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29)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29화(229/251)
229화 혹시 차 좀 있어?
잎을 꺼내서 늘어놓자 금방 식었다.
강현은 식은 잎 위에 볶은 고기를 올렸다.
그리고 잘 접어서 잎줄기로 묶었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작업하고 있으니 바닥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빗방울이 아니었다.
설기의 침이었다.
아차 싶은 강현은 급히 하나를 소스에 찍었다.
“자.”
입을 벌리는 설기.
그 위로 하나를 넣어 주자 바로 입을 닫았다.
소스의 신맛에 코끝을 찡그리는 설기.
“어때?”
물어볼 것도 없었다.
힘껏 올라와 있는 두 귀.
그리고 역동적으로 흔들리는 꼬리.
“컹! 컹!”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돈 설기가 다시 입을 벌렸다.
강현은 웃으며 또 하나를 입에 넣어 줬다.
그리고 하나를 더 집어서 토리와 루리에게 보여 줬다.
“너희도 줄까?”
고개를 내젓는 둘.
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마른 과일.
강현은 과일 두 개를 이동장 안에 넣어 줬다.
그러자 사이좋게 야금야금 먹기 시작하는 둘.
흐뭇한 미소로 둘을 바라보다가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돌아봤다.
어느새 음식을 삼킨 설기가 강현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씩 주면 끝이 없겠네.’
실소를 흘린 강현은 접시에 만들어진 쌈을 한 뭉텅이 올렸다.
그리고 소스를 그 위에 뿌렸다.
접시를 내려놓자마자 달려드는 설기.
“천천히 먹어.”
“겅!”
먹으면서 대답하느라 음식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전혀 줄지 않는 속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강현은 쌈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소스의 신맛이었다.
삶았음에도 까끌까끌한 감촉.
이어서 허브와 비슷한 향이 올라왔다.
깻잎과 비슷한 느낌.
그리고 한입 씹자 안에 있던 고기의 육즙이 흘러나왔다.
단맛과 짠맛.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맛이 뒤섞였다.
‘…괜찮네?’
생각 이상이었다.
이 정도의 맛이라면 매장에서 판매해도 괜찮을 정도.
설기가 닦달하는 이유가 있었다.
“다음에는 얘도 키워야겠어.”
강현의 시선이 잎에 닿았다.
하지만 강현의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설기가 무서운 기세로 쌈을 먹어 치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덩달아 강현의 손도 바빠졌다.
나중에는 제대로 묶지도 못하고 그릇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설기의 시중을 든 후에나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꺼억.”
드러누워서 트림하는 설기.
그 모습이 얄미워서 배를 찌르자 괴로운 듯 허우적거렸다.
피식 웃은 강현은 식사를 이어 갔다.
그렇게 쌈을 먹던 도중 밖에 있는 늑대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계를 서고 있는 늑대들.
얼굴에 피로가 느껴졌다.
‘…쟤들 야행성이지.’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설기 때문에 억지로 끌려다닌 것이었다.
“설기야, 쟤들도 쉬고 오라고 해.”
“끼잉?”
강현의 말에 설기가 고개만 슬쩍 들어 올렸다.
“컹.”
한쪽으로 턱짓하는 설기.
그제야 자리를 떠나는 늑대들. 설기는 늑대들이 떠는 것도 확인하지 않고 다시 드러누웠다.
“….”
먹고 놀기만 하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이러할까.
강현은 복잡한 표정으로 설기를 바라봤다.
어느새 코까지 고는 설기.
한숨을 내쉰 강현은 신발을 벗고 마차 문 쪽에 걸터앉았다.
빗물이 발을 적셨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시원함에 느낌이 좋았다.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빗줄기가 기분을 안정시켜줬다.
구름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달빛조차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비를 바라보던 강현의 옆에서 소리가 났다.
톡, 톡.
고개를 돌리자 루리와 토리가 이동장을 두드리고 있었다.
“너희도 보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둘.
