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20)
820. We are!!
어린시절부터. 그러니까 희망의 집 시절부터 나는 나만의 것을 많이 가져본 적이 없다.
내 위쪽 형들은 가지고 싶은것을 요구하고 나눠주지 않았지만 그 반발 심리인가, 나는 원장님이 무언가를 챙겨주면 동생들에게 양보했다.
생각해보니 썩어버린 내무반 문화를 실세가 되니 바꾼 군인같은 이야기긴 한데···. 뭐 집단생활이라는게 어디든 비슷하지 뭐.
아무튼.
원장님이 몰래 뭔가 챙겨주면 그건 동생들거랑 바꿔주고, 헌 것은 내가 가졌다.
그게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형이고 오빠였으니까.
그 뒤에는 취업전선이었다. 희망의집을 나오자마자 바로 현장 일에 들어갔고, 군대 갔다와서 다시 현장 일. 원룸은 어떻게든 구했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는 상황.
아무튼.
내 삶이라는게 그랬다.
언젠가 다가올 빛을 믿고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어린시절부터 가지고 싶었던게 있었다.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것. 그건 바로···.
“음···.”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편의점 밖을 바라봤다. 생각을 하고 싶어도 도저히 이어질 것 같지 않았다.
아지랑이가 피어 올라온다.
방금 전까지는 쌀쌀했는데 이거 꽤 더워지겠군.
“기상 이변은 여전한가.”
21세기 대한민국의 기상이변도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내 기억에는 영상 8도 부근을 오갔을텐데 지금은 38도정도 되는 것 같다. 일교차 수준이 아니라 분교차 30도는 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티원들에게 메세지를 보내니 다들 괜찮다고 한다.
당연하다. 녀석들의 교복에는 기온에 따라 온열기능을 제공하는 마법을 부착했다.
야간알바하는 흡혈귀는 더우면 그림자속에 숨어버리고, 가난쟁이 발키리 시스터즈도 생존력이 뛰어나고···. 에스텔도 뭐 기본 스펙은 높으니까 괜찮다.
“음. 이런 더위에 제일 취약할 녀석들을 찾아볼까.”
분명 누군가가 더위의 사각지대에 쓰러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니 흑왕호를 타고 인벤토리에 얼음물을 잔뜩 들고 제프린 중앙구를 향해 떠났다.
자.
과연 어떤 이삭을 주울 수 있을까.
그리 생각하고 중앙구 들판을 오가던 그 때.
나는 한 명의 난민을 주울 수 있었다.
“아···. 아으···.”
“리아 롯테.”
“아, 안녕···. 안녕하···세요.”
“왜 여기에 쓰러져 있지.”
“그, 그야 더워서···. 쓰러져 있었는데요···.”
그건 그렇지.
나는 퀵 크리에이트 인벤토리에서 얼음물과 차갑게 식힌 타올을 꺼내들었다.
“마셔라. 마시고 힘을 얻어라.”
“네, 네···.”
그리 말하고 녀석은 양 손으로 얼음물을 마시고, 머리에 뿌리고, 타올로 이마를 식혔다.
망했지만 그래도 귀족가의 여식이고 프라이드가 높은 녀석 치고는 너무 러프하게 사는 것 아닐까.
봐라 물을 뿌린 것 때문에 교복 아래의 천이 훤히 드러나지 않나.
에휴. 어쩔 수 없지.
동생들 똥기저귀 갈아주던 시절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새로운 교복 한 세트를 꺼내들었다. 온열방지까지 달려 있는 훌륭한 교복이다. 당연히 사제품이며···. 시중에 내놓으면 약 오백만 린 선에서 거래될 녀석이다.
“받아라. 새 교복이다. 자동 온도 보정 기능이 있어서 추위에도 더위에도 견딜 수 있다.”
“네, 네?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선물로도 생명의 빚을 또 졌는데···. 여기서 더 받으면···.”
망설임 가득 한 눈.
하지만···.
“그럼 그런 추한 옷으로 제프린을 돌아다닐 생각인가? 학생회에서 외설죄로 잡아갈지도 모른다만.”
“외설···죄···. 에. 아···. 아아?!”
녀석은 자신의 가슴께를 보고 황급히 손으로 가린 다음 나를 확 노려봤다.
아니. 왜. 어째서 저를 노려보는건가요.
“물은 네가 뿌려놓고 왜 나를 바라보지?”
“그것···. 도 그렇네요.”
“너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이 무지막지한 더위 속에서 그 상태로 옷과 몸이 마를 때 까지 버티면서 한 번 더 잘 끓은 스튜마냥 퍼져있는 것. 다른 하나는 내가 내민 친절함에 감사하며 교복을 입는 것.”
“가, 감사히···. 감사히 입겠습니다.”
“음.”
손가락을 튕겨 검은 천으로 가림막을 만들어주고는 뒤로 돌아섰다.
