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34)
834. 병가지상사
아일라와 스피카.
트라이스타 가문의 자매는 무척이나 사이가 좋다.
두 사람이 특별히 사이가 더 좋은 이유는, 그 성장 환경에 있다.
어려서부터 광산 채굴을 나선 두 사람은, 어느 한쪽이 갇히면 다른 한 쪽이 구하러 오는 빈도수가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친한 자매를 넘어서서, 서로가 생명의 은인인 관계.
아일라와 스피카의 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와도 닮았다.
허나.
두 사람이 무척이나 닮았고,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해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서로 다른 것이 있다.
그게 바로 신념.
한 사람은 반역. 한 사람은 혁명.
사이 좋은 자매로서는 드물게도 서로 누가 옳으니 틀리니 엄청나게 싸웠지만, 끝끝내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한 가치관.
그리고 오늘의 선공은 스피카 트라이스타였다.
“최근 언니는 반역하지 않으시네요.”
“뭐?”
“최근 언니의 입에서 반역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혹시…. 반역에 흥미를 잃으셨나요?”
갑작스러운 공격이지만, 이 건 만큼은 활발하게 싸웠기 때문에 아일라도 순식간에 되받아칠 말을 찾았다.
“그러는 스피카도….”
“저는 제가 받은 영토의 완전 자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자율화 공장 등도 세우고 있고요.”
“그, 그러니까….”
“혁명이란 의 식 주에서 시작하는 거에요. 모든 개념을 뒤집고 새로운 시대를 제안하는 거죠. 모든 노동에서의 해방. 완전히 똑같은 물건의 공급. 그게 바로 진짜 혁명 아니겠어요?”
“으, 음….”
그 말이 맞았다.
스피카 특유의 저 ‘혁명’ 이라는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항상 듣다 보면 귀에 딱지가 앉는 법. 스피카의 혁명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일라는 손에 잡힐 듯 훤하게 보였다.
“하지만 언니는 요새 반역이라고는 입에 담지 않으시죠.”
“그, 그건….”
“반역할 거리가 없다. 즉 정점에 섰다? 언니가 평생 목표했던 반역은 그 나이에 끝난 걸까요?”
“스피카….”
평소와는 다른 스피카의 날카로운 말에 아일라는 사정없이 푹푹 찔렸다.
“미안해요. 언니. 하지만 최근의 언니는 어딘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에요.”
“…….”
“언니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요.”
그리 말하고 스피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일라는 그저 가만히 주먹을 꽉 움켜쥐고 한동안 말 없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편의점에서 느긋하게 새로운 작업물을 만들고 있던 울프람 앞에, 아일라가 찾아갔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힘 빠진 얼굴로 울프람을 바라보고는 물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울프람. 반역하지 않는 저는 시시한가요?”
“뭐…?”
평소 냉정 침착한 울프람 폰 로엔그린 답지 않은 얼빠진 되물음이 돌아왔음은 물론이다.
***
사실.
솔직히 말하자.
나는 아일라를 꽤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신뢰하는 파티원 중에서는 부동의 1위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전투와 일상에서 전부 믿고 의지할 수 있고, 등을 맡길 수 있는 포지션이라는 점부터 시작해 평소 생활에서도 참 마음 편안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그렇게 편안한 아일라라고 해도…. 나는 아직 반역이라는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다.
최근에는 그나마 반역을 외치는 경우가 드물어서 그냥 사춘기의 격정적인 감정 중 하나겠거니 했다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
“스피카가 그런 말을 했다 이건가.”
“네…. 반역하지 않는 저는 시시하다고…. 울프람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그런가요?”
“음.”
애당초 반역이 뭔지 잘 모르겠는걸.
아일라는 내 반응에 기쁘게 웃다가 이내 다시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스피카는 정말 혁명을 해나가고 있어요. 그에 비해서 저는….”
“그렇군. 혁명이라…. 그 녀석이 하는 건 정말 혁명이지.”
완전 자동화 공업 도시 같은 건, 오직 스피카만 생각할 수 있는 거니까.
“여, 역시…. 저도 반역할 걸 찾아야겠어요.”
