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50)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50화(150/251)
150화 요정의 땅
끈?
‘아니, 밧줄이네.’
가죽으로 만든 밧줄. 자신의 미래를 예상했는지 슬그머니 거리를 벌리는 모나.
하지만 하만이 그걸 용납할 리가 없었다.
재빠르게 모나를 낚아채는 하만.
보는 이가 감탄할 정도였다.
‘기대되는 전사란 말이 진짜네.’
강현조차 움직임을 제대로 못 봤다.
모나를 붙잡고 있는 하만의 팔에는 로멘의 팔찌가 껴 있었다.
로멘은 스스로 마법을 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하만에게 빌려주려고 가져온 것이었다.
“이러면 되겠죠?”
모나를 묶은 하만이 싱긋 웃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 음. 말썽 피우지는 못하겠네….”
말썽은커녕 제대로 걷지조차 못했다.
밧줄에 묶여서 바둥거리는 모나.
‘애 엄마도 아니고.’
하만에게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아기 보자기도 뒤로 메지, 저렇게 앞으로 메진 않을 거다.
기괴한 광경.
물론, 일반 아기와 달랐다.
“꺄아! 갸아아아!”
성난 살쾡이처럼 위협적으로 손을 내젓는 모나.
하지만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밧줄을 끊으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뭐로 만들었는지 잘 끊어지지도 않았다.
“…튼튼해 보이지만, 불편하지 않을까요?”
에밀리야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사실 미관상 그리 좋지도 못했다.
그러자 하만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거라면.”
뒤에 무언가를 풀자 밧줄이 최르르 풀렸다.
발이 땅에 닿자마자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모나.
후다닥.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조절도 가능해요.”
“으르르르르.”
일행들은 으르렁거리는 모나와 하만을 번갈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하만도 수인족이었지.’
카샨이나 노아와 비교해서 순해 보일 뿐이었다.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미아 방지 끈도 있으니깐.’
한국에는 드문 일이지만 외국에는 흔하게 쓰인다.
보통은 팔찌나 가방에 묶지만….
“그르르르! 캬아!”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
번뜩이는 두 눈.
아무리 봐도 미아라기보다 맹견에 가깝지만, 원리는 비슷하지 않은가.
“이제 돌아와.”
“그르르르르.”
하만이 밧줄을 당겼다. 질질 끌려오는 모나.
그래도 다행인 건, 하만을 직접 공격하진 않고 있었다.
다시 배 위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 모나를 보며 일행들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익숙해 보이는군.”
“아, 사냥 때 자주 써 봤어요.”
싱긋 웃는 하만을 보며 일행들은 입을 다물었다.
역시 아이용이 아니었구나.
하지만 누구 하나 입 밖으로 꺼내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해 보였다. 저거라면 요정의 마을에 들어서도 문제가 없을 거다.
강현은 힐끗 설기를 보았다.
뒷발로 목을 긁던 설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설기한테는 불가능하겠네.’
모나와 달랐다. 반대로 끌려다닐 가능성이 컸다.
“음, 음. 그럼 이야기를 돌리지. 아까 늑대가 우릴 태워 가는 건가?”
로멘이 걱정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로멘의 걱정은 당연했다.
로멘도 강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강에서는 움직임이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안에 사는 생물들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둘의 이야기를 듣던 강현은 다시 설기를 보았다.
‘그런 곳을 놀이터처럼 돌아다녔단 말이네.’
강은 설기의 놀이터였다.
새삼스레 대단하게 느껴졌다.
로멘의 물음에 에밀리야가 싱긋 웃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 아이는 헤엄을 잘 쳐요.”
뒤에 있던 요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다면 여기까지 건너오지 못했을 거다.
로멘은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리 확신하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로멘과 강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아니, 애써 외면하던 사실.
“그럼 어떤 아이와 가시겠어요?”
로멘은 모르겠지만, 소나와 늑대의 시선이 둘에게 향했다.
정령들의 시선을 받은 강현이 쓴웃음을 삼켰다.
곧 강현과 로멘의 시선이 마주쳤다.
* * *
“….”
로브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마치 연처럼. 정령을 보지 못하는 이들의 눈에는 기괴하게 보일 거다.
하지만 로브 안에 있는 건 사람이었다.
파랗게 질린 얼굴.
“우욱.”
로멘이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파르르 떨리는 수염이 안쓰러웠다.
그러나 강현은 로멘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강현의 상황 역시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
‘말은 승차감이 좋은 거였어.’
아니, 승마감인가?
어찌 되든 좋았다. 떨어지지 않게 털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옆을 달리는 모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달리는 건 모나가 아니었다.
이제는 적응이 되었는지 태연스럽게 손가락을 빨고 있는 모나.
편안한 얼굴.
모나를 메고 있는 하만의 얼굴에도 힘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설기는.
“컹! 컹!”
옆에서 들려오는 해맑은 소리.
굳이 보지 않아도 어떨지, 눈에 선했다. 신난 설기는 꼬리를 흔들며 달리고 있었다.
그때, 강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빛 때문이었다.
강에 반사된 햇빛.
곧 늑대가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늑대가 멈추고 나서야 강현도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괜찮으세요?”
“예.”
에밀리야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어 왔다.
강현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말과 달리 강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 강현에게 에밀리야가 무언가를 건넸다.
전에도 보았던 풀.
“…감사합니다.”
냄새를 들이키자 어지러움이 사라져 갔다.
그런 강현의 귀로 에밀리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은 좀 괜찮을 거예요.”
고개를 끄덕인 강현. 그러다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자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로멘이 보였다.
