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965)
965. 사랑의 도피 2
천옥대비경.
솔직히 이게 어디에 있는 던전인지, 왜 이런게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짐작가는 건 있다.
이 세계를 본따 그 게임을 만든 놈은 하르크고. 녀석이 DLC든 인터뷰든 떡밥을 뿌렸다면, 다 의도가 있어서 만들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그 뒤에 메세지로 대화를 나눌 일이 있어서 한 번 물어봤다. 도절의 눈 평타 미티어 닌자도 다 기획한거냐고, 그러니까 ‘미친 놈아 그런 걸 왜 의도해!’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튼 루디카가 이끄는 여행길에 동행했다. 서부에서 시작한 열차의 레일은 중앙에도 이어졌지만 느긋한 도보여행이었다.
그리고 신혼여행…. 이라고 치기에는 꽤 험하고 긴 여행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
루디카와 내 속도로 전력으로 주파하면 더 쉬웠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던 것도 아니고, 목적지는 정해졌으니 천천히 다녀보자. 라는 말에 나도 수긍했다.
“생각해보니 둘이서만 여행을 떠나는 건 처음이네…. 그렇지?”
“그렇구나.”
처음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을 잡고 떠났던 여행은, 어느덧 두 달이 지나 있었다.
그 사이 우리는 남부에서 중앙으로, 그리고 중앙에서 북부로 향했다.
잠시 중앙을 들렸을 때 레지나를 만났고, 레지나의 눈이 반쯤 죽어서 ‘어째서 내가 아니라…. 안 돼. 나는 포기할 수 없어…. 나는…. 모든걸 멈춰서라도….’ 같은 소리를 중얼거렸다. 이 녀석. 괜찮나?
그렇게 두 달 후.
“드디어 도착했어!”
“음. 드디어 도착했구나.”
“이제 입구를 찾으면 되는 거야!”
“뭐라?”
천옥대비경은 들어오는 사람의 마력량으로 좌표값이 바뀐다고 한다. 그러니까 특수임무조가 대비경의 입구를 찾았다고 해도, 우리가 들어가는 순간 그 입구 위치가 북부 어딘가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북부에서 다시 세 달.
우리는 거의 반년을 보낸 결과 입구를 찾아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입구에는 초월의 미노타우르스가 우리를 내려보며 서 있었다.
【돌아가라. 이곳은 허락받은 이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
팔은 네 개. 각 팔마다 하나씩 무기를 들고 있다. 곤봉. 도끼. 철퇴. 거검. 좋네. 힘 있고 멋있어. 너 재능있네. 루디카와 나는 서로 마주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녀석은, 솔직히 너무 많이 만나봤다.
“초월. 그것도 강격계네. 아마 절대적중.”
“귀찮은 능력이군. 저 거구에 절대적중이라. 맞으면 나도 위험하겠어.”
“그러게. 정말 위험하겠는데.”
우리 둘은 마주보고 웃었다.
“어떻게 할 거야. 울프람?”
“글쎄다.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만….”
【돌아가라…. 말했다. 들리지 않는가!】
“싫다고 하면?”
【침입자는…. 배제한다!】
그거 멋지네.
내가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루디카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거대 황소놈의 명복을 빈다.
놈이 거검으로 루디카를 내려찍었다. 【절대 적중】의 초월은 루디카의 몸을 가르기 위해 내리 꽂혔다. 카가가가가가각! 소리가 난다. 금속의 파멸음.
【물러섰다면…. 죽지 않았을 것을….】
“글쎄. 아직 죽기에는 좀 이르지 않을까. 나는 신혼이라 조금 더 오래 살아야 하거든!”
황소의 눈이 크게 떠지고, 몸이 기우뚱 흔들린다. 그리고, 쿠우우우웅! 그 거체가 앞으로 넘어갔다.
【뭐…. 뭐라.】
“훌륭할 정도의 흘리기군. 볼 때 마다 반할 것 같다.”
“울프람은 어째 내 전투 능력만 인정하는 느낌이 들어….”
“그만큼 아름다웠다.”
“그건 고마운데…. 하아. 진짜 이 몸 때문인가….”
루디카가 한 일은 간단하다. 거검의 면을 검은 단검으로 긁으면서, 박아넣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검은 단검을 살짝 돌려 거검과 맞물린 후, 자신 쪽으로 당겨버린 것이다.
아무리 거구라고 해도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면, 그쪽으로 넘어트리는 데에는 조금의 힘이 필요할 뿐.
