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33)
833. 월하밀담
그 뒤 스텔라의 특훈에 돌입했다.
솔직한 말로, 내가 사교계의 매너나 그 음습한 말투를 따라할 수 있을리 없지 않나.
원래 물고기를 낚는 법은 어부에게 배우는 법. 나는 좋은 스승을 소개해주기로 했다.
이 업계의 프로중의 프로.
사교계의 신이자 자신만의 파벌을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괴물.
“제가 이 아이를 가르치면 되는 걸까요?”
“음. 그렇다.”
“바라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어떤 식으로 데뷔하고, 어떤 역할을 맡는지···.”
“그건 말이다.”
내가 이 아이가 나를 왜 찾아왔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자니, 녀석의 눈이 호를 그리며 휘었다.
“그렇군요.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아이네요. 음. 제 입장에서는 그게 정말 좋은건지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되는군. 너의 파이를 뺏어먹는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한 배를 탄 몸. 루디카 양은 몇 번이나 제 목숨을 구해줬으니 저도 보답을 할 때 아닐까요.”
“그런 일이 있었나?”
내 물음에 의미심장하게 웃는 녀석.
“자. 그럼 스텔라 시엘라 양. 지금부터 제가 잠시나마 당신의 스승이 되겠습니다.”
“네, 네···.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레지나 스승님. 이라고 부르세요.”
“아, 알겠습니다. 레지나 스승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지금 우리 파티에 남은 유일한 ‘진짜 영애’ 레지나는 스텔라의 특수 교육에 돌입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으어···”
“괜찮나.”
“안 괜찮아요. 걷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숨을 쉬는 것까지 의도가 있다고요. 그게 어떻게 사람이 사는 곳이에요? 말도 안 돼. 거긴 지옥이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럼 포기할 건가?”
“아뇨. 절대 안 하죠. 아니 못하죠!”
“그런가. 그러면 움직여라. 쉴 틈은 없다.”
“네···. 네! 윽. 큭···.”
레지나가 시간이 남을 때는 머릿속에 예의범절을 때려박는다. 그리고 나와 있을 때는 철저하게 기본기를 다진다.
달리고, 대련하고, 다시 달리고, 근력과 감각을 키운다.
암벽을 수직으로 오르면서 대련을 하는 절련.
수중에 잠수해 한 번에 10분씩 대련하는 수련.
사막에서 몸을 감춘 채 술래잡기하는 사련. 등.
루디카에게 샤도우 가문 기초 훈련의 골자는 들었기에, 철저하게 가르치기로 했다.
“윽···. 크으···.”
“열 다섯번 째 죽었구나.”
특히 지평선이 펼쳐진 사막에서 은신으로 몸을 감추고, 기척감지만으로 상대를 찾아내서 일격을 먹이거나, 피해야 하는 사련을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흐아···.”
물론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녀석은 주저앉지도 단검을 놓치지도 않았다.
그저 더욱 눈을 빛내고,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 준비를 할 뿐.
“포기하지 않는가.”
내 말에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가주님한테, 그렇게 잘난척 말 해 놓고···. 찾아 온 기회를 힘들다고 먼저 포기하면···. 평생 샤도우 가문에 못 돌아가요!”
“그런가.”
그 메롱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일견 듣기에 멍청한 소리를 현실로 만들려면 이 정도 끈기는 있어 줘야지.
녀석에게 시원한 생수를 한 병 던져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몸을 식히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다시 은신을 시작하마.”
“잠시만요. 황자님. 묻고 싶은게 있어요!”
“뭐지.”
“황자님은 이런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은신하고 계셨어요?”
“잡담할 시간은 없다. 훈련 시작이다.”
“네, 네!”
어떻게 알았지?
참 내.
이래서 암살자 녀석들은 눈치가 빨라서 싫어.
***
그렇게 훈련을 계속하던 도중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
“걱정이 되어서 와 봤나?”
“응. 뭐···. 그렇지. 가주니까.”
루디카는 내 바로 옆에 붙어서는, 멀리서 기척 감지를 쓰려고 노력하며 주변을 경계하는 스텔라를 바라봤다.
“물 한 잔 하겠나?”
“응? 괜찮다. 혈류를 조절하고 체온을 제어하면 그렇게 안 더워.”
대체 어떻게 조절하고 제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진짜 암살 가계의 신비일테니 묻지 않기로 했다.
“계획은 들었지?”
“응. 엄청 놀랍더라. 그런 계획도, 솔직히 현실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도 다 놀랐어.”
“음. 그러면 루디카. 너도 스텔라가 외부 소통을 위한 창구가 되는 걸 허락하는 건가?”
“글쎄. 아직 잘 모르겠어.”
“뜨뜻 미지근하구나.”
“지금 울프람이 마시는 물처럼? 아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모르겠어. 나도 바뀌어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는데, 저렇게 급진적인 방향은 생각한 적 없어서 본능적으로 꺼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
“그런가. 이번 안건에 한해 마음가짐만큼은 스텔라가 위일지도 모르겠구나.”