“화, 황자님. 이거 설마 밖에서는 속이 비쳐보이는 천이라거나···.”
“상상력이 풍부하군. 우리 편의점 제품 개발부에 들어오겠나? 아니면 여기서 그냥 스튜가 되겠나.”
“죄송합니다!”
녀석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슥 옷을 갈아입었다.
하여간.
저 나이대 여자애들은 감수성만 풍부해서는 진짜.
이 오빠는 속이 터져요.
***
그렇게 녀석이 옷을 갈아입고는, 정말로 편해진 상태에 감격하더니 이내 무릎을 꿇었다.
“뭐 하는거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목숨을 살려주셨으니, 어,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몰라서 일단 무릎부터 꿇었습니다.”
“지난번에 너를 살려준 건, 너를 미끼로 삼은 것으로 갚지 않았나.”
그랬다.
그 때 그림니르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이 녀석 덕분이다.
아무튼.
이 녀석 성격상 빚을 지고는 못 살고, 어떻게든 갚고 싶다는 건데.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몸으로 갚아라.”
“윽···. 네. 알겠습니다. 그게 황자님께서 바라시는 거라면···. 이 몸을 바치겠습니다.”
롯테의 얼굴이 새빨개지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밤. 혼자서 편의점 앞으로 오도록.”
“네.”
좋아.
그러면 어디. 이쪽도 준비를 시작해볼까.
***
저녁. 편의점 앞.
약속대로 롯테는 혼자 편의점 앞에 왔다.
더위는 아직까지 이어져서 한 밤 중임에도 가을의 낮보다 아득히 더웠다.
머리가 익어버릴 것 같은 더위 속. 그나마 입고 있는 교복이 더위를 가려주긴 했지만, 들숨에 함께 들어오는 열기는 뇌에 직접 영향을 끼쳤다.
“황자님. 말씀하신 대로 혼자서 왔어요···.”
“음. 그러면 슬슬 준비하도록 할까.”
“네, 네···.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니. 밖으로 나갈 예정이다.”
“밖이요?!”
방금 전 까지 눈을 내리깔던 녀석은 얼굴을 치켜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쪽을 올려봤다.
“그래. 지금부터 갈 곳은 좀 외진 곳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도록.”
“바, 밖이라니···. 상상도 못 한···. 그런···. 어떻게 그럴수가···. 이것이 상류 귀족의 놀이 문화···. 처, 처음이 밖···.”
녀석의 손이 덜덜 떨린다.
왜 그러지?
아무튼. 시간이 없다.
이렇게 기상이변이 일어난 날.
그리고 운 좋게 리아 롯테를 주운 날.
이런 날이야 말로, 밤놀이를 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 아닌가.
그렇게 리아 롯테의 손을 잡아 끌고, 우리는 아득이 먼 밖을 향했다.
걷고 또 걸어 인기척 없는 곳으로. 더 외진곳으로. 그렇게 도착한 곳은···.
솨아아아. 솨아아아아···.
달과 별이 파도를 비추고, 검은 파랑이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는 밤바다.
“저, 서, 선배님 여긴···. 바다···죠?”
“그래. 오늘의 목적지다.”
“바, 밤바다···. 밤바다에서 처음···. 그, 그럴수가···. 어라, 나, 낭만적인가?”
녀석이 눈이 핑핑 돈다.
낭만적이라···. 어떻게 보면 낭만이긴 하지.
자 그러면 시작할까.
“리아. 이쪽으로 와라.”
“네, 네···.”
녀석을 잡아 끌고 들어올렸다.
하여간 가벼워선, 밥은 먹고 다니나. 눈을 꼭 감은 녀석을 그렇게 번쩍 들어올려 걸쳤다.
철컥. 철컥 소리가 나며, 녀석의 몸이 허공에서 고정된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가져온 거대한 패널에 고정된다.
“음. 불편하진 않나?”
“불편하진 않은데요. 선배님···. 이건 뭔가요? 이런, 이런걸 즐기시나요?”
뭐긴.
네가 빚을 갚을 방법이지.
“빚을 변제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몸으로 갚겠다고 했었지.”
“네, 네. 그랬는데···.”
“그러니까. 몸을 이용해서, 정확히는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네 특성을 이용해서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다.”
“잠시만요. 또 그런 식으로 갚으라는 건가요? 이번에도 그런 식이었나요?!”
네 몸으로 갚는다면서.
그럼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이 어딨는데?
“그렇다만?”
“세상에. 지금 ‘이 녀석.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어?’ 같은 표정 지으셨어. 믿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사람이···.”
녀석이 투덜거린다.
이전에는 바짝 쫀 햄스터마냥 아무말도 못하더니 말이야.
“자. 봐라. 네 습성에 따라서 그것이 오고 있지 않나.”
“그거라고 해봐야···. 그 끔찍한 몬스터를 봤으니 놀랄 거 하나 없는데···요.”
