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986)
986. IF 2 : 레볼루숑 4
괜찮지 않을까요.
울다 지쳐 쓰러진 앨리스를 무릎 위에 눕혀놓고, 스피카는 생긋 웃었다.
“괜찮다고?”
“네. 중앙에서 견제가 들어올거라는건 예상하고 있었어요. 중앙은 서부의 발전도…. 변화도 꺼리니까요.”
“그런가. 뭐, 높으신 분들이란 그런 법이지.”
“어머나.”
스피카는 나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생각해보니 이 대륙에서 가장 높은 혈통을 가진건 나구나.
“내가 한 번이라도 권위를 앞세운 적이 있던가?”
“없죠. 오직 실력만으로 정점에 서신 오라버니니까 더욱 연모하는 거랍니다.”
“그거 고맙구나.”
녀석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었고, 미소로 마주했다.
“중앙의 견제라…. 역시 우리는 풍선 같은거니까요. 솔직히 강하게 들어오면 꽤 아플 거 같아요.”
“그렇구나. 풍선. 딱 어울리는 비유 아닌가.”
쫓겨난 황자와 가주가 되지 못한 어린 소녀.
이 둘의 조합으로 어떻게 중앙과 대처할 것인가.
“어떻게 할까요…. 이럴 때는…. 어찌해야.”
“방법은 여러가지 있다. 우선….”
나는 천천히, 어떻게 지금 상황을 타개할지 읊어갔고, 스피카의 얼굴에서 점차 핏기가 가셨다.
“어…. 그게…. 그러니까…. 괜찮을까요?”
“성공한다면 일으킬지도 모르지 않나. 혁명을 말이다.”
“아…!”
스피카의 눈에 순식간에 불길이 깃든다.
“분명 어려운 길이다. 그럼에도…. 둘이서라면 할 수 있다. 그리 생각하지 않나?”
“네, 네…. 할 수 있어요. 아뇨. 해내죠!”
***
그 뒤.
우리의 모험에 세 번째 멤버가 끼어들었다.
“저도, 함께 동행하고 싶습니다.”
“앨리스 마이스터…. 진심인가?”
앨리스 마이스터가 우리 여행에 동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녀석의 치료를 위해선 우리와 매일 함께하는게 맞긴 한데…. 그렇긴 한데 말이지.
“네.”
“나와 스피카는 약혼자 관계다. 그런 우리 둘의 여행에 끼어들겠다고?”
“외람되지만…. 네. 그렇습니다.”
“음….”
심지어 생각보다 완고하다. 눈치라는게 없나.
시선을 던져 아론다이트 백작을 바라봤다. 노인은 호방하게 웃어재꼈다.
“흐하하! 그래. 마음을 정했으니 어쩔 수 없구나. 그게 우리 마이스터 가문이지. 좋아. 내 허락하마!”
아니 뭘 허락한다는 거야.
앨리스는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겠다. 스피카. 스피카는 반대해 줄 것이다.
“어쩔 수 없네요…. 조금 이르긴 한데, 사정이 딱하니까요. 허나 알고 계시죠?”
“물론이에요.”
“그러면 저도 허락할게요.”
스피카마저 허가했다.
어째서? 대체 어째서?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음…. 정말 괜찮나.”
“네. 당신을 쓰러트릴 때 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대체 언제가 될지 모르겠군 그래.”
“그리 멀지 않을 거에요.”
앨리스는 고개를 꾸벅 숙였고, 스피카는 내 옆에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도 제가 정실이에요.”
“그야 당연하다만?”
“그러면 됐어요.”
나를 중심으로 한 세계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돌아가는 희안한 감정을 느끼며, 파티에 일행이 늘어났다.
***
스피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 앨리스가 끼어들었고, 그녀는 말하기보다는 듣고나서 생각을 정리하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대화시간은 이전과 별 다름 없이 흘러갔다.
그 외에는 아침에 열심히 대련해서 앨리스를 넝마로 만드는 것 정도가 일과에 추가된 것 정도.
“흐윽…. 흑…. 또 졌어…. 나무젓가락에 졌어….”
“자. 내일은 이길 수 있을 거에요.”
“스피카….”
그리고 쓰러진 앨리스가 스피카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그대로 엉엉 우는것도 일상에 추가되었다.
여행 와중 나와 스피카가 나누는 대화를 들은 앨리스는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 일수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꽤 민감한 이야기를 앨리스가 있는 곳에서 해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 녀석은 내가 팽하는 순간 목숨이 걸린 입장. 운명 공동체로 엮으면 된다.
“일단 대륙 일주는 할 생각이다. 그리고….”
“네. 중앙에서 우리를 압박한다면…. 우리는 오지와 험지를 엮어서 유통체계를 개편하고…. 소외되는 이들 끼리 묶는거죠.”
