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05)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05화(205/251)
205화 대신 성격이 나쁘잖습니까
일행들이 짐을 정리하고 나왔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김윤하 피디는 강현을 불러서 돈을 건넸다.
원래 첫째 날도 게임으로 정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예외로 쳤다.
봉투가 제법 두꺼웠다.
옆에 있던 소현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가 보지.”
뒤늦게 나온 황대길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옷차림만큼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일행들이 향한 곳은 랏차다 롯파이 야시장이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음에도 많은 인파가 있었다.
형형색색의 천막들.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멀리서도 맡아질 정도로 짙은 향신료의 냄새.
“우와.”
소현은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껌뻑였다.
강현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롯파이 야시장의 이름은 몇 번 듣긴 했지만, 이 정도로 규모가 클 줄은 몰랐다.
“오늘은 마음껏 먹어도 되는 거죠?!”
소현이 뒤를 돌아봤다.
김윤하 피디를 보는 게 아니었다.
윤섭.
소현을 잡던 카메라가 윤섭에게 향했다.
웃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윤섭. 하지만 카메라가 떠나자마자 표정을 달리했다.
‘적당히 해. 적당히.’
걱정스러운 눈빛.
그러나 이미 눈이 돌아가 버린 소현에게 보일 리가 없었다.
홀린 듯 나아가는 소현.
강현과 황대길 역시 소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화려한 불빛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이 그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이곳도 많이 바뀌었군.”
“전에 와 보셨나요?”
황대길의 말에 강현이 되물었다. 황대길은 기억을 되새기는 듯 아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네.”
강현은 황대길과 만들었던 요리 중에 동남아 향신료가 많았던 걸 떠올렸다.
필시 태국 요리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그때보다 훨씬 깔끔해졌어. 하지만 그때의 느낌도 사라졌군. 적어도 배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말과 달리 황대길의 표정은 씁쓸했다.
요리사로서 위생을 챙기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추억이 사라지는 건 아쉬웠다.
황대길의 말에 강현이 주변을 돌아봤다.
태국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시대를 따라가려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예전 모습이 어땠는지도 궁금했다.
“셰프님! 셰프님!”
그때, 앞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둘에게 다가오는 소현.
해맑은 그녀의 모습에 황대길과 강현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저건 뭐예요?”
둘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봉지에 든 음식을 테이블에 쏟는 게 보였다.
“…해산물?”
테이블 자체를 접시처럼 쓰고 있었다. 스태프조차 생소한 광경에 눈을 껌뻑였다.
그러나 강현은 음식의 정체를 알아챘다.
“홀리쉬림프군요.”
태국 길거리 음식 중 유명한 요리였다. 소현은 테이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의 보일링크랩을 태국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궁금하면 먹어 보면 되지.”
“정말요?”
황대길의 말에 소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첫 요리가 결정되었군.”
단순히 말뿐이 아니라는 듯 황대길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강현 역시 신경 쓰이는 건 마찬가지였기에 황대길의 뒤를 따랐다.
자리에 앉으니 메뉴판을 가져다줬다.
놀랍게도 영어와 한국어로 쓰인 메뉴판.
메뉴를 보던 소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을 뗐다.
재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스부터 해서 맵기까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현은 혼자 온 게 아니었다.
이런 쪽에서는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사람들과 함께였다.
소현의 시선을 받은 황대길과 강현이 웃음을 흘렸다.
“주문은 내가 알아서 시키겠네.”
“예!”
“예.”
황대길의 말에 강현과 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점원이 통을 들고 왔다.
그리고 통 안에서 비닐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쏟아 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동시에 칠리의 향이 퍼져 나갔다.
새우뿐만 아니라 조개와 옥수수, 감자까지.
점원은 비닐장갑을 건네주고 떠나갔다.
홀리쉬림프는 비닐장갑을 끼고 손으로 먹는 음식이었다.
황대길은 새우 하나를 까서 소현을 건넸다.
“먹어 보게.”
“제, 제가요?”
“그래, 첫 음식인데 자네가 먹는 게 낫겠지.”
소현은 황송해하면서 새우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한 입.
소현의 눈이 커졌다.
“어떤가?”
“맛있어요!”
황대길의 물음에 소현이 배시시 웃었다.
촬영하던 이들조차 무심코 미소를 지을 정도로 천진난만한 모습.
곧 황대길의 시선이 옮겨 갔다.
“강현, 자네도 원한다면 벗겨 주겠네.”
“저는 괜찮습니다.”
강현이 웃으며 거절했다. 그러자 소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제가 두 분 걸 벗겨 드릴게요!”
미처 말릴 새도 없이 큼지막한 새우를 집는 소현.
“아뜨뜨뜨.”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새우 껍질을 벗겼다.
“선생님 여기요!”
“고맙네.”
황대길은 손녀딸이라도 보듯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셰프님 거.”
“소현 씨, 전 제가….”
그런 소현이 부담스러웠던 강현이 입을 열었으나 소현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부탁드립니다.”
헤헷, 하고 귀엽게 웃는 소현.
방금 시무룩한 표정도 연기였다. 강현이 한숨을 내쉬는 동안 새우 하나를 더 벗겨서 강현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넨 강현은 새우를 받아서 입에 넣었다.
입안 한가득 퍼지는 해산물과 칠리의 향.