“응?”
루디카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어서 설명하지 않고 주제를 바꿨다.
“뭐. 저 녀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교계에 데뷔할거고, 그 때까지 지켜보면 되는 것 아니겠나.”
“아, 응. 그렇네.”
“그러면 나는 저 녀석을 조금 더 굴리도록 하지.”
“응. 나는 지켜보고 있을게.”
루디카에게 짧게 인사하고는 다시 스텔라의 등을 쿡 찔렀다. ‘흥기야아아악!’ 같은 재미있는 소리를 내지르는 녀석. 결국 기척 감지를 쓰는 것은 실패했나 보다.
“오늘은 이쯤 하도록 하지.”
“더, 더 할 수 있어요.”
“알고 있다. 하지만 내일은 특수한 훈련을 해야 하니 이쯤 하자는 거다. 돌아가서 기척 감지 훈련을 하면서 레지나가 가르쳐준 예의범절이나 복습하도록.”
“특수한 훈련이요?”
“음. 내가 직접 고안한 훈련이다.”
“훈련은 샤도우 가문의 훈련만으로도 충분한데···.”
“대신 내일 훈련을 무사히 마치면 선물을 주도록 하지.”
“정말이신가요! 감사합니다! 소중히 잘 쓸게요. 황자님!”
“음···.”
녀석은 투덜거리면서도 단검을 수납하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지도편달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는 돌아갔다.
그럭저럭 친해지면 서스럼 없이 다가오는 성격일까.
어째서 내 주위에선 저런 녀석들만 악역 영애가 되는 걸까. 재미있네.
사구의 너머. 조심스레 이쪽을 응시하는 작은 천재에게 한 번 웃어주고, 그 날은 나도 돌아갔다.
***
그리고 다음 날.
“이, 이거 정말 훈련 맞나요?”
“맞다. 왜. 못하겠나?”
“아뇨. 하, 할 수 있어요. 해 보겠습니다!”
“음. 못 하면 떨어질 뿐이다.”
“힉···.”
내가 고안한 훈련은, 원작 기준으로도 진짜 있는 훈련이다.
질풍의 절벽이라는 절벽 꼭대기에서 조금 타고 내려와, 발로 벽을 후려차서 다리를 꽂아 넣는다.
그 다음 벽과 수직이 되게끔 선 다음. 신체를 고정한다. 당연히 조금만 실수해도 그대로 떨어진다.
그리고는 버틴다. 한 없이 버틴다. 버티지 못하면 그대로 떨어진다.
“이런 훈련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건가요?!”
“의미는 있다. 눈을 감고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
“엄청나게 크게 들려서 눈을 안 감아도 될 거 같은데요!”
“아니. 감아야 한다. 안 그러면 휩쓸려갈지 모르니 말이다.”
“네? 으아아?!”
질풍의 절벽은 바람의 정령들이 사는 곳.
그리고 이 곳의 정령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이 적어서 호기심이 왕성하다.
즉.
언제든 장난을 치러 오며, 그 결과 몸이 흔들리고 진짜 떨어질 수 있다.
꽈악.
떨어질 뻔 한 녀석의 손을 꽉 잡아줬다.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 퍽이나 우습다.
“제, 제 손을 놓으시면 안 돼요!”
“안 놓을 테니 다시 다리를 절벽에 박아 넣어라.”
“네, 네!”
콰득. 녀석은 다시 벽에 몸을 고정시켰다.
이후 나는 눈을 감은 채, 바람 정령들의 소리를 들으며. ‘이쪽을 진짜 떨어트리려고 하는 정령의 움직임’을 가볍게 피했다.
그 모습을 본 스텔라는 대놓고 입을 쩍 벌렸다.
“아···? 어, 어떻게···?”
“기척감지가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진짜 이쪽을 공격하려는 녀석의 기척도 감지할 수 있다.”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요?”
“음. 그렇다.”
“그러면 기본조차 안 된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조심스레 이쪽에게 물음을 던지는 스텔라.
어떻게 하냐니 그야.
“열심히 노력해서 수준급에 도달하거나, 아니면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나?”
“말 도 안 돼!”
어쩌겠니.
그런 훈련인 것을.
***
그리고 놀랍게도 랑영과 멸화란을 쓸 수 있는 재능은 허세가 아니었는지 스텔라는 기척감지를 익히고, 바람 정령의 공격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다 피한 것은 아니고, 몇 번 떨어질 뻔 했지만 그건 내가 같이 뛰어내려서 잡아줬다.
“가, 감사합니다···.”
“음.”
“놓지 마세요. 놓으시면 안 돼요···?”
“절대 안 놓는다.”
“그렇게 격렬하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진짜 약속하신 거에요···?”
그 때 마다 스텔라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몸을 기댔다. 점점 내 손을 잡는 힘이 강해지는 것을 보니 정말 무서운가 보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밤을 새서 훈련을 마친 결과.
“흥. 거기냐! 내겐 통하지 않는다! 하. 느리군! 느려! 너무나 느려! 멈춰 보일 정도다!”
