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52)
852. 석양을 향해 달려라
알리샤는 슬쩍 옆을 걸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봤다.
황금색 늑대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두 가지는 확실했다.
하나는 어마어마하게 강하다는 거다.
자신도 기사학부의 학생인지라 저 양아치들이 얼마나 강한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적어도 학년 중위권에는 들어갈 정도의 성적 아닌가.
그런데 그런 그녀들의 공격을, 그것도 죽이겠다며 달려드는 것을 가볍게 피해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으로 쓰러트렸다.
“왜 그러지. 발걸음이 느리군.”
“아, 아뇨. 아니에요….”
“지금은 너무 빠르다. 내 두 발자국 뒤에서 걸어라.”
“네….”
그리고 두 번째.
수상하다. 수상해도 너무 수상하다.
어째서 이런 강자가, 기사학부 제4학부라는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을 돌아다니는 걸까.
거기에 저 늑대가면은 뭘까. 아, 그러고 보니 검은 깃발의 간부들이 정체를 숨기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다.
설마 자신을 유인해서 이 블랙 마켓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면 어쩌지.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도망쳐야할까? 하지만 어떻게? 엄청나게 빠른 사람인데? 도망칠 수 있을까?
알리샤가 두려움에 떠는 사이에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앗. 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블랙마켓의 으슥한 곳까지 도착했다.
“여, 여기는….”
“이전까지의 블랙 마켓은 애들 장난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무법지대. 진짜 쓰레기들의 농도가 올라가는 곳이지.”
“그, 그렇군요.”
딸꾹.
자기도 모르게 딸꾹질을 한 알리샤.
그녀의 어깨 위에 툭. 하고 손이 올라온다. 그 행동에 몸이 굳어버렸다.
“저, 저기….”
“흠. 저기 쓰레기들이 보이나?”
“네?”
남자는 몸을 살짝 낮추고, 다른 쪽 손으로 조금 멀리를 가리켰다.
그 곳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 질 나쁜 인간들이 있다.
서로 무언가를 피우고 있다. 여기까지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 분명 마약이다.
지금 제프린의 어둠에서 유행한다는 그 쓰레기.
저것 때문에, 자신의 친구가 이곳에 있다.
알리샤는 주먹을 꽉 쥐고는 몸을 떨었다.
“네. 보입니다.”
“내가 준 그것을 저 놈들에게 던질 수 있겠나?”
“네…. 네?”
갑작스러운 물음.
알리샤의 몸이 뚝 하고 굳었다.
이 주머니가 가지고 있는 살상력은 익히 알고 있다.
허나.
그것을 아무리 악당으로 보이는 사람이라 한들, 남에게 던질 수 있을까?
“저는….”
“알리샤. 여기서부터는 내가 지켜준다고 해도, 너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
“의, 의지요?”
“이 안에 네 친구가 갇혀 있다면, 친구를 자기 손으로 구하고 싶다면…. 이 앞 펼쳐질 전장에서도 너 자신 스스로 헤쳐나가고 싸울 각오가 필요하다는 거다.”
“…….”
“아니면 여기서 물러나서, 내가 네 친구를 구해 올 때까지 기다려라.”
“아뇨. 던질게요. 던져볼게요. 각오는…. 한 걸음을 내딛은 순간부터 했습니다.”
“좋다. 그러면 던지도록. 그냥 생각 없이 저들에게 맞추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던져라.”
“네!”
“자세는 내가 가르쳐주마. 이렇게 한쪽 다리를 올리고…. 그래. 그 상태에서 발목부터 허리를 꺾어서 그리고 팔을 쭉 편다는 느낌으로 던져라.”
몇 번 투구 폼을 점검해준 남자는 이내 해보라며 한 걸음 물러섰고, 알리샤는 완벽에 가까운 와인드업을 한 후. 주머니를 내던졌다.
그리고.
“끄, 끄아아아아악!”
“아파! 아파! 아프다고! 으, 우으악!”
아주 정확하게.
특제 흑수정 폭탄이 적진 한복판에 떨어졌다.
***
흠.
내가 던지지 않아도 생각보다 효과가 괜찮은 걸.
쓰레기들이 아파하고 몸을 떠는 것을 보니,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자. 몇개 더 주마. 보일 때 마다 던지도록.”
“네, 네!”
알리샤.
히로인 타입으로는 밀푀유와 굉장히 비슷하다.
소심하지만 올곧고, 그렇기에 멸시당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밀푀유와 크게 다른 점이 있는데…. 재능의 유무다.
