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54)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54화(154/251)
기억 속에 있는 냄새.
그러한 강현의 기색을 알아챈 일행들도 강현을 따라서 시선을 돌렸다.
“어?”
하만의 눈이 커졌다.
로멘은 보이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에밀리야가 아, 하고 탄성을 뱉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불이 난 건 아니에요.”
에밀리야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무언가 다르게 보였다.
‘연기가 아니야.’
연기와 달리 허공에 흩어졌다.
김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저긴?”
“땅에서 올라오는 거예요.”
“땅에서?”
로멘이 에밀리야를 돌아보았다. 로멘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었다.
로멘의 시선에 에밀리야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도 정확히는 잘 몰라요. 요정들은 저기로 잘 가지 않아서….”
“혹시 금지인가요?”
하만의 물음에 에밀리야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에요. 정령들도 위험하지 않다고 해요. 단지….”
“단지?”
“…저 근처에 냄새가 심해서.”
에밀리야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한 이유였다.
수인만큼은 아니지만, 감각이 발달한 요정들이었다.
정령들을 보내서 확인했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꽃이나 나무도 아니고.’
인간처럼 호기심이 많은 종족은 아니었다.
‘냄새라….’
강현의 시선이 김이 올라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혹시.’
무언가를 깨달은 강현이 에밀리야를 돌아보았다.
“에밀리야씨. 혹시 저곳에 가봐도 될까요?”
“예?”
에밀리야가 눈을 껌뻑였다.
“그래, 위험하지 않다고 놔두면 되나. 그래도 정체를 확인해야지.”
로멘이 점잖게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더 알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런 둘을 보자 에밀리야의 시선이 하만에게 향했다.
요정보다 후각이 발달한 수인.
하만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냄새나는 건 싫지만, 저도 궁금해요.”
상황을 모르는 모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일행들을 본 에밀리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보죠. 그 전에 준비 좀 할게요.”
그리 말한 에밀리야가 집으로 향했다. 나뭇가지를 밟고 순식간에 나무 위로 오르는 에밀리야.
마치 새가 날아오르듯 매끄러운 움직임이었다.
강현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러니깐 저런 곳에 집을 짓겠지.’
물끄러미 위를 올려다보았다.
며칠 살다 보면 없던 고소공포증도 새로 생길 거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에밀리야가 집에서 나왔다. 단번에 지상까지 뛰어내리는 에밀리야.
그녀의 손에는 얇은 천이 들려 있었다.
에밀리야는 거시서 멈추지 않고 정원에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꽃잎.
“이걸 넣어서 두르면 후각을 보호할 수 있을 거예요. 힘드시면 착용하세요.”
보호한 표현을 썼지만, 마비였다.
꽃잎을 받은 강현이 호기심에 향을 맡아보니 코가 얼얼했다. 로멘도 다르지 않았다.
“콜록. 상당히 맵군.”
코가 시뻘게진 로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손을 저어서 향만 맡아본 강현과 다르게 꽃잎에 직접 코를 가져다 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만은 굳이 냄새를 맡을 필요도 없었다.
꽃잎을 받았을 때부터 인상을 찌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행들은 천과 꽃잎을 주머니에 챙겼다.
바로 앞장서는 에밀리야.
그런 에밀리야를 뒤따르던 강현이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마을의 중앙.
“…이렇게 멋대로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요?”
강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에밀리야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중요한 행사는 끝난 거라. 다른 이들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아서 들어갈 거예요.”
에밀리야의 미소에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요정의 마을이 멀어지자 하만이 줄을 풀었다.
“답답했지? 미안해.”
“갸아!”
힘껏 포효한 모나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길어졌을 뿐, 모나와 묶여있는 건 그대로였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자 모나의 걸음도 멈췄다.
곧 시무룩한 표정으로 하만을 돌아보는 모나.
줄이 어지간히 답답한 모양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얌전히 있던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만이 곤란한 눈으로 모나를 바라보더니 에밀리야를 돌아봤다.
“저, 이 근처만 잠깐 돌아봐도 될까요?”
차마 풀어줄 수는 없으니 같이 뛰려는 것이었다.
에밀리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떨어지지만 마세요.”
“예!”
환하게 웃은 하만이 모나를 돌아봤다.
“모나야. 갈까?”
“우갸!”
하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나가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팽팽해지는 줄.
하지만 줄이 다 펴지기도 전에 하만이 움직였다.
사이 좋게 나무를 넘어가는 둘.
“끼이잉.”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현이 돌아보자 설기가 애절한 눈빛으로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이 뛰는 걸 보니깐, 부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차마 나서진 못하고 강현만 바라보고 있었다.
실소를 흘린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저 둘이랑 붙어 있어야 해.”
“컹!”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짖은 설기가 곧장 둘을 뒤따랐다.
통통한 엉덩이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소나야. 무슨 일이 생기면 알려줘.”
에밀리야의 말에 소나가 고개를 끄덕인 후, 날아올랐다.
하만에 소나까지 있으니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다.
그렇게 소나까지 보낸 일행들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처음보다 느려진 걸음.
모나와 설기가 충분히 놀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었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다.
‘확실히 다르네.’
마을에 있다가 마을 밖으로 나오니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정원과 달리 제멋대로 자라있는 식물들.
그러한 강현의 시선을 알아챈 에밀리야가 입을 열었다.
“정원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은 마을 밖에다 식물을 키울 수밖에 없어요. 부모의 정원에 키워도 되긴 하는데.”