훌륭할 정도의 패링. 단검을 회수한 루디카는 검면을, 그리고 놈의 팔을 밟아 타고서, 콧잔등에 앉았다. 그리고 단검은, 정확하게 녀석의 미간 사이에서 멈췄다.
“저기. 너도 좀 강하긴 한데. 이 정도면 실력 차이를 알지 않았을까.”
루디카의 완력은 미노타우르스가 보기에는 같잖은 것이다.
허나 그것을 힘의 작용점 하나만으로 카운터를 치고, 눈 앞에 칼을 들이밀었다.
【그런 단검에….】
“저기.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서, 투사로서의 격을 떨어트리지 말자. 응?”
저 녀석도 초월종이라면 검은 단검이 얼마나 위험한 녀석인지 아주 잘 알 것이다.
모든 방어의 무시는, 투척하는 것 만으로도 눈부터 시작해 뇌를 헤집고 머리를 뚫고 나올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이곳을 지켜야 한다…. 위대하신 황제께서 맡긴 이 비경을…. 죽더라도. 지켜야 한다!】
“위대하신 황제?”
“위대하신?”
아.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된 거였어?
***
이후 메세지를 하나 넣었고, ‘아 거기? 알았어. 알았어. 관리인한테 비워두라고 할 테니까 마음껏 써’ 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드, 들어가십시오…. 어떻게, 내부 안내도 해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괜찮아.”
“음. 우리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네, 네…. 모쪼록 편안한 시간 되시길….】
그러니까 여기는, 하르크가 만든 일종의 보물함이라고 한다.
제국에 주기에는 좀 위험하고 그렇다고 제프린에 놓기에도 애매하거나, 특수한 녀석들을 보관해놓은 장소.
하르크한테 메세지를 보내니, 직접 하르크가 미노타우르스에게 메세지를 날렸고, 방금 전 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하려던 녀석이 대번에 고개를 숙이고는 문을 열어줬다. 이래서 사람들이 권력에 미치는구만 그래.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기 직전, 눈을 빛내는 루디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보니 루디카. 어째서 미노타우르스를 죽이지 않았지?”
“응?”
“네게 검을 겨눈 자를, 아무런 상처 없이 대화로 풀어가는 건 또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루디카는 내 말에 아…. 하고는 눈을 감고는 생각에 잠겼다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수줍게 말했다.
“신혼여행인데…. 굳이 피를 볼 거 없지 않을까…. 해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래. 그런가.”
“음…. 그런거지. 그런거야.”
그렇군.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이 녀석에게는, 이런 귀여운 일면이 있다니까.
***
그렇게 내부를 돌아보니, 말 그대로 보물고였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정말 제프린에 놓기도…. 제국에 주기도 애매한 것들이었다.
【사랑의 묘약】
【?】
【서로 기본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 그 호감을 증폭시켜주는 약입니다】
【이미지 체인지 툴】
【?】
【연애 대상의 외모를 자신의 이상적인 외모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자신의 눈에만 필터가 걸리는게 아니라, 누가 봐도 정말 변하니 취급에 주의를 요구합니다】
【이게…나? 물약】
【?】
【자신의 외모를 이상적인 자신으로 바꿔줍니다 영구 지속이니 사용시 주의】
【십등분의 연인】
【?】
【연인의 숫자를 24시간 10명으로 늘려줍니다. 전원 성격이나 개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연애 중심의, 정말 사용 용도가 한정적인 물약이 있는가 하면.
【완전한 해주 물약】
【?】
【자신에게 걸린 모든 주술을 초월의 힘으로 완전히 없었던 것으로 만듭니다 저주와 마법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부활기도신서】
【?】
【스킬 : 부활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원본되는 책입니다.】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스킬북이나 아이템들이 떨어져있다.
설원에서 들어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숲이다. 꽃들과 나무가 노래하는 듯 하고 꿀과 우유와 물이 삼 색으로 섞인 하천이 흐른다. 동물들도 하나같이 얌전하고 곱다. 바닥에는 돌 대신 드물지 않게 보석들이 보인다.
“아…. 찾았다. 울프람 이거!”
“뭐지?”
“자. 이제 됐어!”
루디카가 아이템 설명을 듣다가, 이내 하나의 아이템에 꽂혀 내게 내밀었다.
“이미지 체인지 툴?”
“응. 이게 있으면, 울프람이 원하는 대로 내 외모를 바꿀 수 있지?”
