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45)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45화(145/251)
145화 좋구나
차에서 장비를 꺼내던 강현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김 씨 아저씨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천막은 혼자 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역시나 이장과 다른 어르신들이 돕고 있지만 만만치가 않았다.
“정우 씨.”
강현의 부름에 한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트럭으로 가서 짐을 내리는 걸 도와줬다.
“아니, 도와주지 말라니깐.”
“저쪽에서도 제가 할 게 없어요.”
“그래? 그러면.”
김 씨 아저씨가 헛기침했다.
강현은 그런 그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한정우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강현이 가진 장비들은 초보자가 쉽게 다룰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방식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금방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가르치면서 하는 것보단 직접 하는 게 빨랐다.
그때, 강현의 눈에 상후와 미영이가 들어왔다.
어른들이 분주해지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둘은 삼촌 좀 도와줄래? 이거 열어서 옆에다 쌓아 놓으면 돼.”
강현은 미리 사 온 장작을 건넸다. 이곳은 이세계가 아니었다.
함부로 나무를 벨 수 없었다.
강현의 말에 상후와 미영이의 표정이 환해졌다.
“예!”
“예.”
씩씩하게 대답하는 둘을 보며 강현이 미소 지었다.
사실 미리 풀 필요는 없었다.
태우면서 조금씩 해도 충분했다.
‘그래도 미리 해 놓으면 편하니.’
강현은 장작을 정리하는 아이들을 놔두고 타프를 꺼냈다.
타프를 펼치고 팩을 박은 후, 차례대로 폴대를 세웠다.
햇빛이 아니라 눈을 막아 주는 역할이었다.
팽팽하게 당겨 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무너지지 않겠네.’
팩도 깊게 박았다.
순식간에 완성된 타프를 본 아이들이 감탄했다.
“우와.”
“엄청 커….”
아이들의 감탄에 강현이 웃음을 흘렸다. 강현이 가지고 있는 타프 중에 가장 큰 타프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피가 커서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 타프.
실제로 써 본 적은 두 번뿐이었다.
‘이럴 때 써야지.’
타프가 눈을 막아 주자 여유가 생겼다.
강현은 쉘터를 펼쳤다.
넷이 자도 충분한 공간.
강현은 바로 그라운드 시트를 깔았다.
바닥 공사.
시트를 깔자 삼 분의 일 정도가 부족했다.
하지만 일부러 맞춘 것이었다.
‘난로를 넣어야 하니깐.’
고개를 끄덕인 강현은 시트 위에 발포 매트를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자충 매트를 한 장 더.
그리고 담요와 이불을 올리면 끝.
이걸로 바닥은 충분했다.
담요 위에 손을 얹어본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냉기가 올라오고 있지 않았다.
이제 난로를 피면 따뜻할 거다.
‘굳이 전기장판이 필요하지 않지.’
게다가 강현에게 비상수단이 있었다.
강현이 힐끗 아래를 보았다. 그러자 주머니 안에 있는 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토리야말로 걸어 다니는 핫팩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잠자리가 세팅되자 슬그머니 걸음을 옮기는 이가 있었다.
“설기야, 잠깐…!”
강현이 부르기도 전에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설기.
그 모습에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물기라도 닦고 가지.”
방금까지 눈을 맞고 있어서 젖은 채였다.
강현의 눈을 흘기자 설기가 해맑게 웃었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런 표정.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강현이 주머니에 있는 토리를 내려놨다.
설기를 따라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토리.
토리가 곁에 있으면 이불도 마를 거다.
강현은 쉘터의 창문을 조금씩 열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토리가 몸을 떨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로를 피우려면 환기가 필요했다.
‘난로를 피우면 따뜻해질 테니깐.’
그리고 매장에서 쓰려고 했던 난로까지 놓으니 그럴싸하게 변했다.
강현은 난로에 기름을 부었다.
“심지가 젖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지?”
사장님께서 기름을 넣고 2, 30분 있다가 켜라고 했었다.
