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991)
991. 전생했더니 권이었습니다 2
이브 폰 로엔그린과 아일라 트라이스타.
원래라면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 나도 어째서 플래그가 이렇게 떴는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예측할 수 있는 거라면, 어제 아일라의 투술.
이브 폰 로엔그린은 인재 욕심이 있으니까, 평소에는 허접한 삼류 악당처럼 취급했던 아일라의 각성한 모습은 꽤나 큰 인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아일라가 다과를 가져오고 이브는 고개를 갸웃했다. 명문 귀족가의 아가씨가 직접 다과를 준비하다니. 라고 생각한 건가.
“좋은 차네요.”
“입맛에 맞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서부 특산 차랍니다.”
“어머나….”
잠시 아가씨다운 스몰 토크가 이어지지만, 이브의 안광은 이런 대화에는 별 흥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아일라도 그 시선을 눈치채고는 내게 마음속으로 메세지를 남겼다.
-진. 이브 학생회장이 왜 저를 찾아온걸까요?
【어제 네가 켈터스를 화려하게 패버렸으니 말이다.】
-어머. 켈터스를 후원해주는게 이브 회장이었나요?
【아니 그런게 아닐 거다. 음…. 아마 궁금한거겠지.】
-궁금?
【뭐. 곧 본론을 꺼낼 거다. 지켜보도록.】
내가 그리 말해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나다를까 이브는 본론을 꺼내들었다.
“당신이 어제 보여준 전투 방식…. 굉장히 놀라웠어요. 권투사와 마법사를 합친 듯 한…. 마권사가 되나요?”
마권사는 조금 다른 직업이다. 전법도 다르다.
【흑수정으로 원거리도 견제하면서, 투로 내에 마력을 섞어서 후려치는 중거리 인파이트 메이지. 즉 배틀 메이지라고 하면 모를까…. 하여간 저 녀석도 아는게 없군 그래.】
“저는 권을 중심으로 배틀 메이지라고 이름을 붙였답니다.”
이 녀석. 남의 발언을 표절해가다니, 법무팀이 두렵지 않은 것이냐.
“어머나. 정말 멋지네요. 배틀 메이지라니 처음 보는 타입의 마법사네요.”
“사실 남들 앞에서 보여줄 정도의 숙련도를 갖췄다기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어제는 보여주셨죠. 이유가 있나요?”
“그건 제가…. 바뀌겠다고 결심했으니까요.”
“어머….”
이브는 몇 번이고 어머, 어머 하더니 이내 웃어버렸다.
저 미소는 본 적이 있다.
루트 해금의 미소. 즉 인재를 발견했을때의 미소다.
“자주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저도 마법의 길을 걷는 몸으로서…. 배울 부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이브는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아일라는 손을 내밀기 직전 내게 물었다.
-진….
【무조건 손을 잡아라.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이브 폰 로엔그린님.”
“편하게 이브라고 불러주세요.”
“네. 이브님.”
두 사람은 웃으며 우정을 이야기했다.
흠.
내가 알던 전개랑 완전히 다른데 말이지.
이게 어떻게 구르려나?
***
이런 전개는 본 적이 없다.
당연히 D/Z SAGA 본편은 켈터스의 영웅담.
이브와 켈터스가 한 편이 되고, 아일라를 퇴치하는 이야기였는데…. 켈터스가 개허접마냥 패하더니 이브가 아일라와 한 패를 먹었다.
‘여기선 제게 맞추세요. 아일라!’
‘흥. 당신이 저한테 맞추는 거에요!’
‘이 고집쟁이가….’
‘누가 할 말인데요!’
‘크하핫! 내부 분열인가? 역시 오합지졸이구나!’
‘아일라…. 저런 쓰레기가 멋대로 지껄이게 내버려 둘 건가요?’
‘그건 싫네요. 어쩔 수 없죠.’
‘이번만 한 팀으로 싸우도록 할까요!’
하면서 힘을 합치는거지.
음. 이거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콤비가 생겨났을지도 모르겠는걸요.
“그럴리가 없잖아요. 애당초 저와 이브 학생회장은 큰 연관이 없답니다.”
그러고보니 그건 또 그렇네.
그러면 진짜 아일라의 투로 때문에, 흥미 본위로 말을 건 걸까.
이브 본인이 아니고서야 풀 수 없는 이 물음의 대답은,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얼마 후.
이브 폰 로엔그린이 또 찾아와 난처하다는 듯 사연을 털어놓은 것이다.
“기숙사에 귀신이요?”
“예에. 이곳 글래스트해임에는 귀신 소동이 없죠?”
“그럼요. 그런 삿된 것에 겁을 먹다니….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후우. 제 눈 앞에 귀신이 나타나면 혼을 내줬을 거에요.”
