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63)
863. Rock on
네프티와의 2박3일 두근두근 원정 합숙.
출발하기 직전 네프티는 짐을 싸며 내게 물었다.
“생각해보니, 제프린에서 2박 3일이나 밖으로 나가는 원정은 무척이나 드무네요.”
“음. 그렇다. 다만 이번 원정은 꽤 특수한 곳까지 가야 하니 말이다. 가는 길은 짧아도, 그 안에서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다.”
“그, 그렇군요. 그러면 진짜…. 하루도 단축하는 일 없이 2박3일인가요?”
“그래. 그렇게 된다.”
내 말에 네프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중요 아이템이야 인벤토리에 다 있으니 별 문제 없다.
“그럼 어디로 가나요?”
“하늘이다.”
“네?”
“그럼 가도록 하지. 천계의 숲을 향해서 말이다.”
내 말에 네프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시선을 무시하고, 나는 그저 하늘을 올려봤다.
***
제프린에서 천계로 가는 길은 하나지만, 하나의 꼼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천계의 ‘본지’ 유즈나엘의 아버지. 대천사장이 있는 곳이고 다른 곳이 ‘분지’ 즉 같은 천계지만 막혀있는, 일종의 함정맵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천계 맵을 잘못 돌아다니다가 떨어지면 나오는 막힌 맵이라고 해야 할까.
난이도는 천계와 동일하게 높지만, 길이 죄다 막혀있는 일종의 함정 던전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누구인가.
그 함정 던전마저 ‘어 여기 생각해보면 파밍 할 수 있는 거 아님?’ 이라고 말하며 분지를 파고 들었다.
“그래서 분지로 가는 길이….”
“음. 이 바위를 기준으로 여기를 보고, 그저 날아가면 된다.”
“…….”
동부 숲의 비석 하나를 기준으로 방향각을 잡아주고, 네프티에게 유즈나엘의 날개를 맡겼다.
방법은 단순하다.
녀석이 먼저 날아간 다음 나와 스킬역학 위치전환을 한다.
위치 전환은 일시적이지만 네프티가 바닥에 날개를 떨어트리기엔 충분한 시간이고, 다시 돌아온 내가 날개를 집고 네프티와 합류하면 그만…. 인데.
“자, 자신 없어요. 선배님.”
“그런가.”
“네…. 잘못 날아갔다가, 그 본지라는 곳으로 날아가면 어떻게 되나요?”
“…….”
그것도 그렇네.
지금 네프티와 둘이서 대천사장을 상대할 자신은 없다.
정확히는, 나 혼자라면 목이라도 긋고 생존해 돌아올 자신은 있지만, 네프티까지 지키면서 싸울 자신은 없다.
“알겠다. 그럼 어떻게 하겠나. 안기겠나. 그도 아니면 다른 자세가 좋은가.”
“네?! 안겨요?”
“음. 다른 방법이 없으니 내가 너를 안거나 업고 갈 수 밖에 없다.”
“제, 제가 선배님을 업고 날겠습니다!”
“나는 게 두렵다 하지 않았나?”
“아.”
뭐가 아. 야. 이 녀석이 진짜.
“아, 아…. 그, 그렇군요. 음. 선배님. 사람의 코는 앞에 달려있죠?”
“뒤에 달려 있는 사람은 들어 본 적 없다.”
“그러면…. 제가 선배님께 앞으로 안기면 제 땀이나 그런 냄새가 많이 나겠죠…? 그러니까 업히겠습니다.”
“그런가. 알겠다. 업히도록.”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였지만, 네가 그게 편하다면야 뭐.
살짝 상체를 내리니 네프티가 머뭇거리다 이내 업혀왔다.
부드러운 감촉이 등에 느껴지고, 양 팔이 내 목을 단단하게 끌어안았다. 녀석의 허벅지를 팔로 감싸서 고정하고는 끝.
“새, 생각해보니 이 자세로 있으면 입…. 마, 말을 하면 입이….”
영문 모를 소리를 하며 덜덜 떠는 녀석.
하늘을 나는 게 그렇게나 두려운가?
“걱정하지 마라. 길고 긴 비행이 되겠지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모시도록 하지.”
“으…. 네?”
“자. 그럼 날도록 하마. 네프티. 한 가지 부탁하자면 너무 몸을 떨지 말고…. 나는 동안 내가 목이 마를 수도 있으니, 가끔 물통을 꺼내 수분을 보충해주면 고맙겠구나.”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
“선배님. 무겁지 않으신가요?”
