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31)
831. ENFP
그 뒤.
놀랍게도 나는 또 다른 스킬을 하나 습득했다.
【상비약 제조 스킬을 습득합니다】
【알약 제조 스킬을 습득합니다】
【상비약 제조, 알약 제조 스킬은 포션 재료를 기반으로 간단한 약을 제조할 수 있는 스킬이며, 인스턴트 제조로 분류됩니다】
【위 스킬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위 스킬로 제조한 약들은 유통기한이 특히 깁니다】
【위장약을 언제 어디서나 생성할 수 있습니다】
【상처 연고를 언제 어디서나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일반 진통제를 언제 어디서나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음···.”
새로운 스킬을 얻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웃을 수 없었다.
“선배님···.”
“속은 좀 괜찮나.”
“네, 네···. 약효가 좋아서 그런가 괜찮아요···.”
“속에 부담되는 건 먹지 말고 좋은 생각만 하도록.”
“네, 네···.”
그 뒤로 매일마다 ‘퓨 선배님···. 오늘은 진짜 이길 거에요. 진짜에요···.’ 라고 승부를 걸어오는 파르페 때문에 밀푀유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지고 있다.
내가 파르페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거나, 심지어 해고나 직장 변경까지 넌지시 언급했지만 밀푀유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그래도 재능은 진짜에요.’
‘키워보고 싶어요. 그 아이는 갈고 닦으면 편의점에 큰 도움이 될 아이에요.’
멋진 말이다.
선배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고, 후배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런가.”
“네. 하지만···. 저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거 아닐까···. 아니 후배로서 그런 진취적인 모습은 좋지만요. 항상 배우려고 하는 그 자세는 좋지만···.”
“말해두지만 파르페보단 네가 우선이다. 네가 힘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후배 한 명에게 휘둘려서는, 나중에 큰 세상으로 나갔을 때 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그 또한 부정할 수 없구나.”
“아하하···. 읏···.”
그리 말하며 밀푀유는 가슴께를 꽉 쥐었다. 욱신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진통제나 위장약은 그 이상 먹지 마라. 속을 버릴지도 모른다.”
“네에···.”
“하지만, 신경안정에 도움이 되는 허브티라면 끓여줄 수 있다. 한 잔 하겠나.”
“부탁 드릴게요···.”
“차를 끓이는 법과, 허브도 조금 담아주마.”
“감사합니다···.”
음.
이건 내 잘못인가···?
***
내가 밀푀유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내 앞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던 루디카는 쓰게 웃었다.
“울프람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심적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공감은 가네.”
“공감?”
“응. 나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거든. 열심히 따라오려는 동생들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네가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만.”
“응? 실력이야 뭐, 열심히 따라와주면 좋지.”
그리 말하고 가볍게 웃는 루디카.
당연하지만, 샤도우 가문 역사상 이 녀석 이상의 천재는 없기에 그저 따라오기만 해도 기쁘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공감을 느낀다는 거지?”
“아···. 나랑 성격이라고 해야 할지, 기준이 좀 안 맞는 동생이 있거든. 재능은 훌륭한데 아무래도 성격이 안 맞으니까···.”
그리 말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 정도로 성격이 안 맞는다고?
“그렇다면 가주의 권력으로 눌러버릴 수 있지 않나.”
“응? 아···. 그 아이의 말도 뭐 들어보면, 완전히 틀린 논리는 아니라서···. 그래서 더 어려운 거지. 혼낼 수도 없고, 누가 틀 린것도 아니고 그저 다른 의견을 냈을 뿐인데 찍어 누르는 것도···. 동생에게는 못 할 짓이잖아?”
“루디카는 너무 착하구나. 때로는 찍어 누를 때도 있는 법 아닌가 싶지만 말이다.”
“으음···.”
그렇게 루디카가 잠시 고민하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주님! 여기 계셨군요!”
“아으···. 스텔라. 왔구나.”
“네. 스텔라 샤도우. 가주님과 오늘 대화를 나누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리 말하며 당당하게 걸어오는 1학년 소녀는 음. 틀림 없는 남부 사람이었다.
살짝 갈색 피부. 그리고 허리춤에 패용한 두 자루의 단검.
하지만, 끝을 동그랗게 묶은 도넛같은 트윈테일은 화려한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단검도 가드부터 시작해 손잡이도 한없이 화려했다. 저건 뭐야. 폼멜에 루비를 박은 건가?
교복도 상당한 개조를 가해 화려하지만 추하지는 않게끔 리본이나 프릴이 붙어 있었다.
작은 체구에 이것저것 귀여운 건 싹 다 가져다 붙인 꼬마 숙녀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남부 사람의 살짝 태닝한 듯 한 피부와 회백빛의 머리카락은 그대로지만, 짙은 적안에는 열기와 화려함을 품고 있고, 옷은 화려하고, 단검도 멋지다.
