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19)
819. 멀리 돌아가는 옳은 길
그 뒤.
많은 수의 여교수들이 모였다.
하지만 교수라는것이 그렇듯 사회적 체면과 지위를 신경쓰는 생물.
그렇기에 여러 가림막을 제안했고 대부분 받아들였다.
나는 우선 그들에게 복장을 제시했다.
여 교수들은 빠짐없이 내가 제공한 드레스를 옷장에서 골라 입는다. 프리 사이즈에 몸매 보정이 있다보니 교수들 평가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렇게 체형을 유추할 수 없게 가리고, 가면도 썼다. 가면도 유치하게 얼굴 전부를 가리는게 아니라 나비 가면이나 얼굴 반만 가리는 사교 가면이다.
그 안에 보이스체인저도 달아뒀다. 이제 거의 유추가 불가능하다.
대신 회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계급을 확인할 수 있는 반지를 부여받았다. 즉 반지에 박혀있는 보석이 진짜 계급이다.
하지만 가면으로도 숨길 수 없는, 내가 제안한 약에 대한 갈망. 젊음에 대한 욕망이 눈빛에서 흘러나온다.
“이것이 오늘 내가 제시할 보수. 능력은 들어서 알고 있겠지.”
“어머···. 저게 바로.”
“저것만 있으면···. 후후. 그렇군요. 바깥 사람이 정말 좋아하겠어요.”
스무 살이다. 무려 이십 년의 시간을 거꾸로 감을 수 있다.
사용기간은 고작 일주일이지만, 그렇다 한들 꿈과 같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공평한 시간을 선물할 생각이 없다.
나는 약을 배포하기에 앞서 두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하나는 내가 내리는 지시에 양으로 음으로 협력하라.
둘째는 나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펼치고 회원을 모아라
내가 그 공을 철저하게 검토해 차등으로 상품을 지급할 것이다.
그 뒤 회원들이 모이고, 나는 존댓말을 그만두고 반말로 나섰다.
황족이라는 권위. 그리고 그들의 욕망을 들어줄 수 있다는 힘에서 나오는 위압으로 찍어 누른 것이다.
“우선 이번에 가장 많은 공적을 세운 회원이 있다. 얼마 전에 조건을 채워 루비 등급이 되었다.”
“축하드려요.”
“어머 누구실지 정말 부럽네요.”
박수 속에서 샤흐트 교수가 걸어 나오고, 그녀는 사전에 말 한 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자신의 반지를 바치고 루비 반지를 받아들었다.
“앞으로도 훌륭한 활동 부탁하지.”
“이 숨이 끊어지는 때 까지 보은하겠습니다.”
그녀는 반지를 끼고, 내가 만든 비약을 받아들었다.
그래. 조금 더 진한 비약이다.
“첫 루비 회원인 만큼 특별한 비약이 제공될 것이다. 무려 보름간 지속되며 25년의 세월을 젊게 만들어주는 비약이다.”
“어머나···.”
“세상에···. 이럴수가.”
샤흐트 교수는 한 발 물러서서 깊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교수들의 눈에서 안광이 폭사한다. 아주 뚫어지겠어 그냥.
“물론 다른 이들에게도 동일한 기회가 제공 될 것이다. 하지만 루비 이후로는 좀 다르겠지.”
그 말에 안색이 굳는다. 다들 배운 사람들이라 그런지 내 말의 진의가 뭔지 아주 잘 아는군 그래.
“그 다음 등급인 다이아 등급의 보상. 그걸 지금 밝히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
다들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말 안하고 넘어가면 그게 상술이겠냐고.
살짝. 실루엣만···. 떡밥만 던지는거다.
“하지만 그래서는 너희들의 충의를 의심하게 된다. 그저···. 영속적인 비약이다. 그것만 말해두지.”
“영속···.”
“영원한···젊음?”
교수들의 눈이 빛난다.
그래. 영원한 젊음이다.
“자. 오늘의 모임은 여기서 파하도록 하지. 다음 보름달이 뜰 때. 나. 혹은 나의 전권 대리인이 참석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힐끗 샤흐트 교수를 바라봤다.
여기서 그냥 가면, 열의에 불탈 수 없지.
“다른 회원들은 돌아갈 때 드레스를 반납해야 한다. 그 드레스는 하나하나가 국보급. 때를 타지 않고, 낡지 않으며, 체형을 보정시켜주고 혈액순환을 증진시키며, 끝으로 무척이나 아름답지. 하지만 오늘 첫 루비 등급이 된 회원에게는 무상으로 지급하도록 하지. 가져가도 좋다.”
“아, 아아···. 몸 둘 바를 모를 포상. 감사드립니다.”
“음. 진정한 젊음을 즐기도록.”
