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9)
008. 시급 8,720린 식사 제공 (1)
무릇. 게임의 등장인물이 되었다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는 법.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 나는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상태창.”
【울프람 폰 로엔그린】
【?T】
【스테이터스 :
근력 : 4
재주 : 6
체력 : 2
마력 : 3
의지 : 4】
【보유 스킬 :
황실 혈통.】
역시 게임 등장인물이라면 상태창은 국룰이지.
나는 천천히 나의 상태창을 뜯어봤다. ‘보통 사람’의 수치가 5라는 것을 감안 했을 때 울프람은 정말 ···정말 환상적인 버러지 스테이터스의 보유자다. 얘는 어떻게 제프린에 들어왔을까?
아무리 황자라도 그렇지, 제프린 교수진은 눈이 삔 것이 분명하다. 황가는 뭔 생각으로 이 새끼를 학생회장에 앉혔을까. 정도가 있는 거 아닐까.
시선을 내려서 보유 스킬을 보면 이게 또 환장한다. 그리 나쁜 스킬은 아니다. 그런데, 이거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스킬이다.
【황실 혈통 (1T) : 이 스킬의 소유자는 상대와 대화를 할 때 격이 떨어지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다. 동시에 상대와 자신의 ‘피의 품격’을 계산하여 상대가 품격이 낮다면 상태이상 ‘위압’을 높은 확률로 발동시킨다.】
제프린의 대부분의 랭크 분배는 티어로 나눈다.
9티어는 쓰레기고 1티어는 신이다.
이 스킬은 무려 1티어 스킬이지만 도저히 쓸 곳이 없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비장의 수단을 써보려고 한다.
내가 게임에 들어왔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보통, 이럴 때에는 나의 진짜 스테이터스나, 혹은 편집기. 그도 아니면 치트 툴이 있는 법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잖아?
이런 개 버러지같은 스테이터스를 주고 이 게임에 던지다니 사람이 어떻게 그렇겠어.
“신이 있다면, 나에게 분명 개꿀팁 하나를 줬을 거야.”
그러니까.
분명 있을거다. 나를 위한 나만의 팁. 나만의 개꿀 치트.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마법의 말을 입에 담았다.
“···소스코드 오픈.”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히든 스테이터스 오픈. 에디터 툴 가동. 크리에이트 모드 오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은 죽었다.
***
내가 이 게임의 고인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맨몸으로 몬스터랑 싸울 정도로 미친 놈은 아니다.
그래. 몬스터. 놀랍게도 제프린에는 몬스터가 있다. 그것도 꽤, 아니 엄청 많이 있다.
전에 말했듯. 학생들이 배움을 청하는 ‘학원구’ 말고는 대 자연. 화산도 있고 사막도 있고 바다도 있고 정글도 있다.
초대 황제가 만든 인공섬에 학원인데 왜 몬스터가 있냐고? 가져다 와서 식생을 이루게끔 했단다. 그 때 초대 재상이 황제한테 미티어를 꽂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황제는 제프린에서 배우는 아이들은, 이 뒤로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야하며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경우 그곳이 협곡이 될지 숲이 될지 화산지대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똑같은 환경과 실전적인 배움을 추구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냐면, 저기 사막지대 가면 블루 드래곤도 한 마리 있다. 진짜다.
뭐 아무튼 학원구는 당시 위대한 대 마도사인 초대 재상과 마신이라 불리는 황제의 방어 결계가 걸려 있다.
그러니까 대(對) 몬스터 전 커리큘럼을 듣지 않는다면, 이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몬스터를 만날 일은 없지만, 어디에나 괴짜는 있는 법.
몬스터를 만나기 위해 혹은 전투 경험을 쌓기 위해 학생들은 학원구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그 결과 일 년에 몇 명이 ‘불행하게도 실종되는 사고’를 겪기도 한다.
그리고, 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 역시 제프린 밖의 대 자연과 마주해야 할 시기가 왔다.
하지만 저 쓰레기 같은 능력치를 가지고 맨 몸으로 나가면 내일 이 시간 쯤에는 고블린들이 내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고 머리뼈는 투구 대신 쓰고 다니겠지.
그러니까 호위 용병을 구해야 한다.
그렇게 기사부를 찾았고, 담당 직원을 불렀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님이시군요. 의뢰는 무엇이시죠?”