강현은 이동장을 들어서 무릎 위에 올렸다.
강현과 같이 물끄러미 빗물을 바라보는 둘.
셋은 그렇게 잠이 오기 전까지 비를 바라보았다.
* * *
똑똑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강현은 눈을 떴다.
딱딱한 마차 위에서 자서 그런지 몸이 쑤셔왔으나 머릿속은 상쾌했다.
신기한 기분.
옆에서 자는 설기와 토리, 루리를 확인한 강현은 마차 밖으로 나왔다.
강현을 맞이하는 따사로운 햇살.
오랜만에 보는 햇살이 이리도 반가울 줄은 몰랐다.
가슴 한쪽이 포근해지는 느낌이었다.
햇빛이 비칠 때마다 젖은 땅들이 반짝거렸다.
마치 세상 전체가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구름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툭, 투툭.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강현은 우의를 걸쳤다.
그제야 잠에서 깼는지 마차 밖으로 나와서 하품하는 설기.
혹시나 해서 하늘을 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둡기만 했다.
강현은 아쉬움에 설기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일찍 나오지.”
그렇다면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강현의 말에 설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도 잠시.
“컹! 컹! 컹!”
강현을 보며 방방 뛰었다.
잔뜩 성이 난 모습.
의아해하던 강현은 곧 그 의미를 이해했다.
“…몰래 안 먹었어.”
움찔.
설기의 움직임이 멈췄다.
동그란 눈을 깜빡이는 설기. 그럼, 뭐 때문에 아쉬워하냐는 눈빛이었다.
그 모습에 강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현이 설기도 아니고 혼자서 몰래 먹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 한결같네.’
피식 웃은 강현은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비비는 설기.
한참을 그러고 있자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토리와 루리였다.
강현의 손을 빤히 쳐다보는 토리와 루리.
“그래, 너희도 있었지.”
강현은 이동장 안에 손을 넣고 둘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손에 몸을 비비는 둘.
강현은 둘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만져 주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 늑대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슬슬 아침을 먹자.”
아침이란 말에 설기의 눈이 반짝거렸다.
하지만 설기의 기대와 달리 아침은 스튜를 할 생각이었다.
‘매번 그렇게 요리할 순 없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곧 자신의 앞에 놓인 스튜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설기.
“안 먹으면 치운다?”
강현이 접시에 손을 뻗으려고 하자 허겁지겁 입을 가져갔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났을 때.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
‘한국의 장마보다 더 오는 것 같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형 대부분이 흙과 나무였다.
산도 많으니 산사태가 날 우려도 적었다.
강현은 하네스를 입고 자신을 쳐다보는 늑대들을 보았다.
이제 늑대들도 이 무리의 중심이 설기가 아니라 강현이란 걸 아는 것이었다.
“자, 그럼 출발하자.”
서두르면 저녁에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우우우우우!”
“아우! 아우우우!”
강현의 말에 설기와 늑대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 * *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달리기 시작한 마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르르르.”
잔뜩 경계하는 늑대들.
마차 밖으로 나온 강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또 도적인가?’
애당초 도적이 이리도 흔한 걸까?
이틀 연속으로 만날 정도로?
하지만 곧 도적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빗속을 해치고 나타난 이들은 도적이라고 하기에 제대로 된 규율을 갖추고 있었다.
철컥, 철컥.
빗소리 사이로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우의를 걸쳤지만, 안에 입은 갑옷까지 숨길 수 없었다.
저런 무거운 갑옷을 입고 다닐 수 있는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기사?’
기사뿐만 아니라 뒤는 창을 든 병사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강현이 갑자기 나타난 병력에 놀란 것만큼, 그들 역시 일행을 보고 놀랐다.
“…늑대가 마차를?”
앞서 있던 기사 하나가 중얼거렸다.
병사들도 당혹스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르르르르.”
“으르르.”
상대가 물러나지 않자 늑대들의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
기묘한 대치 상황.