놀랍게도, 이 아이는 ‘투척 무기 전반’을 무척이나 잘 다루는 보정이 있다.
재밌는 게 ‘투검’이나 ‘활’은 투척무기가 아니라 각자의 무기군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보정을 못받는다. 그래서 얘를 대체 어디다 쓰지? 히로인이면 그래도 나름의 재능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에 연구가 시작됐고.
그 끝에 내가 찾아낸 것이 바로, 알리샤의 무서울 정도의 투척 명중률이었다.
지금만 봐도, 와인드업부터 슛까지 걸리는 시간이 무시무시할정도로 빨랐다. 고작 몇 번 연습한 것으로는 야구선수의 투구폼을 따라는 할 지언정, 제구가 잡힐리가 없다.
허나. 알리사는 그걸 전부 무시하고, 적에게 명중시킬 수 있다.
현대에서 태어났으면 분명 어마어마한 여자 야구 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자. 좀 더 던져라. 저기 쓰레기들이 보이지 않나. 이번에는 팔을 옆으로 비틀어서 공을 꺾이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던져라.”
“네, 네!”
다시 한 번 흑수정 바늘 폭탄을 던지고, 그 결과 누군가가 울부짖었다.
사실.
높은 재주를 가진 나는 기본적으로 【필중】에 가까운 보정을 받지만, 그래서야 제대로 된 실험이 아니지.
다른 사람도 던지게 해보고, 실험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지 않겠나.
“자. 이번에는 높게 던져서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느낌으로 투척해라. 할 수 있겠나.”
“네! 할 수 있어요!”
“친구를 위해서 팔을 휘둘러라. 그 결의는 반드시 보답 받을 것이다.”
“네! 스승님!”
스승님.
스승님이라…. 에밀리 이후 또 처음 듣네.
“방금 전에는 흔들렸다. 이유는 알고 있나.”
“죄송합니다.”
“하체를 좀 더 단단하게 지지하도록. 한 번 더 던져봐라.”
“네! 스승님!”
그렇게.
쓰레기들이 모여있는 땅에서 우리의 청춘은 땀방울과 흑수정 바늘침과 폭탄과 불량배들의 비명으로 빛났다.
***
쓰레기를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스승님. 이 앞은 어떻게 할까요?”
“여기서부터는 내게 맡겨라.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네. 스승님의 시범을 기다리겠습니다.”
알리샤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호감도를 올리기가 무척이나 쉽다.
위험할 때 켈터스가 구해주는 것으로 시작.
뭐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오래된 연애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위협당하는 히로인을 구해주는 운명적인 만남. 그 결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순애 히로인. 뭐 그런 시작이다.
켈터스 덕분에 마음의 상처는 조금씩 봉합되어가나 자신의 친구를 죽인 것이 검은 깃발의 간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검은 깃발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켈터스를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않기 위해 혼자 블랙 마켓으로 향하고 거기서도 긍지 높에 빛나지만, 압도적인 무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끝내 쓰러지는데, 마지막에 켈터스가 와서 구해주고,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라면서 희미하게 웃는다.
거기서 또 선택지가 갈라지고…. 결과적으로는 죽거나, 혹은 살아남거나 그건 사전 호감도작에 따라 갈린다.
얘 루트는 앞으로 2년 후에 시작되어야 정상이고, 내가 2년 일찍 오긴 했으니 꽤나 많이 달라졌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네 친구를 납치해 간 것은 이 앞에 있는 진짜 쓰레기들이다.”
“그런…가요.”
내 말에 알리샤는 주춤 몸을 떨었다.
“먼저 말해두마. 네 친구가 어떤 꼴을 당했을지 그건 나도 모른다. 최악의 상황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각오가 되어 있나?”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하지만 가야 할 곳에 가지 않아서, 집에 혼자 돌아가는게 더 두렵습니다.”
좋은 대답이다.
이래야 루트는 평범하지만 캐릭터성으로 호평이었던 히로인이지.
몸을 떨면서도, 앞을 바라보는 시선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럼 가기 전에 위안이 될 지는 모르지만, 내 정체를 보여주도록 하지. 누군지 알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든든해질 거라 생각한다.”
가면을 내던졌다.
“금발…. 푸른 눈….”
“음.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고 한다.”
“화, 황손을 뵙습니다.”
한 쪽 무릎을 꿇는 알리샤.
그래. 원래 기사학부라면 이게 맞다.
기사라는 것은 주군에게 충성하는 존재고, 어떤 귀족을 주군으로 삼든, 그 끝에는 가장 위대한 황족이 있다.