“제8마법구 식료품점 사장의 명의로 왔다. 동부 숲 초반부를 호위해줄 기사부 학생을 찾고 있다.”
“······그러시군요.”
직원은 똥 씹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울프람 명의로 했으면 거절하려고 했지? 에베벱. 에베베벱 꼬우면 교칙에 따지시고요.
“비용은 알고 계시죠?”
“식사는 이쪽에서 지불하고 시간당 8,720린. 맞나.”
“···맞습니다. 위험 비용은 알고 계신가요?”
“하급 힐링 포션을 이쪽에서 지급하는 조건으로 대신 하겠다.”
“···그, 그으으윽. 알겠습니다.”
어머어머 얘 이 까득 무는거봐 그러다 이갈려서 임플란트한다. 나는 씩 웃고는 손을 내밀었다. 어서 내놓을 걸 내놓으라는 의미. 직원은 내 앞에 서류를 툭 던졌다.
“···그럼, 이 쪽이, 발주 가능, 기사부, 학생입니다.”
“그래. 확인하고 이름을 적어두겠다. 가서 일 보도록.”
나는 우아하게 명단을 확인했다. 직원에게 눈으로 에베벱 꼬우면 칼찌놓던가. 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자. 누가 내 호위가 될까.
‘기사부’는 마법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들어간다.
무구는 공짜겠는가, 그거 수리비는? 수련하다 해먹는 목검은? 헤진 운동복은? 다 돈이다.
물론 상회를 뒤에 업거나 귀족가면 그런 부담을 덜겠지만, 어렸을 때 부터 산에서 들에서 뛰놀다가 무재(武才)를 깨닫고 제프린에 어영부영 들어온 평민들이 마법부보다 많다.
그러니까 나는 그 안에서도, 특별히 믿을 수 있고 일도 잘 하는 노비 ···아니 기사부원을 한 명 찾을 생각이다.
사실 본인 이름 옆에 몇 학년. 뭐 할줄 암. 칼 뭐 씀. 정도만 적혀있는 명단이지만, 나는 이 게임의 고인물이고, 이내 내가 찾는 이름을 발견해냈다.
“얘가 여기에 있었네?”
믿을 수 없는 학생을 호위로 고용하면, 칼찌당하고 숲에서 불행한 실종을 당하겠지만, 이 이름은. 아니 이 이름 만큼은 믿을 수 있었다.
“네프티.”
본편에서도 수비력 하나만큼은 손에 꼽는 기사.
그리고 동시에, 제프린 어디를 가도 빼놓을 수 없는 흙수저의 여왕.
그녀의 이름이 내 눈에 들어왔다.
***
네프테리안. 약칭 네프티.
그녀의 특징이라면 흙수저. 그리고 평범함. 검술은 무난함. 방패술 보통. 마지막으로 또 흙수저.
내가 그녀를 호위역으로 삼겠다 지명하자 직원의 표정이 묘해졌다. 마치 비웃는 듯 한 웃음. 진짜 이런 애를 지명 할 겁니까? 이 기알못새끼. 라는 미소였다. 묘하게 꼴받네.
뭐 아무튼 알못은 저쪽이고, 내 부름에 곧 면접실 문이 열렸고, 검을 허리에 차고 경장비로 무장한 소녀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네프테리안입니다. 네프티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좋아. 와서 앉지.”
“아뇨. 그쪽 분 께서는 제 고용주가 되실 몸. 저는 서서 지시를 듣는 쪽이 편합니다.”
그녀의 신념 가득 찬 눈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녀는 설정상 집에 빚이 많다. 어머니 혼자서 동생 둘을 키운다.
그런데 그녀가 제프린에 왔으니 빚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듣기로는 ‘어머니가 우리 딸 코인 떡상각 보고 저점 풀시드 박는다!’ 하고 투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빚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제프린에서는 잠 들고 눈 뜨는 것 마저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대쪽같은 성격과 더러운 일에는 일절 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녀는 순수하게 용병 일로만 그 빚을 갚고 제프린의 생활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 때문에 이자만 겨우 갚는 상황.
아무튼 이 기사중의 기사인 소녀는 나를 보며 명령을 재촉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부 숲 초반부를 탐색 할 생각이다. 시급은 8,720린.”
“최저시급이군요.”
“불만인가?”
“아닙니다.”