일행들과 달리 안 쉬고 바로 건너가고 있는 것이었다.
“우에엑.”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지만, 일행들은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강현 씨와 로멘 님 먼저 건너가시고 하만 씨는 저와 다음에 건너죠.”
“…예.”
하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와 달리 그녀의 눈빛이 불안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수인들은 물을 두려워한다고 했었지.’
두려울 게 없어 보이는 수인들이라고 해도 무서운 것 하나쯤은 있었다.
그게 바로 물이었다.
‘쟨 예외인 것 같지만.’
강현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빠는 모나를 힐끗거리고는 에밀리야를 돌아봤다.
“이제 괜찮아요.”
에밀리야가 여기서 일행들을 세운 이유를 알기 때문이었다.
강현에게 숨 돌릴 시간을 준 것이었다.
‘한 명은 제외됐지만.’
이미 강 중간을 지나가고 있으니, 곧 너머에 도달할 거다.
그리고 소나를 고른 건 로멘의 선택이었다.
“그럼 너머에서 봬요.”
그리 말한 에밀리야가 옆에 있는 요정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요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늑대에게 신호를 보냈다. 앞으로 걸어가는 늑대.
곧 늑대의 앞발이 호수에 닿았다.
일반 늑대와 달리 정령이기에 물속에서도 털이 젖거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늑대의 몸이 물에 잠겼다.
그와 함께 차가운 감촉이 올라왔다. 금세 무릎까지 잠긴 물.
강현도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강현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위에 올라가 있어.”
토리.
주머니에서 나온 토리는 물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재빨리 강현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정령 늑대가 서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물은 무릎 이상은 잠기지 않고 있었다.
점차 속도를 내는 늑대.
강현은 강은 좀 괜찮을 거란 에밀리야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헤엄을 잘 친다는 의미 역시.
단순히 헤엄을 잘 치는 게 아니었다.
‘…이 아이.’
물의 정령이었다.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는 늑대. 마치 물고기가 헤엄을 치는 것 같았다.
그제야 강현도 안심할 수 있었다.
겨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강현.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숨을 삼켰다.
맑고 투명한 강물.
속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끝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래도 바다만큼은 아니겠지만.’
물 깊은 곳에 보이는 어둠은 두려움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분을 느끼는 건 잠깐이었다.
곧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에게 시선이 닿았다.
수많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춤을 추듯이.
햇살처럼 물속에서도 반짝이고 있었다.
‘아름답….’
강현의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지 않잖아.”
반짝이는 건 비늘만이 아니었다.
떼를 지어 나타난 물고기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늑대를 향해 달려드는 물고기들.
늑대가 속도를 올렸다. 강현은 저도 모르게 늑대의 털을 붙잡았다.
빠르게 나아가는 늑대.
동시에 물고기 떼가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물고기 떼가 끝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자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뱀장어.
보통 뱀장어가 아니었다.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전에 봤던 녀석이다.’
강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늑대가 뱀장어를 피해서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늦었다.
둘을 발견한 뱀장어가 맹렬하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그때, 늑대가 물 위로 솟아올랐다.
“응?”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껌뻑였다. 물 위를 달리는 늑대.
심지어 점프까지 뛰고 있었다.
순식간에 뱀장어를 지나치는 늑대를 보며 강현은 감탄했다.
“너 대단하구나.”
헤엄만 치는 게 아니라 물 위를 달리 수도 있었다.
강현의 말에 늑대는 턱을 세웠다.
그렇게 뱀장어를 지나친 늑대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물의 정령이라고 해도 계속 달리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훌륭했다.
늑대의 털을 쓰다듬어 준 강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이 강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정말 무시무시하…. 응?”
말하다 말고 눈을 껌뻑이는 강현.
물속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둘을 놓친 뱀장어가 날뛰고 있었다.
둘을 놓친 게 분하기 때문인가.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촤라라락!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뱀장어.
뱀장어의 몸통에 새하얀 무언가가 달라붙어 있었다.
뱀장어는 그 무언가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새하얀 무언가는 강현의 눈에도 익은 것이었다.
힘차게 흔들리는 꼬리.
“…음.”
강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래, 못 본 걸로 하자.’
그게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그렇게 시선을 돌리자 강 너머에서 손을 흔드는 로멘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육지가 가까워진 것이었다.
* * *
“…왔군.”
강현을 반갑게 맞이하는 로멘.
그러나 아까 봤을 때보다 오 년은 늙어 보였다.
쓴웃음을 지은 강현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정령이라면 넘어갔네.”
로멘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강을 건너는 소나가 보였다.
‘빠르기도 하네.’
강현 역시 뒤에 있는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늑대 역시 강현의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태워 줘서 고마워.”
늑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이들을 태우고 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늑대가 물에 들어가자마자 교대하듯 물에서 나온 이가 있었다.
“컹! 컹!”
해맑게 짓는 설기.
“호오, 혼자서 이 강을 건너온 건가. 역시 하얀 늑대군.”
옆에 있던 로멘이 감탄했다.
그러나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어디 건너기만 했겠는가.
강현은 설기를 들어 올렸다. 가슴이 젖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설기.
강현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울창하게 올라온 나무들.
강 너머도 숲이긴 했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강현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머에 있던 나무들과 종류가 달랐다. 한둘이 아니었다.
수많은 나무가 빽빽하게 올라와 있었다.
나무뿐만 아니라 꽃과 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식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강현도 알 수 있었다.
저 중 대부분은 이곳에 있을 수 없는 식물이었다. 이곳의 풍토와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거대한 식물원처럼.
“이곳이….”
“그렇다네. 요정의 땅이지.”
강현의 말을 로멘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