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66)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66화(166/251)
166화 대체 어떻게 왔지?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추위도 잃고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익숙한 반주.
그들이 연주하는 건 강현도 잘 아는 곡이었다.
강현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아는 노래이기도 했다.
신나는 음에 몸을 흔들어서 박자를 맞추는 이들.
그 순간 음악이 멈췄다.
뚝.
정적이 내려앉은 마을.
‘설마 실수한 건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강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실수.
그 이정환이? 게다가 이정환과 연주하는 이들은 백전노장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같은 순간에 실수할 리는 없었다.
연출된 그림.
‘하지만 어째서?’
강현이 의문을 가지는 동안 반주가 다시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그리고 아까 멈췄던 부분에 도달한 순간.
“징글벨, 징글벨, 징글벨 락.”
마치 종소리와 같은 맑고 깨끗한 소리.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마을 회관에서 마이크를 든 여인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강현 쪽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여인.
바로 세나였다.
콘서트에 온 것처럼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장난스러운 미소에 실소를 흘린 강현이 윤섭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된 거냐는 눈빛에 윤섭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 일정이 세나랑 일본에 가는 거였거든. 비행기가 취소되고 급하게 근처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지.”
그리고 바로 왔다는 소리였다.
윤섭을 보는 강현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그러자 윤섭이 손을 내저었다.
“내가 오자고 한 거 아니야. 세나도 요 며칠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 모처럼이니 쉬라고 했는데 억지로 따라온 거야.”
윤섭에 말에 강현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저 의상도 이해가 되었다.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르신들은 세나의 등장에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손뼉을 치면서도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징글벨이 끝났다.
이어지는 반주.
“다 같이 불러요!”
세나의 외침과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라스트 크리스마스.
당연히 어르신들이 따라 부를 리가 없었다. 젊은 사람들 몇 명만이 얼떨결에 입을 열었지만, 그조차도 제대로 된 가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세나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 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 사람의 손을 붙잡고 흔들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하필 박 씨 할머니였다.
곳곳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나 이장의 표정이 볼만했다.
‘저 사람은 안 되는데.’
딱 그 눈빛.
박 씨 할머니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세나에게 몸을 맡겼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나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노래 가사는 모르지만, 제멋대로 흥얼거리는 이들.
강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세나를 보았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환하게 웃고 있는 세나. 방송용이 아니라 진심이란 걸 잘 알았다.
저렇게 밝게 웃을 줄은 몰랐다.
‘정말로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몇 번이나 만났지만, 노래를 부르는 걸 직접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방송과는 달랐다.
스타란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그녀는 빛나고 있었다.
단번에 무대의 분위기를 바꿨다.
“맞지?”
뒤에서 들려온 윤섭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쟤는 저게 쉬는 건가 봐.”
그렇지만 아직 의문이 해결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온 건 알겠는데. 왜 저기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
강현의 말에 윤섭이 볼을 긁적였다.
“내려서 너희 매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르신들이 악기를 나르더라고. 잠깐 돕기만 하려고 했는데.”
그 어르신들의 정체가 무려 클래식계의 거장들이었다.
엔터테인먼트에 종사하는 윤섭이 그걸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 뒤는 알겠지?”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공연한다는 걸 알고 세나가 합류한 것이었다.
강현은 슬쩍 세나를 보았다.
‘뭐, 상관없나.’
마을 사람들도 저리 좋아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곧 두 번째 곡도 끝났다.
원래 공연은 여기까지였다.
두 곡.
그러나 어르신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마을 사람들도 기대 섞인 눈빛으로 세나와 어르신들을 보고 있었다.
곧 세나와 어르신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고개를 끄덕이는 세나.
그와 함께 어르신들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이건.’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 그건 윤섭 역시 마찬가지였다.
캐럴을 연주할 때와 달리 음이 조금씩 어긋났다.
“또 언제 이런걸.”
윤섭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미리 준비한 게 아니라 즉석에서 연주하는 것이었다.
곧 세나가 입을 열었다.
아까처럼 맑은소리가 아니라 거칠게 내뱉었다.
“사랑만 남겨놓고 떠나가느냐…!”
어르신들에게도 익숙한 트로트.
연주하시던 분들도 이전과는 다르게 어깨를 들썩거렸다.
캐럴을 부를 때보다 더 큰 환호성이 들렸다.
* * *
공연은 트로트 두 곡을 더 부르고 끝이 났다.
“고생했어요.”
강현은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세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윤섭에게서 겉옷을 받은 세나가 싱긋 웃었다.
“먼저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괜히 방해한 건 아니죠?”
세나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
방해일 리가 없었다.
오히려.
“이 정도면 푯값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농담 섞인 강현의 말에 세나가 꺄르르 웃었다.
“아뇨. 저야말로 돈을 내야죠. 어르신들께 정말 많이 배웠어요.”
세나의 시선이 악기를 넣고 나오는 어르신들에게 향했다.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적으로 끝에 도달한 이들이었다.
그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얻어 갈 수 있을 거다.
강현도 아까 경험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모처럼 오셨으니 편하게 쉬다 가세요.”
“예.”
강현의 말에 세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을 놔둔 강현은 정리를 도우러 갔다.
악기가 치워진 마당에는 장작이 쌓이고 있었다.
캠프파이어를 할 장작이었다.
불똥이 튈 수 있으니 그 크기는 작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곳곳에 놓인 화로대에도 하나둘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공연 때문에 멈췄던 식사가 재개되는 것이었다.
아니, 식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강현도 화로대 하나를 찾아서 그 위에 고기를 올렸다.
치이익.
연기와 함께 올라가는 기름 타는 소리가 울렸다.
토리는 이미 화로대 안에 들어가서 몸을 지지고 있었다.