“호오.”
모든 바람 정령의 공격을 순식간에 피하며 기척감지를 익혀낸 스텔라가 있었다.
바람 정령은 한 번 장난이 통하지 않으면 더욱 강한 바람으로 공격해오는데, 그게 마치 리듬게임 같이 패턴을 입력해야 하기에 미니 게임으로 종종 즐겼다.
보자 지금 19콤보. 20콤보···. 음. 좋아. 이쯤이면 익혔겠군.
“스텔라. 슬슬 올라가도록 하지.”
【저는 지금 절호조라고요. 선배님! 선배님도 저를 막을 수 없어요!】
내 귓가를 정확하게 타고 울리는 스텔라의 목소리.
역시. 목표한 결과는 얻었다.
【내 말을 들어라.】
“네···.”
***
그리고 땅 위에 올라왔을 때.
스텔라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는지 몇 번 목을 매만졌다.
“왜 그러지.”
“아, 아뇨···. 목이···. 【목이 이상해요】”
“어떻게 이상하지?”
“그러니까···. 말을 내뱉을 때 마력이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그래 맞다. 그게 바로 【허밍 보이스】다.”
“허밍 보이스?”
뭐.
기술 자체는 황실혈통으로 쓰는 목소리와 같은 계통. 즉 목소리로 상대의 감정을 유도하는 능력이다.
티어로는 【4T】 그럭저럭 괜찮은 스킬이다.
“즉. 사람들은 네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모종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 그럼 황자님도 제 목소리에 매력을 느끼시나요?】
“아니. 나는 그런 정신지배 계통의 스킬에 완벽한 면역을 가지고 있어서 느끼지 않는다.”
“콰광!”
녀석은 입으로 콰광 소리를 내며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게, 사교계에 데뷔할 네게 줄 내 선물이다.”
【아···. 가 감사합니다. 용기도 주시고···. 이런 선물도 주시고···.】
“올바른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녀석은 누구나 보답받을 자격이 있다. 너는 스스로 노력했다.”
【그, 그렇군요. 그런가···. 감사합니다. 에헤···.】
녀석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헤실헤실 웃었다.
“곧 레지나가 무도회 일정을 잡을 거다. 그 때 참석해 네가 꿈꾸던 샤도우 가문의 첫 발을 내딛도록.”
【네, 네! 그런데···. 가주님도 허락하셨나요? 제가 이러는 거···.】
“글쎄. 그것만큼은 루디카에게 직접 들어볼 수 밖에 없지 않겠나.”
【······.】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스텔라는 내게서 시선을 떼고는 다른 방향의 허공을 응시했다.
【가주님. 괜찮을까요?】
“괜찮아. 해도 돼. 이만큼 성장했으면 기회는 줘야지. 아. 그 목소리는 꺼도 된단다. 마력 소모가 심하지?”
“······.”
허공에서 들려온 루디카의 목소리. 드러내는 모습.
즉. 스텔라는 지금 기척감지로 루디카를 찾아낸 것이다.
훈련 효과는 확실하네.
“가, 감사합니다!”
“응. 대신···. 조심하렴. 스텔라는 방금 선을 넘을 뻔 했어.”
“조심···?”
루디카는 슬쩍 내 옆으로 붙더니, 스텔라를 바라보곤 웃었다.
“가주의 것을 탐낸다면, 그 때는 가주의 자리를 걸고 싸우러 올 것.”
“네? 네···?! 그, 그러니까 그게···.”
잠시 후. 스텔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허공에 손짓하다가···. 이내 나와 루디카를 번갈아서 바라봤다.
대체 무슨 이야기야?
“그, 그런게 아니라요. 그러니까···.”
“도전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도둑질은 용서 못 해. 알았지?”
스텔라는 으읏. 으 그러니까···. 라고 중얼거리다가 이내 자신의 볼을 두 번 팡팡 치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는 무도회 참여를 위해 오늘은 돌아가보겠습니다. 지도 편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속도를 내서 시야 너머로 사라진 스텔라.
루디카는 뭐가 재밌는지 키득키득 웃다가 이내 나를 올려봤다.
“울프람도 고생 많았어. 저 아이를 성장시켜줘서 고마워.”
“음. 너도 늦은 밤 지켜보느라 고생이 많았다.”
“뭘. 이건 고생도 아니지. 고생은 저 아이가 다 했지.”
그렇게, 스텔라가 사라진 곳을 빤히 바라보는 루디카.
그 옆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 것을 물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스텔라와 나눈···. 가주의 것을 탐낸다. 그게 무슨 의미지?”
“글쎄? 내 앞에서 다른 샤도우를 칭찬하니까, 제일 잘난 샤도우가 심술을 부린 거 아닐까?”
그리 말하고 루디카는 ‘이렇게 말해도 넌 못 알아듣겠지만’ 하고는 뒷짐을 지고는 달빛 아래를 걸어나갔다.
음···?
정말 무슨 소리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