샤흐트 교수는 이제 엎드려 울 것만 같았고, 다른 교수들의 눈도 빛나기 시작했다.
자.
그럼 2차 계획을 시작해볼까.
***
두 번째 계획은 바로 남교수들이었다.
여교수들 사이에서 회춘의 비약이 돈다는 것을 안 남교수들은 자신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나와 만날 때 마다 묘한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제시한 것은 똑같은 회춘의 비약이지만···.
“허어 이것이 바로···.”
“음. 그렇군요. 이게···.”
“그렇다. 남성에게 참 좋은 비약인데 내 입으로 설명하긴 좀 그렇군. 참 좋은 비약인데 말이다.”
“얼마입니까? 황자님.”
“으흠. 이것만 있으면···.”
“그 전에 확답을 듣겠다. 이것을 가지고 혹여나 불미스러운 짓을 하면 제국법으로 죄를 크게 묻겠다. 알겠나?”
“······.”
“무, 물론입니다.”
그 말에 몇몇 교수들이 헛기침을 했다. 너희는 적어놨다.
뭐. 뭔짓을 꾸미든 사실 상관 없다.
이게 남성건강에 참 좋은 약이긴 한데, 반대급부로 정신적인 금제도 걸리는 약이다. 나잇살먹고 추태부리느니 집에서 어깨나 펴고 살라는 의미로 주는 약이다.
참고로 남교수들은 저런 비밀스러운 사교클럽에 초대하지 않았다.
여교수들에게 아름다움을 줬는데 남교수들에게 젊음을 줬다. 그 둘을 한곳에 모아뒀다간 사고가 터져도 크게 터질 것 같아서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남교수들도 포섭했고, 제프린의 교수진들은 대부분 내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를 이브에게 보고하니.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요. 이 미친사람···.”
“말이 너무 심하구나.”
“지금까지는 대부분 웃어 넘길 수 있었지만, 이건 엄청 큰일이라고요. 당신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에요?! 이 세계의 어둠의 주인이라도 목표하고 있어요?”
“그거 즐겁겠군.”
“그렇다면 제가 지금 토벌해드리죠.”
이브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고작 네 달. 내가 운신의 자유를 얻기 위해 뿌린 거다. 그리 깊게 생각하지 마라.”
“제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세요. 네 달 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끝낼건가요?”
“아니. 너에게 전권을 넘기고 네가 내 대리인이 되어줘야겠다.”
“야!!”
아니 왜 그래.
공짜로 권력을 넘겨주겠다는데 왜 화를내지.
“이브. 우리는 기본적으로 소수정예고, 황실 내에서 그 어떤 권한도 권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전에서 불리하다. 네가 가장 빠르게 옥좌에 앉는 방법이 뭔지 아나?”
“뭐, 뭔데요?”
“필티아와 엘피라네. 샤르. 그랑펠리시에. 라이아다이아를 해방한 다음. 너와 우리 파티 전원이 이동 포털로 황실 한복판에 떨어져서 황성을 점거하고 반란을 일으켜서 너를 황제로 옹립한다음 다른 황족을 모두 처형하는거다.”
“무슨 그런···.”
이브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다음 ‘단검’과 서부를 내세워서 지방의 반란을 장악하고 【검】과 【지팡이】를 포섭. 마이스터 가문이 무력을 내세워 군부의 기강을 다잡고, 시엘라 가문이 중앙 귀족의 반란을 찍어누른다. 마지막으로 네가 마족 군단장을 소환해 단박에 처리하고 그 시체를 내건다.”
“네, 네?”
“그러면 군부. 중앙귀족을 실력으로 찍어누르고, 서부의 민심을 잡고, 단검으로 불온분자를 처리하고 마계의 침략 위기론을 내세운다. 이후 오직 이브 폰 로엔그린의 마법만을 의지해야만 인류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네 곁에는 세 명의 정령왕과 드래곤. 요정여왕이 함께하니 신화의 용장들이 모였다고 말이다.”
“······.”
“이브 황제의 천년 치세의 시작이다. 세계는 평화로워지겠군.”
이브의 안색이 더더욱 창백해진다.
반박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그 모습.
“아, 그, 그러니까···. 그게요.”
즉.
이 녀석도 그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깨달은 거다.
“농담이 아니다. 이건 놀이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다. 그저 진지하게 현실적으로···. 네가 가장 황제가 되기 쉬운 길을 말하는 거다.”
“그, 그렇···.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하지만, 나도 그 길은 싫구나. 그래서는 네가 걸으려는 길과 정 반대 아닌가.”
이브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 안 할 거에요?”
“하고 싶나?”
녀석이 필사적으로 도리질친다.
원래라면 이런 이야기를 녀석 앞에서 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 녀석이 어떤 빛이 되고 싶은지 답을 내렸기에, 그 길을 걷지 않을거라 확신했기에 한 말이다.