“루디카. 음. 네가 말한 그 인물이.”
“응···. 이 아이. 스텔라 샤도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샤도우 캐릭터를 지금까지 내가 본 적 없다는 거다.
스텔라?
그거 잡스러운 통화 이름 아니었나? 설정집에만 몇 단어 나오는 그거.
대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던 거지.
이렇게 유쾌하고, 한 눈에 봐도 한 번쯤 재밌게 키워보고 싶은 캐릭터를 내가 만난 적이 없다고?
“가주님! 지난 번 제가 부탁드렸던 건에 대해···.”
“스텔라. 선객이 있잖아. 나중에 이야기 하자.”
“선객? 아. 실례했습니다. 스텔라 샤도우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리 말하고 스커트 양 끝을 손가락으로 잡아 가볍게 들어올리는 스텔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울프람.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다. 잘 부탁하마.”
“로···엔그린. 설마, 황가의 분이신가요?”
“음. 그렇다만.”
“아,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 말하면서 녀석은 더욱 친근한 얼굴로 인사했다.
인사성도 밝고, 인싸형 암살자라.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운 캐릭터다.
특히.
이 방금 전, 아주 잠시간의 공백만으로도 이 녀석이 나를 꺼리고 있다는 걸 아주 잘 알 수 있었거든.
이 녀석이 나를 미워할만한 짓은 한 적 없는데 말이야.
무척 흥미로운 녀석인걸.
“그러니까, 가주님. 제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세요!”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네 방안에 반대야.”
“어째서죠! 이게 샤도우 가문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걸 정하는 건 나야. 가문의 방향을 정하고 싶다면 네가 가주가 되렴. 나를 꺾고서 말이지.”
“윽···. 으윽.”
영문은 잘 모르겠지만, 루디카가 철저하게 떄려눕히는 걸 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을 했나보다. 아무튼 명치를 한 대 맞은 듯 생각에 잠긴 스텔라를 냅두고 루디카에게 물었다.
“루디카. 대체 무슨 제안을 했기에 그러지.”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게 위험한 제안인가?”
“아니, 내 입으로 말하면 분명 스텔라를 이상한 눈으로 볼 거라서 그래.”
“······.”
내가 선입견을 가지게 될 정도로 이상한 제안이라고?
대체 뭐길래?
내가 웬만하면 다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대자대비의 마음을 가졌다 자부하는데도?
“가주님. 대체 어째서 안 된다는 건가요!”
“그러니까···.”
“자기 소개를 하지 않으면 세상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요! 자신을 홍보하지 않으면 누구도 결과에 주목해주지 않아요! 저희는 한 번도 결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은 적이 없어요! 암살업이야 말로 최고 전문직! 저희야 말로 그 정점. 샤도우 가문은 암살로 양지에 나가야 한다고요!”
“······.”
음.
정정하겠다.
대자대비의 마음도, 바다처럼 넓은 관용도 순식간에 박살났다.
스텔라 샤도우.
얘는 진짜 또라이가 맞다.
***
인정받지 못하는 직종을 양지로 꺼내겠다?
그래서 결과물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
그래. 보통은 옳은 말이다. 보통은 그런데···
암살자가 보통은 아니잖아?
대체 암살업을 양지로 꺼내서 뭐 어쩔건데?
오늘은 목을 귀엽게 커팅했으니까 예술점수를 더 받겠어요? 벽에다 피를 슥슥 문질러서 고발 문구를 적었으니 사회 고발 점수도 받겠어요? 뭐 이런식으로 평가하면 되는 건가?
어지럽다. 얘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암살의 엔터테인먼트? 퍼포먼스 섞인 암살의 점수를 논하시오? 뭐지? 완전히 돌아버린 것인가?
“그렇다면 도전하겠어요!”
“그래. 그러렴.”
내가 끝없이 머리를 회전하는 사이. 스텔라의 억지가 받아들여졌는지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전.
그러니까 지금, 루디카의 가주 자리를 놓고 도전하겠다는 거지?
지금 루디카가 패배하면 혈족 중심 암살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 샤도우 코퍼레이션이 설립되고 그러는 건가?
도대체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내뱉는지 모르겠지만, 루디카가 질 거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이 싸움의 결말이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안 되겠다.
“내가 심판역으로 관전해도 되겠는가.”
“응? 괜찮아.”
“화, 황자님한테 검이 튀기라도 하면 어떡하죠?”
루디카와는 다르게 스텔라는 나를 걱정했다.
하지만 마음이 하나도 안 느껴지는 걱정이다. 거 참. 영문을 모르겠네.
아무튼 루디카의 허락이 있었으니, 나는 옆에서 전투를 관전.
널찍한 공터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봤다.
그나저나, 정말 상반되는 디자인이군.
한 쪽은 빛조차 거부하는 흑색의 단검. 다른 한 쪽은 빛을 반사하며 화려하게 빛나는 적색의 단검.
