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71)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71화(171/251)
171화 빨리 가기나 해
기름 온도가 올라오는 동안 양념을 만들었다.
손님이 주문한 건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일반적이지.’
그러는 사이 상후는 손님들에게서 관심을 떼고 숙제를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핸드폰을 보고 있던 종민이가 상후에게 관심을 보였다.
비슷한 또래이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종민의 생각을 알아챈 남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 봐.”
여성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떠밀자 종민이 슬쩍 일어나서 상후에게 걸어갔다.
“뭐 해?”
“숙제 중이야.”
상후의 말에 종민의 시선이 문제집으로 향했다. 그러자 종민의 눈이 반짝였다.
“5학년이네? 나도 5학년이야. 난 종민.”
“난 상후야.”
그걸 시작으로 둘을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도 같겠다, 상후 역시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기에 쉽게 친해졌다.
그 모습을 본 부부는 안심할 수 있었다.
종민이 떼를 쓰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었다.
컴퓨터도 없는 시골.
치킨은 핑계고 심심하니깐 돌아가자고 시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치킨이 나왔다.
“종민아, 나왔어. 그만 놀고 와.”
여성의 말에 종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치킨 냄새 때문에 배가 꼬르륵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종민이 멈칫했다.
그리고 슬쩍 상후와 부모님을 번갈아 보았다.
그 모습에 남성이 입을 열었다.
“상후라고 했지? 괜찮으면 같이 먹거라.”
“아, 아뇨. 전….”
“괜찮아. 같이 먹자.”
종민이까지 권유하자 상후도 못 이긴 척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애는 아니네.’
적어도 다른 사람 생각은 할 줄 알았다.
종민은 자리에 앉자마자 다리를 번쩍 들었다.
한입 먹은 종민의 눈이 커졌다.
“우와. 맛있어! 엄마, 엄마. 엄청 맛있어!”
“얘가, 호들갑은.”
여성이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상후의 그릇에 남은 다리 하나를 올려 주고는 자신도 입으로 가져갔다.
“어머!”
짧은 감탄.
“…방금 튀겨서 그런가.”
눈을 껌뻑이는 여성. 그런 여성의 모습에 남성도 치킨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짧은 감탄.
“음!”
“삼촌 요리 잘해요.”
상후가 옆에 입을 열었다.
어째서인지 어깨가 으쓱 올라가 있었다.
셋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먹는 치킨은 맛있었다.
배달시켜 먹던 것과 조금 다른 맛이었다.
치킨을 먹던 여성이 상후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상후도 친척 집 놀러 온 거니?”
“아뇨. 할머니랑 여기 살아요.”
할머니. 그 말에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성 역시 눈짓을 보냈다.
사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 더 깊게 파고들지 않는 게 나았다.
하지만 둘이 잊고 있던 게 있었다.
입에 양념을 묻혀 가며 치킨을 먹던 종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할머니랑? 부모님은?”
“종민아.”
남성이 짧게 불렀다. 그러자 종민이 남성을 돌아보았다.
순진한 표정.
남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현은 아까의 생각을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눈치는 부족했다.
그때, 상후가 나섰다.
“괜찮아요.”
남성에게 웃고는 종민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엄마는 아프셔서 병원에 계셔. 아빠는 외국에 나가서 일하는 중이고.”
“아, 많이 아파?”
종민의 물음에 상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뒤에 있던 남성과 여성이 대견하다는 듯이 상후를 보았다.
확실히 종민과 같은 나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그게 좋은 건 아니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애는 어린애다워야 했다.
상후는 좀 더 어리광을 부려도 됐다.
그러나 그런 상후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것저것 질문하는 여성.
종민은 금세 흥미를 잃었는지 혼자 놀기 시작했다.
“종민아, 먹을 때는 핸드폰 하지 말랬지?”
“아, 이번만요.”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가. 한 소리 하려던 남성은 슬쩍 상후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만이다.”
“아싸!”
상후가 있는 앞에서 혼내면 자리가 불편해지기 때문이었다.
곧 양념 묻은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종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음악 방송.
‘한창 그런 거 좋아할 때지.’
연말 무대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중간에 강현이 아는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잘나간다고 듣긴 했는데, 수상 후보구나.’
유니즈.
윤섭이 맡은 걸 그룹이었다.
리더인 소현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연락해 오는 거지만.’
지금 흘러나오는 노래도 듣고 감상을 말해 달라고 해서 강제로 들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순서도 강현에게 익숙한 이였다.
“어? 세나 누나다.”
상후의 말에 종민이 눈을 껌뻑였다.
“세나 알아?”
“응. 얼마 전에도 왔다 갔어!”
상후의 말에 강현이 아차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종민의 표정이 변했다.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종민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부부의 표정도 바뀌었다.
그러나 어른답게 상황을 풀었다.
“그래. 공연 자주 다니니깐, 그때 올 수도 있겠네.”
하지만 이런 시골까지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
여성의 목소리에서 그 기색을 알아챘는지 상후가 입술을 깨물었다.
“…진짠데.”
그 모습에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라면 거짓말쟁이로 몰릴 기세였다.
게다가 상후는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었다.
‘나서는 건 내키지 않지만.’
강현이 홀로 나왔다.
“진짜입니다. 제 지인이라서 가끔 와요.”
“예?”
강현의 말에 부부가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아, 그렇군요.”
어색한 웃음.
역시나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진짜예요! 강현 삼촌은 유명해요. 방송에도 나왔어요.”