폐기된 작전을 읊는데 뭔 문제가 있겠나.
“그러니까 돌아가자는 거다. 교수들을 포섭하고 우리들의 세를 불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 그렇군요. 하지만···.”
“아니면 정말 8문을 정복하고 바로 황실 한복판에 떨어지길 바라나?”
“아, 아뇨. 그래요. 포섭···. 포섭 좋네요.”
이브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어차피 항복할거라면 처음부터 항복하지 그러냐.
“그러면 나는 앞으로 이런 자잘한 작업을 계속 해 나가겠다.”
“울프람.”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세계에서 나가려는 그 순간, 이브가 내 등에 대고 말했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고, 등 뒤에서 내뱉는 목소리가 일방적으로 내 귀에 들려왔다.
“가장 편한 방법을 내버려두고 돌아가서. 으흠. 그렇다는 거에요! 한 번만 말 할거니까 잘 들어요. 고, 고마워요.”
거 참.
이렇게 순수하게 감사인사를 하기도 하고 말이야.
황실혈통으로 정신제어가 걸리는 나도 가끔 이 녀석을 볼 때 마다 화가 나는데, 저 녀석은 속으로는 내가 미워서 어쩔 수가 없을텐데 말이야.
대단한 녀석이야.
***
일련의 사태를 파티원···. 정확히는 이 사건을 알아둬야 할 네프티와 밀푀유에게 말했다.
“그렇군요. 최근에 어쩐지 외출 허가나 원정 허가가 잘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프티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인정했다.
신념의 기사는 이런 일을 받아들이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네프티. 너는 이런 일을 하는데 저항감이 없나?”
“네. 선배님을 믿습니다.”
저녁 밥 반찬을 고민하는것보다 빠르게 나오는 대답.
오히려 이런 눈부신 신뢰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네프티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와 주군이 되어야지 진짜.
그리고 밀푀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나. 밀푀유?”
“저 선배님. 한 가지, 아니 두 가지만 여쭈어도 괜찮을까요?”
“음. 뭐든 묻도록.”
“이브 선배님이 졸업하시자마자 바로 옥좌에 오르시는 건 아니죠?”
“그렇지. 몇 년 더 걸릴거라 생각한다. 극단적인 방법이라면 학생회장 임기중에도 가능하다만···.”
“그, 그렇다면요. 이브 선배님이 졸업하신 뒤에도 저 커뮤니티는 쓸모가 있다는 거고, 그렇다면 후년부터 저 교수님들께 포상을 흔들어야 하는 건···.”
“아.”
네프티가 그제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눈치챘다.
“그렇구나. 이브는···. 다음 학생회장으로 너를 점찍었으니 아마 후년부터는 네가 해야 할 일이 되겠구나.”
“되겠구나···. 라니요. 제, 제가요? 제가 교수님들을 잡고 흔들어야 한다고요?”
“상품은 내가 전부 제공해주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처음 제공되고 상담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협의해줄테니 걱정 말도록.”
“너, 너무하세요···.”
밀푀유는 이제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뭐. 좋잖아. 퇴학 예정 하급 귀족에서 시작해서 학년 수석. 학생 회장. 제프린을 뒤에서 주무르는 어둠의 권력자까지···. 나머지는 뭐 하려나. 나중가면 이브 밀어내고 황제라도 하려나?
밀푀유는 쪼그라들어서 구석에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혼자서 이겨내야 할 문제니 내버려두고 네프티를 바라봤다.
“그 외에 다른 특이점은 없었나?”
“음···. 최근 망자의 평원까지 원정지가 늘어난 건 알고 계시죠?”
“알고 있다.”
“네. 거기서 데스나이트가 한 마리 나타났는데 말이죠.”
“데스나이트?”
“네. 엄청나게 빠른 공격으로 전사들이 다가가자마자 공격해오는데, 일정 거리 밖으로 벗어나면 더 이상 추격해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
아아. 알겠다. 누굴 말하는지 알고 있다.
“너는 이겼나?”
“네. 며칠전에 이겼습니다. 훈련에 좋을 거 같아. 소멸은 안 시켰고요. 그 뒤로는 방패술 연습용으로 가끔 쓰고 있습니다.”
근접 중수들의 컨트롤 수련장.
우리들의 영원한 스승.
데스형님. 줄여서 데스햄.
그렇군. 데스햄이 나왔다. 그리고 네프티는 이겼다.
그러면 거의 다 갖춰졌다.
“개인전으로 원정조가 팀 전투로 7할 이상. 그 데스나이트를 이겼을 땐 보고하도록.”
“네?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 정도의 실력을 모두가 갖췄다면
진짜 7문의 도전을 시작할 때가 임박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