“전혀 무겁지 않다.”
“하, 하지만…. 저는 근육도 있고 해서….”
부드러운 감각밖에 없는데.
나와 같은 종족이 맞는지 싶을 정도인데.
기사학부 녀석들은 그런걸 신경쓰는 건가.
“전혀 그렇지 않다. 꽉 붙잡도록.”
“네….”
세상 다시 없을 정도로 느긋한 고공비행.
“와아….”
“이렇게 하늘에서 직접 지상을 내려보는 건 언제 봐도 아름답구나.”
평온한 시간을 만끽하며, 몇 시간이나 하늘을 날았다.
***
그렇게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구름 위였다.
원래 구름이란 밟을 수 있는 지형이 아니지만, 이 곳의 구름은 지형으로서 성립한다.
한참을 내 등 위에 있던 네프티는 몇 번이고 안심시키자 결국 내려왔고, 바닥을 밟고는 웃음지었다.
내려올 때 좀 불만인 듯 했는데…. 왜지?
“와, 와…. 진짜 밟을 수 있네요.”
“밟을 수 없다 생각했나?”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아무튼 여기가 천계의 입구라는 건가요?”
“맞다. 정확히는 사방이 막힌, 천계의 함정 같은 곳이지.”
네프티에게 이 필드가 어떤 곳인지, 어떤 기믹이 기다리고 있는지 전부 설명했고, 이내 녀석은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어려운 게 아닐 거 같네요….”
“괜찮다. 일정 구간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적과 조우할 일은 없다. 아직까지는 중간계다. 만약 적이 나타난다고 해도 내 즉결 처형이 통하는 곳이지.”
“아….”
“일단은 밤도 늦었으니, 이 근처에서 야영하도록 하지.”
“후후. 하늘 위에서 야영이라니…. 무척 신기합니다.”
태초의 루비가 열기를 비춰주고, 퀵 크리에이트 인벤토리에서 조리도구를 꺼내 들었다.
보통 원정지에서는 과한 식사는 할 수 없지만, 여기는 던전 내부도 아니고 던전 입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필드다.
“선배님. 저 옷 좀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아까 하늘을 날 때 긴장해서 땀이라도 흘렸나 보다.
텐트 안으로 들어간 네프티는 이내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그 모습에 나는 잠시 재료를 다지던 칼질을 멈췄다.
“어울리…나요.”
순백의 원피스. 거기에 샌달.
원정 중에 대체 무슨 옷을 입는 건가 싶으면서도 동시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곳이 하늘 위라서, 그리고 구름 위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네프티의 모습은 마치 천사와도 같아 보여서, 나도 모르게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그 옷은?”
“그, 그러니까. 그게…. 안 어울리는군요. 죄송합니다. 역시 원정 중에는 항상 긴장한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편하게 입은 것을 넘어서…. 안 어울리는 옷까지 그러니까….”
네프티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다시 환복하러 들어가려 했다.
“아니. 조금 놀랐을 뿐이다. 무척 어울리는구나.”
“그, 그런가요.”
그리 말하고 녀석은 에헤헤 웃고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잠시 눈 둘 곳 없어 요리에만 집중했다.
녀석은 그저 기쁜 듯 웃을 뿐.
아니다.
이런 시선을 가져서는 안 된다.
확실한 것은 밀푀유가 쏘아올린 작은 불꽃이, 조금씩 겉잡기 힘들 정도로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
식사를 마치고, 네프티는 다리를 쭉 뻗고는 기지개를 폈다.
“내일부터는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건가요?”
“그렇다. 저 안에는 천족들이 기르는 환수나, 심지어 하급 천족들도 있다.”
“그렇군요. 마족과는 싸워 본 적 있어도, 천족과 싸우는 건 처음입니다.”
“음. 둘 다 위험한 종족임에는 틀림 없다. 그럼 천족의 공략법을 설명해주지.”
나는 차근차근 저 안에 어떤 몬스터들이 있을지, 그들의 대처법을 설명해줬다.
네프티는 전열에서 공격을 받아내야 하니 더 잘 알아둬야지.
“아무튼, 가장 중요한 건 강한 마음이다. 파티 내에서 가장 강한 마음을 가진 건 네프티. 너라고 생각한다.”
“아뇨. 저보다는…. 그 아이가 더 강할 거 같은데요.”
내 말에 네프티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아이? 누구를 말하는거지.
파티 내에서 네프티 후배는 한 명 밖에 없는데.
“…….”
