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3화(23/251)
────────────────────────────────────
────────────────────────────────────
오기 잘했네.
“음, 안녕? 잘 지냈니? 참, 반갑구나.”
“…”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그렇지. 내가 잘못했어. 천번 만번 죽을죄를 지었지.”
윤섭의 사과에 강현이 미간의 골이 더 깊어졌다.
저녁 늦게 온 윤섭은 혼자가 아니었다. 덩치가 큰 매니저 뒤로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을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강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들어와.”
늦은 저녁이었다. 사람들이 쉴 시간.
마을 앞에서 이렇게 놔둘 순 없었다. 강현의 말에 윤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렇게 쉽게 허락한다고?”
윤섭의 말에 강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럼, 형은 여기 있을래?”
“아니야. 그럴 순 없지.”
능글맞게 웃은 윤섭이 뒤에 눈짓했다. 그러자 매니저와 아이들이 쪼르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아.”
그녀들도 강현과 윤섭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조심스러움도 매장 안으로 들어오자 바뀌었다.
정확히는 강현의 얼굴을 본 순간.
“어? 저분, 어디서 봤는데?”
“그분이잖아! 이강현 쉐프.”
“진짜? 와, 대박.”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작은 매장이기에 전부 들렸다.
윤섭이 어색하게 웃더니 아이들을 향해 눈짓을 줬다.
그제야 입을 다무는 아이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다.
“와, 강아지!”
“귀여워!”
“복슬복슬해!”
설기를 보며 작게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 설기를 만지려고 했으나 쉽게 몸을 허락할 설기가 아니었다. 이리저리 아이들의 손을 피해 다녔다.
아이들은 그런 설기를 쫓다가 곧 윤섭의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윤섭의 신경은 그들에게 가 있지 않았다.
“강아지? 너 강아지 키워?”
“어.”
키운다고 해야 할까.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렵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윤섭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허. 걱정해서 왔더니 아주 힐링을 제대로 즐기고 있네.”
그러더니 곧 진지한 눈빛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봐. 너 강현이 아니···.”
“지금이라도 나갈래?”
“…그래. 내 동생이 맞지.”
윤섭을 노려보던 강현이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식사 안 했죠? 음식 만들어줄까요?”
“정말요?!”
아이들의 눈이 커졌다. 그들은 강현이 어떤 이인지 알고 있었다.
유명 레스토랑의 스타 셰프.
요즘 안 좋은 소문이 돌긴 했지만, 그 명성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예. 남은 재료로 하는 거라 대단한 건 아니에요.”
“좋···.”
무심코 대답하려던 소녀를 옆에 있던 이가 툭, 쳤다.
소현.
그제야 아이들이 윤섭을 힐끗거렸다. 한숨을 내쉰 윤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부탁드려요!”
환하게 웃는 아이들.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윤섭은 그런 강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아직 활동 중이니 부담이 적은 걸로 부탁해.”
“그걸 생각했으면 데려오지 말았어야지.”
차갑게 내뱉는 강현. 윤섭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지···. 데려오지 말았어야지. 내가 잘못했네.”
강현도 아이돌이 얼마나 힘들게 관리하는지 잘 안다. 그리고 활동 기간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도.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샐러드만 먹게 할 수는 없었다.
“한 끼 정도는 편하게 먹여.”
한숨을 내쉰 윤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한 끼 정도로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다.
‘다음날 좀 붓긴 하겠지만···.’
어차피 스케줄도 없는 날이었다. 윤섭은 턱을 괴고 요리하는 강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바뀌었어.’
예전의 강현은 아이라고 챙겨주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심해졌다.
‘레스토랑을 그만두기 전이 제일 심했지.’
그때, 강현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요리했다.
지금처럼 평온하지 않았다.
‘…데려오길 잘했네.’
윤섭은 조잘거리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 덕분에 강현의 변화를 좀 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 * *
강현은 생각에 잠겼다.
윤섭에겐 그리 말했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일 순 없었다.
한창 성장기.
맛만큼이나 영양소도 중요했다.
“음.”
고민하던 강현이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
‘이거면 되겠네.’
재료가 담긴 통 하나를 꺼냈다.
안을 열어보니 동글동글한 붉은 열매들이 들어있었다.
잘 익은 방울토마토.
강현은 먼저 스테이크를 팬 위에 올린 후 방울토마토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줬다.
그 후에 파스타 팬에 기름을 둘렀다.
그리고 얇게 썬 마늘을 팬 위에 올린다.
흔히 토마토 파스타보다 오일 파스타가 열량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틀린 말이었다.
토마토소스가 더 무거웠다.
토마토소스에는 토마토뿐만 아니라 다양한 양념이 추가되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양파와 함께 썰어놓은 방울토마토 절반을 넣었다.
그리고 후추와 소금을 살짝만.
약불에 천천히 볶아주자 방울토마토가 부서지면서 기름이 붉은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육수 대신 면을 끓인 면수를 넣고 졸여준다.
적당히 졸여지면 삶아놓은 면을 넣어준 후 잘 저어준다.
그렇게 면이 익어갈 때쯤 남겨놓은 방울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그리고 얇게 썬 바질을 같이 넣고 마무리해준다.
붉은색의 방울토마토와 하얀 모차렐라, 녹색 빛의 바질이 잘 어우러졌다.
접시에 담은 파스타 위에 파르메산 치즈를 뿌리고 바질 어린잎을 올려주면 끝.
모차렐라 방울토마토 파스타가 완성되었다.
그러는 사이 옆에서 굽고 있던 스테이크가 알맞게 익었다.
강현은 스테이크를 꺼내고는 먹기 좋게 썰어서 미리 담아뒀던 샐러드 위에 올렸다.
그리고 드레싱을 뿌려준다.
