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29)
829. 왕과 평민
그 뒤. 네프티는 지냐의 개인 교습을 맡겼고, 기사학부에서는 지냐의 곡소리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밀푀유는 쓰게 웃으면서 곤란한 듯 몸을 움츠렸다.
“네프티 선배님이 그렇게 엄한 분이 아니신데 말이죠. 대체 지냐 양은 뭘 했질래···.”
“나를 모욕했다.”
아하하. 하고 쓰게 웃던 밀푀유의 미소가 멎었다.
“정말인가요?”
“음. 모욕이라고 하기도 뭐한 투정이었다. 중요한 것은 네프티가 그걸 모욕이라고 느꼈다는 것이고···. 네프티는 내 로열가드니 말이다.”
“아뇨. 지금 네프티 선배님 이야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대체 뭐라고 했죠?”
“음? 음···”
밀푀유의 이렇게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는 또 처음이네.
아무튼. 지냐가 내게 뭐라고 했는지 대충 설명하자 밀푀유는 방긋 웃었다.
“그렇군요. 원정조에서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둬서 그럭저럭 별 흥미가 일던 아이였는데···. 더 기억해 둬야겠네요.”
우후후. 웃는 밀푀유.
음. 괜히 말했나.
솔직히 진짜 무섭다.
“그러고 보니 최근 편의점 업무는 어떻지?”
“무척 순조롭게 진행 중이에요. 기사학부 마법학부를 통한 협업부터 시작해. 마이더스의 손 쪽과도 연락이 닿았고요. 그 외에도···.”
“······.”
“왜 그러시나요. 선배님?”
“아니. 내가 운영할 때와는 꽤 다르게, 확장성이 높다 생각했다.”
“아···.”
밀푀유는 나를 힐끔 보고, 바로 입을 닫았다.
알고 있다.
황실 사상 최악의 악당 황자와 협업하고 싶은 녀석이 이 제프린에 몇이나 있겠나.
“알고 있다. 나는 신경쓰지 말고 네가 정한 길을 걷도록. 그보다 훌륭하구나. 벌써부터 이런 업적을 올리다니. 언젠가 나를 넘어설지도 모르겠군.”
“그,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많이 부족합니다.”
“부족하면 어떤가. 장차 내 수 배 이상 성장하면 되는 일이다.”
“······.”
“그리고 부족하다면, 주변 사람들이 또 채워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러고 보니 밀푀유. 편의점도 좋지만 향후 네 학생회를 어떻게 운영할지 임원 후보는 정했나?”
“일단 스피카 양이 남아주면 좋겠네요. 그 다음은 앨리스 양도···. 그 외에는 좀 더 인재를 알아볼 생각이에요.”
“바닐라와 요거트는?”
“그 아이들도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4학년 시점에서 학생회에 들어온다 한들, 1년 후에는 졸업하니까요. 동급생보다는 후배들을 중심으로 키우고 싶어요.”
제대로 생각하고 있구나.
원래라면 내가 몇 명을 추천하려고 했는데, 상관 없겠네.
“알고 있는 후배들은 있나?”
“그게···. 잘 없어요.”
“알겠다. 그러면 내가 추천해도 되겠나?”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선배님이 추천해주는 인재는 다 훌륭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밀푀유는 방긋 웃었다.
좋아.
그러면 지금부터 1학년 납치···. 가 아니라 회유에 나서볼까.
***
내가 제프린을 벗어나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과 별개로, 당연하지만 제프린도 계속해서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이브 집권기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녀석의 권한이 무척이나 강한 것도 있고, 직접 키워둔 임원진도 든든하다. 그야 이브 루트를 몇 번이고 클리어한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외에도 블랙 마켓의 권한도 녀석에게 쥐어줬고, 최악의 꽝을 여섯 번 뽑아도 어떻게든 버틸 것이다.
지옥마스터 닌자 녀석이 갑자기 그랑펠리시에와 싸우더니 미티어를 배워서 평타미티어로 제프린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지만 밀푀유는 어떨까.
일단 계급도 없고 권위도 없다. 밀푀유의 학생회는 정말 어느 쪽으로 구를지 모르겠다.
물론 스피카와 엘리스가 물심양면으로 밀푀유를 돕겠지만, 걔네가 이브에 비하면 끗발이 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밀푀유에게는 편의점 전권을 넘길 거고, 그게 큰 도움이 되어주겠지만···. 이래저래 조금 모자란 육각형이 나올 확률이 높다.
특히 엘피라네나 필티아 등. 초월종들은 그 때 즈음이면 나와 함께 제프린을 나와 세상을 여행하고 있을테니 더더욱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싹수가 보이는 1학년들을 섭외해서, 적당히 키워서 밀푀유에게 가져다 주면 되는 것 아닐까.
대표적으로는, 내 눈 앞에서 신나게 구르고 있는 지냐가 그렇다.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네프티 선배님! 사람은 그렇게 움직이면 죽습니다!”