“음. 이 뒤로는 동부인가…. 농작물 소출이 풍족하면서도 중앙에서 소외되어 가난한 곳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거라면 제가 알고 있답니다. 휴양 차 동부도 가봤는데, 좋은 시골이 있었어요.”
우리의 대화를 조용히 듣던 앨리스가 드물게도 의견을 피력했다.
“어디지?”
“사브레 영지라고 합니다.”
“사브레 영지라….”
처음 듣는 영지인데.
어디 한 번 가볼까.
***
그렇게 동부 사브레 영지에 도착했다.
영주와 만나고, 후계자라 불리는 소녀와도 만났다.
분홍색 장발의, 상냥한 미소가 어울리는 소녀였다.
살짝 서글픈 미소를 짓는 특징을 지녔는데, 며칠간 머무르면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아…. 그럼 세 분은 제프린을 다니지 않으신건가요?”
“나 같은 경우는 자퇴. 아니 퇴학이다. 스피카와 앨리스는 입학하지 않았다.”
“아, 그렇군요. 저는…. 성적 부족으로 퇴학을 당한 터라….”
“제프린의 성적 지상 주의는 엄격하니 말이다.”
“제가 분위기를 어둡게 했네요. 그럼 협동사업 이야기를 계속 하실까요. 아버지께 말씀드려 전권을 받았으니, 저와 협의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거 좋군.
“그러면 우선 우리는 동부에 골렘을 대여해주고, 골렘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개간부터 수확까지 전부 특화된 골렘이 하는거지.”
“네. 그리고 저희는 임대비를 비롯, 싼 가격으로 농산물을 매입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정 분량을 비축 혹은 빈민가 구제에 쓰는 거죠.”
“맞다. 수치상 문제가 있나?”
“아뇨. 없습니다. 좋은 농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영지를 시험대로 쓰시는 이상 반드시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길 바랄 뿐이랍니다.”
“시험대라고 알고 있었나?”
“땅은 풍족하지만 몬스터가 많고, 개간해야 할 곳 투성이…. 목축업으로 겨우 먹고사는 가난한 영지에 골렘이라는 새로운 노동력이 투입된다는 건, 아름다운 자선이 아니라 바라시는게 있기 때문 아닐까. 감히 추측할뿐입니다.”
그리 말하며 소녀는 웃었다.
똑똑하네. 자기 영지가 어떤 위치인지 명확히 알고 있고, 우리가 왜 왔는지까지 고작 며칠만에 눈치챘다.
“호오. 그리고?”
“저희에 대한 지원이 무슨 이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중앙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외된 귀족가를 한 패로 끌어들이실 생각이 아닐까요.”
“거기까지 생각했으면, 우리의 투자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그녀는 흔들리는 일 없이 나를 바라봤다.
“사브레는 결국 중앙에 선을 댈 수 없는 약소 영지. 이대로 가 봐야 평생 발전할 수 없습니다. 과감한 투자를 천명해주셨으니, 저희는 가장 빠르게 다른 영지들 이상으로 협력하는 것으로 초기 협력자 위치를 공고히 다지고 싶을 뿐입니다.”
예의바르고, 똑똑하며 눈치도 빠른데 이정도의 배포가 있다.
이런 녀석이 능력이 없다고 퇴학시켜?
제프린도 못 써먹겠구만 그래.
***
북부에서 마이스터 가문과 협력해 중앙의 발언권을 가지고, 동부에서는 사브레 가문과 협력해 새로운 농법을 고안했다. 어마어마한 소출이 나올거고, 그러면 우리도 중앙에서 할 말이 생긴다.
그리고 끝으로, 우리는 남부를 향했고 가장 위험한 인물과 대면을 요청했다.
【단검】의 가주.
이 세상 다시 없을 재능을 가진 자.
암살의 신.
회백발의 소녀는 나와의 독대에 응했고, 내가 사연을 설명하자 씩 웃었다.
“빈민가의 구제. 그로 인한 중앙의 압박이라…. 으음. 그 녀석들이 할 만한 일이네.”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네가 하는 일은 옳아. 민생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농법을 시험하고, 세상을 좀 더 밝게 밝히는 거잖아?”
“좋게 평가해주니 고맙군. 다만 중앙 녀석들의 눈에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아 말이다. 어떤 수단을 동원할지 모르겠군.”
“어떤 수단…. 그렇구나. 가장 강한 무력. 황실의 주머니칼을 꺼내든다던가?”
“요인 암살 정도는 쉽지 않나.”
“으음…. 그렇지. 하지만 너는 죽일 수 없을 거 같은데? 내가 나서도 쉽지 않을 거 같아, 우리 가족들이 나서면 분명 모두 죽겠지.”
“호오.”
“그야 내가 더 빠르겠지만, 단검으로 철괴를 갈라낼 수는 없잖아. 그만한 속도를 내려면…. 나도 팔 하나가 부서질 각오는 해야지.”
