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96)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196화(196/251)
196화 마음에 들어?
고소한 기름 냄새.
설기와 설탕의 귀가 쫑긋 올라갔다.
강현이 전을 뒤집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참나물이 보였다.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
곧 앞뒤로 구워진 참나물 부침개가 그릇에 담겼다.
“향이 좋군.”
란돌프가 참나물 부침개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강현은 가지고 온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줄줄이 나오는 나물들.
그걸 본 일행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 많네요.”
당혹스러운 에밀리야의 물음.
그러나 그녀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식물들이 한가득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란돌프와 노아마저 실소를 흘렸다.
“이래서는 뭐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이겠어.”
“고민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응?”
강현은 그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
다 같이 먹으면 된다.
“컹!”
늠름하게 짖는 설기.
다른 이들과 달리 비빔밥을 알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웃으며 먹는 방법을 설명했다.
넓은 대접.
거기에 나물을 조금씩 담았다.
다시 그 위에 밥과 계란후라이, 고기를 한 스푼 올렸다.
그제야 일행들도 다진 고기를 쓴 이유를 깨달았다.
“이제 이 장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로 넣으시면 돼요.”
하나는 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장.
다른 하나는 간장과 달래를 넣어서 만든 달래장이었다.
“나머지는 이렇게 잘 비벼 주면 됩니다.”
“음.”
강현은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을 비볐다.
강현을 따라서 대접에 나물을 옮기는 셋.
눈을 반짝이는 에밀리야와 달리 란돌프와 노아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밥을 비비고 있었다.
강현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어쩔 수 없지.’
비빔밥을 처음 접하면 다들 표정이 비슷했다.
나물들을 올렸을 때는 낫지만, 비빈 후에는 그리 좋은 모습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먹어 보면 다르지.’
강현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컹! 컹!”
꼬리를 흔들며 짖고 있는 설기.
빨리 달라고 닦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설탕의 시선을 받고 다시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알았어. 금방 줄게.”
강현은 비벼진 비빔밥을 셋으로 나눠서 설기와 설탕, 모나에게 나눠 줬다.
“끼잉.”
양이 줄어들자 울상을 짓는 설기.
강현이 그런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금방 또 비벼 줄게.”
어차피 남은 나물들은 선물할 생각으로 넉넉하게 들고 왔다.
그릇이 놓이자마자 먹기 시작하는 모나와 설기.
설탕은 차분하게 입을 가져갔다.
그 모습에 셋도 비빔밥을 떴다.
란돌프와 노아는 고추장으로, 에밀리야는 달래장을 골랐다.
그것만으로도 서로의 취향을 알아볼 수 있었다.
곧 숟가락이 셋의 입에 들어갔고.
“…!”
“음!”
셋의 눈이 커졌다.
“와아.”
“…좋군!”
“…풀들만으로 이런 맛을 내다니.”
행복해하는 에밀리야와 감탄하는 란돌프.
그리고 어째서인지 딱딱하게 굳은 노아까지.
노아는 적이라도 만난 것처럼 나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기가 들어가긴 했지만, 식감과 향을 내는 정도였다.
그러한 셋의 반응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다행히 입맛에 맞나 보네.’
에밀리야의 반응은 예상했지만, 란돌프와 노아는 조금 조심스러웠다.
둘 다 육식을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고기의 양을 늘릴까도 생각했지만, 이 정도가 딱 좋았다.
비빔밥의 메인은 어디까지나 나물이었다.
나물의 향을 헤치면 안 되었다.
비빔밥을 먹기 시작하는 셋을 보며 강현은 다시 한 그릇을 비볐다.
이번에는 고추장이 아닌 달래장으로.
설기, 설탕, 모나에게 조금씩 덜어 주고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가장 먼저 달래 특유의 매운 향이 올라왔다.
이후 봄나물들의 향이 뒤섞여서 혀에 감겼다.