거기까지 말한 에밀리야가 쓴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강현과 로멘은 뒷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지.”
로멘의 말에 에밀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게다가 주인을 잃은 정원도 마을 밖으로 보내져요.”
“정원을 보낸다고요?”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대체 어떻게?
에밀리야는 대답 대신 강현의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얼굴을 내밀고 있던 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본 강현이 탄성을 내뱉었다.
토리와 같은 땅의 정령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에요. 꽃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나무 중에는 요정만큼이나 긴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럴 경우, 옮길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죠.”
에밀리야의 말에 강현과 로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오래 산 요정들은 조금씩 자신의 정원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남은 생명들을 새로운 곳에 옮겨 심죠. 이것이 바로 요정의 장례식이에요.”
“아….”
“음.”
로멘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에밀리야의 말을 경청했다.
에밀리야는 걸으면서 말을 이었다.
“정원에 키우는 아이들은 모두 자식이나 다름이 없죠. 요정 중에는 그 아이들이 옮겨갈 장소를 직접 정하는 경우도 많아요.”
아이들을 옮겨 심을 곳을 정하면서 자신도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에밀리야가 싱긋 웃었다.
“죽음이 있기에 생명도 태어나는 거예요.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거름이 되는 거죠. 요정이라고 다르지 않죠. 아, 하만씨가 오네요.”
에밀리야의 말에 일행들이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서 소나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풀이 흔들렸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설기였다.
“컹! 컹!”
뛰쳐나온 설기는 강현 주변을 빙그르르 돌았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꼬리도 힘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어서 나타난 건 모나와 하만이었다.
모나가 뛰쳐나오더니 설기를 덮쳤다.
“자, 잠깐만.”
하만이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이미 둘은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와 함께 줄이 뒤엉켰다.
“끼잉.”
“으엉?”
줄 때문에 설기와 모나의 몸이 엉켜버렸다.
“내가 못 살아.”
하만이 한숨을 내쉬고 엉킨 줄을 풀기 시작했다.
답답한지 발버둥 치는 모나.
“모, 모나야. 얌전히 있어.”
하지만 모나가 쉽사리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결국, 옆에 있던 에밀리야까지 붙어서 줄을 풀기 시작했다.
답답했는지 설기가 슬쩍 줄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강현의 눈치를 봤다.
강현이 고개를 젓자 슬쩍 내려놓는 설기.
그리고 얌전히 기다렸다.
강현은 그런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만 참아. 거의 다 풀렸어.”
강현의 말에 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아이들과 있으면 어른스러워지는 설기였다.
곧 줄이 풀리자 설기와 모나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몸을 털었다.
올라오는 흙먼지에 고개를 흔드는 일행들.
모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강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목마에 태워달라는 것이었다.
강현은 힐끗 밧줄을 봤다.
‘줄 길이는 넉넉하니.’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머리 위로 올리자 얌전해졌다.
‘다 놀았나 보네.’
강현은 그런 모나의 등을 두드리고는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다시 김이 올라오는 방향으로 걷는 일행들.
강현은 옆에 늘어진 줄을 보며 묘한 느낌이 들었다.
강현은 찬 것은 아니지만, 마침 줄이 목에서부터 이어지니 기분이 묘했다.
‘이것도 경험인가.’
실소를 흘린 강현은 걸음을 재촉했다.
* * *
목적지가 가까워졌다.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걷고 있던 설기의 발이 멈췄기 때문이었다.
킁, 킁.
냄새를 맡더니 몸을 떨었다.
강현을 돌아보는 설기.
마치 이 앞에 갈 거야? 하고 묻는 눈빛이었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설기의 꼬리가 축 처졌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일행.
이어서 반응한 건 모나였다. 목마에 타고 있던 모나의 몸이 움찔 떨려왔다.
하지만 내려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하만까지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확실히 냄새가 나네요.”
강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 하지만 김은 아까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아직 거리가 있어 보였다.
숨을 들이마셨지만, 나무와 풀 냄새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로멘도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나 수인족.
냄새에 예민했다.
“괜찮겠어요?”
강현의 물음에 하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심하진 않아요. 그리고 이것도 있으니.”
하만이 가죽 주머니를 두드렸다. 에밀리야가 건네준 풀과 천이 안에 들어있었다.
그렇게 탐험이 재개되었다.
탐험이라고 부를 만큼 위험한 건 아니었지만, 다른 표현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
“갸아! 그르르르!”
모나가 더 들어가지 않겠다는 듯이 버티는 것이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을 보며 하만의 눈에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이미 천으로 코를 막고 있는 하만.
그러나 꽃잎도 냄새를 다 막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죠?”
에밀리야가 입을 열었다. 그녀 역시 냄새를 맡았는지 고운 이마가 찌푸려진 상태였다.
강현은 하만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만씨는 모나랑 남으실래요?”
모나뿐만 아니라 하만도 힘들어 보였다.
강현의 권유에 잠시 고민하던 하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안이 궁금했지만, 모나까지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설기야. 너도 남을래?”
강현의 물음에 설기가 강현과 하만을 번갈아보며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들어가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일행들은 하만과 모나를 남겨두고 출발했다.
그리고 강현도 로멘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확실히 역하군.”
로멘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옆에 있던 에밀리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을 꺼냈다.
그녀도 한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현의 표정은 담담했다.
오히려 반대였다.
‘…역시.’
강현의 예상이 맞았다.
‘이렇게까지 비슷할 줄은 몰랐는데.’
강현의 기억 속에 있는 냄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