같이 간 경보기까지 설치하고 밖으로 나오자 상후와 미영이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리 끝났어?”
“예!”
“네!”
어서 다음 일을 달라는 것이었다.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마땅히 시킬 만한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둘을 실망하게 할 순 없었다.
그때, 강현의 머리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럼 안에서 설기 좀 봐줄래? 난 일을 해야 해서.”
“예, 알겠어요!”
활짝 웃으며 쉘터 안으로 들어가는 둘.
말이 봐주는 것이지, 설기랑 놀고 있으란 뜻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들어가자 강현은 시선을 돌렸다.
저쪽도 천막이 세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닐이랑 바닥 작업을 하려면 한참 남았다. 땀을 흘리면서 눈을 맞는 어른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빨리하고 도와줘야겠네.’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나머지 장비를 꺼냈다.
테이블과 의자. 강현이 가져온 장비로는 개수가 부족했지만, 김 씨 아저씨가 따로 챙겨 온 게 있었다.
플라스틱 의자.
마을 회관에서 쓰던 것이었다.
화목난로와 조명까지 설치하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화목난로의 연통이 타프에 닿지 않게 잘 조정했다.
타프가 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현이 땀을 훔쳤다.
“역시 힘들긴 힘드네.”
강현도 이 정도의 장비를 전부 꺼낸 적은 처음이었다.
캠핑에 익숙하지 않았다면 반나절은 걸렸을 거다.
곧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어르신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와드릴게요.”
“끝났어요?”
강현의 말에 한정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잠깐 사이에 오 년은 늙어 보이는 한정우.
“예.”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나서려는 찰나. 이장이 입을 열었다.
“안 도와줘도 돼.”
“예?”
“안 도와줘도 된다구. 이 정도는 우리끼리도 할 수 있어.”
이장의 눈빛이 진지했다.
“맞네. 늙었다지만, 이 정도도 못할 정도는 아니야.”
정기훈 작가였다. 황대길과 이정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죽지 않았어.”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이상한 곳에서 오기가 발동한 모양이었다.
천막을 노려보는 넷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일생의 대적이라도 만난 모습.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옷이 펄럭였다.
옆에 있던 김 씨 아저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되었으니 쉬고 있어.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예.”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한정우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연인을 보듯 아련한 눈빛.
그러나 강현이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강현은 한정우의 시선을 외면하고 타프 안으로 들어왔다.
눈 때문에 날씨가 차긴 했지만, 다행히 바람은 많이 불지 않았다.
강현은 천막과 쉘터를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을 피워 놔야겠네.’
일 끝나고 쉴 수 있게.
그것이 강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점심.’
벌써 점심시간이 지났다.
다들 배가 고플 거다.
“좋았어.”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움직였다.
* * *
화목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웠다.
연통을 타고 올라가는 연기.
“따뜻해.”
어느새 쉘터 밖으로 나온 상후가 중얼거렸다. 상후뿐만이 아니라 미영이와 설기도 보였다.
그리고 정작 토리는….
강현은 유리관 너머로 보이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들어간 거야.’
타오르는 장작 사이로 누워 있는 보였다. 잿가루가 흩날렸지만 개의치 않는 기색.
오히려 사우나에 온 것처럼 노곤한 표정으로 쉬고 있었다.
피식, 웃은 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작은 이걸로 충분했다.
다음으로 꺼낸 건 오븐 그릇에 담긴 피자였다.
“피자!”
아이들의 눈이 빛났다.
강현은 오븐 그릇을 화목난로 아래에 넣었다.
작은 공간.
오븐 그릇 크기와 딱 맞았다.
강현이 이 난로를 택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작은 오븐이나 다름이 없어.’
피자도 넉넉하게 가져왔다.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기에 굽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이런 게 냉동 피자지.’
곧 치즈와 빵이 익으면서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서 난로 위에 냄비를 올렸다.
굳이 스토브를 켤 필요도 없었다. 난로 자체가 주방 도구였다.
‘역시 추울 때는 이거지.’
멸치 육수를 붓고 간장으로 간을 한다.