“목표 의식이 있는 건 좋다만 그래서 뭘 반역할 생각이지?”
“으, 음….”
아일라는 한참을 끙끙 앓았다.
저런 모습은 좀 보고 싶지 않군.
녀석은 항상 웃고 즐겁게 지냈으면 한다.
“뭐, 장기적으로는 세계를 잇는 대 반역이 있지 않나.”
“그건 거시적인 반역이에요. 당장 눈 앞의 작은 목표부터 반역해 나가야죠.”
어렵네.
“그럼 뭐가 있을까. 필티아 누나와 마법전으로 붙어서 이긴다던가.”
“네? 왜 제가 필티아 언니와 싸워야 하나요?”
“아니. 드래곤을 마법으로 쓰러트린다는 것은 꽤나 낭만 있는 이야기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그것도 모르는 드래곤 한정이지 필티아 언니를 이겨서 쟁취하고 싶지는 않아요.”
크으으으윽. 이 착한 녀석이….
나름 최선의 반역을 말해줬는데 저렇게 정론으로 치고 들어오면 할 말이 없다.
그래. 그렇지.
엘피라네를 꺾겠답시고 목숨 걸고 노력하는 이브가 이상한 거지.
“그러면 아일라는 정말 생각나는 게 없나? 한 번 꼭 꺾고서 반역하고 싶었던 것 말이다.”
“…….”
내 물음에 녀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이쪽을 힐끔 바라봤다.
이건 뭔가 떠오른 게 있다는 사인인데.
“편하게 말하도록. 나는 다 들어줄 수 있다.”
“저, 그게…. 이기고 싶은 사람이 있긴 했어요.”
“누구지?”
“우, 울프람이요….”
그런가.
아일라가 나를 이기고 싶어 한다라. 나를….
“나와 싸우고 싶다는 이야기인가? 너에게는 무기를 겨누고 싶지 않다.”
“아, 아뇨. 그게 아니라요! 싸움으로 이기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아일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본심을 입에 담았다.
“요리로, 울프람을 요리로 이기고 싶었어요.”
“…….”
차라리 싸움으로 이기는 게 쉽지 않겠니?
***
아일라의 말은 이랬다.
내 요리를 보고 깨닫는 점이 많았고, 자신도 요리 능력을 키워서 한 번쯤은 나를 이겨보고 싶었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울프람을 반역의 대상으로 보고 싶진 않았어요.”
“흠. 그건 고맙다만…. 왜 하필이면 요리지?”
“그게. 울프람이 변하기 시작한 게 작년 초잖아요? 그때부터 요리를 시작했죠? 만쥬를 만들고, 도너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요.”
“그랬지.”
“그때는 저도 그럭저럭 요리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런 제게 울프람의 요리는 충격적이고 신선했어요. 그러니까…. 한 번 이겨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저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고.”
“하지만 너무 격차가 벌어졌다.”
아일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나를 요리로 이긴다….
“그건 나와의 격차를 실감해서 포기한 건가?”
“아뇨. 그것보단 울프람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
녀석.
그렇게 말해주니 또 기쁘네.
“그러면 반역이 아니라…. 나를 따라잡고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같이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같이…요?”
“그렇다. 내가 요리를 지도해주고, 아일라 너는 요리를 복습하고 그렇게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 또한 훌륭한 반역 아닌가. 어제의 자신을 넘는다.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아…. 그렇네요. 맞아요!”
녀석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이내 미소를 짓는다.
역시.
이 녀석은 이런 표정이 가장 잘 어울려.
***
그 뒤.
아일라와 둘이서 요리 연습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가 있나?”
“점심에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싸기 좋은 메뉴가 어떨까요.”
“그거 좋군.”
요리학부의 조금 넓은 주방을 빌려, 아일라와 나는 서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모자를 쓴 다음 식칼을 들고는 조리를 개시했다.
“음. 고기는 한 번 칼집을 내서 확실하게 내부까지 양념이 스며들 수 있게 하도록. 칼집은 사선으로…. 뒤집어서는 반대 방향으로 내면 고기가 썰릴 염려도 없다.”
“네, 네!”