“대신 부상을 입을 경우 하급 힐링 포션을 두 개 까지 이쪽에서 부담하겠다.”
“알겠습니다.”
···안 내키나보네.
“식사는 이쪽에서 부담하지. 나쁜 식사가 나가진 않을 거다.”
“좋습니다. 아주 훌륭합니다. 기사도에 맹세코 이 호위를 완전히 수행하겠습니다.”
“······.”
그러고보니 얘.
먹을게 없으면 잔디 뜯어서 송진에 무쳐먹는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에이 설마.
“카운트 앤 런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잡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걸 끊듯 네프티가 중요한 설정을 읊었다.
카운트 앤 런.
이것도 게임에서 꽤 중요한 설정이었다.
용병을 고용 할 때 횟수를 지정하고, 그 횟수만큼 몬스터를 만나면 용병이 ‘나는 이쯤에서 빠지겠습니다.’ 하고 집에 가버린다.
이 설정이 현실에도 있었구나. 이런건 또 게임이면서 현실적이네.
“5번. 몬스터 다섯 번을 만나면 그대로 퇴각한다. 대신 추가 카운트 1회당 5천린의 수고비를 내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대신 이쪽에서도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뭐지?”
“기사도에서 어긋나는 탐색일 경우, 저는 주저 없이 등을 돌리고 귀환하겠습니다.”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그녀는 나를 바라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울프람이고, 삼류 악당이니까 나쁜 짓이라도 하러 가나 싶었나.
“흥. 헛 소리 할 시간이 있으면 바로 출발하지. 시간이 아깝다.”
“예.”
***
우리는 느긋하게 동부 숲을 향했고 네프티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동부 숲은 레벨1부터 돌아다닐 수 있는 튜토리얼, 혹은 초보자 사냥터다.
주로 다람쥐와 토끼가 돌아다니고, 슬라임이나 강해봐야 미니 고블린 정도.
보스 몬스터가 있긴 한데 그거랑 만날 일은 없으니까 패스.
사실 엄청 안전한 곳이긴 하다.
하지만 울프람은 제프린이 뿌린 다람쥐에 맞아 죽을 수 있는 놈인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조우한 것은 슬라임이었다. 체력2의 울프람이 단검으로 찍어도 죽는 약한 놈이었다.
우리 앞에서 푸르르 몸을 떤 투명한 슬라임. 가운데 핵이 있고, 그걸 나뭇가지로 찍어도 죽는다.
“···만약 저걸 내가 잡아도 카운트로 치나?”
“네. 규정상 그렇습니다.”
음. 그러면 어쩔 수 없다.
“대신 시체는 내가 받는다. 괜찮지?”
“···예? 예에. 그러시죠. 그것도 규정이니까요.”
그리 말하며 네프티는 보유한 단검으로 슬라임을 푹 찍었고, 이내 흐물흐물 슬라임이 늘어졌다. 나는 그것을 받아 준비해 온 주머니에 담았다.
이후 우리는 느긋하게 제프린 안으로 들어갔다. 울프람은 체력이 없고, 네프티는 돈이 없으니까 시간을 오래 들여서 걸으면 서로 좋다.
물론 내 돈이 그만큼 빠지지만, 돈 없으면 이브한테 사탕이나 강매하면 될 일이다. 이브 녀석은 헤헤 하면서 웃겠지만, 그게 진짜 기분 나쁘고 보고 싶지 않지만···. 오빠의 유전자에 각인된 여동생에 대한 증오를 참고서 어떻게든 팔면 그만이다.
그렇게 산책 미만의 속도로, 아니 재활 훈련에 가까운 속도로 걸어나간 우리는, 겨우 목표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건?”
“빈즈의 정원이다. 모르나?”
“···아, 아뇨.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긴 대체 왜.”
“보면 모르나. 빈즈를 채취하러 왔다.”
“네? 황족이 직접요?”
빈즈의 정원.
말 그대로 형형 색색의 콩(Beans)가 나는 정원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강낭콩. 완두콩, 혹은 대두와는 또 다른 신비한 콩들이 자란다.
예를 들면 팝 빈즈. 입 안에 넣으면 톡톡 튀는 맛을 내는 콩이다. 여기에 설탕을 섞은 식용 슬라임을 코팅하면 젤리 팝 빈즈라는 간식이 된다.
