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21)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21화(221/251)
221화 사이가 좋진 않나 봐요?
“확실히 그러면 좋겠네요.”
에밀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란돌프도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라면 나도 돕지.”
팔을 들어 올리는 란돌프.
근육이 꿈틀하면서 춤을 췄다.
“나는 기다리고 있겠네. 누구 하나는 저걸 봐야지.”
로멘이 끓고 있는 냄비를 가리켰다.
그러나 일행들은 로멘이 남고자 하는 이유가 냄비 때문만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알을 품은 어미 새처럼 구체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강현의 선물이란 걸 잊은 걸까.
일행들은 쓴웃음을 흘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설기와 토리도 강현을 뒤따랐다.
* * *
커다란 나무가 숲을 이동했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설기 때와는 달리 땅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었다.
“하나, 둘.”
쿵!
호령이 들릴 때마다 나무가 허공에 떠올랐다.
“…저게 되는구나.”
강현은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긴장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컹!”
설기 덕분에 정신을 차린 강현이 나무를 쫓아서 뛰어갔다.
이윽고 떠올랐던 나무가 내려왔다.
쿵!
그러자 재빨리 소나가 날아갔다.
다음 착지 장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또다시 구령 소리가 들리고 나무가 날아올랐다.
나무를 들고 있는 건 에밀리야와 란돌프.
나무나 풀이 상하지 않게 공중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뛰어오르고 착지할 때마다 땅이 파이긴 했지만, 나무로 쓸고 가는 것보단 나았다.
그렇게 몇 번만 뛰다 보니 목적지가 보였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살과 강물.
일행들이 도착했을 때, 늑대들은 잠에서 깨서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뒤늦게 강현과 설기가 있는 걸 확인하고 경계를 푸는 늑대들.
그러나 다시 잠을 자진 않고 있었다.
‘미안하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에밀리야가 입을 열었다.
“쉬는 걸 방해할 순 없으니 빨리 끝내죠.”
“예.”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옆을 돌아보았다.
“토리야.”
이제 토리가 나설 차례였다.
강현의 부름에 토리가 씩씩하게 두 발로 일어섰다.
그러고는 두 손을 번쩍 들더니 땅속으로 쏙,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두두두두두두.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일행들의 앞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나무의 뿌리가 들어가기 충분한 크기.
강현의 발 옆으로 토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강현은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란돌프와 눈이 마주친 에밀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나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구멍에 넣었다.
“다시 한번 부탁해.”
강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토리가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구멍에 흙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물이 솟아오르듯 올라오는 흙.
일행들뿐만 아니라 늑대들도 그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란돌프가 입을 열었다.
“힘이 부족하나 보군.”
란돌프 말대로 흙이 올라오던 게 줄기 시작했다.
점점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그리고.
흙 위로 토리가 올라오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강현은 서둘러서 토리를 들어 올렸다.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토리.
무리를 한 게 분명했다.
강현은 토리를 토닥이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나머지는 저희가 하죠.”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자 아까는 없던 흙산이 보였다.
토리가 옮겨놓은 게 분명했다.
“잠시만요. 음.”
주변을 둘러보는 에밀리야. 곧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옮겼다.
숲속으로 사라졌던 에밀리야가 들고 온 건 커다란 잎 세 개였다.
잎을 접으니 그럴듯한 모양이 되었다.
“이 아이들은 질기고 튼튼해서 쓸 수 있을 거예요.”
나뭇잎으로 만든 삽.
에밀리야 말대로 제법 튼튼해 보였다.
그렇게 일행들이 흙을 퍼 나르자 설기가 다가왔다.
그리고 뒷발로 흙을 던졌다.
펑!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날리는 흙더미.
“음.”
마음은 알겠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일행들 사이로 어두운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늑대들이었다.
“어머나.”
설기가 그런 것처럼 뒷발로 흙을 밀어내는 늑대들.
그 모습에 에밀리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와주려나 보네요. 고마워.”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야.”