뭐.
이건 누가 봐도 루디카의 압승이겠지. 1초만에 승부가 날 거고 그러면 스텔라가 어떤 생각으로 저런 제안을 했는지, 그리고 왜 나를 경계하는지 물어 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결과가 정해진 따분한 싸움을 느긋하게 바라보려던 그 순간.
【광폭화 : 오버 드라이브】
자신의 한계를 풀어, 상위의 스테이터스를 끌어온다.
말 그대로 재능의 증명. 핫산류 캐릭터를 천 명 영입하면 단 한 명만 가지고 있을 스킬이다.
루디카가 21의 재주를 강제로 22로 만들기 위해선, 저 기술이 필수다.
허나, 저 단기 필승의 기술은 루디카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니라 스텔라의 입에서 나왔다.
루디카도 자세를 잡았다.
그 루디카가 자세를 잡아야 할 정도의 천재라는 건가.
【핫산류 : 살겁 : 극의 : 필중 : 필살 : 랑영】
허어.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며 단검을 휘두르는 난무계 필살기 중 최고봉.
랑영이 샤도우 가문이라고는 하나 1학년생의 손 위에서 펼쳐진 것이다.
닥쳐오는 칼날의 폭풍을 보며, 루디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핫산류 : 은신】
직후. 내 시야에서 루디카가 사라졌다.
음. 역시. 일단 상대에게 선공을 내줬다고 생각하니 은신으로 자리를 다시 잡겠지.
하지만, 암살자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척 감지는 당연히 켜놨을 거고, 이제 스텔라와 루디카의 진짜 검격이 교환될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몸의 긴장감을 풀지 않고 전장을 주시하던 그 때.
“······.”
뚝. 하고 스텔라가 멈춰 섰다.
기척 감지를 안 쓰나?
내 기척 감지에 의하면 루디카는 코 앞에 있는데 대체···.
“가주님. 비겁해요! 제가 기척 감지를 쓸 줄 모른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숨으시면 제가 어떻게 싸워요!”
스텔라는 억울하다는 듯 그리 소리쳤고, 이내 그녀의 등 뒤에서 루디카가 나타났다.
그리고 말 없이 목 뒤에 수도 한 방으로 기절.
끄엑! 소리를 내며 스텔라가 쓰러지고, 루디카는 나를 보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 못 볼 꼴 보여줬네. 평소에 그렇게 기본기 단련을 하라고 해도, 아무래도 화려한 기술에만 매진하는 아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랑영은 쓸 줄 알지만, 기척감지는 못 하는 건가.”
“응. 요새 애들이 그렇잖아? 기본기 단련은 싫어하고, 화려한 것만 좋아하고···.”
“제프린에 다닐 때가 아니라, 한 번 가문으로 돌려 보내서 기본기부터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말하는 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내가 졸업하면서 끌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잘 들어보니 뭐 틀린 말만 하는 건 또 아니어서···.”
그리 말하고 머뭇거리는 루디카.
아니 대체.
저 암살자의 엔터테인먼트 화에 어떻게 설득 된 거지?
너도 양지에서 살인 예고장 보내고 죽이고 나서 예술점수 얻기 이런 거에 흥미 있니?
내가 의아하게 보자. 그 시선을 눈치챈 듯 루디카는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건 아냐. 동의는 하지 않는데···. 아무튼 저 아이는 샤도우 가문이 이대로 가면, 그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저 도구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나봐. 우리는 인간이다. 암살자도 인간이에요! 꾸미고 싶을 때도 있고, 인정 받고 싶을 때도 있는 인간! 하면서 소리 치는데···.”
“······.”
“예전이라면 우리는 도구면 충분하다고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 말을 부정 못 하겠어.”
그런가.
이제야 조금 파츠가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캐릭터였던 건가.
루디카가 변하지 않았더라면, 고향으로 끌려갔을 괴짜 반항아.
하지만 인간으로서 사는 것을 목표한 루디카는 차마 저 아이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것도, 내가 뿌린 씨앗이 맺은 열매인가.
그렇다면···.
“루디카. 저 녀석을 내게 맡겨주지 않겠나.”
“으, 응? 하지만···. 저 녀석은 그러니까 황실을···.”
“좋아할 리가 없지. 암살자의 인권을 외치는 녀석이 도구 취급하는 황족을 좋아할 리가 있나.”
“눈치 챘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디카는 볼을 긁었다.
나 싫다는 녀석에게 무언가를 베풀어본 기억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막 나가는 정신상태를 가진 신념 있는 또라이야 말로···.
“키우면 재미있지 않겠나.”
“너무 괴롭히진 말아줘. 그래도 심성은 착한 아이야···.”
에이.
누가 괴롭힌다고 그래.
조금, 아주 살짝 개조하고 돌려줄게. 진짜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