강현은 슬쩍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늑대가 끄는 전투용 마차.
누가 봐도 수상했다. 아니, 흉악하기 짝이 없었다.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한 강현이 나서려는 찰나.
기사들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당찬 여성의 목소리.
곧 한 사람이 병사들 사이를 헤치고 나왔다.
로브를 눌러쓰고 있었지만,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녜스 님?”
로브를 내리자 도도한 얼굴이 나타났다.
“오랜만이네. 온다고 연락받긴 했는데….”
아녜스의 시선이 강현 뒤에 있는 마차로 향했다.
“…이렇게 인상적인 마차를 끌고 올 줄은 몰랐어.”
“…어쩌다 보니.”
아녜스의 말에 강현은 멋쩍게 웃었다.
살 때는 기능만 보고 사서, 다른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역시 별난 사람이야.”
그리 말한 아녜스는 아직 경계를 풀지 않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돌아봤다.
“지난번에 도둑을 잡아 준 이에요.”
“아, 그….”
강현에 대해서 들었는지, 기사와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에 있던 기사가 강현에게 걸어와서 손을 내밀었다.
“오른 경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로운입니다.”
오른.
전에 만났던 기사의 이름이었다.
“예. 강현입니다.”
그렇게 악수하고 있자 아녜스가 다가왔다.
“이렇게 일찍 올 줄 알았으면 나침반이라도 부탁할 걸 그랬네.”
로멘의 나침반.
원하는 물건의 위치를 알려 주는 마법 아이템이었다.
“무슨 일 있어요?”
강현의 물음에 아녜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로운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로운.
“영지에 오던 마차가 습격당했어. 거기에 중요한 물건이 실려 있었지.”
“….”
도둑에 이어서 도적인가.
물론, 훔친 이들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대비하지 않은 쪽도….
강현의 표정을 읽은 아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이런 일이 흔하진 않아. 최근 삼 년 사이에 두 번뿐이야.”
그 두 번을 강현이 목격한 것이었다.
슬쩍 옆을 보자, 로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도적들도 영주에게 가는 마차라는 걸 알았다면 훔치지 않았을 거야.”
이세계에서 영주란 절대 권력자였다.
그의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자주 일어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강현을 힐끗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았다.
이런 병력을 이끌고 온 것이었다.
병사들의 옷이 엉망이었다.
많이 헤맨 게 분명했다.
“컹! 컹!”
그때,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설기가 짖었다.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
설기의 눈빛을 확인한 강현이 아녜스를 돌아봤다.
“그 도적들만 찾으면 되는 거죠?”
“그렇긴 한데. 아무리 늑대라도 이런 날씨에서는….”
“일반 늑대가 아니니깐요.”
그리 말한 강현이 설기를 돌아보았다.
“할 수 있지?”
“컹!”
씩씩하게 짖는 설기.
강현은 설기와 늑대들의 하네스를 벗겼다.
‘어차피 도움받기 위해 왔으니.’
여기서 도움을 줘서 나쁠 건 없었다.
“그르르르르르.”
“으르르르르.”
하네스를 풀자 이빨을 드러내는 늑대들.
사나운 눈빛이 사방으로 번뜩였다.
사냥꾼의 본능이 깨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설기도 마찬가지였다.
늑대 넷이 강현을 돌아보았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수풀 사이로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늑대들.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로운이 정신을 차렸다.
“느, 늑대들을 쫓아라!”
기사들과 병사들이 늑대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모두가 떠난 건 아니었다.
강현은 홀로 남은 아녜스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안 따라가도 돼요?”
그러자 아녜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내가 가도 할 일은 없어. 그보다 혹시 차 좀 있어?”
아녜스가 마차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기사나 병사들과 달리 몸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커피는 좀 있어요.”
“커피? 이종족의 차인가?”
아녜스의 눈이 호기심에 반짝반짝 빛났다.
정확히는 이종족이 아니라 이세계의 차였으나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