“안 죽어요. 자. 어서 일어서세요.”
“정말 죽습니다!”
네프티는 방패로 지냐를 넉백시키면서 하늘 높게 날리고 있다. 지냐는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낙법으로 버티는데 이미 몸이 넝마짝이다.
저게 무슨 훈련인가 싶은데 말이야.
“네프티. 지금 그건 무슨 훈련이지?”
“아. 선배님! 죄송합니다. 지금은 훈련이 한창이라 인사를 약식으로 드릴 수 밖에 없어요. 잘못하면 지냐가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훈련이라···.”
“지금! 죽인다고! 하셨나요!”
갑작스러운 내 등장에 얼굴에 화색이 돌던 지냐는 네프티의 칼같은 공사구분과 내용의 섬뜩함에 창백해졌다.
아무튼, 그래서 무슨 훈련이지?
“아 죄송해요. 그러니까 이건···. 대형 몬스터에게 맞아서 날아갈 때를 대비하는 낙법훈련이에요.”
“흠. 그렇구나. 확실히 필요한 훈련이다.”
“네. 지냐는 근접계 전사. 그리고 목표는 대형 몬스터니까 언제든지 맞고 날아갈 수 있죠.”
“그렇구나. 칠흑의 코뿔소같은 몬스터를 만나면 그대로 하늘 저편까지 날아갈 수도 있지.”
“그러니까 죽지 않기 위해서, 제가 낙법 훈련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자. 지냐. 다시 갑니다. 【실드 스트라이크】”
“갸아아아아!”
그리 말하고 지냐는 하늘을 날았다.
하지만 또 떨어지면서 제대로 구르는 것이, 낙법 훈련은 확실하게 되긴 하네.
그렇게 약 한 시간.
최대 높이 15m짜리 인간 방방을 체험한 지냐는 거품을 물었고, 네프티는 녀석을 수거했다.
“오늘 훈련은 여기서 끝인가?”
“아뇨. 힘을 조금 빼놨으니, 수거해서 예의범절을 가르칠 생각이에요.”
“그렇구나. 잘 부탁하마.”
“네. 선배님. 맡겨주세요!”
그리 말하고 네프티는 녀석을 들쳐 메고는 훈련장에서 그 모습을 감췄다.
“체계적이고 훌륭한 훈련이군.”
음.
내 후배지만, 네프티는 정말 어디 내놔도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훌륭한 후배다.
***
지냐의 성장은 무난하게 되어가는 듯 하니 안심했고, 이제 밀푀유를 위한 인신공양용 제물이 필요한데···. 그렇게 쉽게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당연하지만, 전설급 몬스터가 그렇게 쉽게 돌아다니는 세계는 아니다.
차라리 1학년 강의실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녀석을 픽업하고 싶지만, 정말 그렇게 했다가는 어떤 소문이 날 지 몰라서 관뒀다.
악당 황자 울프람. 대낮에 강의실에 들어가 1학년생을 유괴. 인신공양에 쓰인 1학년생의 눈물,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 세상에 오열하다. 같은 뉴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의심 받지 않고, 유능한 1학년생들을 납치해서 밀푀유에게 던져놓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흠. 내가 잘 하는걸 하면 되겠구나.”
제프린에서 1학년들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신입생 거주구에 앉아 나는 지나가는 녀석들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그리고 그 안에, 눈에 띄는 녀석이 한 명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계획을 검토하고, 녀석의 뒤를 쫓았다.
“거기 가는 1학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그래 너 말이다.”
“으, 응···? 누구?”
갈적색 머리에 심홍색 눈. 살짝 태닝된 피부. 손등에 그려진 엘프족 특유의 헤나(Henna) 나른해 보이는 눈을 한 엘프 소녀가 슬쩍 나를 돌아봤다.
“흠. 우선 내 소개를 하마. 나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고 한다. 잠시 대화 가능하겠나?”
“로엔그린···. 로엔···. 황족?”
“그렇다. 권위로 너를 압박할 생각은 없다.”
“아하. 그럼 뭔가요? 헌팅? 저 지금 헌팅 당하는 건가요?”
“헌팅. 사냥이라는 의미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지, 진짜···? 세상에. 황족한테 헌팅이라니···. 후후. 좋아요. 저를 어떻게 헌팅 할 건가요?”
녀석은 방실방실 웃으며 내 앞으로 슬쩍 다가왔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것도 좀 그렇군. 자리를 옮길까.”
“네. 좋아요. 후후. 살면서 첫 헌팅이 황족님이라니···. 저 완전 잘나가는 거 같은데. 인생 완전히 핀 건가? 진짜?”
“그러고 보니 식사는 뭘 좋아하지?”
“뭐든 맛있는 거면 다 좋아요. 황족님이 뭘 드시는지도 궁금하고요.”