소녀는 그리 말하고 방긋 웃었다.
과연. 전력 분석이 뛰어나다. 원작 기준으로도 최강이라 불릴 정도는 된다.
“서부와 남부는 서로 적대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해도 되겠나?”
“물을 것도 없지. 방금 말했잖아. 나는 네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한다니까? 우리 샤도우 일족은 옳은 일에 단검을 들지 않아.”
“…….”
다행이다.
솔직히 이 녀석과 내가 싸우면…. 내가 이기겠지만, 이 녀석이 암습을 통해 내 주위 사람들을 노린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어.”
“나도 공감이야.”
가볍게 주먹을 부딪쳤다.
남부도 우리 편으로 들어왔다.
***
그 뒤로, 다시 서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여행을 서둘렀고, 글래스 백작에게 여행 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했다.
“으음…. 이건 내 손을 떠난 문제군, 너무나 큰 문제입니다.”
“장인어른.”
“다만, 빈민을 구제하고, 농법을 개혁하는 등. 둘의 여행과 그 대의가 잘못되었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녀가 문제를 크게 친 바람에 저도 슬슬 사교계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
“슬슬 스피카와 황자님께 서부를 맡기고, 장녀의 오명과 중앙의 압박을 끌어안고 제가 물러나는 모양새가 되면, 매듭이 아름답게 지어지지 않겠습니까.”
“아빠…?”
“다음 가주는 너다. 스피카.”
글래스 백작은 그렇게 은퇴했다.
그 날 이후로 스피카와 내가 서부의 전면에 나섰다.
***
계획은 단순했으나, 그렇기에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중앙이 자기들끼리 물고 빠는 거대한 적폐집단이라면, 우리는 대륙 각지와 손을 잡고 유통을 개편해 세력을 불린다.’
‘우선 민생을 우선한다는 걸 천명해 명분을 우리가 틀어쥔다.’
‘우리를 압박하는 귀족들은 피도 눈물도 없으며 영지민을 착취하려는 쓰레기로 포장한다.’
‘결국 그 칼날은 황실에 닿겠지만, 나 또한 황실의 적통. 쉬이 압박하긴 힘들 것이다.’
그리고 끝내 황실도, 중앙도 우리를 용서하지 못한다고 칼을 뽑아든다면….
“가장 위력적인 남부를 우호로 돌려둔 상태로, 서부에 틀어박혀서 병사를 키워…. 황실을 점거. 내가 황제가 된다.”
“네. 그것이 로엔그린 레볼루션…. 우리의 혁명이죠.”
얼마 전 성인식과 동시에 결혼식을 올린 스피카가, 내 팔을 꼭 끌어안았다.
포위망이 거의 완성되고 있고, 우리와 손을 잡은 영지와 그렇지 않은 영지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앙에서도 흔들림이 생기고, 황실에 간언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지금 황실은 계승자 문제로 시끄러운 상태.
재미있게도 가장 뜨거운 칩은 바로 나였다. 민생을 우선시하는 위정자며, 무패의 전사라나.
그리고 내 바로 뒤를 잇는 칩이 바로, 오늘 황실 사절로 방문할 녀석.
제프린 졸업 이후. 계승 레이스 참전을 선언하며, 자신의 세력을 불리고 있는 마법의 천재.
문이 열리고, 녀석이 들어온다. 우리는 서로 마주봤다.
나는 웃었으며, 녀석은 이를 악 물었다. 그래. 우리가 즐겁게 대화를 나눌 상황은 아니지.
이 집의 장녀,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했던 복수는 ‘켈터스’에 영구한 장애를 남기는 것이었고, 이는 성공했다. 이브는 원래 있었어야 할 켈터스라는 오른팔이 잘려나간 셈이다.
앨리스 마이스터와 스피카 또한 게임 기준으로는 녀석의 조력자가 되어야 하나, 지금은 내 곁에 있다.
즉. 우정과 노력 속에 성장해야 할 녀석은, 원작보다는 모자란 독선가일 터.
그렇다면 요리하기는 쉽다.
내 곁에는 스피카가 있고, 앨리스가 있으며…. 남부는 우리 편이고, 비상하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동부의 영주가 있다.
이 어마어마한 격차 속.
먼저 입을 연 것은 녀석이었다.
“오래간만이네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대화를 위해. 지지선언을 요청을 위해 온 주제에 머리가 높구나. 인사는 그렇게 배웠나?”
“…….”
까득.
이를 악 물던 녀석이 이내 작게 고개를 숙였다. 보기 좋네.
“이야기를…시작하죠.”
“그래. 어디 한 번 입을 열어봐라. 재미있게 들어는 주도록 하마. 다만…. 혁명적이지 못하면, 내쫓을거다?”
우리의 혁명은, 이제 막 깃발을 올렸을 뿐이다.
[스피카 에피소드 끝,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