그렇게 고기를 굽고 있자 강현의 곁에 윤섭이 다가왔다.
“이야, 무슨 마을 잔치가 시상식보다 더 화려하네.”
불 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떠드는 어르신들.
동네 할아버지처럼 보였지만, 그들 대부분이 한 분야의 거장들이었다.
강현은 의외란 듯이 윤섭을 보았다.
“인사 안 드려도 돼?”
이런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일반인이라면 영광 정도로 끝나겠지만, 윤섭에게는 이런 인맥이 실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윤섭이 고개를 저었다.
“다들 쉬러 오셨는데 내가 귀찮게 굴 수는 없지. 나도 그 정도의 생각은 있다고.”
윤섭의 말에 강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 천재 요리사가 고기를 구워 주는데 어딜 가.”
“맞아요.”
옆을 보니 세나가 의자를 가져와서 앉고 있었다.
연주한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그쪽과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인사만 하고 온 모양이었다.
강현은 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쪽에는 황대길 선생님이 구울 텐데?”
그뿐만이 아니라 곳곳에 다른 선생님들도 계셨다.
강현의 말에 윤섭은 눈을 크게 떴다.
“진짜? 그걸 몰랐네. 저길 갈 걸 그랬나?”
하지만 엉덩이는 의자에 붙인 상태였다.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던 것이었다.
“저희도 실례해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소리에 일행들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아기를 안고 있는 부부가 뒤에 있었다.
“어, 그럼요.”
윤섭과 세나가 옆으로 자리를 피해 줬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앉는 둘.
둘을 본 윤섭의 눈이 반짝였다.
“민호 씨랑, 수진 씨. 그리고 하은이 맞죠?”
윤섭의 말에 부부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그러한 눈빛에 윤섭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 녀석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둘이 아, 하고 탄성을 뱉었다.
“저희도 몇 번 마을에 오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인사를 못 드려서 아쉬웠는데.”
“지금부터 알아 가면 되죠.”
윤섭이 익살스럽게 웃자 수진이 입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강현과 윤섭을 번갈아 보았다.
“강현 씨가 저희 이야기까지 할 정도면, 두 분이 아주 친한가 보네요.”
수진이 아는 강현은 다른 이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물며 윤섭은 둘뿐만이 아니라 하은이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그럼요. 저흰 친형제나 다름이 없습니다.”
가슴을 두드리며 말하는 윤섭.
그 모습에 수진과 민호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뒤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튼 대단하네.’
둘의 예상과 달리 둘에 대해서는 몇 번인가 이야기했지만, 하은이의 이름을 말한 건 한 번뿐이었다.
그조차도 흘리듯 말한 게 전부였다.
그걸 기억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강현 말고도 윤섭에 대해서 잘 아는 이가 있었다.
강현과 눈이 마주친 세나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잠깐 사이에 친해졌는지 대화를 이어 가는 윤섭.
대단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윤섭보다 더한 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형님, 이 동생이 한 잔 따르겠습니다!”
저 멀리 처음 보는 이들에게 술잔을 따르는 장만기가 보였다.
윤섭의 친화력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장만기를 넘을 순 없었다.
그 사이 세나는 하은이가 신경 쓰였는지 힐끗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수진이 싱긋 웃었다.
“한번 안아 보실래요?”
“아, 아뇨.”
“얌전해서 괜찮아요.”
수진의 거듭된 권유에 세나가 하은이를 받았다.
세나를 보자 방긋방긋 웃는 하은이.
“역시 얘가 예쁜 걸 아나 보네요.”
“아, 아니에요.”
수진의 말에 세나가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수진은 농담이 아니었다.
유독 강현을 좋아하더니 세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 개월인가요?”
세나의 물음에 수진이 대답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둘.
윤섭은 민호와 이야기를 이어 가고 있었다.
“글쎄, 그때의 강현을 봤어야 합니다. 얘가 얼마나 도도한지….”
강현은 윤섭의 말을 애써 외면한 후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상하게도 강현이 있는 곳만 한가했다.
그때, 강현은 마을 어르신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반갑게 다가오려던 마을 어르신. 그때, 어르신의 목덜미를 누가 낚아챘다.
바로 이장이었다.
어르신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이장.
그러자 어르신의 눈이 커졌다.
곧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강현을 바라보는 어르신과 이장.
이장은 어르신을 데리고 다른 자리로 옮겼다.
걸어가던 이장이 힐끗 강현을 돌아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고개를 갸웃하는 강현.
곧 이장만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현과 눈이 마주치면 시선을 피했다.
‘…젊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라고 배려해 주는 건가.’
누군가가 강현에게 인사하려고 하면 말리고 있었다.
눈빛을 보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듯했지만, 강현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강현은 어느새 다가온 설기를 볼 수 있었다.
털썩.
오자마자 땅바닥에 드러누운 설기.
“어머나.”
“어머.”
이야기를 나누던 세나와 수진이 놀란 눈으로 설기를 보았다.
“…설기가 살이 많이 쪘네요?”
세나가 말했다. 그러나 세나와 달리 아침에도 설기를 봤던 수진은 놀란 눈으로 강현으로 돌아보았다.
“아주머니들께 맡겼더니 이리됐네요.”
“아.”
상황을 알아챈 수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강현은 설기를 돌아보았다.
‘대체 어떻게 왔지?’
매장에서 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커멓게 변한 배. 무거운 배를 끌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대단하네.’
먹을 것에 대한 집념은 정말로 놀라웠다.
“끼잉.”
강현을 향해 불쌍한 표정을 짓는 설기.
고기 냄새에 참지 못하고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강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 꼴로 뭘 더 먹겠다고.
그러자 설기의 귀가 축 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