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48)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48화(148/251)
148화 오늘 안에는 말이야
이세계로 넘어가자마자 작은 귀가 보였다.
쫑긋.
그와 함께 흔들리는 꼬리.
익숙한 모습에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관심 없는 척 몸을 돌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모나였다.
‘기다리고 있었나 보네.’
강현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찾았다.
행동과 달리 연신 쫑긋거리는 귀와 꼬리는 숨길 수 없었다.
이쪽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이었다.
“컹!”
설기가 반가움에 짖자 그제야 이쪽을 발견했다는 듯이 느릿느릿 몸을 돌리는 모나.
그래도 전보다 기분이 많이 풀린 모습이었다.
강현은 모나의 옆으로 걸어갔다.
움찔움찔.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귀가 떨려 왔다.
모나의 옆에 쭈그려 앉는 강현. 모나가 그런 강현을 힐끗거렸다.
“밥 먹으러 갈 건데, 갈래?”
손을 뻗는 강현.
모나는 그런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앞뒤로 흔들리는 다리. 그에 맞춰서 꼬리도 좌우로 흔들렸다.
빵빵하게 부푼 양 볼.
무심코 손가락을 찌르고 싶어질 정도였다.
강현은 파스타를 입안에 쑤셔 넣는 모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도 기분은 다 풀렸나 보네.’
다행이었다.
그리고 밑에는 설기가 그릇을 핥아먹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입가에 묻은 크림소스의 흔적.
강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많이 먹어.”
“컹!”
다시 먹기 시작한 설기. 아침을 먹고 왔음에도 식욕이 줄지 않았다. 강현은 설기의 옆에 있는 토리를 들어서 무릎 위에 올렸다.
배부른지 바닥에 누워있던 토리는 당황하다가 강현을 얼굴을 확인하더니 다시 드러누웠다.
강현은 그런 토리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복슬복슬한 촉감.
‘…이거 중독될 것 같네.’
하루 내내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토리도 강현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사지라도 받는 것처럼 노곤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던 강현의 손이 멈췄다.
무언가를 봤기 때문이었다. 토리와 설기도 자연스레 고개를 들었다.
하늘 높이 날고 있는 새 한 마리.
아니, 정령이었다.
* * *
“다행이네요. 어제 숲에 안 계시길래 이번에는 쉬시는 줄 알았어요.”
에밀리야가 강현을 보며 살포시 웃었다.
햇살만큼이나 눈 부신 미소.
‘이제는 적응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강현도 놀랄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마음이 드는 건 아니었다.
‘너무 비현실적이니깐.’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는 기분이었다.
곧 강현은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말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라고?’
어제도 찾았다는 뜻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린 강현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강현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해 드릴 말이 있어서요. 으음, 말보다는 초대라고 해야겠네요.”
초대? 더더욱 알 수 없었다.
그런 강현을 본 에밀리야가 싱그럽게 웃었다.
“이번에 저희 마을에서 성인식이 열려요. 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 같은 거죠.”
에밀리야의 말에 강현의 눈이 커졌다.
그제야 이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여러분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여러분들이라면….”
“예. 강현 씨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요.”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의 마을.
하지만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궁금하긴 했는데.’
강현이 망설이는 이유를 안 에밀리야가 입을 열었다.
“물론, 제가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올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랬다면 진작에 여러분들을 초대했을 테니깐요. 이번 초대는 마을의 장로 회의에서 결정된 거예요.”
“아….”
“장로분들도 여러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단순히 궁금증 때문만은 아닐 거다.
인간과 수인은 이미 교류를 시작했다. 작은 것부터 하나둘 시작해서 서서히 품목을 늘려 가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인간과 수인끼리 따로 만났다고도 했지.’
이제는 강현이 없어도 잘 굴러가고 있었다.
당연히 요정으로서도 신경이 쓰일 거다.
“그게 언제인가요?”
강현의 물음에 에밀리야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강현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음 주예요. 사실 며칠 뒤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장로 회의에서 이번 일이 갑자기 결정되는 바람에 조금 늦춘 거예요.”
일행들 때문에 날짜를 바꿨단 소리였다.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그러자 에밀리야가 황급히 말을 꺼냈다.
“거절하셔도 돼요. 갑자기 정해진 거라서.”
그러나 표정은 강현이 거절할까 봐 조마조마해 보였다.
강현이 인간과 수인 마을만 다녀간 게 신경 쓰였던 것이었다.
그걸 알아챈 강현이 웃음을 삼켰다.
“아뇨. 갈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시기로 했나요?”
강현의 말에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란돌프 씨에게 전했는데, 란돌프 씨는 일이 있어서 힘들 것 같다고 하셨고, 로멘 님께서는 무조건 오시겠다고 하셨어요.”
무조건이라고 말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에 강현은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긴, 로멘 님이라면 절대로 안 빠지겠지.’
요정의 마을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다. 놓치고 싶진 않을 거다.
“그리고 노아 씨나 하만 씨는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에밀리야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과 달리 언제 숲에 올지 몰랐다.
강현의 시선이 모나에게 향했다.
“이따 모나를 데리러 올 테니 제가 대신 전달할까요?”
“아, 그래 주시겠어요?”
에밀리야의 표정이 환해졌다.
“안 그래도 성인식의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요.”
그 와중에 강현까지 찾으러 나온 것이었다.
“예. 맡겨 주세요.”
강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다시 미소 지었다.
“강현 씨를 만나서 다행이네요. 그럼 전 가 볼게요.”
그렇게 인사를 나눈 그녀가 떠나갔다.
평소와 다르게 다급한 모습. 그러나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곧 축제라고 하지 않았던가. 해야 할 일이 많을 거다.
강현은 떠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설기와 눈이 마주쳤다.
헥헥.
