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966)
966. 사랑의 도피 3
다음 날.
“좋은 아침이구나.”
“응. 좋은 아침.”
부스스한 얼굴로 깨어난 우리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는 어설프게 웃었다.
뭐 그 뒤로 더 진행되진 않았다. 아무리 얼굴이 예쁘고, 내가 놀랄 정도로 예뻐졌고, 그 이상으로 예뻐졌는데다가 결혼까지 했다고 해도,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는건 좀 그렇지.
“울프람 왜 그래?”
“아니, 아니다.”
그런데 진짜 이쁘다.
아냐. 그럴리가 없다.
내가 이렇게 얼굴에 휙 넘어가는 쉬운 남자일리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빤히 봐?”
“아니. 음…. 아니다.”
이 루디카는, 정말 다르다.
이건 그렇다. 일종의 착각이다. 어제까지 평범했던 친구가 갑자기 이뻐져서 놀랐을 뿐이다.
“으 우으으…. 아하하, 아니. 좀…. 바람이 차가워서, 피부에 뭔가가 닿는 기분은 이런 건가….”
“아 그렇군. 많이 민감해져 있다고 했지.”
“으, 응…. 민감하다고 하니까. 이상한데. 읏.”
바람이 부는 것 만으로도 몸을 덜덜 떠는 루디카.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내 겉옷을 벗어서, 이렇게 덮어주면.
“으햐아아?!”
“루디카?”
“가, 갑자기 뭐 하는거야?”
아. 그렇군 꽤 많이 놀랐겠다. 갑자기 옷을 덮어씌우면….
“아니 옷을 입고 있으면 바람에 닿을 때 마다 놀라진 않을 거 같아서 말이다.”
“아, 아하…. 그렇구나. 고마워. 그런데 말은 좀 해줘.”
“알겠다.”
루디카는 자기 몸보다는 좀 큰 내 외투를 덮어쓰고, 그 안에 팔을 집어 넣고, 손가락이 전부 빠져나오지 못한 소매를 흔들면서 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 하나까지 다 귀엽다. 큰일이다.
***
그 뒤.
서로 손만 마주 잡고 이 대비경의 데이트를 계속했다.
루디카는 꿀물의 냇가에 얼굴을 비춰보고, 자신의 얼굴을 조물거렸다. ‘내가 이렇게 생겼던가?’ 같은 표정도 지었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지금 얼굴이 그렇게 놀라운가?”
“응? 아…. 이게 루디카 샤도우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해서 말이야.”
“핫산이 빠졌군. 그렇구나…. 가주가 아닐 때의 루디카라.”
“응.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꺾지 않고, 가주의 시련에서 완승을 거두지 않고, 나 자신을 숨기고 살았으면…. 이렇게 됐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러고보니…. 지금의 능력치는 어떻지?”
“아…. 잠깐만, 이렇게 해서….”
루디카가 허공에 단검을 몇 번 긋고, 점프를 몇 번 한 후.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떻지?”
“재주가 줄었네. 수치로 치면 1 떨어졌어. 아하하…. 약해졌네…. 많이 약해졌구나….”
자신의 손아귀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는다.
“그렇게나 슬퍼할 일인가.”
“하지만…. 울프람은 내가 바로 옆에서 싸워 주는 걸, 가장 높게 평가한 거 아냐? 이래서야 옆에 설 수도 없겠는걸.”
그 말에, 나도 눈을 살짝 감았다.
너무나 깊은 말이 심장께에 박혔다.
***
그 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 먹먹하게 보냈다.
내가 루디카를 선택한 이유.
그건 정말, 이 세계를 헤쳐 나가기에 바로 옆에 설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해서였을까.
정말 그게 전부라서, 그 이유만으로 녀석을 선택했을까.
녀석과 처음 만나고, 점차 가까워지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지?
스스로를 반추하고, 되돌아보며, 하나 둘 답을 찾아가는 와중.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울프람? 자?”
“아니. 안 자고 있다.”
“그, 그렇구나. 그러면 그러니까…. 그게…. 낮에는 내가 말이 너무 심해서….”
“아니. 아니다. 거기서 확실하게 답을 하지 못한 나도 잘못이 크다.”
“아냐! 내가 괜히 변해서. 그러니까 이거…. 이걸.”
그리 말하고, 루디카는 어제 내게 내밀었던 물건을 다시 들고왔다.
이미지 체인지 툴.
그러니까 이건….
“루디카. 이걸 왜 내미는 거지.”
“이게 있으면,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잖아?”
