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04)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04화(204/251)
204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소현을 힐끗거린 강현이 입을 열었다.
“그 프로그램에 게스트들은 다들 어느 정도 요리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현지에서 황대길과 함께 요리하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연습생으로 생활한 소현이 그런 쪽에 재능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잖아.”
다른 요리사들이 함께였다.
그리 말한 윤섭이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강현을 보았다.
“황대길 선생님께서 많이 신경 쓰셨어. 되도록 너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데려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대. 네 사회성이 부족한 걸 배려해 준 것이지.”
강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꼭 마지막에 쓸데없는 소리를 붙인다. 강현의 시선에 윤섭이 슬그머니 핸들을 두드렸다.
운전 중을 어필하는 모습.
결국,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세나에게 제안이 왔는데, 그쪽은 시간이 안 나서. 마침 유니즈가 쉬고 있길래 데려왔지.”
뒤에서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저 요리 학원도 다녔어요!”
자랑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두 손에는 반창고가 가득 붙어 있었다.
“요리 학원요? 얼마나요?”
“한… 3일?”
3일이면 3일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어째서 의문형인가.
그러나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3일 만에 손이 저 지경이 된 건가.’
사흘 동안 그만큼 열심히 한 건가, 아니면 그만큼 요령이 없던 걸까.
답은 곧 알 수 있었다.
“이제 혼자서 사과도 깎을 줄 알아요!”
소현의 말에 강현은 옆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때만큼은 윤섭도 강현의 시선을 피했다. 강현의 눈빛이 따가웠는지 윤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도 저 정도일 줄은 몰랐어. 너무 자주 베이다 보니 3일째 되는 날은 선생님이 돌려보냈어. 손 아물고 다시 오라고.”
“….”
강현은 입을 다물었다.
윤섭이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의욕은 좋다고 칭찬하셨대.”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의욕만 앞선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요리는 칼과 불을 다루는 만큼 조심히 접근해야 했다.
보통 저 나이 때라면 어느 정도 요리를 해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현의 상황은 보통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식단을 관리했으니.’
뭔가를 해 먹을 필요도 없다. 게다가 배달 음식도 잘 되어 있었다.
칼을 만질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강현은 소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소현이 아니었다.
“…선생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었는데.”
“그거야 내가 부탁했으니깐.”
옆에서 들린 소리에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형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응.”
“…왜?”
“그거야….”
윤섭은 말하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뒤에 있던 소현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
미리 짜 온 듯 박자가 딱 맞았다.
강현은 활짝 웃고 있는 둘을 보며 머리가 아파지는 걸 느꼈다.
그런 강현을 본 윤섭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딴 사람이랑 가는 것보다 나랑 가는 게 낫잖아.”
윤섭은 아까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황대길 선생님은 바쁘셔서 널 챙기기도 힘들 거야. 네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고, 사흘 동안 혼자 멀뚱멀뚱 서 있을 거 아니야?”
윤섭의 말에 강현이 입을 다물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었다.
일 년 사이에 강현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성격은 아니었다.
“어차피 경기는 마지막 날에 한다니깐 즐기다 오라고. 방송 분량은 이쪽에게 맡기고.”
“저만 믿으세요!”
소현이 주먹이 불끈 쥐었다.
“저렇게 보여도 예능에 대해서는 너보다 전문가야.”
엣헴.
소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강현은 그런 둘을 보며 멋쩍어했다.
그때, 가슴 쪽이 간지러워졌다.
빼꼼 고개를 내민 토리가 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피식 웃은 강현이 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비밀 친구.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더 걱정할 거다.
생각에 잠긴 강현을 오해했는지 윤섭이 입을 열었다.
“그리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너랑 나가면 분량 경쟁은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도 나름 잘나가고 있는 방송인데, 우리가 분량을 가져오면 나쁘지 않지. 넌 편하게 여행하고 이쪽은 제대로 얼굴도장 찍고.”
“서로 윈윈이죠!”
소현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만일 다른 이였으면 자신보다 더 주목받는 걸 경계할 거다.
하지만 강현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를 알기에 윤섭이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강현 역시 자신을 잘 아는 윤섭이 옆에 있는 게 편했다.
“물론 나도 회삿돈으로 여행 좀 하고.”
주변의 시선이 적을 테니 그만큼 신경 쓸 일도 적을 거다.
“그럼 공항까지 달려 보자고.”
“예! 실장님, 뮤직 큐!”
소현의 외침에 윤섭이 음악을 틀었다.
정말 여행이라도 가는 분위기.
둘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강현이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토리는 둘이 시끄러운지 다시 주머니 속으로 도망쳤다.
* * *
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온 스태프들이 강현을 맞이했다.
대부분 강현과 안면이 있는 이들이었다.
강현이 의아해했는데, 뒤늦게 황대길과 함께 오는 이를 보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리고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김윤하 피디님. 추석 때 보내 주신 선물은 잘 받았어요.”
“오, 이렇게 또 보니 좋네!”
수염이 덥수룩한 곰 같은 사내.
문명보다는 자연이 더 어울리는 사내였다.
예전에 강현과 프로그램을 같이했던 피디였다.
“안 그래도 전부터 부르고 싶었거든.”
“그런, 가요?”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그리 말한 김윤하 피디가 슬쩍 황대길을 눈짓했다.