상후였다.
남성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여성은 아니었다.
“아.”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탄성을 뱉었다.
“강현 셰프, 맞죠?”
“…알아?”
“어, 그 있잖아. 추석 때 봤던 요리 프로. 당신이 먹어 보고 싶다고 했잖아.”
“어?”
그러자 남성 역시 떠올랐는지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는 강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더니 탄성을 뱉었다.
“어떻게….”
남성의 질문에는 많은 게 담겨 있었다.
강현은 그 뜻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한 게 좋아서요.”
그 말을 모를 부부가 아니었다.
“비밀로 해 달라는 거죠. 알겠습니다.”
사실 말한다고 해도 믿기 어려울 거다.
남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옆에 있던 여성이 팔을 툭툭 쳤다.
남성이 돌아보자 여성이 무언가를 속삭였다.
강현을 돌아보는 남성.
남성은 민망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혹시 그럼 추가 주문 괜찮을까요?”
“예, 그런데 배부르신 거 아니에요?”
강현이 테이블을 보며 말했다.
그릇 위에는 아직 치킨이 두 조각 남아 있었다.
다들 배가 불러서 손이 늦어진 것이었다.
그러자 여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럴 때 먹어야죠.”
남성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웃으며 주문받았다. 그리고 강현이 다시 주방에 들어가자 부부가 상후를 돌아봤다.
“아줌마가 믿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하다.”
“아니에요.”
둘의 사과에 상후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종민이가 입을 열었다.
“진짜 유명한 사람이야?”
“그래.”
여성이 상후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우와.”
강현이 들어간 주방과 상후를 번갈아 보는 종민.
상후는 머쓱하게 코 밑을 쓸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아무것도 없었던 시골.
학교 친구들은 친척 집에 다녀와서 자랑을 늘어놓을 때마다 얼마나 부러웠던가.
하지만 이제 상후에게도 자랑할 게 있었다.
* * *
“잘 놀았어! 설날에 봐!”
“응. 조심히 가. 안녕히 가세요.”
“그래, 건강 하렴.”
부부와 종민은 상후와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떠들썩했던 매장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슬그머니 다시 모습을 보이는 설기.
실소를 흘린 강현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자 상후가 쭈뼛쭈뼛 다가왔다.
그리고는 강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삼촌.”
“응?”
강현이 의아해하자 상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멋대로 밝혀서….”
상후의 말에 강현은 쓴웃음을 흘렸다.
아까는 욱해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뒤늦게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역시 너무 일찍 철이 든 것도 문제네.’
강현은 그런 상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먼저 밝힐 생각도 없지만, 굳이 숨길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강현의 말에도 상후의 표정은 어두웠다.
강현은 상후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삼촌에 대해서는 말해도 돼. 자랑도 하고.”
진짜 삼촌처럼.
강현의 말에 상후의 눈이 커졌다.
“정말요?”
“그럼.”
강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이라면 꺼렸을 거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정말로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지.’
유행은 금방 지나간다. 이제 강현을 찾는 일도 드물어졌다.
아까 부부의 반응이 그걸 증명했다. 대중은 금세 잊는다.
한동안 유명했던 요리사.
그런 요리사를 보기 위해 이런 곳까지 찾아오진 않을 거다.
“대신 세나 씨나 다른 손님들에 대해서는 비밀이야.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자주 못 올 수 있어. 상후도 세나 씨가 못 오는 건 싫지?”
강현과 달리 현역으로 일하고 소문에 민감했다.
세나뿐만 아니라 소현이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강현의 말에 상후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런 상후를 보며 강현이 웃었다.
그러다가 문뜩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근데 왜 누나라고 불러?”
이모가 아닌가?
강현의 물음에 상후가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번에 만났을 때, 누나라고 부르라고 하셨어요. 이모는 싫다고.”
그 말에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그녀도 이제 나이를 신경 쓸 나이가 된 것이었다.
‘의외네.’
말투를 보니 제법 친해진 게 분명했다.
강현은 상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 * *
그렇게 해가 바뀌고 강현은 다시 이세계로 향했다.
평소보다 묵직한 짐.
멀리서 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설기야, 괜찮아?”
“컹!”
강현의 물음에 설기가 짖었다.
설기의 등에도 평소보다 많은 짐이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설기의 꼬리는 힘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짐이 많을수록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이랬는데 돌아갔으면 큰일인데.’
너무 과하게 챙겼나.
슬그머니 걱정이 올라왔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보따리 장사라도 할 생각이야?”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앤이 질린 눈빛으로 강현을 보고 있었다.
앤의 시선을 마주한 강현은 멋쩍게 웃었다.
앤은 강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예?”
강현이 의아해하자 앤이 눈살을 찌푸렸다.
“짐 달라고.”
“아뇨. 괜찮아요.”
강현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수 없었다.
그러자 앤이 눈살을 찌푸렸다.
“보는 내가 답답하니깐 달라고.”
그런 앤의 말에 강현은 들고 있던 짐 하나를 건넸다.
그러자 가볍게 들어 올리는 앤.
그렇다고 해서 안의 무게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뭘 이리 많이 가져왔어?”
“챙기다 보니 늘더라고요.”
강현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른 손님도 올 수도 있어서요.”
그 말에 앤은 강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강현은 아차 싶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은 불편하신가요?”
이걸 먼저 물었어야 했다. 강현의 말에 앤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상관없으니깐 빨리 가기나 해.”
“예.”
허락이었다.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