스테이크 샐러드.
둘 다 가볍게 먹기 좋은 음식. 영양소와 맛. 균형을 맞춘 것이었다.
강현은 완성된 두 접시를 가지고 홀로 나섰다.
* * *
테이블 위에 놓인 파스타와 샐러드를 본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내가 강현 셰프의 음식을 먹다니.”
“진짜 대박!”
곧 아이들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합창하듯 인사하는 아이들. 강현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포크를 들고 음식에 달려들었다.
그 기세가 설기나 모나와도 견줄 정도였다.
“맛있어!”
“…이런 음식을 이제야 먹다니. 헛살았어.”
반쯤 으깨진 방울토마토와 나중에 들어간 신선한 방울토마토.
단맛과 신맛이 절묘하게 섞였다.
그리고 바질의 쓴맛과 모차렐라의 우유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샐러드는 또 어떠한가.
강현이 만든 스테이크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했다.
거기서 신선한 채소를 곁들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산뜻한 요리.
이것만으로 그동안의 피로가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으···. 너무 맛있어서 화가 나.”
“참아. 지금은 먹을 때야.”
고개를 끄덕인 소녀가 진지한 눈빛으로 포크를 들어 올렸다.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던 강현의 시선이 윤섭에게 향했다.
“활동 중이라고 애들 굶기는 거 아니지?”
“…그 정도로 막돼먹진 않아.”
제대로 영양소는 맞추고 있었다. 안 그러면 아이들의 체력이 버티지 못한다.
‘…맛보다는 영양소를 우선시하지만.’
굶기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오해할 만했다.
누가 저들을 아이돌로 보겠는가.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윤섭이 그런 강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다 나온 거 아니야?”
“아직.”
설마 저기에 더 나온단 말인가. 하지만 강현은 이미 요리를 시작한 뒤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홀로 나온 강현이 향한 곳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형이랑 저분 거야.”
윤섭과 매니저 앞에 파스타를 하나씩 올려놨다.
봉골레와 카르보나라.
봉골레는 윤섭, 카르보나라는 매니저를 위한 것이었다.
서울까지 운전해야 하므로 든든하게 먹어야 했다.
카르보나라를 본 매니저의 표정이 환해졌다.
“감사합니다!”
강현이 만든 음식의 맛이 어떤지는 아이들의 반응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도 걸신이 들린 것처럼 정신이 없지 않은가.
윤섭은 의외란 듯이 강현을 보며 봉골레를 먹었다.
짭조름한 파스타 면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강현은 조용히 그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식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일행들이 매장 밖으로 나왔다.
“다음에 또 올게요!”
“진짜 맛있었어요! 셰프님 최고!”
아이들이 밝게 인사했다. 그 뒤로 매니저가 강현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잘 먹었습니다. 강현 셰프. 역시 맛있네요. 그리고 과장님, 서울에서 뵙겠습니다.”
그렇게 차가 떠나갔다. 처음 약속한 것처럼, 정확히 한 시간만 있었다.
아이들이 떠나가자 매장 안이 적막해졌다.
매장 안으로 돌아온 윤섭이 입을 열었다.
“좀 시끄럽지?”
“밝은 애들이네.”
“밝지. 밝아도 너무 밝아.”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윤섭.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강현은 그런 윤섭을 보며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고작 한 시간뿐이었지만 알 수 있었다.
붙임성이 좋고 착한 아이들.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었다.
윤섭이 테이블 위에 앉았고 강현은 와인과 잔을 가져왔다.
그러자 자연스레 다가오는 설기.
“특이하게 생겼네? 이런 개가 있던가?”
고개를 갸웃하는 윤섭을 향해 와인을 따르던 강현이 입을 열었다.
“어땠어?”
“뭐가?”
“알잖아.”
강현은 윤섭이 먹었던 파스타를 가리켰다. 아이들이나 매니저와는 다르게 한 번도 감상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예전 강현의 요리를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양식에도 익숙했다.
강현의 물음에 윤섭이 머뭇거렸다. 그러자 강현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해줘.”
“…다르긴 하네.”
윤섭의 말에 강현이 와인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런 강현의 반응에 윤섭이 머리를 긁적였다.
“예전 네 요리는 날카로웠어. 먹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지.”
강현. 그 자체가 요리에 담겼다.
그러나 지금은···.
“무뎌진 느낌이 들긴 해.”
“…그렇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예상했다고 해도 진실은 뼈아팠다.
윤섭은 그런 강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강현의 시선이 다시 윤섭에게 향했다.
“난 이쪽이 더 좋은걸.”
윤섭이 빈 접시를 가리켰다. 그런 윤섭을 보며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위로라면 괜찮아.”
예전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윤섭은 고개를 저었다.
“위로가 아니야. 예전 네 요리는 놀라울 정도로 맛있지만, 편하진 않았어. 먹는 내내 나를 시험하는 느낌이었지. 물론, 그 이유는 알고 있지만···.”
윤섭이 쓴웃음을 지었다. 요리 비평가들.
그들은 강현의 요리를 분석하려고 했다. 그리고 강현은 그런 그들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에만 몰입하게 된 것이었다.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달랐어. 뭐랄까.”
곰곰이 생각하던 윤섭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의아해하는 강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따뜻했지. 너랑은 안 어울리게 말이야.”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한 끼.
강현이 눈을 흘겼다. 꼭 쓸데없는 말을 붙인다.
그래도 윤섭의 이야기를 들으니 안심할 수 있었다.
도망치듯 떠나온 건 사실이었으나.
적어도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강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윤섭이 입을 열었다.
“시골, 오기 잘했네.”
“…그래.”
윤섭은 기특하다는 눈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머쓱해진 강현이 와인을 홀짝였다.