“어머. 정말인가요? 그러면 부탁해도 될까요?”
“네?”
이브는 방긋 웃었고, 아일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뭐가 어떻게 구르나 했더니, 공용 기숙사의 유령 소동은 이렇게 구르는가.
-학생들을 위협에 빠트리는 귀신이라니…. 용서할 수 없네요. 회장님.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시켜주세요!
켈터스가 그리 한 말이 이브의 마음에 쏙 들었고, 이브는 그렇게 켈터스를 사건 진상 조사를 위해 보내게 된다.
이번에는 이브가 아일라에게 눈독을 들였으니…. 이게 이렇게 구르는가. 생각보다 흥미롭네.
“그러면 전권을 맡기겠어요. 도와줄 수 있을까요?”
“음…. 네. 해보죠 뭐.”
더 웃긴건,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본성은, 밝고 활기차며…. 남의 불행을 보고 못 지나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주인공 상이야.
【하지만 보수는 확실하게 부탁해라】
-진. 남을 돕는 일에 보수는….
【너 자신을 돕지 못하면 그건 본말전도다.】
-으, 음…. 네. 알겠어요. 하지만 돈에는 별 흥미가 없고….
【가끔 우울해 보이는 표정을 짓던데, 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면 어떻지?】
-네, 네?! 제가 가끔 우울해 보인다고요?
【음. 마음의 고민이 있다면, 이브에게 털어놓는것도 괜찮지 않겠나.】
-으, 으음…. 그럴까요.
“대신 이브님. 제가 받고 싶은게 있는데요.”
“어떤 건가요?”
“몬스터 퇴치의 특효법이나, 황실에서 몬스터를 퇴치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을까요?”
“네.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답니다.”
이브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들었다.
학생회에 돈이 없나?
***
이후.
아일라는 바로 채비를 갖춰 유령 소동이 일어날 기숙사로 향했다.
학생회가 사람을 물려주고, 아일라는 혼자 기숙사에 남았다.
“진짜 유령일까요?”
【진짜면 어떻고 가짜면 어떻지. 어차피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
“그것도 그렇네요.”
녀석은 어깨를 몇 번 흔들었다.
뭐, 아일라 트라이스타 수준이면 오버스펙이니까 얼마든지 잘 해결할 수 있을거다.
그보다 신경쓰이는게 있는데….
【몬스터 퇴치 이력은 왜 보려고 하는 거지?】
“아…. 음. 그렇네요. 그러니까….”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아 그게 아니라요. 가문의 치부 같은거라…. 그러고보니 제가 차고 있는 무기한테 꺼릴 건 없겠죠. 사실 저희 가문이 몬스터로 곯머리를 썩이고 있는데요. 그게….”
【음. 더 듣고 싶지만 조금 미뤄야겠구나.】
“네?”
유령님의 등장이시다.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소울하울. 영혼의 울부짖음이 울려퍼지고 움찔. 아일라의 몸이 떨린다. 저런걸 쓸 정도면 보통 놈은 아니다.
남자의 원혼. 문제는 그 힘이 무척이나 강력하다는 것.
이상하다. 1장 1막 보스는 잘 해봐야 대학원생의 원령인데…. 저렇게 강한 원혼이 나온다고?
‘잘못은 울프람이 저질렀는데, 나는 정의를 구현했을 뿐인데 왜 내가 처형당해야 하냐고!’
“울프람?”
아일라의 고개가 모로 꺾인다.
울프람…. 처형. 아하.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죽인놈인가보군. 처형 당했으나 원혼은 남아 구천을, 제프린을 떠도는가.】
“저 정도로 강한 원혼이면 일찍이 티가 나고 퇴치당해야 하지 않나요?”
【아니. 아일라. 너는 그 녀석의 약혼녀라고 하지 않았나. 아마 그런 연유 아닐까.】
“이름만 올려놓고 있는 약혼자를 보고 발작하다니…. 그 서류를 찢고 올 걸 그랬나봐요.”
아일라는 픽 웃고는 나를 패용한 뒤 주먹을 꽉 쥐었다.
등 뒤에는 두 개의 흑수정. 양 주먹에는 권갑.
‘너도 한 패지! 죽어어어어어어!’
“솔직히 이걸로 원망받으면 저도 많이 억울하거든요?!”
이후. 아일라는 유령과 격돌했다.
유령은 강해보이나 결코 강자는 아니었고, 아일라의 주먹은 유령의 옆구리르 강타.
허나.
쑤욱. 하고 아일라의 주먹이 유령의 몸에 꽂힌 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
【물리 무효인가. 최악의 상성이군.】
“윽. 으윽!”
주먹으로 안 된다면 마법으로, 아일라의 흑수정이 쏘아졌다.