혀를 내밀고 있는 설기. 설기의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더 달라고?”
“컹!”
그렇게 먹고도 더 먹는다는 소리인가.
강현은 실소를 흘렸다. 모나조차 다 먹고는 풀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었다.
‘그래도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준 건가.’
큰 발전이었다.
피식, 웃은 강현은 음식을 떴다.
* * *
식사를 마친 강현은 캠핑 의자에 몸을 기댔다.
릴렉스 체어.
야영할 때는 부피와 무게 때문에 잘 안 쓰지만, 이렇게 당일로 다녀올 때는 나쁘지 않았다.
‘텐트를 챙길 필요도 없으니.’
게다가 나무 그늘 덕분에 타프도 챙기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는 강현.
그런 강현 무릎 위에는 토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설기와 모나는.
“끼야야야야!”
“그르르르르.”
바닥을 구르는 둘을 보며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지끈. 둘이 있는 방향에서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외면했다.
이미 둘 주변의 숲이 엉망이었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전보다 거칠었다.
한국이었다면 경찰서에 끌려가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저게 놀이라고?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평화롭네.”
호로록.
오늘따라 커피가 썼다.
* * *
모나를 데리러 온 노아는 이야기를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요정 마을이라….”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다음 주는 안 되겠군.”
“일이 있으세요?”
“일정이 있다. 전사장끼리 서열을 가리는 자리지.”
담담한 말로 엄청난 소리를 했다.
“안 그래도 그쪽을 초대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었어.”
“예?”
“전사장들의 서열전은 선택받은 전사들만 볼 수 있지. 하지만 내 재량으로 한 명 정도는 추가할 수 있어. 본다면 좋은 경험이 될 거다.”
노아의 말에 강현이 헛웃음을 삼켰다.
차라리 요정의 축제가 나았다.
“요정의 전사들이 궁금하긴 하지만….”
노아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내가 가면 되겠네.”
“…!”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강현과 노아가 돌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카샨이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대체 언제 온 거지.’
강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그런 강현을 보며 히죽 웃었다.
“축제라면 이 내가 빠져서는 안 되지.”
“안 됩니다.”
강현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노아가 차갑게 내뱉었다.
강현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샨이 참가한다면 여러 가지로 일이 커질 거다.
카샨은 평범한 수인족과 달랐다.
이 일대의 수인 마을을 평정한 지도자였다.
‘…초대자에 족장님과 영주님의 이름이 빠진 것도 그 때문이겠지.’
그러자 카샨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차피 서열전은 전사장들만 있으면 되잖아.”
“그 서열을 인정해 주는 것이 족장님이십니다.”
그리고 승자에게 보상도 해 줘야 한다.
족장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카샨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요정들이 빚은 과일주 좀 먹어 보나 싶었는데.”
그거 때문인가. 카샨이 말할 정도이니 유명한 게 분명했다.
강현은 실소를 흘렸다.
“나중에 에밀리야 씨에게 부탁드려 볼게요.”
“아, 그 요정 말이군. 그렇다면야.”
카샨이 눈을 반짝였다. 정말로 과일주 때문이었는지, 아쉬워하던 게 거짓말처럼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래도 다 가는데 우리만 빠질 순 없지. 하만, 그 녀석을 데려가.”
“…하만도 이번 싸움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선택받은 전사들만 볼 수 있는 서열전.
촉망받는 인재라더니 거짓말이 아니었다. 강현은 짧게 감탄했다.
제자가 잘나가는 건 기쁜 일이었다.
“하만도 그쪽을 더 좋아할걸?”
노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재능과 별개로 하만의 전투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노아는 내심 그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런 노아의 기색을 알아챘는지 카샨이 입꼬리를 올렸다.
“또 알아? 요정 중에 하만의 호승심을 깨워 줄 수 있는 이가 있을지?”
카샨이 말하면서 모나를 보았다.
모나가 설기를 만나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음!”
하만 또래 중에 하만보다 강한 이는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상위 전사들과 경쟁할 수는 없었다.
‘안에 없으면 밖에서 찾으면 되는 건가.’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샨의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들리기 때문이었다.
“좋아. 하만만 보낼 순 없으니 모나도 데려가.”
“예?”
갑자기 모나가 왜 나온단 말인가.
설기와 뒹굴던 모나가 자신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강현은 놀란 눈으로 카샨을 보았다.
모나는 카샨의 딸이었다.
그런 딸을 다른 종족들만 있는 곳에 서슴없이 보내다니.
‘대범하다고 해야 하나.’
카샨은 웃으며 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에게도 좋은 경험이겠지.”
흐뭇한 광경. 그러나 강현은 스멀스멀 걱정이 올라왔다.
‘…근데 하만이 모나를 제어할 수 있을까?’
거기서 실수라도 하면 천벌이 내릴 거다.
강현이 본 하만이라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런 강현의 눈에 설기가 들어왔다.
‘하긴.’
설기라면 가능했다. 그리고 어렵다고 생각했으면 카샨도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을 거다.
“자, 그럼 대충 이야기가 끝난 것 같으니.”
카샨이 강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제부터 제대로 놀아 볼까?”
강현은 자신을 압박하는 팔에 눈을 껌뻑였다.
그제야 카샨 뒤에 있는 항아리가 눈에 띄었다.
술이 담긴 항아리.
카샨이 여기까지 왜 왔을까.
모나를 데리러 오진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노아를 보내지 않았겠지.
“저, 오늘은 돌아가 봐야 하는데….”
애당초 당일치기로 온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 나도 가볍게 마시려고 왔으니.”
카샨이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 안에는 보내 주지. 오늘 안에는 말이야.”
저 말이 불길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씨익, 웃는 카샨을 본 강현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노아. 강현의 시선을 받은 노아가 시선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