썰어 놓은 무와 양파 조각, 대파를 넣었다.
금세 끓어오르는 물.
강현은 숟가락을 들어서 간을 봤다.
“음.”
살짝 밋밋한 맛.
그러나 이걸로 충분했다.
거기다가 한정우가 아침부터 하나하나 꼬치에 낀 어묵을 넣어 줬다.
어묵이 익으면서 부족한 간을 채워 줄 거다.
강현은 고개를 돌려 상후와 미영이를 보았다.
“둘 다 매운 건 먹을 수 있어?”
“저 잘 먹어요!”
상후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그러자 미영이도 수줍게 입을 열었다.
“저, 저도 너무 맵지 않으면요.”
그러나 목소리에 자신이 없었다.
“라면은?”
강현의 물음에 붕붕, 하고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라면 좋아해요!”
미영이의 대답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강현은 가져온 고추 하나를 썰어서 어묵탕에 넣었다.
살짝 매콤한 느낌만 나게.
간을 본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운 맛.
고개를 돌리자 천막과 비닐 설치가 끝나고 바닥을 정리하는 어른들이 보였다.
은박 발포지뿐만 아니라 파워뱅크에 전기장판까지.
하룻밤 사이에 준비한 것 치고는 놀라웠다.
‘조금 과하긴 하지만.’
대단한 일이었다.
강현은 난로 아래에 넣은 피자를 꺼냈다. 잘 구워진 피자.
새로운 피자를 넣고는 상후를 돌아보았다.
“어른들께 식사하자고 말해 줄래?”
이미 급한 건 끝났다. 잠깐 쉬고 나서 해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한정우의 표정을 보니 휴식이 절실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가면 역효과겠지.’
아까 한 말도 있으니 중간에 멈추기 민망할 거다.
이럴 때는 아이들에게 맡기는 게 제일이었다.
“예!”
환하게 웃은 상후가 천막 쪽으로 뛰어갔다. 잠시 망설이던 미영이도 상후를 따라서 뛰어갔다.
새롭게 쌓인 눈 위에 작은 발자국 두 개가 찍혔다.
그리고 상후가 천막을 번쩍 열었다.
“이장 할아버지! 아저씨! 밥 먹고 하래요!”
상후의 말에 어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슬쩍 이쪽을 보는 넷.
곧 이장이 헛기침했다.
“사, 상후가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나.”
“벌써 기간이 이렇게 되었군.”
정기훈 작가도 말을 거들었다.
그러자 김 씨 아저씨와 한정우의 표정도 밝아졌다. 내심 쉬고 싶었던 것이었다.
“빨리요!”
눈치 빠른 상후답게 이장의 손을 붙잡고 이끌었다.
그러자 이장이 못 이기는 척 상후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어쩔 수 없구먼.”
“그렇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게 아닌가.”
다른 이들도 그런 이장을 따라서 타프로 건너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몸 좀 녹이세요.”
강현은 그런 그들에게 웃으며 컵을 건넸다.
컵 안에는 따끈따끈한 어묵탕의 국물이 들어 있었다.
어묵탕을 마신 이들의 표정이 나른해졌다.
“좋구먼.”
황대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난로 위에 있던 어묵탕을 테이블로 옮겼다.
‘조금 불긴 했지만.’
불린 어묵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어묵탕과 피자를 본 김 씨 아저씨가 감탄했다.
“어휴, 진수성찬이네. 나도 먹어도 되는 건가?”
“예. 드셔도 돼요.”
말만 그리할 뿐 대답을 듣기 전에 이미 손을 뻗고 있었다.
강현도 웃으며 피자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갔다.
바삭한 식감. 오븐에 구웠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설기도 이미 먹느라 바빴다. 그리고 토리는 화목난로를 즐기느라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강현은 굳이 쉬고 있는 토리를 꺼내지 않았다.
타닥, 타닥.
화목난로 안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 사이로 하얗게 올라가는 연기.
강현의 입꼬리도 같이 올라갔다.
‘좋구나.’
겨울도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