에밀리야에 이어서 란돌프도 웃음을 흘렸다.
설기와 달리 얌전히 흙을 퍼내는 늑대들.
덕분에 옆으로 튀는 것도 없었다.
그와 달리.
퍼버버버벅.
강현은 뒷발을 열심히 굴리고 있는 설기를 외면했다.
그 주변만 자욱하게 흙먼지가 일어나고 있었다.
저 정도면 돕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늑대들의 도움까지 얻어서 금세 흙을 메꿀 수 있었다.
“…음, 조금 모자라긴 하네요.”
뿌리가 들어갔으니 남아야 할 테지만, 오히려 주변보다 낮았다.
일행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쪽으로 향했다.
뒷발로 목덜미를 긁던 설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얼굴.
천진난만한 설기의 표정에 일행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주변을 깎아서 수평만 맞춥시다.”
란돌프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평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토리가 기운을 차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리가 끝나자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었다.
샤라라라.
물소리와 어우러져 악기처럼 들려왔다.
강현은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자신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늑대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너희 거야.”
이해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늑대들.
강현이 곤란하다는 듯이 볼을 긁적이자 설기가 나섰다.
“컹! 컹!”
앞발까지 써가며 무언가를 설명하자 우두머리 늑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된 것 같네요.”
에밀리야의 말에 일행들은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다가오는 늑대 무리.
나무 밑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살랑이는 꼬리가 그들의 기분을 알게 해줬다.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늘에 들어갈 순 없었다.
“역시 하나로는 부족하네요.”
“나중에 한 그루 더 데려와야겠어요.”
에밀리야도 같은 걸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일행들은 로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돌아가는 일행들 뒤로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설기에 묻지 않아도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마움의 인사였다.
“예의가 바른 녀석들이야.”
란돌프가 웃음을 터트렸다.
* * *
“오오! 왔군! 놀라운 장치야. 나로서도 절반 정도밖에 해석을 못 했네. 이것이야말로 과거의 마법이 현시대보다 뛰어나다는 증거야.”
일행들이 오자마자 들뜬 기색으로 입을 여는 로멘.
낯선 로멘의 모습에 일행들이 눈을 껌뻑였다.
하지만 로멘은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잘 보게. 아직 마력이 남아 있어.”
로멘이 무언가 주문을 외자 구체가 빛을 냈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불빛.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본 일행들의 눈이 커졌다.
그러자 로멘이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남은 마력 양을 생각하면 적어도 일주일은 움직일 거야!”
“오.”
감탄하는 일행.
그러나 강현은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다.
슬쩍 고개를 돌린 강현. 어느새 모닥불이 꺼져 있었다.
게다가 희미하게 올라오는 익숙한 냄새.
“끼잉.”
역시나 냄새를 먼저 맡은 설기가 앓는 소리를 냈다.
한숨을 내쉰 강현은 신나서 떠들고 있는 로멘을 돌아보았다.
“로멘 님. 혹시 냄비 확인하셨나요?”
“…어?”
방금까지 쉴 새 없이 떠들던 로멘이 입이 닫혔다.
그 모습에 일행들 역시 입을 다물었다.
* * *
다행히도 고기는 아랫부분만 탔다.
모닥불이 일찍 꺼진 게 행운이었다.
하지만 고기에 밴 냄새는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네.”
“아니, 괜찮아요.”
로멘의 말에 일행들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르르르.”
로멘을 보며 이를 가는 설기.
로멘이 움찔 몸을 떨었다.
“설기야.”
강현이 나지막하게 부르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 앞에 있는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탄내가 올라왔는지 코를 찡그렸다. 로멘을 향해 원망의 눈초리를 던지는 설기.
그 모습에 웃음을 흘린 란돌프가 입을 열었다.
“크으, 탔는데도 이렇게 맛있다니. 역시 강현일세.”
강현의 어깨를 두드리는 란돌프.
나름 화제를 바꾸려고 한 것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로멘의 어깨가 더욱 처졌다.