내 뒤를 쫄래쫄래 쫓아오는 녀석을 보며, 녀석의 앞을 걸으며 미소지었다.
이렇게나 쉽다니.
***
밀푀유 폰 사브레는 최근 들려오는 이상한 소문의 진위를 파악해달라는 이브의 지령을 들었다.
울프람이 1학년들이 출몰하는 대로에서 학생들을 꼬시고 다닌다는 소문.
절대 그럴리가 없다는 확신이 들면서도, 동시에 얼마 전 울프람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후배들을 추천해주겠다는 울프람 선배님의 말씀.
결국 그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울프람을 찾기로 했고,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울프람이 먼저 찾아와줬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파티원도 아니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들도 아니었다.
완전한 뉴 페이스.
나른한 눈빛을 한 엘프 소녀는 울프람 선배님의 바로 옆에 붙어서는, 현재 밀푀유가 근무중인 편의점 2호점을 둘러봤다.
“프람 님. 여긴가요?”
“음. 그렇다.”
프람님?
지금, 선배님을 프람님이라고 부른 건가?
거, 거기에 교복 상의 단추는 왜 푼 거고, 왜 선배님한테 바짝 붙은거지?
“밀푀유. 전에 약속했던 1학년 후배다. 이름은 파르페 퍼플우드.”
“아, 네···. 역시나. 저를 위해서 선별해온 인재···. 인재···.”
“아하하. 파르페에요. 편하게 부르세요.”
밀푀유는 빤히, 울프람이 끌고 온 소녀를 바라봤다.
손등에 있는 엘프의 전통 문양은 마치 문신같고, 의욕 없어 보이는 눈에, 옷은 꽉 조여 입어서 몸이 그대로 드러난다. 거기에 헤실거리는 것이, 딱 봐도···. 야해 보인다.
밀푀유와는 완전히 정 반대인 타입.
이 아이가 인재? 정말? 어떤 부분이···?
고개를 갸웃하는 밀푀유에게, 울프람은 픽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페. 네 재능을 보여줘라.”
“네. 그러면···. 아. 이거면 되겠네요.”
그리 말하고, 파르페라는 소녀는 부욱, 하고 매대에 있는 과자 봉투를 찢었고, 그 내용물을 먹었다.
파는 상품인데, 계산도 안 하고? 밀푀유가 뭐라 하기도 전에, 눈을 꾹 감고는 말했다.
“우유. 설탕. 밀가루. 카카오. 버터. 계란. 거기에 향신료로 성수정초 가루···? 엄청 독특하네요? 아. 딸기 과즙도 조금 들어가서 성수정초의 쓴 맛을 중화시켰구나, 괴상해 질 수 있는데 그걸 절묘하게 컷한게 밉상이에요. 재료 안에서는 버터가 최고급이고, 나머지는 고급 수준? 그래서 버터 향이 강하고 풍미가 좋아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오래 보관하면 전체적인 품질이 다 떨어질걸요? 이런 건 빠르게 할인하거나 시식용으로 던지는 게 맞지 않겠어요?”
그 분석에 밀푀유는 입을 떡하니 벌렸다.
“서, 선배님. 이 아이는···”
“신의 미각을 가진 아이다. 내가 졸업해도 이 아이가 맛을 보고, 평가하고, 진단을 내리고, 분석해줄 것이다.”
“아, 아아···.”
울프람의 말에, 그제야 이 아이가 ‘어떤 인재’인지 완벽하게 알 수 있었다.
파르페는 방실방실 웃으며 울프람 바로 옆에 매달렸다.
“프람님이 갑자기 헌팅하더니, 대뜸 필요로 한다고 해서요. 거절 할 수 없었네요.”
“달라붙지 마라. 오해를 살 말도 하지 마라. 나는 너에게 큰 계약금을 제시했고, 월급도 내 사비로 낸다고 했다. 새로 나온 악세서리를 사겠다며 돈을 보고 계약한 건 너 아닌가.”
“네 맞아요. 프람 님은 저를 돈으로 샀답니다. 프람 님은 나쁜 사람이네요. 후후.”
파르페.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모든 과자의 왕’
즉 모든 미식의 제왕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아이다.
울프람이 없는 편의점에서 분명 필요할 인재상임에는 틀림 없다.
“앞으로 잘 부탁해. 파르페. 나는 편의점 전권 대리인으로서 네게 업무 지시를 내릴 거야. 밀푀유 폰 사브레야.”
“잘 부탁드려요. 밀푀유 선배님. 모르는 맛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 봐주세요. 월급 받은 만큼은 일하겠습니다아.”
그리 말하고 손을 마주잡았다.
얇고 얇은 과자를 수 천 겹으로 구워내야만 겨우 하나의 완성품으로서 존재하는 밀푀유.
그리고 태생부터 과자의 왕으로 태어난 파르페.
이 아이를 다루는 건 밀푀유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겠구나 싶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