본디 기사학도라면 황손을 만나는 순간 고개를 숙이는 게 옳다.
이게 의무였던 건 200년전 교칙인데 말이야.
역대 교칙을 다 외웠던 걸까. 아니면 그냥 얘가 그런 애인걸까.
“이 앞에는 최소 수 십 명의 검은 깃발이 있을 것이다. 허나 걱정하지 말도록. 황실의 이름으로, 그리고 내 이름으로 악적을 토벌하고, 무사 귀환을 약속하마.”
“화, 황송하신 말씀 감사합니다….”
알리샤는 이제 아무런 불안감 없이, 내 바로 옆에 섰다.
“그럼 작전을 설명해주마.”
이 문 너머는 매복이 잔뜩 있겠지. 그렇게 밖에서 소란을 피웠는데 아무런 대응도 안 하면, 검은 깃발의 간부가 될 자격도 없다.
나는 바로 옆에 정확히 백오십 개의 흑수정 바늘 폭탄 주머니를 내려놨다.
“내가 자리에 서서 날아드는 모든 공격을 막아낼 것이다. 너는 나를 피해서 이 폭탄을 눈에 보이는 모든 쓰레기를 향해 던지면 된다. 할 수 있겠나.”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좋은 대답이다.
문을 열기 직전. 알리샤가 물음을 던졌다.
“황자님. 여쭈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저런 가면을 쓰셨다는 것은 암행을 하셨다는 건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셔도 됩니까? 나쁜 소문이 날까 우려됩니다.”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는 걱정이다.
하지만 괜찮다.
전부 박살내버리면, 소문은 나지 않으니까.
***
던진다. 맞는다. 쓰레기가 자빠져서 살려달라고 운다.
놈들이 무언가를 던진다. 단검. 화살. 때로는 돌덩어리도 있다. 그 모든 것을 가볍게 베어 넘긴다.
허나 놀라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제구력이다. 벌써 133구째. 아무리 샷건의 탄환마냥 방사형 투사체라고 해도, 만발이 가능하기나 한 수치인가.
이거라면 폭탄을 만든 아일라도 감탄하면서 박수를 칠 것이다.
그래.
이렇게 제프린 호신용 바늘 폭탄은 제 업무를 다 하고 시중에 나갈 준비를….
준비를….
“음?”
그러기 위해서 만든 거였나?
그러니까, 얘가 제구 능력이 있다는 거랑. 시제 폭탄을 시험해보기 위해 온 게 합쳐져서…. 분명히 호신용 폭탄….
아니 호신용 폭탄이 아니다.
내가 이걸 들고 여기에 온 이유가 뭐였더라.
“스승님! 주머니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음. 으음…. 잠시만 기다려라. 아주 중요한 것이 떠오를 것 같은데.”
옆에서 절박하게 외치는 알리샤. 그 목소리를 놈들이 들은 건지 놈들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저 이상한 걸 이제 더 못 던지는 것 같다. 덤벼라! 놈들은 단 둘이다! 덮쳐서 쓰러진 녀석들의 원수를 갚아라!”
“숫자는 우리가 많다! 덤벼들어! 죽여버려라!”
그래. 숫자는 너희들이 많다.
그리고 나는 단검 재주 단일캐….
아. 떠올랐다.
“나는 여기에 내 광역 공격을 시험하기 위해 온 것이었지.”
“스승님?”
툭.
투투툭. 툭.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툭.
내 바로 옆에. 퀵 크리에이트 인벤토리에 있는 모든 폭탄을 떨어트렸다.
하나. 둘. 셋. 놈들의 얼굴에 희열이 돈다. 숫자가 적다고 생각했나.
열. 스물. 서른. 아직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나보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툭.
허나 그 숫자가. 백을 넘고, 이백을 지나, 오백을 딛고 올라선다.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호쾌하게 울려퍼지고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놈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맞다.
나는 여기에 내 광역딜을 실험하러 온 것이다.
쓰레기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내가 받은 주머니의 갯수는 천 개. 이걸 건네준 녀석은 그렇게 말했지. ‘천 구로 만 명 정도 울부짖게 해버려요!’ 라고 밀이다.”
그래.
오기 전 아일라와 약속했다.
천구만살(千球萬殺)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이다.
털썩.
누군가가 넘어지고, 누군가가 뒤로 기어간다. 울면서 뒤로 돌아서 도망치는 녀석도 있다.
나는 가볍게 한 손에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사, 살려….”
“음. 죽지는 않을 것이다.”
불살주의라니까 그러네.
그 날.
나는 아일라와의 약속을 지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