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28)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28화(228/251)
228화 마차를 잘 못 봤네
어린 아이용 가죽 갑옷.
왜 이런 게 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시장에서 발견했다.
“조금 크긴 하네.”
어쩔 수 없었다.
움직일 때마다 덜렁거렸다.
그래도 비를 막기에는 충분했다. 강현은 흔들리지 않게 밧줄로 갑옷을 고정했다.
‘마차를 끌기에도 말이지.’
튼튼해서 잘 끊어지지 않을 거다.
저번에 우의를 입혔을 때는 금세 넝마가 되었다.
하지만 설기는 갑옷이 답답한지 몸을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빙그르르 도는 설기.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끼잉.”
강현의 말에 설기의 꼬리가 내려갔다.
그러다가 마차 안에 실린 고기들을 보더니 다시 살랑거렸다.
그러한 설기의 변화에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그럼, 가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늑대들이 걱정되었다.
강현의 말에 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컹! 컹!”
강현도 가만히 지켜만 보는 건 아니었다.
마차의 뒤에서 밀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강현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 밖까지만 가면 되니깐.’
그렇게 마차를 끌고 성을 나섰다.
* * *
성을 나가자마자 울퉁불퉁한 길이 나왔다.
강현이 지쳐갈 때쯤, 늑대들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게 보였다.
“컹!”
설기가 짖자 후다닥 달려오는 녀석들.
곧 흙탕물 위에 발라당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그런 늑대들을 보자 의기양양한 듯 강현을 돌아보는 설기.
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괴롭히지 마.”
강현은 설기의 머리에 딱밤을 때렸다.
그러자 억울하다는 듯이 강현을 바라보는 설기.
“컹! 컹! 컹!”
자기가 시킨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강현이 의심을 풀지 않자 설기가 뒤를 돌아봤다.
“컹!”
“컹! 컹!”
늑대들은 설기의 시선이 닿자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에 강현의 의심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러자 억울한 설기가 방방 뛰었다.
동시에 흔들리는 마차.
마차에 실어놨던 이동장이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덩달아 빙글빙글 도는 루리와 토리.
황급히 이동장을 낚아챈 강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안을 보자 이미 루리와 토리의 눈이 빙그르르 돌고 있었다.
다행히 설치해놓은 장식은 무사했다.
설기를 본 강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믿을 테니 그만해.”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는 설기.
해맑게 웃고 있는 설기를 보며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강현은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고 늑대들을 보았다.
하네스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말용이긴 한데…. 덩치는 비슷하니까.’
강현은 하네스를 들고 늑대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니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순한 양처럼 얌전히 하네스를 걸치는 늑대들.
강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현의 뒤에서 설기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네스를 먼저 한 늑대가 불편한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러자마자.
“그르르르.”
“끼이잉, 끼잉.”
설기의 으르렁 소리에 앓는 소리를 내는 늑대.
선량한 표정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피력했다.
덕분에 수월하게 하네스를 걸쳤다.
“좋아.”
일을 끝낸 강현은 뒤로 물러나서 마차를 봤다.
철로 된 마차에 늑대 셋. 아니, 새끼 늑대까지 넷.
“음….”
강현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
생각 이상으로 더 흉악했다.
비 때문에 주변이 어두워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설기가 있어서 좀 나아진 정도?
“…괜찮겠지?”
어차피 아녜스가 있는 카브리 영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차 뒤로 향했다.
올 때처럼 뒤에서 끌려는 것이었다.
설기가 끄는데 혼자서 타고 있기 미안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설기가 그런 강현의 걸음을 멈췄다.
“컹! 컹!”
“응?”
마차 안을 턱짓하는 설기.
“그냥 타라고?”
끄덕끄덕.
그래도 쉽게 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현이 망설이자 설기가 앞발로 마차 안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마차 안에 실린 식자재들.
그러고는 작은 발로 가슴을 두드리는 설기.
마차는 자신이 알아서 끌 테니 밥만 신경 쓰라는 소리였다.
강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설기를 보다가 웃음을 흘렸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혼자 끄는 것보다 맛있는 밥이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아니, 혼자는 아닌가.’
강현은 설기 양옆에 서 있는 늑대들을 보았다.
숲의 늑대들과 달리 믿음직스럽지는 않았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강현이 마차에 오르자 설기가 앞을 보았다.
“아우우우!”
“아우우우우우!”
“아우우!”
설기의 선창에 따라서 우는 늑대들.
울음이 끝나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강현은 마차가 움직이는 걸 확인한 후에나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마차 안에는 생고기와 향신료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사실 준비할 건 그리 없는데.’
양만 많을 뿐, 대부분이 늑대의 먹이였다.
숲의 늑대와 달리 생고기를 먹을 터.
강현과 설기가 먹을 것만 하면 되었다.
‘아닌가?’
생각해보면 설기가 먹는 상이 4인분 이상이라 적지 않았다.
“일단 고기부터 재우자.”
강현은 고기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덜컹.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문 너머를 본 강현이 숨을 삼켰다.
수풀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었다.
덜컹거리는 마차.
신이 나서 달리는 설기.
그리고 그런 설기와 속도를 맞추느라 필사적인 늑대들.
‘…이 속도라면 내일이면 도착하는 거 아니야?’
강현이 흔들리는 이동장을 붙잡았다.
때마침 앞에서 오고 있던 마차가 식겁해서 길을 피하는 게 보였다.
“뭐, 뭐야?”
“늑대?”
“설마…. 늑대가 왜 마차를 끌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뒤늦게 마차를 바라보는 사람들.