“…….”
“내가 직접 성장하는것도 좋지만, 울프람이 바라는대로 변하는게 더 낫지?”
루디카는 방긋 웃으며 나를 올려봤다.
후우….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나는 손날을 세워, 루디카의 이마를 툭 내려쳤다.
“으, 응? 왜?”
“루디카. 반대로 내가 내 나약한 몸에 자신이 없어서, 네게 이 툴을 준다고 하면… 너는 쓸 건가?”
“응?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지금 있는 그대로 울프람이 최곤데!”
“그렇지? 나도 똑같다.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다. 그러니까….”
“하지만, 울프람은 나한테 한 번도 손을 안 댔잖아? 그건 내가 부족해서 그런거 아냐?”
“…….”
루디카의 의심 어린 시선.
아니. 그러니까…. 그건 그런데.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거다. 걱정 말도록.”
“정말…. 해결해줄까?”
“그럴 거다. 나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말이다. 음. 일단 이건 어떨까.”
그렇게 내민 것은, 완전한 해주 물약.
“응? 이거…. 해주?”
“그래.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주술식의 강제 해방이다. 즉…. 루디카. 네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 그렇구나. 이걸 내가 마시면…. 이 몸도…. 가능성이 있나? 응. 있을거야…. 분명.”
“루디카?”
“울프람. 네가 바라는 대로 바뀌지는 않더라도…. 내가 바뀌는 건 찬성이야?”
“그건….”
음. 솔직히 찬성이다.
루디카는 곁에 있으면 편하고, 언제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지만, 이 녀석과 그 너머를 보고 싶어서 선택했으니 말이야.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좋아.”
“그런데 효과가 있나? 해주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이건 해주랑 다르잖아. 없던 것으로 만든다고 했잖아? 그러면…. 걸어볼 가능성은 충분해.”
“걸어본다?”
루디카는 해주 물약을 받아들고, 한 번 웃더니 그대로 마셨다.
그리고.
그대로 허리를 꺾으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으, 으?! 으으…. 흐, 아아?!”
“루디카. 괜찮나?!”
“괘, 괜찮아. 가, 감각이 갑자기 돌아…. 돌아와서. 윽?! 으…으으?!”
나는 눈 앞의 변화를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자라고 있다.
단발이었던 머리가 아름다운 회백색의 장발로, 작디 작았던 키가,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신장으로, 그에 따라 몸의 변화 또한 명확하게 드러났다.
다르다.
장담컨데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사람과도 다르다.
【황실 혈통이 발동합니다】
강제로 혈통이, 내 정신을 억누를 정도로 변한다.
“루, 루디카?”
“아, 으…. 으극…. 아, 아하…. 아하하. 어때. 괜찮아…?”
조용히 상체만 들어 올린 루디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잊고 있었다.
루디카는 신화시절 이래 ‘가장 완벽한 암살자’다.
즉. ‘가장 완벽한 육체’를 타고 태어났으며, 그 몸을 약물과 주술로 제어다. 그 결과 ‘암살의 최적화’는 성공했으나 결과적으로 성장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그 주술을 전부 털어버리고, ‘성장에 제한을 두지 않은’ 루디카는 어떨까.
그게 눈 앞에 있는 여성이었다.
살짝 우수에 찬 푸른 눈동자. 허리까지 내려오는 살랑거리는 회백발. 건강함이 가득찬 피부. 천 위로도 드러나는 아름다운 몸.
장담컨데, 지금까지 만나봤던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천천히 루디카의 볼에 손을 내밀었다.
“히….”
“미, 미안하구나. 갑작스럽게 건드렸다.”
“아,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지금은…. 그게. 감각이 익숙해지질 않아서, 조, 좀 많이 민감해서 그러니까. 싫은게 아니고….”
“그런…가.”
“아, 아니 이젠 괜찮아! 자, 자! 각오를 마쳤으니. 마음대로 해!”
그리 말하고 녀석이 눈을 꾹 감는다.
조용히 손을 내밀어, 녀석의 볼을 슬쩍 쓰다듬었다. 히! 하는 새된 비명이 울린다.
그 반응마저 귀엽다.
그렇군. 이게 완전히 해주되었을 때의 루디카 핫산 샤도우인가.
그래.
방금 전 루디카에게 멋들어지게 한 말은 취소다.
상남자마냥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다?’ 그거 다 헛소리다.
내가 얼마나 사람의 외모를 중시하는지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상남자인 척 해서 죄송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