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865)
865. 어떻게 이름이
우리 파티 내에서 가장 공격성이 적은 건 누구일까.
얼핏 떠오르는 건 밀푀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밀푀유는 해야 할 때는 저질러버리는 ‘각오’가 있다. 다만 그 각오를 다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뿐.
한 번 정해지면 그대로 밀고 나아가는 추진력과 결단력을 갖춘 것이 바로 밀푀유다.
우리 파티에서 가장 공격성이 부족한 것.
그건 바로 네프티다.
탱커가 폭주하면 그것만큼 피곤한 것도 없지만, 네프티는 전열에서 파티원의 공격을 막아준다. 라는 역할에 충실하고 동시에 내 신하로서, 후배로서 행동하기 때문에 전면에서 공격을 가하는 경우가 얼마 없다.
성천화와의 싸움에서도 기본은 방패술이었고, 대형 망치를 수준급으로 다루긴 하지만 그게 공격성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저 등 뒤에 있는 파티원을 지킬 뿐이다.
그런 네프티가, 전열을 무시하고 달려나가 몬스터의 뺨을 후려갈기는 장면을, 눈으로 목격했다.
빠아아아아악!
그것도 망치가 아니라 방패로, 더할 나위 없이 호쾌하게 말이다.
“네프티?”
“이 천사…. 방금 선배님에게 유혹의 음색을 보냈죠?”
“그래, 그런 몬스터니까 말이다.”
“…….”
네프티의 방패가, 한 번 더 녀석의 명치에 꽂혔다.
부웅,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여성형 천사.
네프티의 추격기 【리프 체이스】가 발동해 그대로 방패를 든 채 구름을 박찼다.
저런 기술을 가르쳐 준 적은 없는데, 알아서 익힌 건가.
아무튼 저 멀리서 일어날 참극은 뒤로 하고, 나는 눈에 분명히 ‘경악’이 깃든 남성형 천사를 바라봤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네프티를 유혹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내 로열가드를 말이지.
【황실 혈통이…】
닥치고 있어라.
가신을 빼앗으려는 쓰레기를 감히 내버려둬서야 무엇이 황제란 말이냐.
너의 그 개같은 판정은 개밥으로 줘버려라.
아니면, 뭐지.
천족에게 신하를 뺏기고 분노하지 않는 게 온당한 판정인가?
【……】
내 말에 황실혈통은 침묵했다.
이 분노는 정당하다고 판단한 건가.
가볍게 머리를 쓸어 올리고, 양 손에 무기를 쥐었다.
“곱게 죽을 생각은 말도록.”
대지를 박차고, 놈이 반응도 하기 전에 오른손의 신화포식자로 녀석의 한쪽 날갯죽지를 양단했다.
그 뒤로 한 바퀴 돌아, 검은 단검을 던져 녀석의 발을 꿰뚫고 그대로 구름에 꽂아버렸다.
이 바닥도 오브젝트라 【파괴 불가】판정이지만, 검은 단검쯤 되면 그런 판정을 부수고 꽂아 넣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 모양.
한쪽 날개가 찢기고, 다른쪽 발이 꼬치가 된 남성형 천사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울프람 황자님은 우는아이에게
“평온한 죽음을 내려주지 않을 것이다.”
넌 오늘 뒈졌다.
***
천사의 피는 붉은색이었고, 녀석의 뼈는 흰색이었다.
그 외에 많은 것이 인간과 같거나, 혹은 달랐다.
의학서에 써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녀석을 분리해냈고, 그렇게 내 싸움은 끝났다.
그리고, 저쪽에서 네프티가 걸어왔다.
붕 날아갔던 여성형 천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네프티의 구름방패의 RGB값이 255.255.255에서 114.0.0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니 어떤 싸움이 있었는지 아주 잘 알 것 다. 새빨갛군 그래.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음…. 그래. 고생 많았다.”
혼자 전장을 이탈한 탱커를 탓해야 한다.
하지만, 녀석의 얼굴이 조금 침울한 것을 보니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모양새.
그렇다면 괜히 뭐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
다만.
“그렇게 화날 일이었나?”
“아…. 그…. 그러니까. 저도 모르게…. 감히 천족주제에, 선배님을 유혹하려고 했다는 걸 알자마자…. 그러니까요.”
녀석이 우물쭈물거린다.