강현은 창문 너머로 소리쳤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미 마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러면 손질을 못 하겠는데.”
아무리 강현이라도, 이렇게 흔들리는 마차에서 재료 손질을 할 수는 없었다.
칼질은 더더욱.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강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차의 속도가 줄었다.
마차가 흔들리까, 조심스레 달리는 설기.
덕분에 늑대들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정말 못 말리겠다니깐.’
웃음을 삼킨 강현은 다시 마차 안으로 향했다.
저리 기대하는데 대충 줄 수는 없었다.
강현은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 * *
정신없이 작업을 하던 강현의 손이 멈췄다.
어느새 마차가 멈췄기 때문이었다.
창문 너머를 보자 설기가 강현을 보고 있었다.
“…응?”
무슨 일이 있나?
강현은 손을 닦고는 마차 밖으로 나왔다.
마차를 나오자마자 들려오는 빗물 소리.
그러나 빗물 소리 사이로 다른 소리도 섞여 있었다.
늑대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강현.
곧 양옆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마차를 놓고 가면 목숨만은….”
“으르르르.”
“그르르르.”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이들이 나타나자 일제히 이빨을 드러내는 늑대들.
늑대들의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억누르고 있던 야생의 본능이 깨어난 것이었다.
나타난 이들이 당황하는 게 멀리서도 느껴졌다.
설마 마차를 끄는 게 늑대일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다.
게다가 쇠로 된 마차라니.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모습이 아닌가.
비 때문에 나오기 전까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판단은 빨랐다.
“…마차를 잘 못 봤네.”
가운데 있던 이가 헛기침을 하더니 몸을 돌렸다.
그를 따라서 다른 이들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강현은 나왔던 것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진 이들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컹!”
설기가 강현을 돌아보며 짖었다.
쫓아가냐는 물음이었다.
늑대들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입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강현이 봐도 무시무시한 모습.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도망가는 이를 굳이 쫓을 필요는 없었다.
‘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가 보네.’
란돌프가 말했던 도적.
설마 직접 만날 줄은 몰랐다.
강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점점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자. 마차를 옆쪽에 옮겨 줄래?”
“컹!”
강현의 말에 설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늑대들과 함께 마차를 옮겼다.
* * *
쏴아아아.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
하네스를 벗은 늑대들이 해방감에 몸을 흔들었다.
사방으로 튀는 물.
곧 설기와 함께 뒹굴기 시작했다.
‘답답했나 보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야생에서 자유롭게 지내던 늑대들이 아닌가.
강현은 큼지막한 고깃덩어리를 늑대들에게 던져 줬다.
그러자 슬그머니 설기의 눈치를 보는 늑대들.
설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먹기 시작했다.
까드득, 까득.
뼈까지 통째로 씹는 늑대들.
늑대들이 식사에 집중하자 설기도 마차 쪽으로 다가왔다.
물끄러미 강현을 쳐다보는 설기.
시선의 의미를 깨달은 강현이 웃음을 흘렸다.
“알았어. 우리도 먹자.”
강현은 스토브에 불을 켜고 시장에서 사 온 팬을 꺼냈다.
중식팬과 비슷한 형태.
‘역시 화력이 약하네.’
강현이 가져온 스토브는 백패킹용이었다.
당연히 중식팬을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마차가 튼튼하다고는 하나, 마차 안에서 장작을 피울 수도 없는 일.
하지만 강현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토리야, 부탁해.”
강현의 말에 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엉금엉금 기어 온 토리가 불을 내뿜었다. 예전과 달리 이제 토리의 화력도 제법 늘었다.
순식간에 달궈지는 팬.
강현은 그 위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넣었다.
치이이익.
기름 소리와 함께 연기가 올라왔다.
동시에 강현의 손이 바빠졌다.
촤악, 촤악.
팬 위에서 고기들이 춤을 췄다.
고기들이 허공에 떠오를 때마다 설기의 눈도 같이 움직였다.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늑대들도 먹던 걸 멈추고 마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은 늑대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힐끗, 아래를 보자 토리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게 보였다.
‘조금만, 조금만…. 됐다.’
고기를 볶던 강현의 눈이 반짝였다.
“토리야.”
강현의 부름에 토리의 입에서 나오던 불꽃이 멈췄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토리.
강현은 그런 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고마워.”
아직 덜 익긴 했지만, 이제 스토브의 불과 팬에 남아 있는 잔열만으로 충분했다.
고개를 끄덕인 토리가 다시 이동장으로 향했다.
강현이 나서려는 찰나.
설기가 다가와서 토리의 목덜미를 물었다.
그리고 이동장에 쏙 내려놓는 설기.
강현이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설기가 웃었다.
덕분에 무사히 고기를 볶은 강현은 접시에 옮겼다.
그러자 다가오는 설기.
강현은 그런 설기를 제지했다.
“아직이야.”
“끼잉?”
고개를 갸웃한 설기가 다시 자리로 향했다.
피식 웃은 강현은 시장에서 사 온 물건을 꺼냈다.
커다란 잎.
갑자기 튀어나온 풀떼기의 모습에 설기가 움찔거렸지만, 얌전히 기다렸다.
강현을 믿는 것이었다.
강현은 냄비에 물과 받침을 넣었다.
찜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잎이 쪄지는 동안 양념을 만들었다.
‘…이곳의 향신료를 생각하면 한식보다는 동남아가 어울리지.’
태국, 혹은 베트남.
소스에서 시큼한 향이 올라왔다.
그렇게 소스가 완성되었을 때, 잎도 알맞게 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