어서서 끝끝내 지켜내는 신념의 기사.
하지만.
그 뒤. 완전히 방전한 뒤에도 이렇게 보듬으려 하는 것은 처음 본다.
“미안하구나. 나는 괜찮다.”
그리 말하자. 그제야 네프티는 내 손을 놔주고 새근새근 잠들었다.
참으로 크게 신뢰받고 있구나.
“일부러 다치기도 힘들겠군 그래.”
원래라면 좀 더 몸을 막 굴려서 쳐맞더라도 육박전을 통해 클리어 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난이도가 더 올라가버렸잖아.
“선배···님.”
하지만.
무슨 좋은 꿈을 꾸는지. 녀석의 웃는 얼굴을 보고나니, 어쩔 수 없다 싶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