새우를 삼킨 강현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보일링크랩과는 다르네요.”
“매운맛이 강하지.”
황대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는 향신료도 조금 달랐다.
보일링크랩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주얼만 비슷할 뿐이지 다른 요리나 다름이 없었다.
둘은 곧 시키지도 않았는데 홀리쉬림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매장에 있을 때도 했던 것.
둘에게는 익숙했다. 이미 습관과도 같았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소현은 눈을 또르르 굴리더니 조개 알을 입으로 넣었다.
얌.
둘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던 둘은 방송이란 걸 깨닫고 말을 멈췄다.
“…미안하군. 이 친구와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집중했어.”
“아닙니다. 덕분에 좋은 그림이 뽑혔어요.”
김윤하 피디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내심 놀라고 있었다.
황대길이 저렇게 열성적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전 출연자들과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
‘…강현 씨가 그만한 실력이란 거지.’
요리를 잘 모르는 김윤하 피디도 강현과 황대길이 대등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황대길이 감싸고 도는 이유가 있었다.
‘생각보다 더 잘 나오겠어.’
강현을 바라보는 김윤하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강현은 갑작스러운 한기에 몸을 떨었다.
그런 둘과 달리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조개 알을 빼 먹던 소현이 멈췄다.
“어?”
먹다 말고 눈을 껌뻑이는 소현.
그런 소현의 반응을 알아챈 제작진 몇몇도 탄성을 뱉었다.
그러자 강현과 황대길의 시선도 소현을 향했다.
갑자기 수줍어하는 소현.
둘이 의아해하자 한쪽에 있던 작가가 급히 스케치북을 들었다.
― 노래요.
짧은 한 문장.
그제야 강현은 흘러나오는 노래를 깨달았다.
“…아, 한국 노래네요?”
강현이 탄식을 뱉었다. 어딘가 귀에 익숙했다.
그러자 소현의 표정이 굳었다.
충격받은 듯 떨리는 눈동자.
이상함을 깨달은 황대길이 슬쩍 다른 작가 쪽을 보았다.
거기에는 좀 더 긴 문장이 적혀 있었다.
유니즈의 노래.
그걸 본 황대길이 태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 소현이네 노래구나. 좋은 곡이지.”
아까까지 존댓말을 썼으면서 갑자기 친근한 말투로 변했다.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저희 곡도 아세요?”
소현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자 황대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황대길과 오랜 시간을 보낸 강현은 어색해한다는 걸 알아챘다.
“…선생님?”
강현이 옆에서 되물었지만, 황대길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존경하던 분에 흑역사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배신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
황대길을 향해서 웃던 소현의 시선이 다시 강현을 향했기 때문이었다.
“…셰프님.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제가 앨범까지 선물했는데!”
강현이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윤섭이 꼴 좋다는 듯이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섭도 이번에는 강현의 편을 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이들의 부탁을 받아서 앨범을 보낸 게 윤섭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윤하 피디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강현은 방송이란 것도 잊고 삐진 소현을 달래 주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이어서 몇 가지 음식을 더 먹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제작진들도 섞여서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그들 역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 * *
둘째 날은 첫날과 달리 정신이 없었다.
눈곱도 제대로 떼지 못한 소현이 빵을 억지로 입에 넣었다.
어제 너무 먹은 탓에 얼굴도 팅팅 부었다.
그 모습조차 다른 이들에게는 귀엽게 보였지만, 한 사람만은 예외였다.
‘눈에서 불 나오겠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윤섭.
이번 촬영만 끝나면 각오하라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강현은 남 일 같지 않았다.
통통해진 설기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방송에 들어갔다.
관광지를 다니며 제작진이 만든 여러 가지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작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무 잘하는데?’
평소보다 임무의 수준을 낮추긴 했지만, 너무 쉽게 성공시키고 있었다.
예상보다 강현과 소현의 체력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강현의 움직임은 제작진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그조차도 주위를 의식해서 힘을 빼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잠시 쉬었다가 갈게요.”
“다음 임무는 상식 퀴즈로 대체할까요?”
카메라가 멈추자 작가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돌이 약한 부분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었다.
흔한 소재이지만, 그만큼 잘 먹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윤하 피디는 고개를 저었다.
“강현 씨. 그쪽에도 강한 편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스럽다는 눈빛이었지만, 오늘은 원수라도 된 듯 강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한 김윤하 피디의 말에 작가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세계 3대 요리 학교 중 하나인 CIA 졸업. 그리고 이십 대에 파리 국제 요리 대회 우승.
화제가 될 정도로 훈훈한 외모.
그런데 운동도 잘할 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좋다고?
“대신 성격이 나쁘잖습니까.”
“…!”
“…!”
갑작스러운 소리에 제작진들이 화들짝 놀랐다.
대놓고 욕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한 이가 누군지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섭.
강현과 그의 친분은 다른 이들도 잘 알았다.
제작진도 강현과 소통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섭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김윤하 피디가 걱정하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자칫하면 비호감으로 변할 수 있었다.
그때, 한 작가가 김윤하 피디에게 다가왔다.
“피디님.”
작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제작진들의 눈이 커졌다.
그곳에도 비슷한 행색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익숙한 방송국 로고.
일본에서 온 이들이었다.
그들도 일행들을 발견하고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