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73)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73화(173/251)
173화 진짜로 궁금해서 묻는 건가?
이 정도 구성이라면 샐러드도 포함되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생략했다.
‘다들 평소에 많이 먹으니.’
고개를 끄덕인 강현의 손이 분주해졌다.
면이 익어 가기 때문이었다.
두 개의 스토브에 각각 팬이 올라갔다.
각기 다른 재료가 팬 위에 쏟아졌다.
하나는 토마토소스, 다른 한쪽은 오일을 듬뿍.
알리오 올리오와 뽀모도로.
소스가 끓자마자 면을 건져서 넣었다.
면은 완전히 익혀서는 안 되었다.
소스와 버무리면서 익기 때문이었다.
마늘 향과 토마토 향이 솔솔 올라왔다.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저 녀석은 늘 저렇게 하나?”
앤의 물음에 넋을 놓고 있던 아우라가 헛기침했다.
누굴 향해 물었는지는 뻔했다.
그녀가 말을 놓은 상대는 강현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아우라라고 해서 강현에 대해서 잘 알 리가 없었다.
아우라 역시 의외라는 듯이 강현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은 인간.’
전까지만 해도 강현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아우라가 곤혹스러워하자 에밀리야가 대신 나섰다.
“자주 요리하긴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건 드물어요.”
강현은 일행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집중하고 있었다.
강현이 요리할 때 옆에 기웃거리던 모나도 이번만큼은 얌전히 앉아 있었다.
에밀리야의 말에 앤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보다 힘을 주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강현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오랫동안 해 온 것처럼.
‘…대장장이 같군.’
불을 다루는 강현을 보니 장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앤은 요리하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떠올릴 줄은 몰랐다.
앤의 시선이 토리에게 향했다.
토리가 반짝이는 눈으로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령이 좋아할 만해.’
예로부터 대장장이들에게는 불의 정령의 축복이 깃든다고 하였다.
하지만 요정을 제외한 종족 대부분이 정령을 볼 수 있는 건 아니기에 계약을 할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너무 집중했나.’
이렇게 가까워질 때까지 몰랐다니.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앤은 곧 방금 했던 생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사내.
대단한 실력자였다. 앤이 기척을 놓쳐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란돌프 씨.”
옆에 있던 에밀리야가 반갑게 사내를 맞이했다.
그러자 사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던 돌을 하나 들고 와서 사뿐히 내려놓았다.
조심스러운 움직임.
강현의 집중을 깨지 않기 위해서였다.
자리에 앉은 란돌프는 그제야 앤을 보았다.
“못 보던 분이시군. 에밀리야 씨의 손님인가?”
란돌프가 그리 물어본 이유는 앤에게서 요정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란돌프의 물음에 에밀리야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강현 씨의 손님이세요.”
“강현의?”
놀란 눈으로 앤을 돌아보는 란돌프. 곧 란돌프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란돌프라오. 강현의 친구지.”
다른 곳이었다면 이름보다 직책이 먼저 나왔겠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로벤투스의 기사이기 이전에 강현의 친구로서 온 것이었다.
“…앤이다.”
겉모습만 보면 란돌프가 연상이었으나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앤.
그런 앤의 모습에 란돌프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군. 숲의 현자신가. 강현에게 이야기는 들었소이다.”
“…그쪽도 소문보다 더 대단해 보이는군.”
란돌프가 앤을 알아챈 것처럼 앤도 란돌프를 알아봤다.
란돌프처럼 강현에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전부터 알고 있었다.
저만한 실력자가 이 주변에 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강현의 움직임이 멈췄다.
요리가 완성된 것이었다.
파스타를 그릇에 옮기던 강현은 뒤늦게 란돌프를 알아봤다.
“란돌프 씨? 언제 오셨어요?”
“방금 왔네. 말없이 실례하고 있었지. 혹시 내가 방해했나?”
란돌프의 물음에 강현이 힐끗, 앤을 보았다.