그 외에도 각양각색의 효과를 가진 콩들이 자라고, 초반에 쏠쏠한 아이템 파밍처기도 하다.
내가 빈즈를 채취하고 있자, 뒤에서 네프티가 경악한 표정으로 이쪽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고래가 하늘을 날아도 저거보단 덜 놀라겠다.
“뭘 그리 바라보나. 호위에 집중해라.”
“네? 네!”
그리 말해도, 빈즈의 숲에는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건 제프린의 신입 생도 알고 있는 국룰이다.
“할 일이 없으면 빈즈 채취나 도와라.”
“그건 제 일이 아닙니다.”
“시급 1만린을 맞춰주지.”
“지금부터 제 일이 또 늘겠군요. 감사한 일입니다.”
태세전환 속도 보소.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빈즈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이봐.”
“네, 네?”
“아쿠아 빈즈는 채취할 때 다치게 하면 그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더 신중하게 채집해.”
“네, 네···.”
내 말에 네프티는 당황해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채집이 더욱 더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구니 두개를 통째로 채웠을 때. 나는 후우,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무거운 것을 드는 것도 아니고 자연에 나 있는 콩을 채집하는 것 뿐인데 이렇게 지치면 어떻게 하냐. 진짜 앞날이 걱정이다.
하지만 목표한 바는 대충 이뤘다.
“식사 시간이다.”
“네? 네!”
우리는 정원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내 준비해 온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흑빵···입니까.”
“불만인가?”
“······아닙니다.”
···아니 나쁜 식사가 아니라고 해서 기쁘게 따라왔는데 흑빵 주니까 째려보는거 봐.
야. 너 지금 단검 힐끗 보고 나 바라봤지. 임마.
“흠. 그렇다면 내 특별히 보여주도록 하지. 기뻐해라.”
“······?”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방금 땄던 빈즈를 물에 대충 헹구고는 가져온 수통에 세개의 빈즈를 밀어 넣고 으깼고 안에서 빈즈가 섞이면서 걸쭉하게 변했다.
“바닐라 빈즈. 밀크 빈즈. 버블 빈즈를 정량대로 섞어서 으깨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어? 어?”
수통에 들어갔던 빈즈 세 개가 섞여서 나온 것은 누가 봐도 훌륭한 휘핑 크림.
나는 그것을 스푼으로 푹 하고 크게 떠서, 네프티의 흑빵 위에 얹었다.
“먹어봐라.”
“······네.”
네프티는 내 명령에 따라 빵을 그대로 입에 밀어 넣었고, 이내 지금껏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모르긴 몰라도 헬렌 켈러가 물이라는 단어를 처음 깨달았을때도 저만큼 놀라진 않았을거다.
그 정도로 크게 떠진 눈. 세상의 개념 전체가 바뀐 표정.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나온다.
그렇게 맛있나? 내 빵 위에도 크림을 올려서 한 입 물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거 그거다.
빵은 좀 다르긴 한데 사립 초승달 크림빵 맛이다.
그 토끼 그려져 있는 편의점 크림빵.
유통기한이 짧은 편에 자주 찾지 않아 폐기로 자주 나오는 빵이지만 나는 자주 입에 가져다 대지는 않았다.
그냥 그런 맛.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호화스러운 맛인가보다.
아니면 쟤가 이상한거거나.
“이렇게 먹으면, 흑빵도 꽤 먹을만해지지.”
“······흑. 흐윽.”
네프티는 울먹이며 꾸역구역 빵을 입에 물어 넣었다. 나는 그녀에게 크림이 들어있는 수통과 스푼을 건넸고, 그녀는 그것을 소중하다는 듯 품에 끌어안았다.
이내 식사를 마치고, 네프티는 나를 바라보며, 머뭇거리다 물음을 던졌다.
“어, 어떻게 이런 조화를 아셨습니까?”
“생활의 지혜다. 맛 없는 빵이라고 해도, 자연의 은혜와 지혜가 맞물리면 이렇게 훌륭한 식사가 되는 법이다.”
“···아, 흑. 크윽. 그렇군요. 이런 지혜가. 이런 행복이 코 앞에 있었는데. 나는··· 나는······!”
네프티는 분하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는 바닥을 때리며 오열했다.
“크흑···. 잔디 송진 무침이 아니라, 이런 걸 먹을 수 있었는데, 나는···!”
“······.”
진짜였냐. 그 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