하지만 아일라의 조준보다, 원혼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아, 안먹힌다고?”
【전황이 좋지 않군. 물러나겠나.】
“큭. 안돼요. 여기서 어떻게든 해결해서…. 몬스터 퇴치법을 들어야 한다고요!”
【그래. 그러면 건투를 빈다.】
“예!”
이후. 아일라는 쉴 새 없이 유령을 몰아쳤으나, 제대로 된 유효타는 줄 수 없었다.
주먹은 통하지 않고, 흑수정은 느리다. 단련됐다면 모를까 학년 초기의 아일라는 이정도인가…. 그리고 암울하지만 절망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아일라. 곧 밤이 찾아온다.】
“네?”
【그 말인 즉슨 원혼의 힘이….】
“자야 할 시간이잖아요….”
【?】
“어, 어떡하죠. 저는 8시에 무조건 잠드는 습관이 되어 있어서…. 지, 지금 정확히 몇시죠?”
【제대로는 모르겠다만…. 일곱시는 넘었을 것 같구나.】
“아….”
그리고.
밤이 되어 원혼이 강해진다는 두려움보다, 주먹이 통하지 않는다는 무력감보다 큰 절망이 얼굴에 드리워졌다.
아니.
진짜 자야한다고? 농담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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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정리해보자.
아일라는 8시가 되면 무조건 자야하는 습관이 들어 있으며, 이는 전투 중이라고 해도 지켜져야 하는 일종의 제약이라고 치자고.
하지만 상대가 유령인 이상 주먹도 창도 안 통한다.
【매지컬 펀치는 쓸 수 있나?】
“그게 뭔데요!”
【…….】
그것도 쓸 줄 모르는가…. 아니면 급해서 떠올리지 못하는 건가.
이대로 아일라가 당하게 둔다. 라…. 여기서 버려지면 이 녀석보다 좋은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이상한 녀석이긴 하지만….
【아일라.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네? 뭔데요?!”
【내가 너의 귀속장비가 되면 된다.】
“그게 뭔데요! 어떻게 하는 건데요?”
【나는 너 외에 어떤 사용자도 고르지 않고, 대신 너도 나를 버릴 수 없다. 그러면 내 진짜 힘이 해방되는 것 같군.】
평생.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전용장비로 살아간다.
나는 그 선택을 받아들였다. 너는 어떻지?
“그런 당연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방법을 알려줘요!”
【하하. 알겠다.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파트너.】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전용장비로 변합니다.】
【권갑 영진이 아일라를 주인으로 택했습니다.】
【특수 스킬. 천하반역의 권이 발동합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의 힘에 따라,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권이 모든것의 속성. 방어. 특성을 무시하고 절대 적중합니다.】
“이 힘은….”
【자. 아일라. 내 이름을 외쳐라. 지금이다.】
“진! 반역권!”
흐읍. 하고 오른 주먹을 뒤로 뺀다.
이후 내딛는 디딤발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고, 발목부터 시작해 강렬한 회전을 걸어 끝내 내질러졌다.
콰과가가가가가가각
내질러진 권풍은 기숙사 벽을 갈랐고, 그 사이에 있던 유령의 몸에 거대한 구멍을 냈다.
“이 힘…. 이게 나의 힘. 진이 준 힘….”
아일라는 주먹, 즉 나를 꼭 끌어안고 웃었다.
【훌륭하구나. 네 주먹중 가장 완벽했다.】
“지켜보세요. 완벽을 넘어서서 초월을 보여드릴테니까요.”
【기대하고 있으마. 파트너.】
“후후. 네!”
이것이.
이후 반역의 권성과 말하는 권갑이라 불리는 아일라 트라이스타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
“같은 스토리도 나올 수 있었다니까?”
“지랄하지마라. 하르크. 오래간만에 술이라도 마시자고 해서 왔더니 그런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내뱉는다고? 술 맛 떨어지지 않나.”
“아니 잘 들어보라니까. 울프람. 아니 슈퍼 영진님. 너를 부르는 거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아서, 울프람의 몸에 제대로 들어간 거 자체가 기적이라니까? 진짜 잘못했으면 권갑이 됐을 수도 있어. 아니면 퇴학당했던가 스탯이 꼬였다던가…. 뭐든 다 있을 수 있다니까?”
“그러니까 제대로 만나게 해준 것에 감사하라는 이야기인가?”
“아니 그건 아니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고, 너와 아일라는 권갑과 주인이라고 할지언정, 무조건 만나게 될 운명이라는 거지.”
“…….”
“그게 운명력이라는 거야. 어떤 형태든, 어떤 관계든 만나게 되어 있거든.”
“그건…. 다행이군.”
“그리고 이브도 그에 준할 정도로 너와 운명으로 묶여있는거 알아?”
“술 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마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