밀푀유를 이야기 하는 건가.
그렇군. 그 녀석도 어마어마하게 강하긴 한데…. 갑작스럽군.
갑자기 여기서 밀푀유가 나온다고?
***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텐트에 자리를 잡았다.
내일부터는 격전이 펼쳐질 터. 일찍 자둬야 한다만….
옆 텐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지익. 지퍼를 내리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이어서 들리고, 끝내 태초의 루비 앞에 앉는 소리까지 들렸다.
잠이 안 오는 건가.
잠시 있으면 들어갈거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은 계속해서 야영지 중앙에 앉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나도 문을 열고 나섰고, 뒤돌아 이쪽을 올려보는 녀석과 눈을 마주했다.
“잠이 안 오나.”
“네.”
“나도 똑같다. 옆에 앉아도 되겠나.”
내 물음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짝 자리를 비켜줬고,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잠시간의 침묵.
“내일 전투가 두렵나?”
“아뇨. 그건 아니에요.”
“나는 두렵다.”
“네?”
“몇 명 더 함께했다면, 이 두려움도 씻겨져 나갔겠지만, 오직 너를 전열에 세워야 하는 입장이 되니 두렵구나.”
사실 오늘 이곳까지 날아왔을 때도, 꽤 많이 쫄았다.
내가 떨어지는 건 두렵지 않지만, 네프티를 떨어트리면? 이 녀석이 다치면?
등 뒤에 파티원이 있다는 그 무게감. 내가 실수하면 녀석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선배님.”
“음?”
“제가 다치는 걸 두려워하시면, 저는 평생 제대로 된 탱커가 될 수 없는데요?”
“…….”
타닥. 타닥.
타오르는 태초의 불꽃 앞에서, 녀석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살짝 돌려 이쪽을 힐끔 보며 웃었다.
“그것도 그렇구나.”
“네. 그러니까 그런 걸 두려워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다. 두려움은 잊으마. 하지만 다치지 말도록.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게 마음이 편할 듯 싶다.”
“선배님. 딜러가 탱커 대신 다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 또한 그렇다만….”
그래. 그게 맞긴 한데….
내가 한숨을 내쉬자니 녀석이 쿡쿡 웃었다.
지리멸렬한 소리를 하고 있으니 웃을 수 밖에 없겠지.
잠시 웃던 녀석이 이내 웃음을 멈추고, 불꽃을 응시하다 나직이 말을 던졌다.
“싸우는 거. 다치는 거. 그런 게 두렵진 않아요. 제가 다치면 그만큼 누군가의 시간을 벌어준다는 거니까요. 정말 두려운 건 따로 있어요.”
“뭐지.”
“제 욕심이에요. 지금까지 성장한 것. 제 손에 쥔 것들이 너무 많은데…. 너무나도 큰 무기와 방패를 써서 그런가, 손아귀에 더 쥐고, 꽉 쥐고 놓고 싶지 않아요.”
뭐.
야망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설마, 나를 황제로 옹립해서 로열나이츠의 수장이 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미안하지만 로열 나이츠의 기사단장은 실피아에게 양보해라. 나는 황제가 될 생각일랑 없으니 말이다.”
내 말을 듣고 네프티는 이내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다시 웃어버렸다.
“아뇨. 그게 아니에요. 로열 나이츠의 수장따위보다 그런 것보다 더 큰 욕심이에요. 고작 그런 자리와 바꿀 수 있다면 좋을 정도로 말이죠.”
“…….”
기사의 정점보다 더 큰 욕심이 있다고?
그렇게 안 봤는데….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거지.
오히려 궁금한데 말이야.
“그 꿈이 뭔지 들려줄 수 있나?”
“아뇨. 아직도…. 저는 그런 꿈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서요. 나중에 정리되면 어느 쪽이든 말씀드릴게요.”
“꿈을 가지는 것에 죄는 없다.”
“네?”
“얼마나 큰 야망이든 손에 쥐고 싶다면 전력으로 달려가서 꽉 쥐고 놓치지 마라.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다 쥐고 있다.”
네프티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시죠?”
“진심이다.”
“알겠습니다.”
녀석은 방긋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녀석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주친 눈동자에서 끔찍한 기시감과 위화감이 느껴졌다.
가장 비슷한 것을 떠올리고 나도 모르게 입에 담았다.
“사냥감을 포착한 포식자의 눈…?”
에이 설마 그럴리가.
잘못 본 거겠지.
심지어 마계 군단장급으로 무시무시한 눈일리가 없잖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