심드렁한 표정. 란돌프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마침 잘 오셨어요.”
안 그래도 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했다.
파스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바로 피자를 꺼내러 갔다.
피자까지 올라오자, 란돌프의 눈이 반짝였다.
“전에 먹었던 것과는 다르군?”
“오늘은 힘 좀 써 봤어요.”
“허, 자네가 그리 말하다니. 정말 기대되는군.”
지금까지 강현이 저렇게 자신만만했던 적이 있었던가.
늘 겸손했던 강현이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장비도, 재료도.
만전에 가까웠다.
“저는 마저 해 올 테니 먼저 먹고 계세요.”
강현은 그리 말하고 몸을 돌렸다.
피자 한 판은 이미 오븐에 들어가 있었다.
스테이크를 하려는 것이었다.
곧 연기와 함께 고기와 버터의 향이 퍼져 나갔다.
* * *
강현이 말했음에도 누구 하나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꿀꺽.
아우라의 시선이 음식들 사이를 헤엄치고 있었다.
꼬르륵.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아우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자 에밀리야가 앤을 돌아보았다.
“손님이시니 먼저 드세요.”
에밀리야의 말에 앤이 고개를 저었다.
“연장자부터 먹는 것이 도리입니다.”
단호한 말투. 에밀리야가 곤란한 듯 웃자 란돌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이 그렇다니 먼저 드시지요.”
란돌프까지 말하자 거절할 수 없었던 에밀리야가 젓가락을 파스타에 가져갔다.
포크도 있긴 했지만, 젓가락을 배운 뒤로는 젓가락 선호하는 에밀리야였다.
그리고 한 입.
에밀리야의 눈이 커졌다.
“…어머, 이건.”
“이건?”
일행들이 에밀리야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 일행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정말 맛있어요. 여러분들도 어서 드셔 보세요.”
에밀리야의 말에 앤이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망설임이 없었다.
이 자리에 앤보다 연장자는 에밀리야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란돌프와 아우라도 파스타 면을 가져왔다.
동시에 입으로 가져가는 일행들.
“하아.”
“오.”
“음!”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감탄사를 토했다.
“…정말 대단하군.”
란돌프가 감탄하듯 말했다. 지금까지 강현의 요리를 많이 먹어 봤지만, 이건 뭔가가 달랐다.
아우라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가 헛기침했다.
그러나 올라가는 입꼬리는 막을 수 없었다.
‘…장로분들이 키운 열매보다 맛있어.’
평소 열매나 과일은 본연의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우라였다.
간혹 몇몇 열매들은 꽃잎처럼 차로 우리긴 해도 그건 차를 먹는 행위이지, 열매를 먹는 게 아니었다.
당연히 굽거나 끓이는 것은 열매나 과일의 맛을 해치는 배웠고, 또 아우라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우라가 힐끗 강현을 보았다.
강현의 요리는 무언가 달랐다.
아우라가 고민에 빠진 사이 앤은 천천히 파스타의 면을 씹었다.
맛에 놀란 아우라와 달리 앤은 눈빛은 차분했다.
‘확실히 맛있어. 하지만….’
앤의 시선이 파스타와 피자로 향했다.
‘…내가 알던 식자재가 아니야.’
전에 봤을 때는 해산물이라서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비슷한 것도 있지만, 이곳의 식자재와는 달랐다.
앤에게는 요정의 피가 흐른다.
당연히 수많은 식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요정이 새롭게 만든 것도 아니었다.
만일 요정의 힘이 깃들었다면 앤이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즉,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다른 존재였다.
거기까지 생각한 앤은 고개를 저었다.
‘하긴, 상관없나.’
그런 걸 생각하면 강현이 옷차림이나 장비부터 문제가 많았다.
기술 자체로는 놀라울 정도지만, 신비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정작, 강현은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혼자 고민하는 것도 바보 같았다.
그때, 옆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끼이잉.”
“….”
애처로운 눈빛으로 앤을 바라보는 설기와 화난 표정으로 모나를 노려보는 모나.