쓴웃음을 흘린 강현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일주일밖에 못 쓰는 건가요?”
“아니, 그렇진 않네.”
강현의 물음에 침울하던 로멘의 눈이 빛났다.
“마력을 충전해 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네. 마력만 충분하다면 몇 년은 거뜬할 걸세. 하지만….”
로멘은 그리 말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문제라도 있는 건가?
일행들의 시선이 향하자 로멘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력을 충전하는 장치가 내게는 없네.”
“그럼, 어디에 있나요?”
“…아녜스에게 있지.”
“그게 누구죠?”
아녜스. 낯선 이름에 에밀리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카브리 영지의 마법사라네.”
“로멘 님의 따님입니다.”
란돌프가 로멘의 설명을 보충했다. 그제야 탄성을 내뱉는 에밀리야.
로멘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이가 좋진 않나 봐요?”
란돌프는 대답 대신 쓴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가까이 살면서 서로 왕래가 없는 게 그 증거였다.
“에밀리야 씨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거예요.”
강현의 말에 에밀리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강현은 여행 중에 만났던 아녜스를 떠올렸다.
‘일반적인 부녀의 관계는 아니지.’
하지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뭐, 강현. 자네의 부탁이라면 들어줄 걸세. 은원이 확실한 아이니. 오히려 빚을 갚을 기회라면서 좋아할 거야.”
로멘의 말에 강현이 볼을 긁적였다.
전에 그쪽 일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건 분명했다.
서로 빚지기 싫어하는 건 부자가 똑같았다.
‘아니, 마법사의 특징이라고 했었나.’
강현이 보기에는 그저 서로에게 서툰 것으로 보였다.
아녜스도 로멘에 대해서 말할 때 싫은 기색이 아니었다.
‘싫어했다면 이렇게 근처에 있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강현이 관여할 부분은 아니었다.
“그럼 잘 되었네요.”
에밀리야가 손뼉을 쳤다.
마력 문제도 해결되었다.
“남은 건 강현 씨가 어떻게 작동시키냐는 것인데….”
“그건 걱정하지 말게. 강현에겐 소질이 있어.”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일행들이 로멘을 바라보자, 로멘이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전에 만났을 때, 마력 적성을 확인했네. 그리 놀랄 것 없네. 마법사란 언제나 미래를 준비하는 자이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대비하는 것일세.”
로멘이 근엄한 표정으로 수염을 쓸어내렸다.
“또 언제 그런걸….”
“자네 집에 놀러 왔을 때라네.”
“그때가 첫 만남 아니었습니까?”
“그런가?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게.”
당당하게 말하는 로멘을 보며 일행들이 헛웃음을 흘렸다.
“재능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반나절 정도 배우면 이 마법진을 가동하는 정도는 충분할 걸세.”
로멘이 구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마법을 쓰는 것이라면 어렵겠지만, 이미 준비된 마법을 작동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때, 혼자서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에밀리야가 보였다.
“에밀리야 씨,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강현의 물음에 고개를 내저은 에밀리야가 로멘을 바라보았다.
“로멘 님. 마법진 위에 다른 물체가 있으면 효력이 사라지나요?”
“그건 아닐세. 그렇게 어설프게 설계되지 않았어.”
“그럼 흙이나 나뭇가지를 넣어도 괜찮은 거죠?”
“…문제는 없지만, 흙이라니?”
“아기가 지낼 건데, 너무 삭막하잖아요. 좀 꾸며야겠어요.”
구체를 들어 올리는 에밀리야.
그러자 로멘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이, 이상은 없지만, 그 마법진은 하나의 예술품으로 굳이 그걸 가릴 필요가….”
로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뚜껑을 연 에밀리야는 흙을 안에 부었다.
“자, 잠깐! 적어도 마법진을 옮겨 적은 후에….”
하지만 이미 마법진은 가려진 뒤였다.
“오, 좋은 생각이군. 나도 쓸만한 나뭇가지를 가져오지.”
란돌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로멘은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