리아는 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고,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저 너머.
별과 달로도 비출 수 없는 운무 속. 거대한 것이 움직였다.
해양형 몬스터 중에는 분명 거대 몬스터가 많다. 크라켄이나 그레이트 옥토퍼스. 메탈샤크등등.
하지만 그 모든 몬스터는 ‘수중’에서 서식한다.
즉. ‘수상’형 해양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자상하게 비추는 달빛과 별빛을 반사해. 죽음과 슬픔의 소리를 몰고, 녀석이 다가온다.
“저···거. 설마. 선배님. 제가 생각하는게 맞다면···.”
“맞다. 바로 그거다. 자. 올라탄다.”
“차,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갚으면 안 될까요? 선배님?!”
선두에 해골이 걸린 조각배가 이쪽을 향하고, 나는 리제를 묶은 판을 휙 들어올려 그 위에 올라탔다.
배는 조작하지도 않았는데 선체를 반대로 돌려 자신을 내보낸 본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앞으로 갈 수록, 유령의 소리. 울부짖는 소리. 원한어린 소리. 소름 끼치는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아, 아아···. 아버지. 죄송해요. 저는 여기서 죽나봐요.”
“무얼. 죽을리가 없지 않나. 흠···. 마법 8학부에 있는 놀이공원의 기구를 탔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즐기도록.”
그렇게 천천히.
조각배는 거대한 본체. ‘유령선 잭 커틀러스 호’를 향해 다가갔다.
***
드르륵. 선체에서 사다리가 내려오고, 나는 한손으로는 롯테를 어께에 들쳐메고,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그렇게 선체에 올라타자마자.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그것들이 일어섰다.
헤진 선원복. 흘러내린 반다나. 그리고 한 손에는 커틀러스를 든···. 딱 정형화된 해적들.
정확히는 해적들의 해골.
원래는 여기서 조우할 녀석들이 아닌데, 운이 참 좋네.
“자. 리아. 너는 여기서 얌전히 서있도록. 네 특질상 몬스터를 계속해서 불러모을테니 그냥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움이 된다.”
“자, 잠시만요. 그러면 선배님이 당하시는 순간 저는 그대로 죽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되겠구나.”
녀석이 눈을 왕방울만하게 뜨고는 입을 떡 벌렸다.
뭘 그런걸 걱정하고 있나.
덜그럭 거리는 해골의 관자놀이였던 곳에 신화포식자를 푹 찌른다음 빼냈다. 콰득 소리가 나고서는 놈이 툭 하고 쓰러진다.
덜그럭 덜그럭.
옆에서는 해골들이 덜그럭거린다. 턱뼈만 움직이는게 마치 이쪽을 비웃는 모양새.
그래. 고작 검격으로 어떻게 언데드들을 상대할건가. 라는 거겠지. 네 동료였던 해골은 전신을 가루를 내지 않는이상 다시 일어선다고? 그렇게 비웃는 거겠지.
툭.
하고 방금 전 내가 쓰러트린 해골의 머리를 걷어찼고, 놈들의 앞으로 굴러갔다.
그리고 놈들은 눈치챘다.
안광이 사라졌다. 즉. 저 육신이 붙잡아 둔 영혼. 그들만의 거짓된 불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제서야 놈들은 이 이변에 눈치챘다.
일격에 쓰러진 언데드. 그리고 자신들보다 흉흉하게 눈을 빛내고 있는 인간.
“어린 시절. 꼭 가지고 싶었던게 있다. 내 명의로 된 배였다. 그것도 보통 배가 아니라 거대한 배 말이다. 드디어 그 소원이 이루어지겠구나.”
“그걸 꼭 유령선으로 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황자님 정도의 권력이 있다면 거대한 상선도 군함도 마음대로 가지실 수 있잖아요!”
나는 리아를 슬쩍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원장님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그립네.
【영진아. 아무리 그래도 유령선을 가지고 싶다는 건 좀 그렇다. 상선의 선주가 되고 싶다거나···. 멋진 군인이 되고 싶다거나···.】
【원장님! 그래서는 인건비가 들잖아요!】
【으, 응?】
【유령선을 가지면, 유령들이 일하니까 월급을 안 줘도 되고, 유령의 힘으로 움직이니까 기름을 안 넣어도 되고, 충돌 사고가 나도 보험 처리 안해도 되고! 보험료 안내도 되고! 얼마나 좋은데요!】
【그, 그렇니? 그게 그렇게 되나···?】
【네! 저는 커서 꼭, 유령선의 선주가 될 거에요! 그래서 바다를 누빌 거에요! 총 수익이 전부 순 이익이 되는 제 사업체를 가지고 싶어요!】
어린 시절 철없는 꿈.
평생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남자가 소년시절 꿨던 작은 꿈.
지금.
그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 내 앞에 나타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