“그러니까….”
“응. 이걸로 나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주면 되지 않을까. 자.”
그리 말하며 녀석은 이미지 체인지 툴을 내밀고, 눈을 꼭 감았다.
입에는 편안한 미소가 걸린게,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다.
원래대로 돌아가자. 없었던 일로 하자. 라고 말이다.
어쩔 수 없지.
나는 그 이미지 체인지 툴을 받아 들고, 그대로 새로로 세워서….
“읏?!”
녀석의 이마를 콩. 하고 때렸다.
충격은 없겠지만, 갑작스러운 감촉에 놀란 듯 하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 그러면…. 이 몸이 마음에 드는 거라면…. 그러니까 지금부터…. 밤을….”
“또 이마를 때리겠다.”
“금지! 재주로는 이제 내가 따라잡지 못하는데 일방적인 장난은 금지합니다!”
루디카가 양 팔로 X를 그리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마침 나도 내 진심을 전부 확인한 차다. 루디카. 잠깐 산책을 나가지 않겠나. 할 이야기가 있다.”
***
천옥대비경은 봄의 숲을 기반으로 기후가 설계되어 있지만, 봄의 숲은 생각보다 춥다.
녀석이 밤공기에 덜덜 떨자, 옷을…. 아니다. 그랬다간 또 뭐라고 하겠지. 태초의 루비를 켜서 주변 온도를 올리고 불을 비췄다.
“괜찮나.”
“으, 응… 많이 따듯해졌어. 고마워.”
손을 잡고, 조금 더 숲 안으로 향했다.
“어둡진 않나.”
“어, 어둡진 않은데…. 이런 곳에서는 조금…. 기, 긴장되는걸 하하….”
“이런 곳?”
“으, 응. 적어도 실내가 좋은데…. 아무리 그래도 너, 너무 과격하지 않아? 아, 아냐. 최대한 맞출게.”
“…….”
이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싶더니….
어쩔 수 없다. 이미지 체인지 툴을 세로로 세워서….
“폭력 반대!”
“그러면 이상한 소리나 하지 말도록.”
“네….”
한참을 걷다, 그것을 발견했다.
【사랑의 묘약】
【?】
【서로 기본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 그 호감을 증폭시켜주는 약입니다】
“이건…. 울프람?”
“사랑의 묘약이다. 먹은 사람이, 상대방에게 느끼는 호감을 증폭시켜주는 약이지.”
“그, 그걸 내게? 나한테는 별 의미가 없는데….”
“아니. 이걸 마시는 건 나다.”
“으, 응? 아니, 나는 그렇게까지….”
루디카의 반박을 듣지 않고, 사랑의 묘약을 마셨다.
그리고.
【히로인 루디카 핫산 샤도우에게 느끼는 호감도는 최대치입니다】
【물약의 효과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역시. 아무런 효과가 없군. 루디카. 네 눈으로, 네 감각으로 판단했을 때. 내가 바뀐 부분이 있나?”
“아…. 아니. 없어. 똑같아. 완전히 변한 부분이 없어. 심박수도, 호흡도, 맥박도 완전히 같아.”
“그래. 뭐. 요컨데…. 나는 이 이상 네가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거다. 그러니까 너는 괜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그렇…. 그렇구나….”
빈 병을 집어 던지고, 어깨를 으쓱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녀석을 앞에 두고, 으흠. 두어 번 기침을 했다.
“우선 이 이야기를 하마. 엄청나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제야 내 안에서도 답이 내려졌다. 느리고 둔한 나를 이해해다오.”
루디카 핫산 샤도우.
이 작고 생명력 넘치는 녀석에게 나는 마음의 빚이 있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다른 파티원 전원.
제각기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저마다 문제가 있던 녀석들이 저마다 성장해 옳은 길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름의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루디카는 어떨까.
손에 피를 묻히고 살아야 하는 삶. 영원히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저주. 암살가문 가주로서의 운명.
이 녀석에게는 다른 선택지를 고를 기회조차 없었다.
파티원의 고충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뭐가 파티 리더냐.
그래서. 아무튼.
이 녀석의 옆에 있고 싶다는 것은…. 루디카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가장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그래.
내가 루디카 핫산 샤도우를 선택하고, 이 녀석의 곁에 있겠다고 한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청춘이나 우정. 친구를 너머, 그 너머의 관계도 함께 걸어나가고 싶다.”
반드시 이 녀석을 행복하게 만들어서, 그 너머의 길도 함께 간다.