“선생님께서 강현 씨 괴롭히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셔서 못 했지.”
아하.
강현이 황대길을 돌아보자 황대길이 헛기침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다고.”
그러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만일 거짓말이었다면 황대길의 성격에 호통을 쳤을 거다.
“우리 동생, 사랑받는구나.”
뒤에서 헛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못 들은 척 외면했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
곧 김윤하 피디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소현 씨도 오랜만이야. 실장님도 잘 지내셨죠?”
“예, 안녕하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는 소현과 옆에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윤섭.
같은 업계에 있는 종사자였으니 친분이 있는 것이었다.
김윤하 피디는 강현과 소현, 황대길은 한 번씩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덕분에 이번 방송은 편하게 가겠네요.”
김윤하 피디의 말뜻을 이해한 윤섭이 쓴웃음을 흘렸다.
TV와 실제는 달랐다.
매일 같이 대중을 신경 써야 하다 보니 성격이 예민한 이들도 많았다.
당연히 출연진들끼리의 충돌은 일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강현 역시 겪지 않았던가.
“물론 저는 편한 방송보다는 재미있는 방송을 원합니다. 아셨죠?”
“예!”
소현이 힘차게 외쳤고, 강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오프닝 끝나고 하죠.”
김윤하 피디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에 따라 일행들의 눈도 진지해졌다.
* * *
오프닝이 끝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장작 여섯 시간의 비행 후에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내리자 황대길이 다가왔다.
“강현, 자네는 그런 환경에서 잘도 자더군.”
오랜 비행의 여파인지, 황대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런 환경이요?”
강현이 의아해하자 황대길이 카메라를 턱짓했다.
그제야 강현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좌석 양옆에 설치된 카메라 때문이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셔서….”
“쓰고 싶지 않다고 쓰지 않을 수 있나. 난 아직도 불편해.”
황대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현은 그런 그의 모습에 볼을 긁적였다.
기내식을 먹을 때 빼고는 명상을 하거나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카메라가 있으면 어떤 반응이라도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강현은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정말로 눈길 한 번 건네지 않았다.
무언가 반응이라고 해야 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만일 필요했다면 김윤하 피디나 다른 작가들이 말했을 거다.
오히려 억지로 하려고 하면 더 이상할 수도 있었다.
강현의 예상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이 김윤하 피디의 얼굴에 꽃이 피고 있었다.
강현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봄바람처럼 따뜻했다.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도 저것보다 따뜻하진 않을 거다.
부담스러움에 강현이 시선을 돌렸다.
아직 공항이었음에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벌써 태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올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설기도 아니고.’
피식 웃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을에 있을 설기가 떠올랐다.
‘잘 있겠지?’
걱정이 올라왔지만, 이미 늦었다.
믿는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저은 강현은 제작진들을 따라서 이동했다.
그렇게 공항을 나오자 김윤하 피디가 입을 열었다.
“아마 전달받으셨겠지만, 오늘은 숙소에서 짐을 풀고 랏차다 롯파이 야시장으로 향할 겁니다. 거기서 편하게 드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시면 됩니다. 이 스케치북만 한 번씩 확인해 주세요.”
김윤하 피디가 말하자 작가 하나가 커다란 스케치북을 들어 올렸다.
이야기의 방향성만 잡아 줄 뿐,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라는 뜻이었다.
“내일 오전에는 관광지 몇 군데를 돌면서 간단한 게임을 할 예정입니다. 거기서 점심과 저녁에 쓰실 수 있는 돈이 결정됩니다.”
황대길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헛기침했다.
먹으러 와서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면 그만큼 심란한 것도 없었다.
그러나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예능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먹지 못할 정도로 과하게 진행하진 않았다.
그러나 강현이 왔으니 제대로 먹여 보내고 싶었다.
그런 황대길의 기분을 알아챘는지 김윤하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은 일본과 중국이랑 협업하기 때문에 예산도 충분하니 평소보다 넉넉하게 드릴 겁니다.”
김윤하 피디의 말에 황대길의 표정도 풀어졌다.
“그래서 내일 점심은 짜뚜짝 시장에서 먹고, 저녁은 파타야로 이동해서 먹을 겁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김윤하 피디가 말을 끌었다.
김윤하 피디는 출연진들을 한 번씩 돌아보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일본과 중국. 그들과의 요리 경기가 있을 예정입니다.”
예산을 넉넉하게 준다는 건 거짓이 아니었다.
셋째 날에는 태국 식자재로 요리 경쟁을 펼친다.
당연히 다양하게 먹어 볼수록 유리했다.
태국 음식을 제대로 먹어 보지도 못하고 경쟁을 펼치다가 지기라도 하면….
‘그거야말로 끔찍하지.’
시청자 게시판에 불이 날 거다.
그걸 알기에 위에서도 예산을 넉넉하게 잡아 준 것이었다.
“그 뒤로는 자유 시간입니다. 돌아가는 건 넷째 날 아침이지만, 일정은 셋째 날이 끝입니다. 카메라도 붙이지 않을 테니 자유롭게 즐겨 주시면 돼요.”
“와!”
소현이 탄성을 뱉었다.
다른 프로였다면 있기 힘든 일이었다.
굳어있던 황대길의 얼굴도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태국에서의 일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