건방진 눈빛에 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보다 먼저 나선 이가 있었다.
“미안해. 금방 줄게.”
에밀리야가 황급히 접시에 파스타 면과 피자를 옮겼다.
그릇이 바닥에 놓이자마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그릇에 머리를 박았다.
우걱우걱.
씹지도 않고 삼키는 둘을 본 앤이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는 란돌프와 에밀리야를 보았다.
피자를 먹던 란돌프가 앤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음, 할 말이 있소?”
피자를 삼키고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핥는 란돌프.
‘소문과는 다르네.’
고개를 저은 앤이 란돌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무렇지 않은 건가? 나에 대해서 안다면 내 정체도 알 텐데?”
앤의 물음에 란돌프는 고개를 갸웃하고 입을 열었다.
“그대가 요정의 피를 이은 것 말이오?”
순간, 아우라의 시선이 앤에게 향했다.
그러나 에밀리야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담담했다.
앤이 고개를 끄덕이자, 란돌프가 실소를 흘렸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요정과 수인과도 친구인데, 혼혈이라고 해서 다를 게 무엇이오.”
란돌프의 말에 앤의 시선이 에밀리야와 모나에게 향했다가 떨어졌다.
맞는 이야기였다.
다른 종족을 증오하지 않으면, 혼혈이라고 해서 거리낄 게 없었다.
하지만 앤의 말은 끝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과거에 수많은 인간을 죽였다는 사실도 모르진 않겠지?”
이어지는 말에 란돌프의 움직임이 멈췄다.
“알고 있지. 하지만 그건 정당한 복수이지 않나?”
말투가 바뀌면서 눈빛도 바뀌었다.
란돌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번에 조사하면서 그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 그들은 인간이라서 죽은 게 아니라 죽을만해서 그런 거야. 그렇기에 왕궁에서도 그대를 놔두고 있지.”
왕궁이 앤의 존재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알면서 놔두는 것이었다. 오히려 귀족들이나 다른 왕국에서 이용하지 못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종족 전쟁 때 활약하던 존재.
더군다나 맹약에 엮이지도 않았다.
이 가치를 모를 왕국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 역시 수많은 인간을 죽인 건 마찬가지라네.”
란돌프도 오랜 세월 전쟁터에 있었다.
다른 종족과의 전쟁이 아니라 인간과의 전쟁.
앤을 바라보던 란돌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대는 바뀌었소. 이제 종족이 다르단 이유로 서로를 증오하지 않아도 된다오. 뭐, 그쪽이 편하다면 해 줄 수는 있소만.”
그렇게 할까?
란돌프의 시선에 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군. 시대가 바뀐 건가.”
옆에 있던 에밀리야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우라는 심각한 분위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과거에 잡혀 있는 건 자신이었을 지도 몰랐다.
쩝쩝쩝.
설기와 모나가 먹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렸다.
“응?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그때, 강현이 접시를 들고 다가왔다.
피자와 스테이크. 거기에 크림 파스타까지.
강현의 물음에 일행들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갸웃한 강현이 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음식은 입맛에 맞으세요?”
“…진짜로 궁금해서 묻는 건가?”
“그래도 입맛이란 게 다를 수 있잖아요.”
앤의 물음에 강현이 쑥스러운 듯 볼을 긁적였다.
앤은 그런 강현을 보다가 코웃음 쳤다.
“이걸 맛없다고 하는 건 혀가 이상한 거지.”
칭찬이었다.
다른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어요.”
“맞네. 자네의 요리는 늘 최고이지.”
칭찬을 듣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다. 요리사로서 먹는 이의 감상을 듣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낯간지러운 말에 강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아직 입을 열지 않은 이도 있었다.
자연스레 일행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일행들의 시선을 받은 아우라가 입을 열었다.
“…맛있어요.”
말을 하고 입술을 깨무는 아우라. 분한 표정의 아우라.
맛없다고 하기에는 그녀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아우라의 모습에 일행들이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