작년에 비해 몸은 더 커지고, 머리도 좀 더 길어졌지만 어째 정신은 그때와 큰 차이가 없구나.
“뭐, 나도 남 이야기 할 처지는 아니다. 같은 이유로 화를 냈으니 말이다.”
“화를…. 내셨다구요?”
“음. 천족 주제에 너를 빼앗으려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니,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말이다.”
참고로 내가 벤 시체는 구름 아래로 던져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애한테 그런걸 보여주긴 좀 그래서 말이야.
“그, 그러셨군요. 저를 위해서 화를 내 주셨다니. 에헤….”
네프티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살살꼬면서 헤실헤실 웃었다.
“아무튼, 그 방패만으로 천족을 잡은 건가?”
“네. 무척 새빨개졌네요. 다른 조각을 떼서 바꿀까요?”
“아니다. 방패만으로 처리했으니 효과가 붙었을수도 있겠구나.”
네프티의 방패를 받아 잠시 확인해보니 【천족 추가 데미지】 【강한 공포 : 천족】 【축복 저항】이 훌륭하게 붙었다.
즉 이걸로 쳐 맞은 천사는 무척이나 두려움에 떨면서 죽었다는 이야기인가….
“훌륭한 상위 소재가 되었구나, 이걸로 방패를 만든다면…. 초월에 입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그런가요? 초월이라고 말씀하신 게 신화의 무구죠? 그게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거였나요?”
“강한 의지가 담겼다면, 불가능 할 것 또한 없지.”
슬쩍 검은 단검을 꺼내들어 네프티에게 보여줬고 녀석은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내 신화포식자도, 검은 단검도 아직 진화 도중의 무기다.
사용자의 격만 충분하다면 초기 제작은 어려울 게 없다.
“만들겠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어디.
여기서 한 번 제작해 볼까.
그리 생각한 것도 잠시.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천사들의 무리가 보였다.
천계의 환수. 하급 천사. 그 외에…. 연옥의 감시 천사까지 나왔다.
“음. 너무 화려하게 놀았나 보구나.”
“제 뒤에 서주세요. 선배님. 제가 지키겠습니다.”
네프티는 방패를 들어올렸다.
“그러고 보니 정신 공격은 괜찮았나?”
“네. 확실하게 제 의지로 화가 났던 것뿐. 그 외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렇구나.”
묘한 위화감이 들었지만, 일단 그러려니 했다.
***
격전이었다.
물론 내가 나서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기왕 재료의 방향성이 정해진 거, 네프티의 방패에 스택을 좀 더 쌓아주고 싶다는 내 욕심.
하지만 저 구름 조각에는 ‘강한 공포’가 붙어 있기 때문에, 스택을 쌓으려면 천족이 저 방패에 겁먹어야 한다.
결국 딜도 탱도 네프티가 전부 다 해야 하지만,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는 멀쩡한 회복 수단이 별로 없다.
결국 네프티의 사각을 노리는 천사들만 살짝살짝 꺾어주고, 네프티가 전부 방패로 딜하는 방식으로 갔다.
방패의 색은 선명한 붉은색에서, 그 위에 검게 굳어가며 형언하기 어려운 색을 띄게 되었다. 거기에 구름 가운데에 악귀의 얼굴이 타고 오르는 것을 보니, 내가 봐도 무섭다.
【아아아아아아아!】
중위 천사 하나가 네프티를 향해 목소리를 올린다. 얼굴을 여자인데 체형은 남자인 천사. 즉 저 녀석은 혼자서 우리 둘을 매료시킬 수 있다.
허나.
【황실 혈통이…】
나는 당연히 저 정신 공격을 방어했고, 네프티도 별 문제 없어 보였다.
“괜찮나. 네프티.”
“네.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녀석의 말마따나 파티 상태창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상하다.
아무리 녀석의 별명이 ‘신념의 기사’라고는 해도, 천족의 정신지배는 궤가 다르다.
날개까지 제대로 달고 있는 녀석들의 정신지배를 피하는 방법은 크게 잡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로 강력한 정신 저항 스킬이나 아이템을 보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 황실 혈통.
이건 대천사장의 지배도 튕겨낼 거라 확신한다.
그 다음은….
“선배님. 저 녀석을 때리겠습니다!”
“음. 그러도록.”