아일라는 이해력이 좋았고, 그 결과 훌륭한 도시락 세트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원래부터 요리를 잘 하는 편이기도 했고 말이야.
점심은 직접 만든 요리를 시식.
당장 어디 내놔도 부족함 하나 없는 훌륭한 정찬이었다.
“그럼 내일은 내일의 메뉴를 만들면 되겠군.”
“고마워요. 울프람. 어제보다 하나 더 메뉴를 알게 됐으니, 작은 반역 성공이랍니다.”
그리 말하고 다정하게 웃는 녀석.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었다.
“왜 하필이면 요리지?”
“그야…. 울프람이 만들어주는 요리는 모두를 미소 짓게 하잖아요?”
“다들 기쁘게 먹어주긴 하지.”
“그러니까 반대로, 저도 울프람을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제가 받은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
“하지만 울프람의 요리 실력이 너무 뛰어나니까, 제가 만든 게 맛이 없으면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었답니다.”
뭐야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나.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아일라를 바라봤다.
“아일라.”
“네.”
“내가 지금 인상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아뇨. 웃고 있어요. 희미하지만…. 웃고 있네요. 후후.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봐요.”
정말.
괜한 걱정이다.
***
얼마 후.
스피카와 다시 만난 아일라는 울프람과 있었던 일을 말해주며 자상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서 지금은 울프람과 시간이 날 때 마다 요리를 하고 있단다.”
“요리…. 같이 재료도 자르고, 딱 달라 붙어서 조리 시간 타이머도 재고요…?”
“응. 그런데?”
“실수로 손가락이 베이면, 지혈해주겠다고….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한다고요?”
“무슨 소리니. 나랑 울프람이 식칼에 베일 리가 없잖니.”
“아. 그건 그렇네요. 아무튼…. 흠흠. 그러니까…. 그렇게 두 분이서 오붓하게 매일마다 요리를 한다는 거죠?”
“매일은 아니지. 우리 둘 다 일이 바쁘니까.”
“크윽…. 크으윽. 나는 대체 왜 그런 시비를 걸었던 거죠. 멍청이…. 바보….”
영문 모르게 머리를 부여잡은 스피카.
반대로 아일라는 한결 편안한 얼굴로 스피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언니가 패배했단다. 스피카. 네 말이 옳았어.”
“네, 네…?”
“조금이나마 반역에서 마음이 떨어져 있던 걸 인정할게. 매일 혁명을 향해 다가가는 스피카는 대단한걸?”
“윽…. 으윽. 그, 그럼요. 저도 오라버니랑 같이 요리를….”
스피카가 그리 말하면서 은근슬쩍 욕심을 내비치자 아일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의 요리는 사람 손으로 하는 거란다. 스피카가 바라는 혁명적 완전 자율화랑은 거리가 멀지 않니?”
“그, 그건 그렇지만…. 그렇긴 한데요….”
차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스피카는 우물쭈물거렸고, 그 사이 순수한 아일라의 미소가 파고들었다.
“어제는 스튜를 함께 만들었으니, 오늘은 둘이서 반으로 나눠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를 만들 거란다. 나중에 스피카에게도 만들어 줄게.”
“감, 사…합니다.”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스피카.
아일라는 푸근하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피카. 너는 앞으로도 네 길을 가렴. 승리를 축하한단다. 앞으로 더 훌륭한 혁명을 보여주렴. 알겠지?”
내심.
아일라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확실하게 패배를 인정한 게 얼마만인가.
스피카는, 더욱 더 큰 아이가 될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세계를, 구 질서를 개편할 수 있는 혁명가가 될 것이다.
“언니.”
“응?”
“이번에는…. 제 패배를 인정하겠어요. 이번 만큼은…. 언니의 반역이 혁명을 이겼어요. 네. 제 패배에요.”
“으, 응?”
스피카의 단언에 아일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승자와 패자를 잘못 말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하지만 혁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오늘의 승리를 기뻐하세요. 저는, 저는 다시 돌아올 거에요! 저도 오라버니랑 요리 할거에요!”
그리 말하고 어디론가 달려간 스피카.
아일라는 끝끝내 스피카의 선언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 할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