‘좋네.’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참나물 부침개를 집어다가 달래장에 푹 찍었다.
바삭.
튀김이 부서지면서 안에 고여 있던 참나물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씹을 때마다 기름에 섞인 참나물의 육즙이 터져 나왔다.
저절로 피어나는 미소.
입가심으로 얼큰한 달래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입안 가득 봄 향이 물씬 풍겨 나왔다.
동시에 불어온 바람이 강현의 머리카락을 흩트려 놓았다.
봄을 알리는데 이보다 좋은 음식이 있을까.
제대로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비빔밥을 즐기고 있었다.
벌써 그릇을 비우고 새롭게 나물을 올리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양만큼 재료를 올릴 수 있다는 게 비빔밥의 재미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을 보던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다음 것을 꺼낼 때가 되었다.
음식이 아니었다.
강현은 가방에서 하얀 통을 꺼냈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볍게 한잔씩 어떠세요?”
강현의 말에 셋의 눈이 반짝였다.
막걸리.
“역시 강현이야. 내 마음을 읽는구먼.”
란돌프의 말에 노아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콸콸콸.
그릇에 하얀 막걸리가 쏟아졌다.
곧 셋의 잔이 허공에 부딪혔다.
* * *
“이런 게 행복이지.”
식사를 끝낸 란돌프가 자신의 배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어느새 셋의 앞에는 술잔이 아닌 차가 올라와 있었다.
에밀리야가 직접 우린 차였다.
강현의 요리를 먹은 뒤에 에밀리야의 차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었다.
“풀도 나쁘지 않군.”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을 것 같다는 강현의 예상과 달리 모든 통이 깨끗하게 비어졌다.
넉넉하게 가져오지 않았다면 부족했을 뻔했다.
차를 마시는 셋의 옆에는 배를 드러내고 누운 설기와 모나가 있었다.
산처럼 볼록 튀어나온 배.
천진난만한 둘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설탕은 도도하게 털에 묻은 양념을 혀로 닦아 내고 있었다.
둘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현이 탄성을 뱉었다.
“아, 에밀리야 씨에게 선물이 있어요.”
강현은 가방에서 검은 봉지를 꺼냈다.
방금 먹었던 것과 달리 싱싱한 나물.
심지어 뿌리에 흙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가져올 때 조금 눌렸네요.”
“아니에요!”
에밀리야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보물이라도 된 것처럼 소중히 봉지를 받았다.
움찔거리는 귀가 그녀의 기분을 알려 주고 있었다.
기뻐하던 그녀는 주변의 시선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제가 다 받아도 되나요?”
그러자 란돌프와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강현이 없으면 어차피 쓰지 못한다.”
맞는 말이었다. 강현 없이는 그냥 풀때기에 불과했다.
그런 노아의 말에도 에밀리야는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정 그러시면 나중에 길러서 좀 나눠 주면 됩니다. 제니퍼에게 주면 되니.”
“…음, 나 역시 하만에게 건네주지.”
둘의 대답에 에밀리야가 싱긋 웃었다.
“예. 잘 키워서 나눠 드릴게요.”
식물을 기르는 건 요정에게.
그것이 현명했다.
곧 둘에게서 시선을 뗀 에밀리야가 강현을 보았다.
“너무 받기만 하네요.”
“아니에요.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강현의 말에 그녀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갔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긴 그렇네요. 저번에 보니 제 걸음에 관심이 많으시던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강현이 단호하게 잘랐다.
그러자 에밀리야가 울상을 지었다.
불쌍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이번에 마슈와 이야기한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이세계에서도 지금 가진 강현의 무력은 강한 편이었다.
여기 모인 이들이 이상하리만큼 강할 뿐이었다.
더 강해질 필요는 없었다.
그때, 설기의 배 위에서 뒹굴고 있는 토리에게 시선이 갔다.
“아, 그러시면 정령이 좋아할 만한 것이 있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무가 자라고 나서 토리는 나무 주변에만 맴돌았다.