네프티는 다시 한 번 【리프 체이스】로 천사에게 날아갔고, 방패를 옆으로 세워 그대로 녀석의 인중을…. 어으. 내가 봐도 아프겠네.
어떻게 구름으로 저렇게 아프게 때릴 수 있나 싶지만, 파괴불가 오브젝트로 인중을 연타한다고 생각하면 몸이 떨린다.
아무튼.
저항을 피하는 방법은 스킬 말고, 또 하나가 있는데….
“선배님! 전부 정리했어요!”
“고생 많았다.”
천족의 피를 뒤집어 쓴 방패를 양 손으로 내밀며 웃는 네프티.
뭐.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네프티의 방패나 제작하도록 할까.
***
제작 스킬을 최종단계까지 올려놓으면 좋은 점이 있다.
우선 제작물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장소를 크게 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천족의 피를 잔뜩 머금은 1T 소재면 제작을 돌리는 순간 초월급 방패가 나올 것이다.
내가 장착하는 게 아니라, 네프티의 마음에 맞춰서 제작하는 무구.
생각해보면 다른 녀석의 초월급 장비를 재료부터 구해 만들어준 건 이게 처음 아닌가.
검은 단검은 루디카를 위해 제작했다기 보단, 만들고 나니 루디카와 내가 같이 쓸 수 있었다에 가깝지. 이브도 양산형 지팡이고 말이야.
역시 파티 아이템은 탱커 먼저 맞춰주는 게 맞단 말이지.
“자 그럼. 네프티. 내가 제작하는 사이 어떤 방패를 만들고 싶은지 마음속으로 끝없이 생각해라.”
“네!”
그리 말하고, 녀석은 눈을 꼭 감았다.
【【천계의 구름】으로 장비를 제작하시겠습니까】
【제작자의 스킬 랭크는 (신화)로 확인되었습니다.】
【【1T】에서 초월한 재료입니다 품질 상승 보너스를 받습니다】
【다음 속성이 확정 계승됩니다. 【파괴 불가】 【초절 공포 : 천족】 【일정 확률 즉사 : 천족】 【강한 축복 저항】】
【파티원 중 ‘네프테리안’이 착용 가능합니다】
【제작시 ‘네프테리안’에게 귀속되며 방패에 고유명칭이 붙습니다.】
【(초월)급 방패가 제작됩니다】
【제작하시겠습니까?】
시스템창이 주르륵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그럼 만들겠다. 네 솔직한 진심을 떠올려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녀석은 양 손을 깍지끼고, 기도하듯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다.
【방패를 제작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초월급 방패를 제작한 보너스를 받습니다】
네프티와 나 사이에 방패가 놓였다.
아름다운 선홍색의 대방패. 무게는 무척이나 가볍고, 여러가지 성능이 붙었다.
파티 전체 체력 회복부터 시작해서 강제 광역 어그로, 어그로 성공시 받는 데미지 감소, 방패술로 공격시 상태이상 기절 부여 등.
성장할 여지가 무척이나 많이 남은 방패 치고는 훌륭하기 그지 없다.
허나.
나와 네프티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방패를…. 녀석도 보고 나도 보고 있을 방패의 이름을 주시했다.
【초월한 사랑의 대방패】
“…….”
“…….”
아니 어떻게 방패 이름이….
버그가 걸렸나? 아니 한 번도 제작명에 버그가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겪어 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이건 네프티의 신념과 마음이 담긴 이름이다.
내 신화 포식자가, 신화마저 먹어치우겠다는 의미를 담았던 것처럼 말이다.
“…….”
“…….”
동시에 떠오르는 것이 있다.
천족의 정신지배를 막는 방법.
그것은 나처럼 최고급 정신저항 스킬을 가지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하찮아요. 우리의 사랑에 끼어들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러나세요. 제 마음 속에는 그 분 뿐입니다. 오직 그 분만 사랑하고 따를 뿐입니다.
-사랑이 있는 한, 나 유즈나엘은 무적이다아아아!
-내 심연을 따라와 줄 사람은 그 아이뿐이란다. 우리의 사랑을 그런 얕은 장난질로 깰 수 있을 거 같니?
완전히 호감도 작업이 끝난 히로인이거나.
“…….”
“…….”
나는 네프티를 바라봤고.
녀석은 새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