가장 말이 잘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연인. 그리고 부부까지.
언제나 웃으며 함께 걸어가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루디카 핫산 샤도우의 곁에 있는 것이다.
내 말을 들은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마음의 빚이라니…. 울프람이 그런 거 가질 필요 없는데…. 바보.”
“언제나 파티원이 최우선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 어떤 파티원보다 네가 최우선이다.”
“뭐야 그게…. 처음 대답을 들었을 때 보다 더 부끄러운데…. 아하. 하하하….”
“아무튼, 엉망진창인 말이고, 고백이지만…. 내 마음은 한결같다. 옆에 있어 가장 편한 친구. 그리고 연인. 그리고 부부. 평생을 함께 한다면…. 바로 옆에서 항상 웃어줄 네가 좋다. 네가 아니면 안 된다.”
한 쪽 무릎을 꿇고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거, 청혼이야?”
“한 사람에게 하는 두 번째 청혼이 되겠구나. 못난 인간이지만 받아주겠는가.”
“어쩔 수 없네…. 으흠. 루디카는 그런 울프람도 좋다!”
그 컨셉. 정말 오랜만에 보네.
진지하게 청혼할 때 그런 장난을 쳐 오는가….
하지만. 이런 장난이야말로, 우리 둘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로맨틱한 신혼여행은 한동안 끝나지 않았다.
***
타닥. 타닥.
타오르는 난로 앞.
사막의 냉기를 데워주는 그 온기 앞에, 조손이 있었다.
할머니는 흔들의자에 앉아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고, 손녀는 눈을 빛내면서 계속해서 물었다.
“할머니! 그래서요? 그래서 서부 모험이 어떻게 됐어요?”
“응? 몇 번이고 들려줬는데, 아직도 궁금해?”
“궁금해요!”
“그래…. 보자. 네 할아버지가….”
할머니라 불린 이가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찰나.
“어머니. 그 이상 하면 내일 지각해요. 자. 너도 내일부터는 제프린 생활이니까. 어서 자야지.”
“엄마 치사해!”
“후후. 이건 엄마 말이 맞구나, 가서 자야지? 제프린은 이야기로 듣는 것 보다….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게 더 즐거울거란다.”
“우…. 알겠어요. 안녕히주무세요!”
회백발에 푸른 눈을 한 손녀가 2층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딸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할머니를 노려봤다.
“정말. 엄마. 애 교육에 안 좋다니까요.”
“뭐. 그럴 수 있지 않니? 늙으면 손주 재롱이나 보는게 낙이란다.”
딸아이는 잔주름이 낀 얼굴을 찌푸리며, 깊게 한 숨을 내쉬었다.
“저기요! 세상 어떤 어머니가 딸보다 어려보여요?! 나도 요새 잔주름이 늘어나서 걱정인데 염장질러요?!”
“어머. 그럴 생각은 없었단다.”
회백발이 완전히 백발이 되었을 뿐. 잔주름 하나 없이 십대 후반 소녀의 외모를 간직한 할머니…. 루디카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여성이 봐도 매력적인 그 모습에 딸아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으으. 늙기 싫어어….”
“너도 서방이랑 세계여행이나 좀 다니고 하렴. 불로의 샘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지 어떻게 아니?”
“그이는 지금 제프린 출장중!! 엄마아! 염장질러요?!”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오래 핫산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라고 했니.”
“지금도 내가 엄마보다 약한데! 멋대로 져서 핫산 자리를 넘겨준거잖아요오!”
“어머. 그랬지. 참.”
일방적으로 화내는 딸과 웃어 넘기는 할머니…. 루디카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자. 그렇게 화내면 주름이 더 늘어난단다. 웃으렴.”
“하아….”
모녀의 싸움이 잦아들 무렵.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둘 다 화기애애하네.”
“아빠아아! 엄마가아아아!”
“이것 참. 루디카. 또 놀리고 있었어?”
처음 만났던 그 날과 변함 없는 얼굴. 날카로운 눈을 가진, 누구보다 자상한 사람.
수려하던 금발이 백발로 바뀐 것 빼고는, 노화가 정지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그 모습을 보며, 루디카 핫산…. 아니. 루디카 폰 로엔그린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피워올렸다.
“루디카는 모르는 일인데?”
“그래. 그래. 모르는 일이겠지. 그래서 또 무슨 일인데?”
“엄마가아아아!”
그렇게.
사막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가정에서 피어나는 웃음기 어린 대화는, 밤새 끊이지 않았다.
[루디카 편 끝.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