강현이 쳐다보자 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심어 보는 건데.’
그렇다면 겨울도 조금은 편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그동안 토리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리는 설기와 달리 식탐도 별로 없었다.
‘나뭇가지 같은 게 하나 더 있으면 좋겠지.’
강현의 시선을 따라 토리를 본 에밀리야가 부드럽게 웃었다.
“물론이죠.”
싱긋 웃는 에밀리야.
* * *
찻잔을 비운 셋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둥거리는 모나를 어깨에 짊어진 노아.
그러나 너무 먹은 탓에 반항조차 힘들었다.
“아우우, 꺼억.”
몇 번 바둥거리다가 트림을 토해 내는 모나였다.
바로 앞에서 나는 냄새에 눈살을 찌푸린 노아가 먼저 떠나가고 이어서 에밀리야와 란돌프 역시 돌아갔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
텐트에 걸터앉아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설탕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려고?”
대꾸하지 않는 설탕.
하지만 강현도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는 설탕을 향해 강현이 입을 열었다.
“다음에 또 놀러 와. 가족들이랑 같이 와도 돼.”
강현의 기억으로는 설기의 형제자매가 더 있었다.
강현의 말에 설탕의 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강현을 힐끗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평소와 다른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부끄러운 건가?’
강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옆에 누워 있는 설기의 배를 통통 두드렸다.
“우리도 이제 잘 준비하자.”
“끼이잉.”
설기는 괴로운 신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잠자리를 정리하던 강현이 문뜩 멈춰 섰다.
“…설마 부모님을 데려오는 건 아니겠지?”
형제자매라고 하지 않고 가족이라고 말했다.
강현은 희미한 기억 속에 담긴 거대한 늑대를 떠올렸다.
그런 늑대를 대접하려면 강현 혼자서는 힘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강현은 설기, 토리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 * *
다음 날.
텐트를 정리하고 돌아가려는 강현에게 에밀리야가 찾아왔다.
“다행히 늦지 않았네요.”
급하게 왔는지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런데도 얼굴은 언제나처럼 싱그러웠다.
“어쩐 일이세요?”
놀란 강현이 묻자 그녀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걸 전해 주려고요.”
풀줄기를 엮어서 만든 반지.
풀줄기로 만들었다지만, 어릴 때 만들던 것과는 달리 제대로 된 반지였다.
“이건?”
“어제 말한 거예요. 정령에게 안정을 주는 물건이에요. 계약자가 착용해도 괜찮지만, 정령이 직접 가지고 있는 게 더 효과가 좋아요.”
강현은 반지를 받았다.
말을 꺼냈지만, 이렇게 바로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
밑을 내려보자 주머니 속 토리가 눈을 빛내는 것이 보였다.
강현은 토리의 머리에 반지를 올려 놨다.
덕분에 왕관을 쓴 것처럼 되어 버렸다.
손으로 흘러내리는 반지를 붙잡는 토리. 그 모습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마음에 들어?”
끄덕끄덕.
마치 난로 앞에 있는 것처럼 나른한 표정이었다.
‘나중에 끈으로 목에 걸어 줘야겠네.’
지금의 모습도 귀여웠지만, 계속 흘러내리게 놔둘 순 없었다.
토리에게서 시선을 뗀 강현이 에밀리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정말 감사해요.”
“토리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에밀리야가 강현을 향해 푸근한 미소를 흘렸다.
“그런데 너무 귀한 걸 받은 게 아닌지.”
한눈에 봐도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러한 강현의 물음에 에밀리야가 고개를 저었다.
“제겐, 강현 씨가 주신 선물들이 더 귀한 것들이에요.”
에밀리야는 싱긋 웃었다.
그 웃음에 강현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전 가 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예. 들어가세요.”
바람처럼 사라지는 에밀리야.
그 모습을 보던 강현 역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